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집중 조명하는 격월간 'biography' 창간
입력 2014. 11. 28. 14:30수정 2014. 11. 28. 14:30
첫 호 인물은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
첫 호 인물은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
(서울=연합뉴스) 김중배 기자 = 한 호에 한 인물의 삶과 철학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격월간지가 국내에서 창간됐다.
인물에 집중하는 기획 취지와 함께 광고는 완전히 배제한 편집 방식도 눈길을 끈다. 격월간 'biography'(바이오그래피) 창간호는 한국의 대표 지성으로 손꼽히는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을 다뤘다.
출간사인 '스리체어스'의 이연대(34) 편집장은 28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세상에 널리 알려진 인물들의 고착된 이미지를 해체하기 위해 낯선 기술 방식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그에 따라 고유한 잡지 형태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편집장은 "스티브 잡스의 파란만장한 삶도 단행본의 900쪽 텍스트로 풀어내면 지루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원저자나 번역가의 솜씨 부족보다는 평전이나 자서전이 지닌 형식상 한계 때문이라 생각한다"며 "고정된 텍스트와 생동하는 그래픽이 유기적으로 결합할 때 오랜 관념을 넘어 새 관념을 떠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령은 만 22세의 나이에 한국일보에 '우상의 파괴'란 선언문을 실어 김동리와 조향, 이무영 등 당대 문인들을 싸잡아 비판하는 저항성을 드러냈다. 잡지의 기획 취지와도 맞물리는 첫 인물의 선택이다.
'biography'는 1967년 김수영과 '불온논쟁'을 벌인 뒤 이어령에게 씌워진 '현실에 눈감은 지식인'이라는 평가와 그의 천재성, 또 81세의 나이에 대해 해체 작업을 시도했다.
저항성에서 출발했지만, 4·19 이후 정치화한 사람들에 실망하면서 사회 참여를 거부하게 된 사연과 천재성 이면의 지독한 독서와 메모, 정리의 습벽들, 7대의 컴퓨터와 태블릿, 킨들을 연결해 독서와 사유에 활용하는 '젊음'을 이야기한다.
잡지는 이어령을 형상화하는 이미지 구성과 사진들, 주요 활동 및 저작물, 이어령에 대한 대중의 생각, 이어령과 부인 강인숙 씨 인터뷰, 중국 지성 린위탕과의 비교 등의 내용으로 엮였다.
새누리당 김세연 의원 비서관을 지내는 등 7년간 국회의원 보좌직을 지낸 이 편집장은 지난 2012년 5월 정치권을 떠난 뒤 출판과는 별 인연이 없던 또래의 지인 3명과 함께 출판에 도전장을 냈다.
'biography'는 다음 호 인물로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 소속이었지만, 탈당한 뒤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에 몸담으며 지역주의에 도전해온 김부겸 전 의원을 조명한다.
이 편집장은 "정치색깔보다는 인간 김부겸을 조명함으로써 그에게 덧씌워진 이미지와 편견을 깨보려 한다"고 말했다.
142쪽. 1만5천원.
jbkim@yna.co.kr
.......................
Biography Magazine ISSUE . 1 : 이어령
함산김윤숭 ・ 방금 전
URL 복사 통계
본문 기타 기능
출처 Biography Magazine ISSUE . 1 : 이어령 by 샵 메이커즈
Biography Magazine ISSUE. 1 : 이어령 - 내일을 사는 우리 시대의 지성
-스리체어스 편집부
바이오그래피 매거진(BIOGRAPHY MAGAZINE) 창간호에서는 우리나라의 대표 지성이자 우리 시대의 멘토로 불리는 이어령 선생을 만났습니다. 이 선생은 평론가, 산문가, 소설가, 시인, 언론인, 교수, 행정가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며 탁월한 업적을 남겼습니다. 한국의 대표 석학, 시대의 지성, 말의 천재로 불리기도 합니다. 여든이 넘은 노학자는 아직도 하루를 분초로 쪼개어 바쁘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젊은 시절부터 이 선생은 저녁 이후는 약속을 잡지 않고 독서와 집필에 전념했습니다. 그렇게 60년을 살았습니다. 200권이 넘는 저작들은 서재에서 홀로 보낸 저녁들에 쓰였습니다. 하나의 목적을 위해 반세기 넘게 열중하는 사람을 당해 낼 방법은 얼마 없습니다. 바이오그래피 매거진은 이 선생에게 덧씌워진 천재라는 프레임을 부수고 서재에서 그가 홀로 보낸 시간들을 조명하려 노력했습니다. 애초 바라던 결과가 나왔는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적어도 서재에 앉은 그의 뒷모습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이어령 선생은 내일을 사는 사람입니다. 그에게 세상은 부재의 표상입니다. 이어령을 읽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어령
우리나라의 대표 지성, 우리 시대의 크리에이터Creator로 불린다. 평론가, 소설가, 시인, 언론인, 교수, 행정가로 활동했다. 1933년 충남 아산에서 5남 2녀의 막내로 태어났다. 서울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단국대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60년 만 26세의 나이로 서울신문 논설위원에 발탁된 이후 한국일보, 경향신문, 중앙일보, 조선일보를 거쳤다. 1967년 이화여대에 부임해 2001년 퇴임할 때까지 30여 년간 강단에 섰다. 1972년 월간 《문학사상》을 창간해 1985년까지 경영과 편집을 도맡았다.1988년 서울 올림픽 개·폐회식을 총괄 기획했고, 초대 문화부 장관, 새천년준비위원회 위원장, 한·일 월드컵 문화관광의장,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 조직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 《저항의 문학》,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장군의 수염》, 《축소지향의 일본인》, 《디지로그》, 《지성에서 영성으로》, 《생명이 자본이다》 등이 있다. 현재 중앙일보 상임 고문과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목차
IMPRESSION
이어령은 한국을 대표하는 지성이다. 이어령의 국내외 활약상을 그래픽으로 표현했다.
PREFACE
내일을 사는 사람은 오늘과 불화한다. 그에게 세상은 부재不在의 표상이다. 이어령을 읽어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
WORKS
이어령의 주요 활동과 저작물을 아홉 가지로 간추려 보았다.
TALKS AND TALES
거리로 나가 시민들을 만났다. 이어령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들었다.
PORTRAITS
이어령의 얼굴을 시기별로 담았다.
BIOGRAPHY
평론가, 작가, 언론인, 교수, 장관. 이어령은 여러 우물을 파고 다녔다. 그 우물 속을 들여다보았다.
SIMILARITY
한국에 이어령이 있다면 중국에는 린위탕이 있다. 중국의 지성 린위탕에 대해 알아보았다.
ARGUMENTS
이어령은 문학이란 이름의 장미밭을 지키는 맹수였다. 이어령의 문학 논쟁을 되짚어 보았다.
IN-DEPTH STORY (INTERVIEW / PARTNER / LIBRARY)
여든 현자는 아직 건재했다. 이어령과 그의 아내를 만나 대담했다. 만권 서적과 디지털 기기로 가득한 이어령의 서재를 둘러보았다.
STILL LIFES
이어령을 만나러 가는 길, 영인문학관과 자택 안팎의 풍경을 담았다.
SAYING
문학 인생 60년, 이어령의 명문을 모았다.
166*225mm
142페이지
15,000원
.............................
서양 문화와 한국과 중국의 한자 유교 문화권의 차이를 이름의 관습을 통해서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우리의 경우에는 절대로 아버지나 선조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못한다. 그것이 유명한 기휘라고 부르는 오랜 전통인 것이다. 이를 기휘忌諱나 피휘避諱라고 했다. 이름 부르기를 꺼리고 피한다는 뜻이다. 산 자의 이름은 ‘함자銜字’라고 하지만 죽은 자의 이름은 ‘휘諱’라 하지 않던가.
두보는 시를 짓는 평생 동안 ‘한가로울 한閑’ 자를 단 한 번도 쓰지 않았다. 그의 부친 이름이 두한杜閑이었기 때문이다. 임어당은 《생활의 발견》에서 한가로움을 사랑하는 것이 중국인의 기질이라고 했지만, 시성 두보의 시에 이 글자가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은 충격이다. 위대한 시인도 기휘 풍습은 이기지 못한 것이다.
역사가의 비조라고 일컫는 사마천은 어떤가.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써야 하는 사서인데도 역시 그의 부친 이름이 사마담司馬談이었기 때문에 인명이나 지명이나 석 자의 이름 중에 그 한자만 나오면 모두 피휘해 표기한다. 기휘학을 공부하지 않으면 사기를 온전히 읽을 수 없는 것은 그러한 이유다. 역사를 바르게 기록해야 할 그조차도 기휘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다.
관세음보살과 관음보살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세상 세世’ 자가 빠져 있다. 당나라의 태종 이세민의 이름을 피휘해 관세음에서 세상 ‘세’ 자를 생략, ‘관음’이라고 불렀던 것이다. 일본의 역사 도시 교토京都는 본래 왕이 머무는 수도를 상징하는 보통
.............................
한국인 이야기: 너 어디에서 왔니 탄생 이어령
12 여기에서 우리는 동서 문명을 가르는 잣대로 ‘직선’과 ‘곡선’의 화두를 낳는다. 임어당•은 서양과 중국의 예술을 비교한 아포리즘을 남겼다. “이 세상 살아 있는 모든 것은 곡선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죽어 있는 것은 모두가 경직된 직선이다. 자연은 항상 곡선을 탐한다. 보아라. 초승달이 그러하지 않은가. 솜 같은 구름, 꼬부랑 언덕, 굽이굽이 흐르는 냇물이 그렇지 않은가. 한편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진 것 — 마천루, 철도선로, 공장굴뚝, 모든 게 그렇듯이 언제나 직선적이고 꼿꼿이 솟아 있다. 그러나 오래 묵은 중국의 뜰은 결코 평평하고 단조롭지 않다는 점에서 자연 그대로를 닮았다. 아치형의 문, 낙타의 등과 같은 다리, 동산을 이룬 돌 정원, 이 모든 것은 자연, 그 자체 리듬의 되풀이다.”
•林語堂
13 꼬부랑 할머니 이야기는 왜 모든 것이 꼬부라져 있을까. 사람도 지팡이도 길도 고개도 강아지, 토끼, 사슴 같은 모든 짐승들, 나무와 풀까지도 왜 모두 꼬부라져 있을까. 말을 배우자마자 아이들이 듣는 이야기치고는 너무 어려운 철학적 화두라고 생각하겠지만 인공적인 문명 사회로 나가기 전 아이들은 태생적으로 직선보다 곡선에 더 친숙하다. “직선은 인간에 곡선은 신에게 속해 있다”고 한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의 명언이 떠오르지 않는가. 신이라는 말을 생명의 원천인 자연으로 바꿔놓으면 된다. 그리고 곡선의 반대의미를 부연하기 위해서는 “낙원은 직선에 의해서 파괴된다”거나 “직선의 세계는 신과 모럴이 없는 세계”라는 훈데르트 바서•의 말을 덧붙일 수도 있을 것이다.
•Antoni Placid | GaudírHundert Wasser
14 ‘직선’이란, 어떤 목적을 향해 곧게 그려진 최선의 지름길이다. ‘직선’은 자연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신이 아닌 인간에 의해서 처음으로 이 세상에 만들어졌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냥 인간이 아니라 문명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