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결한 선이지만 이러한 선의 조합이 오히려 감각적이며 리드미컬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집. 그중 하나가 밋밋한 벽에 붙인 몰딩이다. 또 하나는 사선으로 붙인 각기 다른 색상의 벽지. 마지막은 바로 조명이다. 빛이 닿지 않아 데드 스페이스가 될 수 있는 복도에 조명 업체 린노의 LED 라인 조명을 설치한 것. 움직임을 인식해 스스로 불이 켜지고 꺼지는 최첨단 조명으로 길게 이어지는 복도의 천장을 따라 설치됐다. 공간을 밝히는 기능과 조명으로 만든 ‘선’의 미학을 들인 것. 그리고 거실 천장에도 특별한 조명을 설치했다. 역시 린노의 LED 조명인데 하얀 빛부터 노란 빛, 붉은 빛, 초록 빛, 파란 빛 등 총 1600만 가지 색상의 빛을 설정할 수 있어 단순히 공간을 밝히는 조명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색을 입힐 수 있도록 한 것. 바닥에는 천연 우드 마루를 깔았다. “이전 집은 세 들어 산 집이라 맘껏 꾸미지를 못했어요. 필름을 덧댄 강화마루였는데 걸을 때 발에 닿는 촉감이 그리 좋지 않았어요. 저벅저벅 밟히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이번 집에는 이건마루의 천연 우드 마루인 카라(Cara)를 시도했어요. 포근하고 따듯한 느낌이 좋아 맨발로 다녀요.” 그리고 거실의 TV 맞은편으로 미니 서재 공간을 꾸몄다. “거실이 TV를 보는 공간에 국한되지 않고 아이들과 함께 책을 보거나 그림 공부도 하고 싶었어요. 어른과 아이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요.” 거실 발코니에는 폴딩 도어를 설치해 추울 땐 닫고, 따뜻할 땐 열어 확장된 공간으로 연출할 수 있다.
워킹맘과 아이들의 소통 창구, 현관
현관과 복도 사이에는 하부에 레일을 설치하지 않아 청소가 용이하고 큰 짐을 들일 때 활짝 열 수 있는 양개형 문을 설치했다. 삽입 유리로 ‘워터 큐브’를 썼는데 은은하게 자연 채광은 들이면서 외부인이 왔을 때 집 안 풍경은 잘 보이지 않는 장점이 있다. 양개형 문 옆에는 새벽에 출근하느라 두 아이의 아침을 챙길 수 없는 엄마 윤재희가 출근 전 아이들의 하루 일과표를 점검하거나 메모를 남길 수 있는 타공판과 화이트보드를 설치했다. 준비물이나 간단한 외출 용품을 걸어둘 수 있도록 벽걸이 후크도 달았다.
수면 패턴이 다른 부부를 읽은 침실
회색과 블루 색상의 벽지를 바르고 침대와 협탁만을 둔 부부 침실. 숙면을 위해선 차분한 무드 조성과 최소한의 가구 배치의 중요성을 알기에 한 선택이다. 그중 이곳의 가장 큰 포인트는 김일중, 윤재희 부부가 얼마나 서로를 살뜰하게 배려하는지 읽을 수 있는 ‘포켓 슬라이딩 도어’다. 매일 아침 6시 뉴스를 진행하고 있는 윤재희 아나운서는 늘 새벽 4시부터 출근 준비를 하는데, 부부 침실에 붙어 있는 화장실과 드레스 룸에서 새어나가는 빛이 남편의 수면에 방해될까 염려가 되었다. 이를 읽은 꾸밈 by의 오소영 팀장이 시도한 게 포켓 슬라이딩 도어. 일반적인 여닫이문이 아닌 슬라이딩 도어가 스르륵 열리고 닫혀 소음이 덜하다. 겉에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컬러 테라피 효과가 있는 네이비 색상의 페인트를 칠했다. 삽입 유리는 현관 중문과 같이 투명도가 낮고 어른거리는 실루엣만 보이는 워터 큐브를 썼다. 마지막으로 포켓 슬라이딩 도어 뒤로 덧단 두꺼운 커튼으로 완벽하게 빛을 차단하도록 했다.
동선을 생각한 ㄷ자형 주방
조리대, 개수대, 아일랜드가 ㄷ자형으로 연결된 주방. 재료 손질부터 조리, 설거지를 하는 동안의 동선을 줄여 요리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2명이 함께 요리하기에도 좋은 구조다. 주방 가구로는 톤다운된 그레이 색상을 선택해 절제된 세련미를 연출했다. 주방 가구의 상판과 벽면에는 천연석에 가까운 자연스러운 색상에 우수한 방수성을 가진 프리미엄 인조 대리석으로 마감했다. 그 맞은편에 6인용 원목 식탁을 두고 벽에는 앨리스 달튼 브라운의 청명한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작품 ‘Long Golden Day’를 걸었다. 가족 식사는 물론 손님 초대와 부부만의 오붓한 와인 타임을 가질 수 있는 장소다.
아이들의 놀이터, 베란다
“전에 살던 집은 겨울에 너무 추워서 창호마다 비닐을 붙였었어요. 바깥 풍경을 볼 수가 없었죠. 지금 집은 비교적 넓은 데다 다시는 그렇게 추위에 벌벌 떨고 싶지 않아 발코니 확장은 생각지 않았어요.” 또 창호를 모두 교체하는 대신 외부 창호는 화이트 필름으로 래핑하고 내부 창호만 교체했다. 거실과 베란다 사이에 폴딩 도어를 설치해 따뜻한 날엔 문을 열어 공간을 개방하고 추운 날에는 문을 닫아 단열을 챙길 수 있도록 했다. 또 기존 베란다의 높이를 부부 침실과 거실, 아이 방, 공부방의 바닥 높이에 맞춰 맨발로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했다. 아이들에게는 제2의 놀이터가 된 베란다에는 타일을 깔아 그림도 그리고 놀이도 할 수 있다.
기획 : 이경현 기자 | 사진 : 김덕창 | 디자인과 시공 : 오소영(꾸밈 by, 02-324-3535, www.ccum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