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자니 익스프레스’ 는 애니메이션 세계관의 우주 최고 택배 회사와의 동명의 제목을 가지고 있다. 이 자니 익스프레스 회사의 직원은 아주 작은 택배를 배달하게 되고, 그 과정 중 부주의함과 무관심적인 행동들로 하나의 행성을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애니메이션의 첫 부분에 정장을 입은 남성과 직원이 택배회사를 배경으로 트로피를 들고 찍은 사진이 있다.
그 사진은 2150년, 우수사원상을 받은 모습이다. 하지만 그 바로 뒤 장면엔 대비되는 모습으로 널브러진 물건들로 더러워진 바닥, 그 사이에 엎어져 누워있는 직원이 보인다. 그는 사진과는 정반대의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다.
또한 능동적인 태도의 모습으로 임하는 것이 아닌 자동화된 시스템에 몸을 맡겨 행동하고, 심지어는 택배 배달을 완수하지 못했음에도 성공하였다는 거짓된 보고를 올리기까지 하는 모습이다. 나는 이것이 현대사회의 쳇바퀴가 되어 자의와 도덕성을 잃고 기계적으로 행동하는 사회인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사건이 일어난 당일 날 택배소포를 보면 날짜가 보인다.
07/26/04 라고 기재되어있는데, 소포의 송장이 모두 영어로 이루어진 점을 미루어 보았을 때 미국의 날짜 표기법을 따르면 7월 26일 04년이다. 우수사원상을 받은 2150년 후로 지난, 최소 54년 이상의 시간이 흐른 시점이다. 54년, 혹은 그 이상의 기간동안 직원의 초심은 서서히 옅어져 결국 흑빛이 되었을 것이다. 그의 얼굴 묘사도 그렇다.
처음 사진엔 맑은 눈을 가진 채로 있었지만 애니메이션에서 비추어지는 그의 눈은 반쯤 감겨 있는 모습이다.
직원의 처음은 이렇지 않았을 것이다. 누구보다 성실했고 생기있는 모습으로 일에 진지하게 임했을 것이다. 우수사원상을 받았을 정도로.
다만 시간이 흐르면서 직원은 비행선을 치울만큼의 여력이 되지 않을 정도로 삶에 지쳤고,, 결국 자동화 시스템에 몸을 맡겨 기계처럼 행동하기를 택하게 되었을 것이다.
나는 이런 점이 지금의 현대사회를 비판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처음엔 모두가 사회초년생으로 뛰어들어 열정적으로 살아간다. 하지만 결국 매일같이 굴러가는 사회의 도구가 되어 회색빛이 되버린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이 애니메이션을 보면 객관적으로 잔인한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생명체들은 발걸음마다 깔려죽고 이를 피하려 소리지르며 도망치는 사람들, 그로인해 아비규환이 된 도시. 하지만 우리는 이 장면들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는가? 나오는 장면 자체로는 무엇보다 잔인하고 자극적인 장면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우리는 그 자극성에 비해 무덤덤하게 시청할 수 있었다. 그 이유는 표현된 생명체의 모습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직원의 경우 인간과 동일한 외형으로 묘사되었지만 피해를 입는 생명체는 인간의 모습과 전혀 달리 묘사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보라색 생명체에게 깊은 감정적 이입을 하기보다는 가벼운 감정을 가질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수위가 높은 장면 또한 큰 불편함 없이 넘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러한 애니메이션의 주가 된 직원의 행성파괴는 상위집단의 행패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택배의 크기나 행성의 모습을 보면 생각을 조금 더 해봤더라면 행성의 멸망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의도가 없던 행동이라도 그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시켰다. 이 때 보라생명체들은 그들만의 체계로 반격해보지만 전혀 타격 없이 끝이 났다. 나는 이 부분이 가장 절망스럽게 비추어보였고 하위집단에서의 최고의 노력이 상위집단에게는 미동도 없을 정도의 모습이 현재 기득권과 하위계층의 모습들 같았다. 또 이때의 연출이 시끄러운 소리의 급박한 상황과 조용한 직원의 상황을 번갈아 보여주어서 더 강조되어서 좋았다.
마지막으로 언어의 장벽이 없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이 좋았다.
직접적 대사 없이 전달되는 내용이다보니 정확한 의도를 전하기가 힘들 수 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표현방법을 애니메이션으로 택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줄글이나 긴 호흡의 영상 대신, 5분 남짓의 대사없는 비언어적 표현의 애니메이션으로 자신의 의도를 담았기에 이 애니메이션에서는 명확한 의도를 챙겨야한다기보다는 청자 각자의 생각을 가지게끔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