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결혼하면 시집을 간다. 여자가 시집을 가는 것은 그동안의 익숙함과 헤어짐을 의미한다. 행복을 위해 마음 한편에 상실을 묻는 것이다. 딸을 보내는 아버지의 눈물은 항상 동정을 받아 마땅하다. 새로운 만남을 위해 가슴 아픈 헤어짐을 견디어 내야 하기 때문이다. 딸은 시집을 가면 새로운 출발을 하지만 살아가면서 집안의 주인이 되어 간다. 그것은 여자는 생명을 품는 축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단한 삶을 사는 자오족 여인은 어린 나이에 시집을 가서 가정을 이룬다. 그 딸은 자녀를 낳고 그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살아간다. 그녀에게 떠나온 친정은 항상 마음속 상실의 근원이고 끝가지 나를 지켜줄 마지막 보루이다. 떠나온 친정 엄마의 고생을 생각하면 좀처럼 손을 벌리고 싶지 않다. 그러나 그녀는 자식의 결혼을 위해 자존심과도 같은 친정에 어렵사리 도움을 청하지만 친정 엄마는 형편이 어렵다고 단호히 말한다. 자존심을 지키고 싶었던 엄마나 도움을 줄 수 없는 두 엄마는 모두 가슴이 아프다.
세계화의 물결 앞에서 휩쓸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피곤한 하루하루를 이어가는 자오족 여인의 모습이 우리와는 많이 달라 보인다. 그럼 우리는 과연 주도적인 삶을 살고 있는가? 오토바이를 타고 머리를 휘날리며 지나는 어린 여자 아이는 인생의 굴레가 어는 방향으로 굴러 가는지 알 수 있을까. 봄날에 꽃잎이 흩날릴 때 그 향기에 취해서 어떤 희생을 강요하는 선택을 할지도 모른다.
첫댓글 베트남의 자오족이나 중국의 야오족 사이에서는 여서문자라고 해서 여성들끼리 전해지는 문자도 있다고 하던데 참 흥미롭네요.
덕분에 자오족에 대해서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아버지의 마음이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