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외숙모님 소개로 중학교 도덕 선생님이었던 집사람을 만나 1983년 10월 9일 한글날 만 30세에 결혼하였습니다.가장인 저 혼자 63세까지 외벌이를 했고, 세일즈엔지니어로 해외 수출 업무를 오랫동안 했습니다. 슬하에 딸 둘을 두었으며 큰 딸 호정이는 저를 많이 닮았습니다. 독립적이고 개성이 강하고 자존심이 강합니다. 대인관계가 무난하고, 성장하면서 저절로 생긴 시원하고 큰 천연 쌍꺼풀로 눈매가 매력적입니다. 운동을 좋아해 초등학교 5학년 때에는 6학년 학생들과 같이 뛴 대치초등학교 단축 마라톤 대회에서 1등을 해 주위를 놀라게 했습니다.
저는 달리기가 느린데 이상해서 물었더니 집사람이 경북여고 시절에 육상부 특기생을 제외한 일반 학생으로는 달리기 전교 1등이었다고 하네요. 큰 딸은 축구를 좋아해 축구화도 사줬지만, 체육계 진학은 저희 부부가 말려 아동교육학과를 졸업 후 푸르니 어린이집 교사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딸 둘 다 달리기를 좋아해 단축 마라톤 대회 등에 자매가 참가해 즐깁니다. 저는 달리기를 못하는데, 전 세계 마라톤 대회에 취미 삼아 참가하고 있는 지인이 마라톤 운동을 적극 권유하네요. 한강시민공원에서 딸들과 조깅을 해보니 저도 어느 정도 잘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도 듭니다.
재작년인 2017년 봄에 큰 딸을 저희로부터 독립시키기로 하고 큰 딸에게 통보했습니다. 결혼을 하던지 독립해 혼자서 살던지 양자 택일해 집에서는 나가달라고 말했습니다. 큰 딸도 이 말에 순응하고 1985년생인 자기도 32살인데 부모 집에서 더 이상은 염치가 없는 바 독립하겠다고 했습니다. 그 결과 그 해 2017년 10월에 사귀던 사람과 결혼식을 거행했습니다. 둘 다 운동을 좋아해 스쿼시 동호회에서 만난 2살 연하남과 결혼하겠다고 해 승낙했습니다. 결혼 예식은 조촐하게 결혼 당사자 친구들을 중심으로 하였습니다. 허례허식이 없고 부모 중심이 아닌 당사자 중심이라 젊고 발랄해 좋습니다. 저희 부부 역시 큰 딸이 야무지고 건전하게 인생을 출발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양 벌이하기로 정한 큰 딸네 수준에 맞춰 전세 융자금을 받아 그 가격대 전세금 시세에 맞춰 도심에서 떨어진 외각 지역의 소형 아파트에서 출발을 하였습니다.
결혼식을 거행하니 큰 딸 부부 두 사람 팔자대로 살게 되어 보기 좋았습니다. 저희 노부부 역시 팔자대로 살아 이 모양인데, 제 큰 딸 부부의 팔자는 어떨지 기대 반 걱정 반입니다. 미래의 일은 아무도 모르듯,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며 살아가는 게 우리 인생살이 아니겠습니까? 큰 딸네가 행복하게 잘 살아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갖고 그저 바라봅니다. 결혼해 새 출발하는 큰 딸네 가정이 마음 편하게 합심해 묵묵히 살아가면 좋은 일도 많이 생기지 않겠습니까? 누구를 부러워할 것도 없고 원망할 것도 없이 묵묵히 살아가길 바랍니다. 욕심을 버린 일상의 평범함 속에 행복이 있다고 봅니다. 이따금 학교 동창 모임에 나가보면 세월이 참 빠르다는 걸 실감합니다. 학창 시절의 모습에서 많이들 변했습니다. 외모만이 아니고 이야기를 해보면 생각도 사는 형편도 많이 변했습니다. 이렇게 모든 게 변화하는 것, 이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의 변화 속에서 자기의 갈 길을 묵묵히 살아 나가는 딸의 모습을 멀리서 덤덤히 그저 바라봅니다. 지난 4월 22일 아들을 순산해 저도 할아버지가 되었습니다. 할아버지로서의 책임감이 더해집니다. 저를 닮은 손주를 그저 지켜봅니다.
* 큰 딸 어린 시절 그림(4장) 바로 가기입니다.
https://blog.naver.com/m6k1kim/220859144956 - 끝 -
첫댓글 무경님 놀랍습니다. 문장이 군더더기가 없고 깔끔하며 무경님 결혼이야기 따님 이야기 끝에 인생이야기로 맺으신 것까지 구성 또한 좋네요~ 달리기와 축구를 좋아하는 큰따님 멋집니다. 이제 그만 나가 독립하라고 권한 무경님 부부의 결단도 존경스럽고요. 저도 때가 되면 그리해야겠습니다. 손주의 탄생을 축하드리며 앞으로도 변화하는 속에 늘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비키베이비님 감사합니다. 담담하게 기술하니 잘 썼다고 하시네요^^ 행복한 밤 보내세요. 네이버 블로그에서도 [음악부문 TOP] 로 선정해주고, 감사합니다!
정말 잘 쓰셨네요 가족사와 자녀에 대한 이야기가 쏙 들어왔습니다.
훌륭한 아버지세요^^~
로드남님, 첫 딸 시집 보낸 과정을 담담히 써봤어요. 편한 밤 보내시기 바랍니다^^
사랑을 다해 키운 아버지가 느껴지는 글입니다.
딸 하나만 낳아 잘 키우고
둘이서 오순도순 살라고 하신
아버지의 큰딸사랑이 생각납니다.
젊은 말씀과 달리 글에서는 무게도 느껴집니다 ~^^
박현주님, 큰 딸 시집 보낸 심정을 써봤습니다. 잘 살기를 기대하고 있고요^^ 박현주님 오늘도 행복하세요~
무경님, 글 참 잘 쓰시네요. 문장 하나하나 간결하면서도 전하고자 하는 뜻이 정확하게 전달되도록 잘 쓰셨어요. 읽으면서 무경님의 인생관에 나도 무장해제가 되네요. 현재를 멋지게 사시는 무경님, 두 따님에게 큰 가르침이 될 겁니다. 저도 날마다 내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려구요. 그것이 자식들 부담을 덜어주는 것 같아요. 부모가 사는 모습을 보고 자기들도 행복하게 살겠지요.
저보고 잘 썼다고 하시고, 네이버도 [오늘의 TOP 블로그]로 추천 해주고, 신기해요. 느나 봅니다. 편안한 밤 보내세요.
큰 따님의 '시원하고 큰 천연쌍거풀' 외모에 미소가 ~.
대통남님의 이번 글도 역시나 담백 솔직해서 마음이 훈훈해 집니다. 성실하게 삶을 사신 모습이 귀감이 됩니다. 현재 사시는 모습도 멋지세요 ~ 대통남님😁
보라빛님 반갑습니다. 솔직 담백한 글에 훈훈한 댓글 달아주셔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