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기장 죽성 장어거리
스태미나 음식의 대명사인 장어. 기력을 잃었을 때 원기회복을 위한 최고의 보양식품으로 손꼽히고 있지만 막상 장어의 정확한 이름마저 모르는 사람이 많다.
장어거리를 찾아가기 전에 우리가 먹는 장어의 종류부터 짚어 보자. 우리가 식용으로 먹는 장어는 크게 네 가지다. 민물장어 갯장어 붕장어 먹장어 등이 있는데, 민물장어만 빼면 나머지는 모두 바다장어에 속한다.
민물장어는 흔히 우리가 ‘뱀장어’로 부르는 것이고, 포장마차 안주로 주당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는 ‘곰장어’는 먹장어를 일컫는 말이다.
붕장어와 비슷하지만 붕장어보다 크기가 더 크고 다소 검은 빛깔을 띤 것이 갯장어다. 붕장어는 부산경남 지역에서 많이 잡히며 횟감으로 인기가 높은데 ‘아나고’라고 하면 다들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먹장어가 기장의 대변이나 온천장 주변에 먹거리 타운을 형성하고 있다면, 붕장어 타운으로는 부산 기장군 기장읍 죽성리를 꼽을 수 있다. 월전바다와 두호바다를 끼고 있는 죽성에는 30여 곳에 가까운 장어 요리집이 있다.
죽성 장어요리 타운은 바다에서 갓 잡아 온 붕장어의 싱싱한 맛과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 포인트다.
찬바람이 부는 요즘 문화횟집(721-2458)에서는 두호바다의 절경을 눈앞에 두고 장어를 맛볼 수 있다. 야외마당에 자리를 잡으면 해녀들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바다를 가까이에서 주인이 직접 잡아 온 싱싱한 고기를 먹을 수 있다.
28년째 이 곳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 집 주인은 횟집에서 내다보이는 두호바다 자신의 어장에서 매일 고기를 낚아 온다. 80년대만 하더라도 자리를 잡기 어려울 정도로 손님이 북적거렸던 곳이다.
붕장어는 구이와 회 두 가지로 즐길 수 있다. 회는 4인분에 5만원, 구이는 1㎏ 2만원으로 두세 명이 거뜬히 먹을 수 있다. 밥알처럼 작게 썰어 나오는 아나고 회는 가을이 제철이다. 농어 광어 돔 등이 푸짐한 잡어회(1㎏ 3만5천원)도 인기를 끈다.
숯불에서 굽는 장어구이는 기름기가 적어 담백하고 부드러워 술안주로 만점인데, 예부터 복분자술로 잘 알려진 산딸기주와 어울린다. 밥(1인분 1천5백원)은 따로 주문해야 하는데 얼큰한 매운탕이 함께 나온다.
죽전 일대에서 바다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운치있는 성벽을 끼고 있는 황성옛터(721-3978)는 황금빛 억새 장관을 끼고 있다. 300여 평의 넓은 공간에 드문드문 자리를 잡은 다섯 개의 방갈로에서는 보기 좋게 자라난 억새의 무성함을 눈으로 즐길 수 있다.
장어구이와 함께 인기를 끄는 조개구이와 새우구이는 아이들도 먹을 수 있는 별미요리다. 조개구이(1㎏ 2만원)는 주먹크기 만한 대합조개 여섯 마리가 나오는데 철판에서 살짝 익혀 먹으면 쫄깃쫄깃하면서도 부드럽다. 조개 자체에서 나오는 짠 맛 때문에 양념장에 찍어 먹지 않고 그냥 먹어도 충분하다. 취향에 따라 버터를 얹어 익혀 먹기도 하는데 조금씩 발라 먹으면 고소한 맛이 더해져 더욱 맛있다.
굵은 소금 위에서 구워 먹는 새우구이(1㎏ 3만원)는 소금에 익혀 손으로 껍질을 까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흔히 오도리라 불리는 보리새우 20마리를 팬에 익혀 먹는다. 식초를 넣지 않고 다시마와 멸치로 맛을 낸 이 집만의 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입 안 가득 부드러운 맛과 향이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