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것이 .............
“사는 것이 뭐다냐. 하루 세 끼 밥 묵고 뒷간 가고,
하늘에서 후두둑 비 쏟아지듯 울고, 울다가 잠시잠깐 소나기 그치듯 웃고,
울다 웃는 말간 하늘에 혹시나 고운 무지개라도 떠 있나 올려보고,
떠 있으면 반갑고 안 떠 있으면 그만이고...그런 것 아니겄냐.”
스쳐가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 흘러가는 세월에
마음을 실어보는 것이 사는 것이다, 라고 엄니는 말했었다.
“색색 고운 무지개는 하늘에 있는 것이 아니여.
여기 요로코롬 이쁜 내 새끼들이 바로 무지개란 말이여.”
그러면서 갑이를 꼬옥 끌어안아 주었다.
“누군가는 목숨 같은 재물을 다 잃고도 살고
누군가는 목숨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도 살고
또 누군가는 자신의 일부를 잃고도 산단다.
때로는 자신의 전부라고 믿었던 모든 것을 다 잃고도 산단다.
하늘 아래 귀하고 소중한 내 새끼들,
아무리 힘들고 힘들어도 그래도 느그들이 있응게
요로코롬 사는 것이여. 돈 놓고는 못 웃어도 자식 놓고는 웃는단다.
끌어안으믄 요로코롬 따뜻한 느그들이 있응게 이렇게 사는 것이다.”
그때 엄니는 따사로움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산다는 것은 따사로움을 보듬는 것이라고,
따뜻하게 끌어안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소리 나게 펑펑 울고, 소리 안 나게 숨죽여 울고,
그렇게 울다가도 잠시잠깐 웃으며 가는 것이 인생이라고.
아무리 힘들고 가난해서 고단하고 가혹해도
가슴으로 와락 끌어안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으면
그 따스함으로 잠시잠깐씩 견디며 사는 거라고 말이다.
누가 그랬던가. 우리 인생이라는 것이
가까이 들여다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갑이의 등을 도닥이며 엄니가 말했다.
“사는 이들뿐만 아니라 죽은 이들도 다 슬픔의 별 아래 사는 것이여.
죽어 우리 곁을 떠난 사람들을 한 사흘만이라도 만날 수 있으면 참 좋겄제?
사흘이 아니라 단 하루만이라도 죽은 니 아부지를 만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나.
그게 맘대로 되면 사는 게 아니제. 어디 사는 일이 맘대로 되더냐. 꿈속에서도
사는 일은 만만치 않더라. 꿈에서조차 니 아부지 안 보이는 거 보면 말이여.
자식 떼고 돌아서는 어미는 발자국마다 피가 고인다는디
니 아부지라고 안 그랬겄냐. 자식들 생각에 차마 눈을 못 감았제.
저 세상에서도 새끼들 아끼고 돌보느라 심신이 분주할 것이다.
그래서 꿈길조차 못 오는 것이여. 범도 새끼 둔 골을 두남둔다잖느냐.”
Sunny ★ 옮긴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