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 19코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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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덕해수욕장은 특이하게도 백사장 한가운데가 튀어나와 마치 하트의 형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동서 어느 쪽에서 바람이 불어도 반대쪽 바다는 잔잔하여 카약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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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장 한가운데에 튀어나온 모래언덕에는 카페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차를 마시면서 함덕서우봉해변의 절경을 즐긴다.
나도 카페에 들어가 커피 한 잔을 시켰다. 은은한 커피향기에 바다향기가 더해진다.
나는 바다와 해수욕장을 바라보며 시간 가는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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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해수욕을 하기에는 이르고, 오늘은 공휴일도 아니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함덕해수욕장 모래사장에서
한가로움을 즐기고 있다. 함덕서우봉해변에서 한참을 머무르다가 서우봉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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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우봉 아래 모래언덕을 지나 서우봉 비탈로 오른다.
서우봉에는 함덕서우봉해변을 내려다보며 걸을 수 있도록 둘레길이 조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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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우봉 비탈을 오르다가 함덕서우봉해변을 바라보니 곱다는 말리 저절로 튀어나온다.
아름다운 바다를 발아래 두고 걷는 즐거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몇 발자국 걷고 돌아보기를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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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과 주변의 수많은 오름들도 한눈에 담긴다. 산비탈에는 계단식 밭들이 조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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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덕리와 북촌리 경계에 위치한 서우봉(111m)은 북쪽과 남쪽 2개 봉우리가 솟아있는 원추형 화산체이다.
북쪽의 낮은 화산체가 망오름, 남쪽의 높은 것이 남서모로 이 둘을 합하여 서우봉이라 부른다.
망오름은 서산망이라는 봉수대가 있었기 때문에 불리게 된 이름이고,
오름이 물소가 바다에서 올라오는 형체여서 물소 서(犀)자를 써서 서우봉(犀牛峰)이라고 했다고 한다.
제주의 대표적인 해수욕장인 함덕해수욕장 동쪽에 위치한 서우봉은 제주의 오랜 역사와 그 궤를 같이한다.
1270년대 삼별초가 탐라에 주둔하며 대몽항쟁을 벌이던 당시 이를 토벌하려는 고려의 김방경장군과
삼별초군이 격전을 벌인 곳이 이곳 서우봉이다. 조선시대에는 서산봉수가 세워졌었고, 1700년대에는
이 오름에 서산장이라는 목장을 조성해 제주도에서 한양으로 보내지는 말을 배에 싣기 전 관리하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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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우봉 해변에는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이 구축한 진지동굴이 20여 곳이 있다.
서우봉의 바닷가 절벽에 위치한 동굴진지는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이 연합군 함대를 향해
자살 폭파 공격을 하기 위해 구축된 것으로, 현재 확인된 것이 20개에 이른다.
진지동굴은 왕(王)자형 및 직선형 동굴과 벙커로 구성돼 있으며 총 연장은 340m에 달한다.
4․3사건 당시에는 함덕해수욕장의 동쪽 끝지점, 즉 오름과 마주하고 있는 진동산에서 20여 명이 학살당하기도 했다.
진동산은 모래언덕이고, 지금은 함덕해수욕장의 야영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서우봉 동쪽마을인 북촌리가 4.3사건 당시 제주도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마을임을 감안할 때
서우봉을 중심으로 동쪽과 서쪽에서 4.3 학살이 자행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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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우봉 능선을 넘으니 북촌해변이 정면으로 펼쳐진다.
구좌읍 쪽으로 여러 오름과 풍력발전기들이 드넓은 평지에 드문드문 솟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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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마을 앞에 떠 있는 작은 섬 다려도가 바다인 듯 섬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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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비탈을 이루어 만든 밭에는 막 뽑아놓은 마늘이 질서정연하게 누워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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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긋불긋한 건물들이 검은 현무암, 푸른 바다와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 모습은 자연과 인공이 만들어낸 풍경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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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리 해동마을 작은 포구를 지나 잠시 바다와 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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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우봉에 기대고 있는 밭길을 따라가니 ‘너븐숭이 4·3기념관’이 있다. 기념관에 들어서니 4·3희생자 유족분이 안내를 해준다.
이곳은 4·3사건 당시 가장 피해가 많았던 지역이라고 일러준다. 유족의 설명에 따르면 북촌리는 일제 강점기에는
항일운동가가 많았고, 해방 후에는 인민위원회를 중심으로 자치조직이 활성화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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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12월 16일 마을을 지키며 토벌대에 협조하던 민보단원 24명이 북촌리와 인접한 구좌읍 동복리 낸시빌레에서
군인들에게 집단총살을 당했다. 그리고 한 달 후인 1949년 1월 17일 이곳 너븐숭이 인근에서 군인 2명이
무장대의 습격으로 숨지자 북촌초등학교 주변 들판에서 북촌주민 3백여 명을 집단학살하는 사건이 발행했다.
한 마을에서 3백여 명의 제사를 같은 날 지낼 정도로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북촌마을주민학살사건은 4·3 중에서도 가장 비극적인 사건이다.
너븐숭이가 세상에 알려지게 된 계기는 제주 출신 작가 현기영의 소설 <순이삼촌> 때문이었다.
그는 1978년 <창작과 비평> 가을호에 북촌리의 4·3을 다룬 소설 <순이삼촌>을 발표하면서
그동안 금기시되었던 4․3사건이 세상의 한복판으로 나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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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기념관 앞쪽에는 넓은 현무암 반석이 깔려 있다.
이런 널찍한 돌판을 제주도에서는 ‘너븐숭이’라고 하는데, 당시 이곳 너븐숭이에서 가장 많은 인명이 희생되었다.
너븐숭이에는 지금도 아이들 돌무덤 몇 기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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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븐숭이 한 가운데는 작은 연못이 있어, 그 때 흘렸던 핏빛을 상징하듯 붉은 수련이 처연하게 피어있다.
너븐숭이에는 바다를 등지고 위령비와 희생자의 이름을 새긴 각명비가 세워져 우리의 가슴을 뭉클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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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븐숭이를 지나 해변으로 나아가니 일부가 남아 있는 환해장성 너머로 바닷물이 출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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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포구 앞으로 다려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다려도는 섬의 모습이 물개를 닮았다고 해서 달서도라고도 한다.
이곳 북촌리 마을 해안에서 400m 정도 거리의 앞바다에 떠 있는 무인도인 다려도는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바위섬으로, 3~4개의 독립된 작은 섬이 모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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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려도는 천연기념물 제327호인 원앙의 집단 도래지로 유명한 곳으로,
매년 12월에서 2월 사이에 적게는 수백 마리에서 많게는 수천 마리의 원앙이 찾아든다.
4·3때는 북촌리 주민들이 토벌대를 피해 배를 타고나가 임시로 숨기도 했던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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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리는 관광객으로 붐비는 함덕과는 달리 조용한 어촌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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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마을을 벗어나면서부터 올레길은 내륙으로 접어든다. 이어 북촌리 선사주거지유적을 만난다.
고두기언덕이라 부르는 작은 둔덕에 있는 이 유적은 길이가 11m에 이르는 길쭉한 바위 아래에
천장 최대 높이 2.5m, 입구에서 안쪽까지의 바닥면 너비 3m의 전형적인 바위그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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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의 일부는 평탄한 자연암반을 이용했으며 나머지는 잡석을 깔고 다듬어 비교적 고르게 하였다.
이곳 유적지에서 출토된 토기를 분석해 볼 때 신석기시대부터 청동기시대 및 초기철기시대·삼국시대에
이르기까지 주거지로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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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주거지유적에서 멀지 않은 곳에 제주 포제단이 있다.
사람과 사물에게 재해를 주는 신에게 액을 막고 복을 줄 것을 빌던 제단인 포제단은
상단과 하단 두 개의 제단이 설치돼 있다. 이곳 포제단은 근래에 복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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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선 도로변 인도를 따라 600m쯤 걷고 나서 숲길로 들어선다.
산길을 걷다가 말을 만나기도 하고, 작은 교회를 지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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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원시림 울창한 숲길을 걷는다. 제주도에는 곶자왈이라 불리는 원시림이 곳곳에 있었는데,
개발열풍을 타고 곶자왈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 안타깝다.
숲속에는 잔디축구장을 갖춘 동복리 마을운동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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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운동장을 지나 한참 숲길을 걷고 있는데 풍력발전기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근래에 만들어진 풍력발전기 12대가 열심히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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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복리 원시림을 벗어나자 드넓은 밭이 펼쳐진다.
마늘이나 양파 수확이 끝난 밭은 맨살을 드러내고,보기 드물게 메밀꽃이 피어 있는 밭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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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산봉 근처를 지나자 김녕리 마을이 내려다보인다.
4차선 동일주도로를 건너 김녕리로 내려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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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안길을 따라 걷는데 250년 된 팽나무 두 그루가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 마냥 높은 곳에 서 있다.
마을의 당산나무 역할을 하고 있는 팽나무 고목 아래 앉아 있으니 어릴 적 어머니의 품속에 안긴 것처럼 포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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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은 점차 바다로 이어지고 이내 김녕항에 닿게 된다.
윤슬이 만들어진 바다는 보석처럼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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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녕항 방파제에 서니 멀리에서 한라산이 듬직하게 서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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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에서는 묘산봉이 김녕리 마을 지붕위로 붕긋 솟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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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넓은 군청색 바다에 기대고 있는 김녕리 마을은 한없이 조용하다.
예약해 놓은 게스트하우스에 들어서니 젊은 주인이 반갑게 맞이한다.
(2017. 6. 2)
*여행쪽지
-제주올레 19코스는 조천만세동산→함덕서우봉해변→북촌포구→동복리 마을운동장→김녕서포구까지 걷는 길로 19.6km 거리에 6~7시간 정도 걸린다.
-난이도 : 중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20분 간격으로 다니는 701번 시외버스를 타고 조천체육관에서 하차한다. 40분 소요. 조천체육관 버스정류장에서 길을 건너면 만세동산이다.
-제주올레 19코스에는 함덕서우봉해변에는 많은 식당이 있고, 북촌포구 ‘북촌 방루’에서는 전복돌솥밥(15,000원), 전복뚝배기(15,000), 성게미역국(10,000원)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북촌마을을 벗어나면 김녕서포구까지는 식당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