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문 메일로 교수님께 보냈는데 이왕이면 카페에 올려서 경험을 공유하자고 하셔서 일케올려요 이건 원본이고 교수님께서 살짝 수정 보신건 첨부파일로 올려요~ 내용은 거의 같은데 단락지어주셔서 보기 더 수월할껄요^ㅡ^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올해 초 논술을 대비한 과정으로서 영화감상을 하며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다는 응용윤리학회에 대해들으며 많은 호기심을 가졌었는데 올해 1학기 때는 금요일 날 수업을 넣지 않아서 본의 아니게 한번도 가보지 못했었다. 그런데 방학이 되어 우연찮게 계절학기 수업을 마치고 학교를 나서는 도중 경화선배를 만나게 되어 처음으로 참여해보게 되었고 평소에 우리끼리는 잘 보지 않지만 그 감동을 놓치기 아까운 그런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인 것도 같아 참 좋았다. 종강날이라 그런지 평소처럼 소소하게 토론을 하지 않고 호프집에서 회식을 하게 되었는데 그 자리에서 조만간 서울에 직접 가서 연극을 본다는 소식을 접하고 놓칠세라 곧바로 신청을 했다. 그리고 이왕에 서울을 가는 김에 본전을 뽑고자(?)하는 마음으로 그 때부터 연극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자금을 모으기 시작했다.^^ 계절학기가 끝나고 며칠 후 드디어 기다리던 20일이 왔다. 계속되는 장마로 이 날도 찔끔찔끔 비가 왔고 짜증이 날 법도했지만 들떠서인지 기분이 너무 가벼웠다. 덕분에 고속버스 안에서의 약 4시간 동안 다른 사람들이 잠든 사이에도 옆에 앉은 진아랑 쉴새없이 떠들었던 것 같다.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해서 전날 친척집에 먼저 와있었던 1학년 용진이도 합류하게 되었다. 우리는 미리 진주로 돌아갈 12시 심야버스를 예매해 놓고 예정대로 각자 5시 30분까지 자유시간을 갖기로 했다. 선배들은 인사동이나 대학로에서 시간을 보낼 듯 했고 진아와 나는 계획대로(?) 동대문을 향했다. 대학로보다 한 정류장 전이라 가까웠지만 시간이 촉박하게 느껴졌다. 1시가 넘어서야 동대문에 도착했고 간단히 점심을 먹고 쇼핑몰 순회를 시작했다. 처음엔 조금 어색했지만 곧 그 곳 분위기에 적응해서 자랑스러운 사투리로 열심히 흥정을 하며 자기 것은 물론이고 선물까지 하나 둘씩 사다보니 어느샌가 둘 다 묵직하니 걷기조차 부담스러울 정도의 짐을 들고 있었다. 집합시간이 가까워 오자 쇼핑몰 밖으로 나왔고 그제서야 견딜 수 없는 갈증을 느낀 우리는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하나씩 사 마시고 지하철을 타고 대학로로 갔다. 4번 출구로 나오니 반가운 얼굴 김대군 교수님이 느긋하게 앉아계셨다. 반가운 마음도 잠시 곧 선배들과 교수님께서 우리의 묵직한 노란봉지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하셔서 슬금슬금 맨 끝에 가 얌전히 앉아있었다. 하지만 김대군 교수님은 자기가 처음 서울에서 쇼핑을 할 때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며 공감해주셔서 감동이었다.ㅠ 근처 닭갈비집에서 따끈한 저녁을 먹고 공연티켓을 예매하고 시간이 많지 않은 관계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자판기커피를 하나씩 뽑아들고 쉬었다. 혼자서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거나 막 기타를 치려는 자유로운 영혼의 사람들이 더러 보여서 좀 신기해했는데 그곳 사람들은 그런 광경에 익숙해서 아무렇지 않은 표정들이었다. 공연시간에 맞춰 학전그린 소극장으로 갔다. 처음 보는 극장인데 생각보다 좁고 무대와 객석의 거리도 너무 가까워서 조금 놀랐다. 공연이 시작되자 앞의 시커먼 막에 서울의 야경이 비쳤고 무대 위 양쪽에 록밴드 '무임승차'의 모습이 비치고 웅장한 음악이 흘렀다. 객석이 조용해지고 무대 가운데 벽인 줄 알았던 공간에서 계단이 나오며 약혼자 제비를 찾으러 온 연변처녀'선녀'가 등장했다. 전체적으로 뮤지컬은 선녀가 하룻동안 지하철 1호선과 1호선역중 하나인 청량리역, 서울역 근처 사창가를 배경으로 만나는 사람들과 부딪히는 사건들을 보여주며 관객들을 공감하게 해 웃음과 씁쓸함을 번갈아 자아내게 하는 내용이었다. 청량리 행 지하철1호선에서 천진난만한 표정의 선녀와는 대조적으로 그 곳을 거치는 사람들은 획일적인 복장으로 굳은 표정을 하고 알 수 없는 광고 같은 말들을 중얼중얼하며 차갑게 그녀를 지나친다. 게다가 그녀가 제비를 찾기 위해 독립군로로 알고 찾아간 청량리588은 사창가였다. 그 곳에서 선녀는 사창가를 감독하는 혼혈고아인 철수와 다리에 부상을 입고 열차 안에서 노래는 부르는 안경, 그리고 그를 사모하는 창녀 걸레를 만난다. 선녀의 사정을 들은 철수는 선녀가 임신한 것을 알고 안타깝게 여겨 제비를 찾아주겠다고 한다. 선녀는 철수가 시키는 대로 서울역에서 곰보할매가 운영하는 포장마차를 찾아가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보험회사 여직원과 그의 옛 남자친구, 사이비 교주, 자해 공갈범, 잡상인, 가출소녀 등 서울 보통사람들의 다양한 모습들을 마주치게 된다. 난생 처음 보는 남녀가 서로 말을 걸어볼까 하다가 결국 포기하는 등 지하철에 마주 탄 사람들끼리 무관심해보이지만 서로를 의식하는 모습이나 자기가 내려야할 역을 지나쳐 우스꽝스럽게 허둥지둥하는 모습, 공공질서를 무시한 채 시끄럽게 장난치는 아이들 등 지하철을 타는 게 생활화 되있진 않지만 모든 부분에 공감하며 실컷 웃을 수 있었다. 선녀가 도착한 포장마차에서 사창가에서 만난 적이있던 빨강바지를 다시 만나게 되는데 그녀가 제비의 이모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제비는 유명한 무용수가 아니라 건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절망한 선녀는 다시 지하철을 타고 같은 지하철을 탄 걸레가 자신의 처지를 노래하며 그녀를 위로하고는 안경을 찾아서 지하철에서 내린다. 얼마 후 급정거한 지하철에 놀란 모습의 안경이 타고 걸레의 사망소식을 알린다. 뒤이어 안경이 걸레를 죽였다고 오해한 철수가 안경을 죽이려고 하지만 안경은 처음으로 걸레에게 돈을 주며 하룻밤자자고 말하자 그녀가 웃는지 우는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지하철역에서 뛰어내렸다고 고백한다. 무대에는 어둡고 침울한 기운이 흐르고 걸레의 장례식을 치르고 난 후 각자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된 선녀와 안경은 함께 길을 떠나고 공연은 막을 내린다. 걸레는 자신이 안경과 잠으로써 그를 더럽힐 수 없다고 생각했고 안경은 지하철에서 한푼 두푼 모은 돈으로 그녀를 하룻밤 데리고 있는 것으로 사랑을 표현하려고 했다. 각박한 현실에서 서로에게 진심을 올바로 전하지 못한 채 두 사람이 사랑하는 방식은 너무 서툴었다. 서로의 마음을 제대로 알았더라면 행복하게 잘 살수도 있었을 텐데..마음껏 웃고 기분 좋았던 장면이 많았지만 이러한 결말에서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지하철에는 온갖 종류의 사람이 모이고, 그래서 더 한국사회의 그늘을 잘 보여주는 것 같다. 겉으로는 전혀 상관도 없는 사람들이지만 가식적인 껍데기를 벗기고 나면 마주치는 사람들 모두가 이어져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생전 처음 접하게 된 이 뮤지컬에서 처음엔 유명하다는 것 말고는 아무 생각이 없었지만 진지하게 뮤지컬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음악과 문학이 완벽하게 조화된다는 점에서도 너무 매력적인 것 같다. 단지, 조금 아쉬운게 있다면 대사가 너무 구어체라 그런지 또는 동시다발적으로 대사를 내뱉는 부분도 있었기 때문에 대본없이 듣기에는 조금 버거웠다는 점이다. 물론 배우들의 완벽한 표현력 덕에 내용이해에 크게 문제 되지는 않았지만 못내 아쉽긴하다. 공연을 마치고 소극장을 벗어나니 통로에 배우들과 록밴드가 일자로 서서 인사를 하고 있었다. 사인도 받고 싶고 악수도 하고 싶고 사진도 찍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괜히 쑥스러워서 얼굴도 정면으로 쳐다보지 못했다. 다음번에는 꼭..^^ 차 시간에 맞추어야 했기 때문에 우리는 대헌선배의 누나를 만나 간단히 근처 호프집에서 담소를 나누고 진주로 향했다. 3000회가 넘도록 연이어 지고 있다는 록뮤지컬 지하철1호선. 그 감동을 함께 느낄 수 있어서 이번 기회가 너무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마음 속에 남는 감동과 더불어 두 손에 남은 것도 많아 정말 알찬 하루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