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일식맛집] 구남동 ＜갓포제호＞사시미 '최고음식을 하는 일식요리주점', 순차적으로 제공되는 일식요리에 숨은 한국맛

[연경]

<갓포제호>
제주는 일식의 영향이 짙은 곳이다. 생선이 많이 나서, 일본이 가까워서, 섬이어서, 다른 먹을 것이 많지 않아서이다. 물회나 막회는 우리음식이지만 특히 숙성회는 일본식 회이다. 수족관이 없는 숙성회, 일본 선술집 이자카야, 아니 갓포 스타일이지만, 요리와 상차림은 일식의 환골탈태, 우리식 생선요리다. 청출어람일까.

1.식당얼개
상호 : 갓포제호
주소 : 제주도 제주시 구남동6길 23 1층(이도이동 2014-1)
전화 : 064-723-3678
주요음식 : 일식, 생선요리

2. 먹은날 : 2022.5.6.저녁
먹은음식 : 사시미 1인 4만원

3. 맛보기
흠잡을 데 없는 음식과 차림과 응대, 다시 오고 싶은 집이다. 누가 해도 이보다 잘할 수는 없다 싶을 정도로 만족감 든다. 화려하고 정교한 음식의 틈새로 언뜻언뜻 비치는 한식의 분위기가 식탁을 더 풍성하고 고급스럽게 만든다.

연근과 생선뼈튀김. 안주 겸 전채요리다.

성게알

호박죽. 계란도 넣은 듯하다. 달근하고 부드럽다.

민어, 참치, 각재기(전갱이), 전복 등등 다양한 생선의 다양한 부위가 화려하고 풍성하게 올라왔다.

전복마저도 깔끔하게 다듬은 손길이 느껴진다. 깔끔하고 단아하면서도 우아한 차림이 절로 식욕을 돋군다. 아울러 먹는 사람을 귀족으로 만들어준다. 이런 음식, 누가 받아봤을까. 일본에서도 먹기 힘든 음식이다. 오히려 일본사람도 회를 푸지게 맛있게 먹으려면 한국에 와야 한단다. 아마 이런 상차림, 이런 가격, 믿지 못할 거다.

결국 간장에 밥 비벼먹는 일식, 장어덮밥을 시켜도 두어점 먹으면 없어서 남은 밥은 간장에 비벼야 한다. 그것도 하얀 쌀밥, 일본 여행이 주저된는 이유, 첫째는 아무래도 음식이다. 일본인은 거꾸로 음식 때문에 한국에 온다. 일식의 영향을 받은 제주의 음식이 거꾸로 일본 관광객을 불러 청출어람을 보여줄 듯하다.

복어튀김탕수. 복어로 이런 요리도 하는구나 싶다. 외피 소스에서는 살짝 단맛이 나지만 복어 튀김 자체가 신선하고 살로 튀겨 참으로 진미이다.

탕수는 보통 탕수육처럼 튀겨서 달근한 소스로 무쳐낸 것을 말한다. 중국은 탕수리지가 있으나, 그외는 찾기 쉽지 않다. 오히려 한국에서 최근에 다양하게 발전시키는 요리 형식으로 보이는데 이 음식도 한국의 최근 경향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민어구이. 생각보다 고소한 맛은 나지 않는다

도미맑은탕, 두부, 쑥갓, 양파 등등에 고춧가루를 풀지 않은 맑은 맛이 아주 좋다.

4. 먹은 후 : 상호 '갓포제호' - 할팽(割烹)+제호(醍醐)

1.갓포[할팽(割烹)]

갓포제호는 갓포 + 제호의 합성어이다. 갓포는 할팽(割烹)의 일본어 かっぽう다. 발음대로 하면 갓뽀가 더 맞을 거 같다.

할팽(割烹)은 한중일 다 쓰는 어휘다. 우리 국어사전에는 ‘베고 삶는다는 뜻으로, 음식을 만듦을 이르는 말’, 한자사전에는 ‘고기를 썰어서 삶는다는 뜻으로 고기를 삶아서 요리함, 또는 그 음식’이라고 되어 있다. 서유구의 <임원경제지> 권5에서도 ‘할팽지류(割烹之類)’라 하여 가르거나 삶아서 조리한 고기 음식을 지칭한다. 그러나 지금은 요리를 뜻하는 말로 사용되는 일이 거의 없다.

중국어 割烹[gēpēng]은 조리를 일컫는다. <맹자>에는 萬章이 다음과 같이 묻는 구절이 나온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이윤은 고기 요리 솜씨로써 탕임금에게 자기를 써달라고 요구했다.’ 고 하는데,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人有言; ‘伊尹°以割烹要湯.’ 有諸?”) 割烹이 요리의 의미로 쓰인 것이 오래 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보편적으로 쓰이지 않고, 1. 做饭 2.做菜 3. 饭菜 및 烹調 등이 많이 쓰인다.

割烹은 한중에서 동일하게 고기를 잘라서 삶는 요리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다가 최근에는 별로 쓰이지 않는 것이 비슷하다. 그러나 이것이 일본으로 들어가면서 의미의 변화를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사전에는 다음과 같이 되어 있다. かっぽう割烹 1.(고기를 자르고 삶는다는 뜻에서) 음식의 조리2.일본 요리를 제공하는 요리 집3.대개 일본 요리를 말하다

정리하면 ‘1.음식의 조리 2. 일본 요리집 3. 일본요리’이다. 1은 한중일이 같다. 2와 3은 일본에서 새로 생성된 의미이다. 생선을 주재료로 하는 일본요리를 가리키고, 거기다 일식집으로 변했으니 상당한 의미 전성(轉成)이 일어난 것이다. ‘割烹’ 자체에는 일본요리의 모습이 거의 없는데, ‘칼을 써서 벤다’는 말에 집중하여 의미 전성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한중일 요리를 각각 손ㆍ불ㆍ칼의 요리라 하는 것과 상통하는 전성이다. 한중에서는 육류를 벤다는 의미로 쓰였으나, 일본에서는 육류는 빠지고 벤다는 의미만 남아 일본요리를 지칭하는 말로 의미가 확장된 것이다.

이것이 일본요리집을 가리키는 2차 확장이 일어나자, 기존 어휘들과 서열을 정리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 이자카야와 로바다야키가 그런 대상이었다. 이자카야[いざかや 居酒屋]는 선술집이나 대폿집을 말한다. 비교적 저렴한 술집으로, 대개 자리가 좁아 얼른 먹고 일어서야 한다. 식탁이 따로 없이 요리사와 마주보고 앉아 먹는 집도 있다. 서서 먹는 선술집 정도는 아니나 오래 먹는 집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한국에서도 이자카야가 성업중이다.

로바다야끼[ろばたやき 炉端焼]는 화로에 구워먹는 요리를 하는 집이다. 갓뽀는 이 두 종류의 식당보다 보다 고급스럽고 격조 있는 요리집이자 주점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갓뽀가 한중에서 품격있는 말로 쓰인 족보있는 이름이므로 고급 요리주점으로 쓰이는 것이 당연하다 할 것인가?

갓포요리[かっぽうりょうり割烹料理]의 사전적 의미는 1.‘(일식) 요리 2. 요리되는 대로 한 가지씩 차례로 내놓는 요리’이다. 일본요리 전체를 가리키기도 하지만, 순차적으로 나오는 요리를 말하는 것이다.

‘갓포제호’는 이 갓뽀를 수입한 것이다. 요리 서빙도 순차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갓포제호’는 고급 일식요리주점 제호라는 말이 된다. 즉 제호요리주점인 것이다. 갓포는 전국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어차피 들어온 일식이니 이처럼 세분화되어 들어오는 것도 한국 요리의 발달과 선택지 확장을 위해 좋은 일일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일본의 갓포에 가서 먹어보고 이곳 갓포의 음식과 비교해 볼 일이다.

이제 ‘제호’가 무슨 말인지 볼 차례다.

2. 제호(醍醐)

醍醐는 우유에 갈분을 타서 미음같이 쑨 죽을 말한다. 제호는 제호상미(醍醐上味)의 준말이다. 제호상미(醍醐上味)는 음식점 현판 글씨이기도 하다. 상미(上味)는 최고의 맛이다. 우유를 정제하면 우유[乳]·락(酪)·생수(生酥)·숙수(熟酥)·제호(醍醐)의 5가지 단계의 제품이 나온다. 낙(酪)은 요거트, 생수(生酥)는 버터, 숙수(熟酥)는 치즈이다. 제호는 순백의 맛으로 오미 중 최상의 맛을 낸다. 산스크리트어로는 maṇḍa라고 한다.

제호는 죽이라고도 하고, 차의 일종으로 추측하기도 한다. 우리 제호탕(醍醐湯)을 바로 이 제호 음식으로 보기도 한다. 제호탕은 푸른 매실을 말린 오매(烏梅)와 사인(砂仁), 백단(白檀), 초과(草果) 등의 가루를 꿀에 버무려 두었다가 끓인 것을 냉수에 타서 먹는 청량음료이다. 궁중에서 마시는 이 귀한 음료를 단오에는 임금이 기로소(耆老所: 조선 시대에, 70세가 넘는 정이품 이상의 문관들을 예우하기 위하여 설치한 기구)에 하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제호탕과 제호는 완전 별개의 음식이다. 제호는 우유에서 추출한 최고 수준의 정제음식인데, 제호탕에는 우유 관련된 재료가 하나도 없고, 위의 재료로는 우유 관련 맛도 나지 않는다.

조선시대의 제호탕은 최고의 음식, 최고의 음료라는 의미에서 쓰인 이름이지, 제호 자체를 가리키는 명칭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제호는 불교에서 비교할 수 없이 좋은 맛, 곧 가장 숭고한 부처의 경지를 의미하는 말로 쓰인다. “『대반열반경』 제10권 「여래성품」에는 “성문은 우유(乳)와 같고 연각은 낙(酪)과 같으며 보살은 생수나 숙수와 같고 제불세존은 제호와 같다”고 비유하였다.“ 석가가 우유를 마시고 성불한 것과 관련이 있을 것 같다.

제호의 나라별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국어사전은 ‘우유에 갈분을 타서 쑨 죽’이다. 중국어사전은 ‘醍醐 [tíhú] 1.제호 2.우유에서 정제한 최상의 음료 3. 최상의 정법, 최고의 불법(佛法)’이다. 일본어 사전은 ‘だいご 醍醐 1.제호 2.5가지 맛 중 5번째 3.우유를 정제하여 얻어지는 가장 맛있는 것 4.황금색을 띤 기름과 같은 상태의 것이라고도 한다 5.불교의 최고의 진리에 비유한다’다. 또 제호미[だいごみ 醍醐味]는 ‘1. 제호의 맛 2. 묘미3 . (천태종에서) 최고의 가르침 4. 참맛’이라 하였다.

일본에서 일상어로서는 더 분화되고 심화된 의미로 확장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상 사전적 의미로도 제호는 최상의 맛으로 구체적으로는 죽류를 의미하고, 최고의 불법을 의미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종합하면 ‘갓포제호’는 ‘최고의 음식을 하는 일식요리주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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