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그러운 어머니의 품....... 칠갑산
칠갑산은 충청남도 청양군 대치면, 정산면, 장평면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1973년에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원래 이름은 칠악산이었으나 백제가 부여로 수도를 옮긴 후 이 산에서 제례를 지내기로 하며 칠갑으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한다.
산높이가 낮은 평범한 육산으로 산세가 상당히 유순하다. 하지만 주위에 높은 산이 없어 정상에서의 전망은 상당히 뛰어난 산이다.
대중가요인 칠갑산이란 노래로 더욱 유명해졌지만 그 유명세에 비해서 산세는 시원치 않다. 다만, 부드러운 능선길은 가족산행지로서는 더없이 적당하다.
- 산행일 : 2005. 9. 27(화) 맑음
- 산행자 : san001, 신기루
- 산행요약
■ 코스 : 천장로~정상~장곡로~사찰로~정상~산장로
■ 시간 : 산행거리 약 17.8km, 산행시간 5시간29분, 총시간 8시간13분
■ 구간별 시간
(1차) 천장호~천장로~정상~삼형제봉~장곡로~장곡주차장(장승공원)
마치고개~(7분)~천장호입구~(4분)~등산로입구~(9분)~토지지신제단~(27분)~마치리갈림길~(39분)~도림로갈림길~(3분)~정상~(4분)~삼형제봉갈림길~(5분)~99골갈림길~(17분)~삼형제봉~(11분)~지천로갈림길~(29분)~99골갈림길~(15분)~까치네갈림길~(8분)~비포장도로~(4분)~장곡주차장(장승공원) : 산행시간 3시간2분, 총시간 4시간5분
(2차) 장곡주차장(장승공원)~장곡사~사찰로~정상~산장로~한치고개~대치마을
장곡주차장~(13분)~장곡사~(10분)~지능선~(6분)~주능선~(20분)~장곡산장갈림길~(7분)~465봉~(17분)~삼형제봉갈림길~(6분)~정상~(12분)~자비정~(26분)~충혼탑~(3분)~한치고개(산장가든)~(16분)~도로(칠갑주차장)~(8분)~대치마을(버스정류장) : 산행시간 2시간24분, 총시간 4시간8분
■ 구간별 거리
(1차)
마치고개~(0.8km)~등산로입구~(3.9km)~정상~(1.3km)~삼형제봉~(3.7km)~장곡주차장(장승공원) : 약9.7km
(2차)
장곡주차장(장승공원)~(1.1km)~장곡사~(3.0km)~정상~(3.0km)~한치고개~(0.8km)~칠갑주차장(도로)~(0.2km)~대치마을 : 약8.1km
(진혁진의 산행정보 참조)
- 교통편
■ 가는 길
․ 서울→청양 : ₩9,000, 남서울터미날, 7시(첫차), 2시간50분 소요
․ 청양→천장리 : ₩1,200 (공주행 버스 수시 출발), 15분 소요
■ 오는 길
․ 대치리→공주 : ₩2,500 (공주행 버스 수시 출발), 40분 소요
․ 공주→서울 : ₩6,300, 남서울터미날 도착, 1시간30분 소요
- 산행기
노래와 동화된 칠갑산
♪콩밭메~는 아낙네야 베적삼이 흠뻑 젖는다.♬
무슨 설움이 그리 많길래... 칠갑산 노래가 절로 귓전에 들리는 듯하다.
칠갑산.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지만 산 자체는 평범하다. 그렇지만 그렇게 가고 싶어 했던 산. 그 산만 가면 무언가 아련한 그리움의 실체를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노래와 동화되어 버린 칠갑산은 그런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한치고개에 있는 콩밭메는 아낙네상)
청양의 칠갑산이라 하기엔 너무 먼 청양
칠갑산하면 당연히 청양을 떠올린다. 그래서 찾아간 청양. 무려 2시간50분이 걸린다. 천안에서 아산까지 끝없는 지체. 더구나 이게 웬일인가. 한번 버스를 타면 종착지까지 가는 게 너무나 당연한데, 예산에서 청양까지는 대기하고 있는 낡은 버스를 갈아타라고 한다.
하여튼 「칠갑산은 청양이다」라는 고정관념으로 찾아간 청양이지만 칠갑산은 오히려 공주에서 가는 교통편이 훨씬 편하다. 공주까지 1시간30분. 공주에서 칠갑산 대치마을(한치고개)이나 마치고개(천장호)까지 약40분이면 즉 2시간10분 정도면 갈 길을, 청양은 칠갑산까지의 이동시간 포함 3시간10분 정도 걸린다. 즉 한시간 차이.
비용도 저렴하다. 청양으로 가면 ₩10,200(₩9,000+₩1,200), 공주로 가면 ₩8,800(₩6,300+₩2,500)으로 인당 ₩1,400이 절약된다. 어차피 칠갑산 들머리 중 자연휴양림(휴양로), 대치마을(산장로), 마치고개(천장로) 등 세군데는 공주와 청양사이에 정류장이 있어 조건은 동일하다.
칠갑칠로(七甲七路)
충남 청양군에 위치한 칠갑산은 1973년에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평범한 육산으로 유명세에 비해서는 산세가 시원치는 않다. 산을 육산과 바위산으로 흔히 구분하지만 칠갑산만큼 육산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산도 없다. 바위를 찾아보기 힘든 산, 산행 중 가장 크게 본 바위는 사람 키 보다 조금 바위가 전부이다. 그만큼 짜릿한 유혹은 없다.
대신 이를 보상하는 시원한 숲과 유순한 능선이 칠갑산의 매력이다. 산책하기에 더없이 부드러운 길. 숲이 좋은 만큼 등하산길에서의 전망은 없다. 오직 시야가 훤히 트이는 곳은 정상뿐이다. 주위에 높은 산이 없어 1000m대 산에 못지않다.
높이는 561m에 불과한 작은 산이지만 능선은 의외로 굵고 길게 사방팔방으로 잘 발달되어 있다. 그 능선을 따라 등산로가 개설되었으며 일명 칠갑칠로라고 불린다.
칠곱가지 길 중 사찰로와 산장로를 연결하는 코스, 즉 장곡사와 한치고개를 연결하는 길이 칠갑산 산행의 공식이다. 천장로와 장곡로는 길게 산행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주로 이용되는 길이다.
① 산장로 : 한치고개(대치마을, 칠갑주차장)에서 정상으로 가는 길
② 사찰로 : 장곡사(장승공원, 장곡주차장)에서 정상으로 가는 길
③ 휴양로 : 자연휴양림에서 사찰로를 거쳐 정상으로 가는 길
④ 천장로 : 천장호수(마치고개)에서 정상으로 가는 길
⑤ 도림로 : 도림저수지에서 정상으로 가는 길
⑥ 장곡로 : 장승공원에서 삼형제봉을 거쳐 정상으로 가는 길
⑦ 지천로 : 지천교에서 삼형제봉을 거쳐 정상으로 가는 길
칠갑산에 하루를 맡기며
칠갑산에 온 하루를 맡기기로 한다. 칠갑칠로의 다양한 코스 중에서 최선의 두가지 길을 찾는 것은 쉽지가 않다. 결론은 확률을 높여 네가지 길을 가는 방법. 하루에 두 번의 산행을 하는 것이다. 첫 산행은 청양사람들이 자주 찾는 긴 코스로, 두 번째 산행은 외지인들이 찾는 공식적인 코스를 택한다.
선택된 코스는 천장로에서 올라 장곡로로 하산 후, 사찰로로 다시 올라 산장로로 하산하는 길이다.
천장로... 오직 숲의 향기만을 느끼며
천장로란
천장로는 천장호수에서 동릉을 따라 오르는 능선길이다. 등산로입구부터 정상까지는 전망이 전혀 없다. 오직 접하는 것은 부드러운 숲. 위로 오를수록 소나무숲이 좋다. 시야가 트일 것이라는 기대속에 출발한 발걸음은 정상 직전까지 기대로만 끝난다. 참으로 이런 산도 드물다.
(천장로의 전형적인 숲길)
천장로의 들머리 천장호수
청양에서 공주 가는 버스를 탑승 후 대치터널을 지나 약15분 후 마치고개(천장리)에서 내린다. 너른 칠갑휴게소 광장이 있는 마치고개는 천장로로 가는 정류장이다. 산장로로 가는 대치마을 정류장은 대치터널 직전에 있다(약10분 소요).
마치고개에서 천장호가 있는 서쪽을 보면 칠갑산이 보인다. 알고 찾아가니 칠갑산인줄 알지 너무나 평범한 야산이다. 그래도 뭔가 있겠지 하는 기대는 첫 산행지에 대한 설레임이다.
광장 바로 옆, 부여 가는 도로를 따라 걸어 내려간다.
7분 정도 내려가면 천장호 뚝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 천장호는 농경지 관개용 저수지로 1972년 12월부터 7년 여 기간에 걸쳐 축조된 저수지. 짙녹색의 호수는 한폭의 그림이다.
뚝을 지난 건너편에 정상으로 가는 안내팻말이 있다. 이 길이 천장로이다.
(마치고개에서 바라보이는 평범한 칠갑산)
(천장호 올라가는 계단)
(천장호 뚝방길, 건너편에 천장로 들머리가 있다)
오직 숲의 향기만을 느끼며
등산로입구에서 8분쯤 걸어가 나주임씨묘를 지나면 「土地之神神位」 제단이 보인다. 산 아래에 설치된 제단을 보며 무슨 뜻인가 했는데 걷다보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등산로에는 자갈만한 돌도 찾아보기 힘들다. 오직 흙, 흙, 흙... 토지신이 사는 산이 이런 산이 아니겠는가.
정상 직전 마지막 봉우리에서야 정상이 어렵사리 나뭇가지 사이로 고개를 내민다. 멀리서보아도 반반한 정상이 시원하다. 도림로 갈림길을 지나면 바로 정상이다.
전망이 없어 숲의 향기만을 느끼며 그냥 걷는데만 치중한 산행길이다.
(토지지신 제단)
(정상 직전봉우리에서야 정상의 모습이 보인다)
(도림로 갈림길 이정표)
정상... 역시 정상은 다르다.
그 많은 나무들은 어디 갔는가. 역시 정상은 다르다. 정상은 엄청 넓은 헬기장. 사방팔방으로 굵은 능선의 맥으로 흘러나가는 칠갑칠로, 그 너머 능선의 물결은 잔잔한 파도 같다. 계룡산이 보인다. 자세히 보면 성주산, 오서산도 보인다. 흐릿한 하늘금 아니 예산 가야산까지... 아! 이래서 도립공원인가. 충남의 중심에 자리 잡은 칠갑산은 화려함은 없어도 어머니의 품을 느끼게 하는 역시 충남의 모산이다.
평일이지만 등산객들이 수시로 올라온다. 100% 산장로와 사찰로로 올라온 사람들. 쉬기 좋은 등나무벤치는 만원이어서 정상석 그늘아래 자리를 잡는다. 오십세주로 정상주를 즐기며 금방 일어서려 했으나 앉으면 한시간은 기본이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한치고개로 가는 능선길, 산장로)
(정상에서 바라본 올라온 천장로길)
(정상에서)
장곡로... 천장로와 비슷한 분위기의 능선길
장곡로란
장곡로는 정상에서 남쪽 1.3km에 위치한 삼형제봉을 거쳐 서릉으로 하산하는 길이다. 천장로보다는 조금 숲의 공간이 넓지만 역시 전망은 별로이다. 천장로와 비슷한 분위기로 소나무 숲을 따라 걷는 길이 운치가 있다. 장곡로의 하산지점은 장곡사 입구인 장곡주차장(장승공원)이다.
(장곡로의 전형적인 숲길)
99골(아흔아홉골) 갈림길
장곡사 방향으로 250m 내려가면 바로 갈림길. 직진하면 장곡사(사찰로, 휴양로) 방향, 좌측으로 가면 장곡로와 지천로로 갈 수가 있다.
내리막을 지나면 이정표(↑삼형제봉, ←용못계곡)가 있는 안부. 여기가 칠갑산의 가장 경관이 좋은 아흔아홉골 갈림길이다. 99개의 골이 있다는 계곡. 계곡 양쪽의 능선에서 빗질 하듯 가지런하게 이어지는 작은 골들은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다만, 이 경치는 사찰로에서만 제대로 볼 수 있다.
(삼형제봉 갈림길)
(삼형제봉으로 가는 내리막길)
삼형제봉(작은 칠갑산)
삼형제봉은 정상에서 보면 세 개의 봉우리가 연이어지지만 막상 산행시에는 크게 구분되지 않는다. 안부에서 오르막을 지나 17분 정도면 닿는다.
삼형제봉에는 삼형제봉이란 명칭을 찾을 수는 없다. 작은 헬기장으로 이루어진 정상에서는 정상만이 숲 너머 보인다.
(삼형제봉에서 바라다보이는 정상)
지천로 갈림길
급경사 내리막을 10분 정도 내려가면 지천로 가는 길이 갈라진다. 하산하는 가장 지름길이지만 교통편은 좋지가 않다.
천장로와 비슷한 분위기의 능선길
급경사 내리막은 갈림길을 지나도 한동안 계속된다. 부드러워 역시 걷기는 편하다. 생각보다 긴 능선길은 완만한 봉우리들을 여러 차례 넘는다. 중간의 무명봉에서 99골로 갈라지는 갈림길(이정표는 없고 리본이 달려있음)이 한차례 있을 뿐이다.
지천로 갈림길에서 44분 내려가면 다시 나타나는 이정표(↑까치네, →장곡리). 능선의 끝 부분에서 우측 사면으로 급하게 내려간다. 솟아질 듯 가파른 나무계단길의 끝은 99골 입구인 비포장도로. 「삼형제봉 등산로」라는 안내판과 양쪽에 작은 돌탑이 있다.
(능선의 끝머리에서 장곡리로 내려가는 나무계단길)
(삼형제봉 등산로입구, 99골 비포장도로와 만난다)
장곡주차장
수정 같이 맑은 계곡을 건너면 장곡주차장. 장곡사로 가는 관문으로 1차 산행을 마무리한다.
(계곡을 건너 삼형제봉 등산로 입구로 가는 이정표, 이정표 좌측에 장곡주차장이 있다)
장승공원
장곡주차장 앞에는 장승공원이 있다. 청양 출신인 장승조각가 방유석씨의 작품을 중심으로 야외 전시된 공원에는 청양고추대장군, 청양구기자여장군 등 청양을 대표하는 특산물을 상징하는 장승외에도 인디언, 에스키모의 전통적인 장승 또한 전시되어 있다.
매년 4월 칠갑산장승문화축제가 열리지만 99년에는 미신이라 하여 기독교인들이 방해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하였다.
(장승공원)
(장승공원)
청양과 청양고추
청양고추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당연히 청양의 특산물로 생각한다. 그리고 실제로 청양에서도 그렇게 관리,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두가지 설. 청양고추가 시험 재배되었다는 경북의 청송과 영양의 첫글자와 마지막 글자를 따서 청양고추라는 설도 있다.
장곡사
이제 다시 시작하는 2차 산행. 오후의 햇살이 따갑다. 장곡사는 걷기 싫은 포장도로를 따라 약1.1km 위에 있다.
(장곡사로 가는 포장도로)
장곡사는 칠갑산의 비탈진 사면을 따라 계단식으로 자리 잡은 사찰이다. 터는 넓지 않지만 칠갑산의 능선과 잘 어우러져 분위기는 좋다. 신라 문성왕 12년(850년) 보조선사 체징에 의해 창건된 1000년 고찰로 국보 제58호 장곡사 철조약사여래좌상부석조대좌, 국보 제300호 장곡사미륵불괘불탱과 4점 등 사찰의 규모에 비해 상당히 많은 문화재를 간직하고 있다. 장곡사의 특징은 대웅전이 두개라는 사실. 상대웅전은 고려시대, 하대웅전은 조선시대의 목조건물이다.
만물의 생성의 일곱근원인 七자와 천체 운행의 원리가 되는 육십갑자의 으뜸이 되는 甲자가 어우러진 산이라서 그런가, 하여튼 오랜 전란 속에서도 굳건히 그 원형을 유지한다. 예로부터 백제에서 제천의식을 지내던 산. 그 오랜 전통답게 칠갑산을 보살피는 하늘신과 토지신을 떠올린다.
(장곡사 직전에서 바라보는 장곡사, 정상 가는 길은 우측 끝에 있다)
(장곡사, 우측이 하대웅전)
사찰로... 칠갑산 제일의 코스
사찰로란
사찰로는 장곡사에서 정상으로 가는 서릉길을 말한다. 휴양로길과 상단부는 겹친다. 사찰로는 칠갑산을 찾는 등산객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길이다. 산책길처럼 잘 조성된 등산로는 넓고 시원하다. 걷기만 하여도 마음으로 느껴왔던 칠갑산의 실체를 이해할 수 있는 길이다.
(사찰로의 전형적인 길)
지능선
정상으로 가는 길은 장곡사 우측에 있다. 잠시 휴식으로 굳어버린 다리가 오름길이 상당히 무겁다. 역시 하루에 같은 산을 두 번 간다는 건 의지력의 싸움이다. 계단길을 10분 오르면 지능선. 이정표가 없어 헷갈리기 쉬우나 주능선 방향은 좌측이다.
(지능선으로 오르는 나무계단길)
주능선
능선에서 완만한 길을 따라 6분이면 휴양림길과 만나는 주능선(←휴양림 4.0km, ↓장곡리 0.55km, →정상 2.5km)이다. 주능선은 두사람이 나란히 걸어도 될 정도의 너른 길이다. 따가운 햇살조차 숨죽이는 숲그늘이 시원하다. 이제 하산하는 분들도 간혹 만난다. 천장로와 장곡로에서 한명도 볼 수가 없는 것과 비교하면 역시 인기 있는 길이다.
(휴양로와 만나는 주능선)
(편안한 능선길)
장곡산장 갈림길
주능선에서 10분 정도 지나면 본격적인 깔딱. 한숨을 돌리는 위치에 절묘하게 나무의자가 있다. 이 지점이 장곡산장 갈림길. 이 길은 장곡사를 거치지 않고 장곡주차장 방향으로 하산하는 길이다. 처음에는 465봉으로 착각하고 아껴둔 막걸리로 2차 정상주를 즐긴다. 2차 산행의 리듬을 다시 타면서 피로가 사라진다.
465봉
465봉이라 생각하며 느긋해했지만 이후에도 계속 오름길이다. 7분 정도 올라 내리막이 나오면서 465봉을 확인한다. 465봉을 지나면서 정상과 삼형제봉이 가끔 숲 사이로 모습을 보인다. 다른 칠갑산 길과 같이 전망은 좋지 않지만 그래도 사찰로길은 숲길이 워낙 쾌적하고 가끔씩은 건너편이 내다보여 답답하지는 않다.
삼형제봉 갈림길
정상이 가까워지면서 가끔씩 99골(아흔아홉골)이 내려다보인다. 참으로 절묘한 계곡이다. 칠갑산의 산신이 만들어낸 자연의 걸작인가. 빗질을 한 듯한 모습이 황간의 주행봉 모습과 거의 유사하다.
3시간25분만에 다시 삼형제봉 갈림길에 도착한다.
(수풀 사이로 보이는 삼형제봉)
(사찰로에서 보이는 아흔아홉골)
다시 찾은 정상
오늘 두 번째 오른 정상. 오후의 저물어가는 햇살이 오전과 달리 능선의 한쪽 사면을 짙은 그림자로 물들이고 있다. 오전보다 맑아진 날씨에 시계가 좋다
여전히 햇볕을 피할 수 없는 퇴약볕이다. 같은 날 같은 봉우리이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태양의 흐름에 느낌은 사뭇 다르다.
(짙은 산그림자가 드리운 삼형제봉)
(산그림자가 드리운 한치고개로 가는 산장로)
산장로... 편안한 임도길
산장로란
산장로는 칠갑산의 북쪽에 위치한 한치고개에서 능선을 따라 정상으로 가는 길이다. 고도가 310m인 고개까지 차가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정상을 가장 손쉽게 오를 수 있다. 정상을 800m 남겨둔 지점까지는 거의 평탄한 비포장도로.
자비정
하산의 시작은 하얀 밧줄이 걸린 급경사만 내리막. 유순한 칠갑산에서 뜻밖이지만 얼마가지 않아 평탄한 길이 시작된다.
12분 정도 내려가면 자비정이란 2층 정자에 도착한다. 전망대일까 생각했지만 전망은 전혀 없다. 무엇 때문에 이런 시설을 만들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여기서부터 비포장도로가 시작된다. 차량은 다니질 않지만 지금도 차량 통행이 가능할 정도로 상태가 양호하다.
자비정에서 8분 정도 내려오면 감나무가든 갈림길. 청양 산악인들만이 이용한다는 알려지지 않은 능선길이다. 이정표는 없고 능선의 흐름만 보고 감을 잡을 뿐이다.
너른 능선길이지만 여기 역시 전망은 좋지 않다. 참으로 전형적인 육산. 모든 능선길이 전망이 없는 산. 가끔은 칠갑산의 위상에 대해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그 철저한 육산으로의 특징이 칠갑산의 매력이다.
(자비정)
(편안한 산장로)
한치고개(산장가든)
충혼탑을 지나 정상에서 40여분만에 한치고개에 도착했다. 2차 산행의 마무리. 아침 10시23분에 시작한 산행이 어느새 오후 5시13분을 가리키고 있다.
한치고개 등산로 입구에는 칠갑산 노래에 나오는 콩밭메는 아낙네 동상과 칠갑산의 유래를 적은 비 그리고 칠갑산 등산안내도가 있다. 운치 있는 산장가든 식당 옆으로는 군청에서 짓는다는 건물이 한창 공사 중이다.
청양에서 서울 가는 막차가 19시에 있어 지금 바로 내려가야 하지만 청양의 특산품인 구기자로 만든 동동주를 보고 그냥 갈 수가 없다. 청양보다 큰 공주에서는 더 늦은 시간에도 서울 가는 버스가 있다는 확신으로 산장가든에 들어간다.
때맞추어 흘러나오는 칠갑산 노래. 애절한 여운을 느끼며 약간 쌉쌀한 구기자 동동주를 넘긴다. 직접 만들었다는 손두부와 잘 익은 김치가 더욱 입맛을 돋군다.
어느새 또 한시간. 저물어가는 하늘을 보며 버스를 타기 위해 예전 구도로를 따라 내려간다. 잠시 내려가면 도로를 벗어나 산길로 가는 길이 갈라진다. 약800m 내려오면 도로. 도로 옆으로 넓은 칠갑주차장이 있다.
공주 가는 버스를 타려면 여기서 200m 청양방향으로 걸어가야 한다. 대치마을 정류장. 한치고개로 가는 구도로가 갈라지는 지점이다.
(충혼탑)
(구기자동동주와 손으로 만든 두부)
(한치고개의 터널, 터널 위쪽으로 최익현 동상이 있다)
서울 오는 길
5분 정도 기다리자 공주행 버스(18:44)가 온다. 공주까지는 약40분 소요(19:25). 공주에서 서울 가는 버스는 예상대로 많다. 19시55분 차를 타고 1시간반만에 남부터미날에 도착한다.
청양까지 3시간 걸린 것에 비하면 너무나 빠른 길이다.
(칠갑주차장에 설치된 칠갑산 셔틀버스 시간표. 잘 이용하면 상당히 편리하다)
칠갑산에 대하여...
아쉬움과 즐거움이 교차된 산행이다. 도립공원이어서 무언가는 다를 거라는 예상이 무색하게 철저하게 평범한 육산이다. 조망을 제대로 볼 수 없는 아쉬움에 잠시 실망했던 산. 그렇지만 2차의 산행이 진행되면서 육산만이 갖고 있는 쾌적한 숲그늘의 여유와 어머니의 푸근한 정취를 새삼 느낀다. 어느 한 곳도 뛰어난 곳이 없지만 한편으로는 어느 한 곳도 소홀하지 않은 보편성을 갖고 있는 산.
그 부드러운 품안에 1000년 고찰 장곡사가 있고 잘 조성된 장승공원이 있다. 산을 좋다 좋지 않다 하는 관점은 사람들마다 다르겠지만 가족들과 관광을 겸한 산행하기엔 더없이 좋은 산이라는 측면만으로도 칠갑산은 명산이다.
- 일정
07:00 남서울터미날 출발 : 청양 ₩9,000
09:50 청양
09:58 청양 출발 : 대치 ₩1,200
10:15 천장리, 마치고개 정상(161m), 칠갑산 휴게소
10:23 마치고개 산행시작
10:26 천장호 팔각정 갈림길 : 300m
10:30 천장호 입구
10:34 등산로 입구 : 정상 3.9km
10:42 나주임씨묘
10:43 토지지신신위 제단
10:49 삼거리 갈림길 : ↑정상
10:58 봉우리 일대 : 완만해짐
11:01 잡풀이 많이 자란 무덤 : 하늘이 잠시 트임
11:05 내리막
11:10 안부, 갈림길 : ←천장국교, →마치리, ↑정상
11:18 이정표 : ↑정상, ←길 흔적 흐릿
11:31 봉우리 : 내리막
11:38 봉우리 : 시야가 조금씩 트임, 정상이 나뭇가지 사이로 보임
11:49 이정표 : ←도림리 2.4km, ↓천장호 3.6km
11:52 정상 : 천장호 3.7km, 도림리 2.5km, →광장 3.0km, 칠갑주차장 3.7km
←휴양림 6.5km, 장곡리 5.0km, 지천리 3.9km, 장곡사 3.0km
12:55 출발
12:59 갈림길 : ←지천리 3.7km, 삼형제봉 1.0km, ↓정상 0.25km, ↑장곡리 4.7km
13:04 이정표, 안부 : ↑삼형제봉, ←용못계곡, →99골(이정표 표시 없음)
13:16 봉우리, 돌탑
13:19 봉우리
13:21 삼형제봉,갈림길,헬기장 : ↓정상1.3km, ↑마재고개, →장곡리3.7km, 지천리2.6km
13:29 공터, 무덤
13:32 갈림길 : ←지천리 1.9km, ↑장곡리 3.1km ⇒급경사 내리막
14:01 봉우리(이정표 없음) : ↑장곡리, →99골 추정(리본)
14:16 이정표 : ↑까치네, →장곡리 ⇒ 이후 나무계단길
14:24 삼형제봉 등산로 입구, 비포장도로 : 돌탑
14:28 이정표, 장승공원, 주차장 앞 : 등산로입구, ↓정상 5.0km
14:33 장승공원 출발
14:36 일주문
14:46 장곡사 : 정상 3.0km
14:58 출발
15:08 지능선(이정표 없음), 장곡로 2호 : ←정상
15:14 주능선, 갈림길 : ←휴양림 4.0km, ↓장곡리 0.55km, →정상 2.5km
15:18 장곡로 5호 : 주위가 넓음
15:20 이정표 : 정상 2.0km, 장곡사 1.0km
15:24 무덤, 계단 오르막 시작
15:34 봉우리, 나무의자, 갈림길 : ↓장곡사 1.7km, →장곡산장 2.0km, 정상 1.3km
15:57 출발
16:04 465봉 : 이후 내리막
16:07 이정표 : 정상 0.9km, 장곡사 2.1km ⇒삼형제봉이 보임
16:10 장곡로 22호 : 봉우리 우회
16:14 장곡로 24호, 봉우리
16:21 삼형제봉 갈림길 : 삼형제봉 1.0km, 지천리 3.7km, 장곡리 4.7km
(장곡사~장곡주차장 1.1km)
16:27 정상
16:32 출발
16:39 이정표 : 칠갑광장 2.5km, 정상 0.5km
16:44 자비정 : 칠갑광장 2.2km, 정상 0.8km
16:52 감나무가든 갈림길(추정)
16:55 이정표 : 칠갑광장 1.4km, 정상 1.6km, 헬기 훈련장 갈림길(능선길)
⇒ 이 지점부터 능선길과 비포장길이 병행
17:03 이정표 : 칠갑광장 0.7km, 정상 2.3km
17:06 산장로 5호, 능선길과 비포장길이 합쳐지는 지점
17:10 충혼탑
17:13 칠갑산의 유래비, 산장가든, 한치고개
18:17 출발
18:23 갈림길 : 주차장 0.74km ⇒포장도로를 벗어난 산길 갈라짐
18:33 도로, 칠갑주차장 : 정상 3.4km, 칠갑산 광장 0.8km
18:41 대치정류장, 두메산골
18:44 공주행 버스 탑승 : ₩2,500/인
19:25 공주
19:55 서울행 버스 탑승 : ₩6,300
21:25 남부터미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