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가수행의 지름길
불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마음은 편안하십니까?
1. 마음 다스리기
오늘은 여러분들과 ‘마음’에 대하여 생각을 나누어보고자 합니다.
“마음이란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변덕스러워
지키기 어렵고 제어하기 어렵지만
마치 활 만드는 장인이 화살을 곧게 하듯이
지혜로운 이는 그것을 바르게 할 수 있다.”
『법구경』(제 33게송)에 나오는 부처님 말씀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의 마음먹기에 따라 이 세상을 얼마든지 아름답게 볼 수도 있지만,
그 반대로 지극히 절망스럽게 여길 수도 있습니다.
옛날 중국에 아주 유명한 장수가 있었는데,
어느 날 말을 타고 길을 가다가
저 멀리에 웅크리고 앉아있는 호랑이를 보았습니다.
곧바로 화살을 쏘아 명중을 시켰지요.
그런데 말을 달려가 살펴보니 그것은 호랑이가 아니라
마치 웅크리고 앉아있는 호랑이처럼 생긴 바위 덩어리였습니다.
바위에 화살이 박힌 것을 보고 스스로도 놀랐습니다.
그가 다시 말을 돌려 조금 전에 화살을 쏘았던 장소로 돌아와
이번에도 온힘을 다해 화살을 당겼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화살이 바위를 뚫지 못하고 튕겨나가고 말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여러분 각자 짐작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이 이야기처럼, 똑 같은 현상을 대하면서도
그 마음의 반응은 ‘하늘과 땅 사이의 간격’ 만큼이나 넓습니다.
흔히 8만 4천 법문이라고 하는
부처님의 가르침과 역대 조사님들이 깨달으신 내용 또한 모두
이 ‘마음 다스리기’, ‘마음공부’에 관한 것이었다고 해도
그리 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이 굳은 원을 세우고 수행을 열심히 하여 한 번 마음을 바로 세우면,
그것은 아무리 거센 폭풍우에도 흔들리거나 무너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부처님께서도 말씀하셨듯이
“단단한 바위가 바람에 끄덕도 하지 않듯이
지혜로운 이는 비난과 칭찬에 흔들리지 않게 될 것입니다.”
육조 혜능(惠能)스님께서는
“바람이 흔들리는 것도, 깃발이 흔들리는 것도 아니고
다만 우리의 마음이 흔들리는 것이다”고 하셨습니다.
진실로 지혜로운 불자는 자신을 칭찬하거나 비난하는 사람들
그 어느 쪽에도 흔들리지 않게 됩니다.
이해관계에 따라 세상의 크고 작은 일들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게 됩니다.
마음이 편안하므로 얼굴과 말도 부드러워지고
다른 이들과 갈등을 일으키지도 않습니다.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 정확해지고,
혹 잘못된 일에 대하여 준엄한 판결을 할 경우에도
그 행위자를 미워하는 일이 없습니다.
2. 재가 수행
그런데 이런 마음공부의 경지에 이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정과 친구들, 세속의 모든 것들을 버리고 출가를 해야 할까요?
출가수행이 훨씬 더 확실한 방법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러나 모든 불자들이 수행자의 길을 걸어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꼭 그래야만 하는 것도 아닙니다.
육조 혜능선사께서도
“만약 수행을 하고자 한다면 집에서도 가능하니
꼭 절에 있어야만 할 이유가 없다.”
(『壇經』 제 36절) 고 하셨습니다.
“걸음을 옮길 때, 자리에 앉거나 누워 있을 때
그리고 말을 하거나 침묵할 때, 움직이거나 고요할 때나,
흔히 말하는 대로 ‘행주좌와, 어묵동정(行住坐臥 語黙動靜)’,
우리가 살아가는 순간순간 마음의 움직임을 살피는 것이
바로 수행”이라는 말씀은 부처님 이래 역대 조사들께서 변함없이 말씀해오셨습니다.
중국의 당(唐)나라 말기에서 오대(五代)시기에 걸쳐 사셨던
현칙스님이 어느 날 대중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여러 상좌들은 모두 항상 둥근 달을 지니고 있다.
각각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의 보배를 품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달이 구름 속에 있기 때문에 비록 밝기는 하지만 비추지 않는다.”
그렇습니다. 우리 모두 둥근 달, 값을 매길 수 없는 보배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온갖 미혹을 걷어내고, 그 보배를 구름 밖으로 나오게 해
세상을 환하게 비추는 일은 각자의 몫입니다.
지난해에는, 운동을 하다 사고를 당해 사지(四肢)가 마비되었지만
스스로의 의지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훌륭한 의사가 되어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환자들의
재활을 돕고 있는 재미교포 이승복씨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해준 적이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올해에는 한국계 흑인 혼혈 청년 하인스 워드가
미식축구 슈퍼 볼(Super Ball)의 최고선수(MVP)로 뽑혀서
비슷한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희망의 씨앗을
전해주기도 하였습니다.
이 두 젊은이야말로 구름 속에 숨어 있던 둥근 달을 찾아내지 않았을까요?
역대조사님들께서 말씀하신 대로 ‘본래 면목(本來面目)’을
찾은 것이 아닐까요?
3. 마음 다스리기의 지름길 - 독경과 간경
‘구름 속에 감추어진 달’을 찾고, 자신의 본래면목을 찾는
‘마음 다스리기’에는 여러 길이 있습니다.
다양한 수행방법 중 각자의 근기에 따라 알맞은 것을 택하여
꾸준히 정진하면 틀림없이 ‘마음 다스리기’에 성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은 여러 수행방법 가운데 독경(讀經)과 간경(看經)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들을 악으로부터 보호해주고 악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그리고 안녕과 복리(福利)를 증진시키기 위해,
스님들이 경전을 독송하는 것을 귀 기울여 듣거나
스스로 간경․ 독경을 하는 것은 오래 이어져온 전통입니다.
경전의 내용을 이해하면서 듣거나 독송하는 사람들은 정신적인 안정을 얻고
‘부처님의 말씀이 진실하다’는 것을 확신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정신적인 안정은 병을 고치려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불행을 극복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도 있고 행복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고요한 명상 음악을 들으면
어머니 배속의 태아도 안정을 찾는다고 하고
심지어는 식물의 성장에도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서구(西歐)에서는 실제로 실험을 진행하여 효과를 확인하는 것을
언론을 통해서 들어 아실 것입니다.
그렇다면 경전에 담긴 진리의 가르침을 눈으로 보고, 입으로 소리 내어 읽고.
귀로 들으며 그 뜻을 가슴에 새긴다면 그 효과는 훨씬 더 클 것이 확실합니다.
마음과 육체는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정신적인 상태가 몸의 건강과 안정에 큰 영향을 줍니다.
그러므로 정신을 집중하고 믿음을 가지고
다른 분들이 독송하는 경전을 듣거나 직접 독경을 하여
정신상태가 안정되면 물질적인 축복도 얻을 수 있습니다.
다른 이들이 독송하는 내용을 듣거나 직접 독경을 함으로서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고
세속적인 발전의 길을 걷게 되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올바른 노력[正精進]은 괴로움을 극복하는 데에
필수적인 요소”라고 하셨습니다.
이해력과 믿음을 가지고 경전을 정성껏 독송하는 사람들은
병을 치료하고 예방할 수도 있습니다.
경전을 올바르게 독송하면 물질적인 풍요를 얻는 데에 필요한
건강한 정신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요즈음은 전자음향기기가 널리 보급되어 있고 다양한 종류의
독경 테이프나 CD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꼭 깊은 산속에 들어가지 않아도 마치 조용한 산사에 앉아 있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독경 수행을 하기에도 편한 환경이 조성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명상음악을 듣듯이, 전자 음향기기를 이용해서 아무 뜻도 모르는
한문경전을 듣기만 하여도 마음의 안정을 가져올 것입니다.
설사 경전의 내용을 모두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기계에서 나오는 소리에 맞추어 따라 읽어 가면 효과가 더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 경전의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고 그 뜻을 음미하며 듣고,
그 소리를 따라 읽어간다면 깊은 수행의 경지를 맛보게 될 것입니다.
한 발 더 나가서, 자신이 자주 듣는 경전의 내용을 한 글자,
한 글자씩 정성을 기울여 옮겨 쓰는
사경(寫經) 수행을 곁들인다면 그 경지가 더욱 깊어질 것입니다.
불자 여러분!
근기에 맞는 각자의 소의경전(所依經傳)을 정하여 매일 일정한 시간
정성을 다해 독송하며
부처님 가르침에 가까이 다가가는 수행을 생활화 하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그러면 여러분의 마음이 편안하고 세속의 행복도 맛보게 될 것입니다.
성불하십시오.
(포교원 발간 <법회와 설법> 2006년 5월호)
[출처] 목야뜨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