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제주 성산중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어느새 중학교 3학년이라는 나이가 된 지도 반 년 하고도 3개월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벌써 가을이네요. 그만큼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도 넓어지고 생각도 조금은 성숙해져 벌써 고교 진학을 생각해야 할 시기가 온 것 같습니다. 말이야 저렇게 한다지만, 최근 알게 된 제 취미가 꿈으로 이어지는 루트를 찾지 못했다면 아직도 고등학교 진학에 대해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외동으로 태어난지라 여름성경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중심이 되는 그런 아이였습니다. 모든 아이들의 모임이나 축제에서는 제가 주축이 되었고,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무조건적으로 세상의 중심이 내가 아니라는 것을 초등학교 6학년 여름방학 때 깨달았습니다.
부모님의 권유로 학교에서 열린 캠프에 가는 날들이었습니다. 거의 모든 프로그램들이 여름성경학교와 비슷했고, 그 사이에서 당연히 제가 주축이 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서부터 모든 선생님들의 신경이 저에게 오지 않는다는 걸 느꼈고, 그동안 당연시하며 느꼈던 모든 대우가 언제나 그렇지는 않다는 걸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 후 조금은 이기적이었던 아이에서 남에게 더 신경 쓰고 배려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다행히도 '언제나 이기적인 아이'가 아닌 '조금은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아이'가 되었습니다. 자기 자랑으로 들리실 수도 있지만, 이것이 제가 제 장점으로 내세울 전부입니다. 초등학교 이후로 제게 오던 시선들은 조금 성장했다는 이유로 사라져버렸고, 오히려 생각보다 힘든 나날들이 지속되었습니다. 남의 시선을 필요 이상으로 의식하는 성격이 되어버렸고, 전보다 소심해져서 제 의견을 말하지 못하고 뒤늦게 후회한 적도 많았고요. 하지만 그러면서 오히려 저보다 더 조용하고 소심한 아이들을 이해하고 배려할 줄 알게 되었고, 잘 한다고 자부합니다.
보통 남자아이들에게는 별로 없지만 여자아이들에게는 '무리'라는 것이 명확히 존재합니다. 중학교에 들어갈 때부터 걱정이 많아 입학하자마자 저와 취미가 비슷한 아이, 친구와 잘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 말이 없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다가가 친구가 되어주려 노력했습니다.
또한 1학년 때는 저희 무리 안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했고, 친하지 않은 아이와는 인사도 하지 않고 조용히 지내려 했지만, 3학년이 된 지금은 친하던 친하지 않던 상대방이 싫은 기색을 내비춰도 모르는 듯 웃으며 다가가 말을 거는 게 주특기입니다. 물론 언제나 좋아서 그러는 건 아닙니다. 상대방이 저를 싫어하는 기색을 여과 없이 받게 되면 속으로는 상처도 많이 받고 혼자 앓는 경우도 많지만,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과 같이 모든 사람들을 좋게 보려, 또한 저도 좋게 보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렇게 장점이 있는 만큼 커다란 단점도 존재합니다. 자신감이 많이 부족합니다. 거기에 '무대 공포증'이 있는 저는, 사람들이 신경 쓰지 않을 걸 알면서도 누군가를 대표해 무대에 오르거나, 온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게다가 입이 거친 편이고 게으르기도 합니다. 입이 거친 것은 상대방을 위해, 나를 위해 개선을 시도하고 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게으른 것도 개선을 시도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가끔 부모님에게 지적받기도 합니다. 또한 작은 단점들이 몇 가지 더 존재하지만, 모두 개선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저는 외동딸입니다. 그래서 어릴 적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자랐지만, 정작 한 분에게만은 필요한 만큼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고 느낍니다. 바로 제 어머니입니다. 아버지는 예전부터 친구처럼 같이 놀아주셨고, 편하신 분입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렇지 않습니다. 사모라는 직업을 맡고 계심과 동시에 학습지 선생님이라는 직종을 하나 더 가지고 계십니다. 그런 만큼 집에 계신 시간은 별로 없고, 저보다는 다른 아이들을 챙겨주기에 급급하셨습니다.
게다가 어머니 성격이 제게는 잘 표현할 줄 모르시고, 애교는 없으시고 웃음도 적으신 편인지라, 어릴 때부터 어머니는 그저 무서운 존재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러면서도 어머니께서 열심히 일해주신 덕분에 제가 이렇게나 자란 것이겠지요. 어렸을 때는 잘 몰랐지만, 커서는 저희 집의 사정이 좋지 않은 편에 속하고 있다는 것을 느껴 어머니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러한 제가 현재 제일 고민하고 있는 것은 '진학'이 아닌 '진로'입니다. 제가 자라서 하고 싶은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만은 않고 오히려 듣다 보면 비현실적인 소망이기에 더욱 그럴지도 모릅니다. 어려서는 철이 없어 그저 막연하고 쉬워보였던 것이 점차 현실에 눈뜨게 되고 '이제 곧'이라는 게 온 몸으로 확실히 느껴지니 불안하고 초조해질 수밖에 없더군요. 이러한 이유들로 요즘 들어 여러 고등학교를 제 취미나 흥미에 맞춰 틈이 날 때마다 진로 선생님이나 인터넷을 통해 자세히 찾아보곤 했습니다.
미술에 관심이 많은 저는 예술고등학교나 애니고등학교 등 미술 방면으로 여러 고등학교들을 알아봤지만 모두 조건이나 환경이 맞지 않아 아쉽게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미술 쪽에 직접적인 고등학교는 포기하고 아쉬운 마음으로 찾게 된 곳이 제주외국어고등학교인데, 어릴 적부터 영어에 관심도 많았고 현재까지도 영어를 즐기며 성적 또한 우수한 편이기 때문에 괜찮다고 생각하여 진학을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진학할 고등학교를 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걱정하는 이유는 제 꿈이 제주외국어고등학교와 별 접점이나 관련이 없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잠시 얘기하였듯이, 저는 그림 그리기를 참 좋아합니다. 4학년 때부터 투명필름에 여러 작가님들의 그림체를 따라 그리는 것으로 시작하여 점점 저만의 그림체를 만들고 짤막한 만화를 그리며 그림 그리기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습니다. 머릿속에 끝까지 담겨 있는 것을 일일이 다 쳐내야 하는 글이랑은 달리, 제 손으로 무언가를 창작하고 만들어내며 한 컷에 제 사상을 다 담아낸다는 것이 매우 좋았습니다. 마치 백지에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느낌이랄까요. 그리고는 이런 취미를 이어가기 위해 3학년이 되어 미술 동아리에 들어가 부장으로서 현재까지 활동을 해오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던 도중, '내 장래에도 이렇게 그림을 그렸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게 되어 그것을 실천에 옮기려 하였습니다. 진로에 대해서는 '잘하고 즐기는 것을 직업으로 삼으면 행복할 수 있다'라고 배웠고 좌우명으로 삼아 살아왔던 저라, 당연히 부모님도 쉽게 납득하고 허락해주실 것이라 생각했던 거지요.
그 후 어느 날 우연히 미술 선생님께서 제게 애월고등학교 미술과 진학을 추천하셨습니다. 선생님이 제 그림 실력에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시고 추천했다고 하셔서, 날아갈 듯한 기분으로 집에 돌아가 부모님께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약간의 충돌과 부모님의 반대가 있었습니다.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과이기도 하고,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평판 또한 좋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왜 내 꿈을 막느냐'며 따졌지만, 평소에도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판단할 줄 아는 부모님이라, 결국 별 반박도 하지 못하고 그날 방에 들어가 펑펑 울었습니다. 이대로는 더 이상 그림도 못 그리는 것 아닐까, 하는 두렵고 화나는 마음에요. 그 후 애월고등학교 미술과는 포기하게 되었고, 차라리 그림에도 손을 떼자고 결심했지만 친구들이 웃으며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볼 때마다 참을 수가 없어 결국 연필을 다시 들었습니다.
그리곤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며, 이렇게 쉽게 그림을 포기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외국어고등학교에 들어가서도 그림을 배우고 그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고등학교에서 미술을 하는 사람들끼리 만화 페스티벌을 개최한다거나, 외국어고등학교에도 미술 동아리가 있다거나 해서 고등학교에서도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이러한 이유들이 모여 지금은 스페인어과 진학에 힘쓰고 있고요.
만화나 애니메이션이면 일본인데 왜 스페인어과인지 약간의 궁금증이 생기실텐데, 그 이유는 일본어는 앞으로 배워뒀을 때 쓸 상황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저도 일본어는 모양이나 발음이 예쁘기 때문에 아주 배우고 싶지만, 위 같은 상황을 보여주는 현실과 경쟁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스페인어과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제 꿈은 이러한 상황들 속에서 구체적으로 만들어졌는데요. 이왕 스페인어과 진학을 택한 김에 스페인어를 최대한 배워 그걸 이용해 외국으로 나가 미국 쪽 지역을 자유롭게 여행하며 제가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그리고, 그것들을 모아 저만의 만화를 그리는 것이 제가 현재 원하는 것입니다.
혹시 '가담항설'이라는 웹툰을 아십니까? 명언도 많고 스토리나 등장인물 구성도 탄탄한 데다, 그림체도 좋아 제가 정말 존경하여 수십 번 보고 익힌 웹툰입니다. '삶은 항상 그 자체로 우리에게 많은 걸 배우게 하잖아?', '끝까지 가보기 전까진 끝을 장담하지 말아요, 우리.', '걱정 마, 우리가 배운 모든 것이 네 길을 밝힐 테니' 같은 좋은 대사들이 만화를 보는 동안 울고 웃고 감동하게 만드는데, 제가 만들고 싶은 만화가 바로 저런 것입니다. 모든 연령층의 사람들이 보고 공감하고 감동하게 만드는 만화를 한 번쯤은 꼭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현재는 그림의 비율이나 내용을 생각하는 능력이 부족해 저런 만화를 그리기엔 역부족이지만요. 더 넓은 세계로 한 발짝 더 나아가 생각의 깊이와 시야를 더하면 분명 가담항설 같은 좋은 작품이 나오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저것이 제가 이번 꿈마실 캠프에 지원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고요. 저희 집안 사정으로는 해외여행이라는 것은 그림의 떡일 뿐이었는데, 좋은 기회를 얻게 되어 최선을 다해 여행을 갔다 돌아왔을 때 절대 후회하지 않는 추억이 되도록 할 생각입니다. 그저 해외여행이라는 생각만 하고 가서 놀고 오지 않고, 하나하나 다 눈과 머리에 담아 제 만화로, 또는 미국에서 발견한 재능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도 생각해올 계획입니다. 또한 사진기를 가져가 사진을 찍어 돌아와 그림 재료에도 충분히 활용할 생각이고요. 보통 남는 건 사진이란 말들을 많이 하잖아요? 꿈마실 여행을 통해 남는 것이 후회가 아닌 좋은 추억과 만족뿐인 미래를 기대하며 지금은 열심히 고등학교 진학에 필요한 자료 준비와 그림 연습을 하는 중입니다.
이렇게 이것저것 저에 대해 풀어놓았으니 이제 저희 교회를 조금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저희 교회는 성산읍 고성리에 위치해 있으며, '성산포순복음교회'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버지께서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교회가 되기 원하는 마음을 가지고 "드림과 나눔을 정직하게 실천하자"는 표어 아래 2004년 2월 9일에 창립하셔서 이제는 만 13년이 되었습니다.
개척한 지는 오래 되었지만 현재 5가정에 6명의 청장년 성도와 중학생 5명, 유년주일학교 3명이 출석하고 있습니다. 일 년에 한두 가정 전도가 되면 한두 가정이 다시 제주시나 육지로 나가는 일이 반복되는 상황이어서 어려움이 있지만, 이제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하고 소금과 빛으로 살아가는 주님의 일꾼이 되도록 섬기는 것을 하나님께서 저희 교회에 주신 사명으로 생각하고 부모님을 도와 열심히 기도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저러니만큼 이번 여행에 기대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제가 가서 배울 수 있는 것이 많았으면 하는 소망도 있고요. 그러기 위해서는 여행 전에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겠지요. 저희가 미국에 갈 준비를 할 때쯤이면, 저와 동갑인 친구들은 원하는 고등학교에 진학해 있기를, 선후배들은 좋은 성적을 받아 다 같이 웃으며 여행을 다녀올 수 있기를 소원합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90303F5A41C8C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