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봄가든>
1. 식당얼개
상호 : 늘봄가든
주소 : 경남 함양군 함양읍 필봉산길 65
전화 : 055-963-7722
주요음식 : 오곡밥
2. 먹은날 : 2022.12.1.저녁
먹은음식 : 오곡밥 16,000원
3. 맛보기
우선 밥이 소담스럽다. 밥을 먹는다는 끼니의 대명사는 '밥'이다. 밥심으로 살고, 밥먹고 헛소리하지 말라고 하는 밥은 음식의 대명사다. 대명사인 밥에 초점을 맞춘 음식이다. 오곡밥은 오곡을 함께 하는 밥을 말하지, 오곡을 따로 하는 밥을 말하진 않는다. 여기서는 오곡을 각각 지어 무기재같은 플레이팅을 했다. '오곡'이 이중으로 '밥'의 통념을 깬다. 거기다 밥을 메뉴 이름으로 음식 이름의 통념도 깬다. 음식과 메뉴의 혁신이 한꺼번에 이루어진다.
하지만 아무리 밥을 중심으로 했다는 오곡밥이라도 밥만으로는 밥을 못 먹는다. 밥과 찬으로 구성되는 한식의 특성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밥만 맛있어서는 상차림이 온전하기 어렵다. 찬도 먹을 만해야 한다. 밥에 공력을 들인 만큼 찬에도 공력을 들여야 제대로 된 밥상이 된다.
밥만큼 온전한 밥상인가. 오곡밥만큼 화려한 밥상인가? 그렇게 물어도 자신있게 그렇다고 답할 수 있는 밥상을 내온다. 가격에 견주면 대답에 더 힘이 들어간다. 이 가격에 이런 밥상 가능한가. 놀라운 밥상, 충실한 밥상, 기대 이상의 밥상을 받는다.
함평이라는 시골에서 밥의 통념을 깨서 더 신뢰가 가고, 또 한편으로는 공감이 된다. 그래, 이런 시골에서 밥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돼. 밥의 혁신이 밥의 생산지인 농촌에서 일어나니 자기 혁신이 되므로 보기에 부담이 없고, 절로 응원하는 마음까지 인다. 우리를 먹여주는 농촌에서 더 잘 먹여줄 모양이다, 기대까지 하게 된다. 기대하고 응원할 만한 밥상을 차려줘 고맙다는 생각마저 든다.
오곡밥. 오늘의 주인공이다. 보리밥을 내세우는 경우는 있어도 오곡밥을 메뉴이름으로 삼은 경우는 못 봤다. 보리밥도 그 자체가 메뉴이름으로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오곡밥은 이미 인기를 얻어 이 지역 유명 음식이 된 듯하다.
오곡밥의 색깔은 기본적으로 흑백홍황청의 오방색을 거의 갖추고 있다. 흰밥, 수수밥(홍), 조밥(황), 콩(흑) 팥 등이 청색만 부족한 오방색이다. 녹두를 더하면 오방색을 갖출 수 있을 텐데 조금 아쉽다. 쌀밥, 수수밥, 조밥, 찰밥이 모여 있다. 모두 윤이 자르르 나고, 맛도 자르르하다. 모양이 귀물같아 밥상의 격도 높인다.
게다가 밥에서부터 입맛이 동하니 밥을 주인공으로 삼을만하다, 싶다.
홍어삼합. 돼지고기수육만 더하고 김치는 따로 한 데다 익지 않은 것이니 삼합이라 하기는 무리인가. 더구나 새우젓과 초장이 놓여 삼합이라고 하기는 여러 모로 결함이 있는 것도 같다. 그러나 수육과 홍어 맛만은 일품이어서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홍어는 살짝 삭았다. 많이 삭힌 홍어에 익숙한 사람이 이 동네에는 많지 않으리라. 하지만 이 정도 삭은 맛만으로도 홍어 제맛을 충분히 떠올릴 수 있다.
돼지고기 또한 부드럽고 풍성한 맛이 난다. 조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선한 내음이 풍기는 수육, 살과 비게가 고루 있어 맛도 향도 좋은 수육이 홍어와 같이 하면 등급이 더 오른다. 성의 있는 음식이다.
더덕구이. 고급의 음식이다. 하지만 단맛은 좀 감하면 어떨까.
상추초간장절임. 간장절임은 아마 이 지역의 특색인 듯하다. 간단한 조리 음식이 상큼한 맛으로 입을 사로잡는다. 양파와 고추로 상큼함을 더했다.
이 지역에서는 물많은 식재료도 이렇게 조리한다. 여기서는 상추인데, 다른 집에서는 오이도 만난다. 음식의 지평이 넓어진다.
무나물. 딱 한가지 실망스러운 찬이 바로 이것, 무맛도 양념맛도 없이 맹맹하다.
왼쪽 취나물, 오른쪽 미나리무침. 둘 다 좋다. 취나물은 여린잎에 맛있는 된장 양념이어서 식감이 최고다. 미나리무침은 김과 함께 무친 것이 눈에 띈다. 이것도 이곳 특색인 듯하다. 다른 식당에서는 상추와 김을 함께 무쳤다. 미나리와의 조합이 더 편안해 보인다. 미나리도 김도 맛이 더 살아난다.
배추김치. 젓갈맛이 거의 나지 않는 전형적인 경상도 김치다. 양념보다 주재료 배추를 앞세우는 김치, 배추 맛이 여전히 양념을 압도하는 김치, 호불호가 엇갈릴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김치, 저런 김치 다 좋다. 다 제각각의 강점으로 즐기면 된다. 진한 양념 부담스러운 사람은 이 김치가 더 편할 수 있다.
돼지고기쌈밥집에 가면 돼지고기 편육에 절인 배추와 양념을 내어 놓는다. 그 배추에 양념을 절였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나 더 곱고 고르게 말이다. 김치를 즐기는 여러 방법에 또 하나를 더하며 김치 취향을 다양화하면 충분히 맛있는 김치로 먹을 수 있다.
청국장. 일본식 상차림이다. 청국장이 원재료 자체가 온전한 찬이 되어 식탁에 올랐으니 말이다. 낫또라고 불리지도 않고 그대로 청국장으로 불리면서 말이다. 그러나 약간의 가미는 한 거 같다. 실같이 늘어지는 청국장의 발효 흔적이 나타나지 않으니 말이다. 된장으로 생각하고 먹으면, 특히 고기와 쌈을 하면 된장과 다른 풍미를 즐길 수 있어 좋다.
불고기. 고전적인 맛이다 .
된장찌개. 살짝 청국장 내음도 난다. 찌개라기보다 국처럼 엷게 끓여 국물을 훌훌 마시니 좋다. 된장국과 같은 찌개, 두부도 부드럽고 고소하다.
4. 먹은 후
식전 식후에 상림을 구경하자. 아마도 최치원이 와서도 맛에 동의했을 오곡밥을 먹고서 말이다.
함화루
사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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