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을 샀다. 가게에 들어서자 첫 눈을 끄는 갈색 우산. 갈색에 들뜨는 걸 보니 가을인가 보다. 오래전 그해 가을, 유난하게 그리웠던 색이 갈색이었다. 추운 가슴 덮어 줄, 무언가 절절하게 만드는 계절....
우중충 수상쩍은 하늘을 가려 줄 우산 하나가 친구 같으다.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온통 가난하였던 30대시절, 갈색 신사복 차림으로 나타나 호호 따스한 입김 쏘여주던 은인이 문득 떠오른다. 지금은 그저 키다리 아저씨라고만 부르고 싶은 사람. 그래서인가. 가을이면 갈색 정장에 얼비치는 기억들에 대해 추억하곤 하는데, 어제도 그랬다.추억은 종종 갈색 이미지로 온 몸을 덧입힌다. 이내, 나는 나무가 되고 싱그런 잎들 다 떨군 가을의 길목이 된다. 8월의 바다와 검푸른 파도, 칠흑 같은 밤바다의 숨길을 추억한다. 어제는 오늘의 추억. 추억의 한 페이지에서 어제도 오늘을 기다렸을까. 하루가 저 만치 가 듯 여름이 간다. 갖은 발광체들로 후덥하던 8월이 간다. 좌르르 비라도 쏟아졌으면. 톡톡 터트리는 물소리. 빗방울들의 경쾌한 음악 소리가 그윽할 것 같은, 제법 가을이다. 돌이켜보면 아름다운 사람들 많아 추억의 우산 받쳐 들고 찾아 나서고 싶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꿈꾸며 집을 나섰다. 하늘이 흐리고 빗방울 몇 개가 똑똑 떨어지기에 우산을 챙겼다. 가을이 선연한 바람으로 살갗에 부딪힌다. 계절의 전환점에서 인연의 길을 가늠질하는 나의 모습이 대견하다. 추억, 인연, 보듬는 마음이 가을 잎을 닮았다. 통쾌할 정도로 솔직하고 많이 웃어봐 더 크게 웃을 웃음으로 행복을 전염시키는 남자에게 그 누가 쓸쓸한 가을남자라 이름 붙일 수 있을까. 행복은 솔직한 힘에서 나오는 선한 가치들의 춤인가 보다. 웃음으로 세상이 범벅됐으면. 추억이 모두 감사였으면..............
Sonata for Violin & Guitar, Op2 - 파카니니의 감미로운 연주곡
첫댓글 민들레님...................ㅠㅠ......난 세상을 무심히 살아서 그런지 잘 모르겠어요.....인생을 더 살아봐야....할 것 같네요
와~~~~~~나는 이런풍경과 음악....그리고 민들레님의 마음의 글을 보노라니 행복합니다^^^
민들레님 저기 어디야요...자전거 타고 가믄 참 좋겄다...호호홍
단풍이 절정인 산으로 가고 싶어집니다. 민들레님 왜 내마음을 흔드나이까.
이제 가을이 몸 전체로 느껴지내요....민들레님!키다리 아저씨는 서방님 ?....글 속에 행복이 묻어 있군요....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