종종 AFC챔피언스리그를 석권하고 나아가 클럽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왔던 K리그의 미래가 어두워 보인다. 이번 시즌은 K리그에 있어서 아픈 기억의 연속이다. ACL에서 K리그 팀 전체가 8강에 올라가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뿐만 아니라 K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팀을 떠나 타국의 클럽으로 향하게 됐다.
K리그 챌린지 성남FC의 황의조가 감바 오사카 이적을 발표한 데 이어 K리그 클래식을 대표하는 두 선수인 김보경(전북 현대)과 마르셀로(제주 유나이티드)가 각각 가시와 레이솔, 오미야 아르디자 이적을 확정했다. 김보경은 지난 시즌 전북 현대의 중심으로 활약하며 팀의 ACL 석권에 일조했고, 마르셀로는 K리그 통산 48경기에 출전하며 17골 11도움으로 K리그 정상급 공격수로 활약해왔다.
특히, 제주는 ACL 16강 2차전에 있었던 우라와 레즈와의 폭력 사태로 조용형, 백동규가 징계를 받으며 이미 큰 타격을 받았지만 공격의 축을 담당하던 마르셀로까지 팀을 이탈하게 되면서 큰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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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리그 이적을 확정한 김보경, 마르셀로
# ‘셀링 리그’ K리그
사실, 최근이 아니더라도 K리그는 예전부터 ‘셀링 리그’라는 오명을 써왔다. 다만, 이전에는 중국 슈퍼리그로의 러시였다면 요즘에는 J리그 행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한동안 잠잠했던 J리그 진출 분위기가 왜 다시 뜨겁게 달아올랐을까? 이는 중국 슈퍼리그와 J리그의 제도 변화에 있다.
중국은 이른바 ‘황사머니’를 앞세워 K리그의 뛰어난 선수들을 영입해갔다. 한국 선수들은 ‘저비용 고효율’ 자원으로 여겨지며 중국 클럽들을 웃음 짓게 했다. 하지만, ‘축구굴기’를 바탕으로 자국 선수들의 기량을 높이길 원하는 시진핑 주석의 의지에 따라 각 팀당 외국인 선수 출전을 3명으로 제한하면서 유럽-남미 출신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일본은 중국과 반대로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를 기존 외국인 3명, AFC 회원국 소속 선수 1명, J리그 제휴국가 출신 1명에서 국적 관계없이 5명으로 통일시켰다. 즉,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제도 변화에 따라 중국보다 일본의 길이 그만큼 넓어지면서 많은 선수들이 J리그로 눈을 돌리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K리그 선수들의 일본행은 J리그의 자본 확장과도 큰 연관이 있다. J리그는 지난해 7월 영국의 퍼폼그룹과 10년간 총액 2조 1천 500억 원에 달하는 중계권 계약을 맺었다. 이 때문에 J리그 18개 구단은 35억 원에 달하는 균등배분금을 받게 됐다. 또한, J리그 우승팀은 우승상금 30억에 3년 간 분할 지급되는 강화배분금 158억 원을 차지하게 된다.
5억 원에 불과한 K리그 클래식 우승 상금과 비교하면 엄청난 액수다. K리그는 최근 경제 불황으로 인해 지출을 축소하고 있다. 뛰어난 선수들에게 높은 연봉을 주지 못하는 K리그 구단들로서는 J리그에서 파격적인 조건이 제시 되면 선수들의 이적을 허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자본에서부터 엄청난 격차가 벌어진 지금, K리그는 주전급 선수들의 유출로 흥행뿐만 아니라 경쟁력에서도 먹구름이 끼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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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리그의 근간은 팬이다.
# 운영진의 ‘무능함’과 팬들의 ‘인식’
지금 K리그의 운영진을 단도직입적으로 설명하자면 ‘무능’하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아시아 최강’ K리그라는 환상과 구단들을 배려하지 않은 일정 배치는 ACL에서의 부진을 초래했다. 많은 이들이 K리그의 문제점들에 대해 비판을 하며 수없이 경종을 울려댔지만, 운영진은 그 소리를 무시하고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오는 7월 29일 베트남에서 열리는 ‘K리그 올스타 전’이 대표적인 예다. K리그 클래식 올스타와 베트남 대표팀이 격돌하는 이벤트는 베트남 현지 시장을 공략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구단들은 달갑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올스타전 4일 뒤 K리그가 재개된다. 올스타전에 뽑힌 선수들은 국내로 돌아와 이틀 밖에 쉴 수 없다. 구단들을 배려하지 않은 이러한 일정은 미리 틀을 정해놓고 구단들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소통이 부족한 연맹은 스스로 K리그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운영진뿐만 아니라 팬들에게 또한 책임이 있다. 몇몇 팬들은 K리그가 EPL, 분데스리가, 프리메라리가와 같이 수준 높은 리그와 비슷한 경기력을 요구한다. 자국리그를 소위 말하는 ‘개리그’라고 비하하면서 말이다. 몇몇 축구팬들은 이렇게 말한다. “국가대표만 강하면 되지, K리그가 어찌되든 상관없다.” 이는 몰상식한 생각이다. 어떤 선수들이 이런 팬들을 위해 뛰고 싶겠는가? 뛰어난 선수들의 유출은 팬들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자국리그를 쳐다보지도 않으면서 맹목적으로 비난하는 팬들은 한국 축구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다.
앞서 자본의 격차에 대해서 길게 설명했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보면 우리 내부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산업혁명 이후 생겨난 현대 축구에서 자본은 절대 빠질 수 없는 필수적 요소다. 축구와 뗄 수 없는 관계인 자본은 축구 인프라 발전에 있어서 분명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국 축구를 구성하고 있는 운영진과 팬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K리그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라도 운영진은 소통을 통한 융통성 있는 업무를 수행해야 하고 팬들은 스스로의 인식을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