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를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에 기분이 붕 뜨며 말할 수 없는 평안, 희열, 자신감이 충만한 무아지경의 도취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마치 마약을 한 기분이라 해서 high 라고 하지요.
사람마다 오는 시점이 다르고 어떤 사람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다고 하고 그 강도와 지속 시간도 개인적으로 혹은 매번 다른데 저의 경우는 10 k 이상의 거리를 달릴 때 늘 있는 편입니다
마음이 평온해지고 정신이 맑아지고 삶의 복잡다단한 문제들도 하찮게 여겨지죠
달리기의 매력입니다.
몸에서 엔돌핀이 나와서 그렇다고 하죠. endorphin endo 체내 와 몰핀의 합성어입니다. 몸에서 몰핀같은 물질이 나와서 통증을 줄여주고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 것입니다 몰핀은 원래 아편(opium) 에서 추출하는데 우리 몸도 이런 물질을 만들고 우리 몸의 세포들 안에 이런 물질을 받아들이는 수용체 receptor 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runner’s high 가 엔돌핀 외에 앤도카나비노이드라는 물질로 매개된다는 사실도 발견했습니다. 엔도카나비노이드는 체내에서 나오는 대마초 성분입니다 ㅎㅎㅎ 신기하죠? 우리 몸도 대마초도 비슷한 물질을 만들고 있으니.
어쨌든 runners high 는 좋은 겁니다.
그런데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의 경험을 말씀드면
마라톤할 때 10 마일쯤 되면 이런 무아지경의 도취가 시작됩니다. ‘오늘은 좋은 날이다. 잘 달려지네. 기록을 낼 수도 있겠다. 기적이 일어나는 날이다 ’ 이런 도취된 느낌으로 무리해서 빨리 달리면 영락없이 낭패를 봅니다. 20 마일쯤 가서는 콘크리트 장벽을 느끼는 거죠.
그래서 runners high 가 찾아오면 그걸 즐기고 썰물처럼 빠져나가면 맨정신으로 달리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