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칠불암 주지 통광 스님이 허겁지겁 뛰어와서“스님! 큰일났습니다. 군청에서 철거반 10여 명이 와서 문수전과 해우소를 부수려고 하기에 내가 큰절에 갔다올 때까지 기다리라 해놓고 내려왔는데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라고 한다. 나는 하동군수에게 급히 전화해서 “뒤 책임은 내가 질 터이니 지금 칠불암에 보낸 철거반을 그대로 철수해 달라”고 했다. 그러고 나서 사무실에서 나오니 큰절에도 철거반이 와 있었다. “당신네들 어디서 왔소?” 하동군에서는 일부는 칠불암으로 가고 일부는 큰절로 파견했다는 것이다. 방금 내가 군수 영감에게 전화해서 철거를 보류하고 철수시키라고 했으니 그대로 돌아가라고 했다. 그들은 청와대에서 시킨 일이라 자기네도 어쩔 수 없다고 하면서 쪽대문과 목욕탕이 무허가 건물이니 철거해야 된다고 했다. 나는 시자에게 대중 운집 목탁을 치라고 했다. 운집 목탁 소리를 듣고 30여 명의 대중이 일시에 모였다. 나는 지시했다. “농기구 창고에 가서 괭이, 삽, 도끼, 낫, 몽둥이 등 모두 하나씩 들고 나와서 이 사람들을 에워싸라! 그리고 내 지시에 따라 행동해라!” 나는 이어서 말했다. “철거반 너희, 오늘 내 손에 맞아 죽을래? 살아서 돌아갈래? 대중은 내 말 들으세요. 이 자들을 죽이라고 하거든 인정사정 두지 말고 단참에 죽여서 산에 가져다 묻을 것이요. 보내라고 하면 고이 보내주시오. 철거반 여러분, 물러갈 거요? 맞아 죽을 거요?” 그러자 철거반은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보더니 살기등등함을 보고는 “네! 네! 물러가겠습니다”라고 했다. 나는 대중에게 “이 사람들 물러간다고 하니 길을 열어드려라”고 했다.
이들을 돌려보낸 뒤 나는 조계사 주지 때 잘 알고 있던 청와대 비서실 차주영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름이 아니라, 이 쌍계사 본사나 말사에 철거반이 와서 무조건 허가 없이 세운 것은 다 부수려고 하니, 내가 대통령 만날 때까지 보류해달라고 해주세요!” 내 부탁은 청와대 비서실에서 경남도지사와 하동 군수에게 하달되었다. 다음날 나는 하동 군수를 만나 보류를 부탁했더니, “청와대에서 쌍계사 본말사는 아직 보류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나는 그 길로 나와 바로 도청으로 가서 도지사를 만나 철거 보류를 요청했다고 전하니 지사 역시 청와대로부터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나는 말했다. “도지사님! 쌍계사 말사인 칠불사에 문수전을 자그마하게 허가 없이 지은 모양인데 이것을 어떻게 하면 보존할 수 있겠습니까?” 도지사는 과장과 계장을 불려서 “이미 건축되어 있는 건물을 등기해서 길이 보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라고 하면서 의논했다. 계장이 “현재 지어진 그대로 설계를 그려서 허가 신청을 올리면 그대로 허가 승인을 해주고 준공 승인을 해주면 된다”고 했다. 나는 지사에게 “그러면 내가 가서 현재 지어진 그대로 설계를 그려서 허가 신청을 올릴 터이니 지사님께서 허가 신청서에 도장만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이렇게 해서 쌍계사 본말사는 박 대통령 말기에 철거당하지 않고 사후에 허가를 얻어 하자 없이 보존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