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보살의 흰코끼리는 무엇을 상징하는가?
보현보살의 좌기(座騎), 즉 흰코끼리가 무엇을 상징하는지 그 의미를 토론해보겠습니다. 보현보살은 불법 가운데서 행원(行願)을 대표합니다. 부처님을 배우기는 쉽지만 행원은 어렵습니다. 도를 깨달은 뒤에는 수행해야 합니다. 수행이란 자기의 행위를 수정(修正)하는 것입니다. 내면의, 마음을 일으키고 생각을 움직이는 심리행위로부터 외면의 행위에 이르기까지 자기의 행위를 수정하는 것입니다. 이른바 자비심을 일으키는 것으로, 실제로 반드시 실천해야 합니다. 날마다 집안의 불당(佛堂)에서 자비를 말하지만 여러분 누구에게 자비를 베풀었습니까? 그건 남이 여러분에게 자비를 베푼 겁니다. 보살도를 행하려면 대원력(大願力)을 갖춰야 합니다. 그래서 보현보살을 상징하는 좌기는 코끼리입니다. 인도의 코끼리는 사막에서의 낙타와 같습니다. 등에는 무거운 짐을 싣고 사람을 대신해서 힘들고 수고로운 일을 합니다. 보살도를 행하는 것은 중생을 위하여 그들의 고난을 대신 짊어지는 것입니다.
자비행원은 매우 고통스러운 것입니다. 좋은 일을 하겠다고 발심하면 먼저 욕먹을 준비를 해야 합니다. 일을 다 하고 나도 남들은 당신을 비방합니다. 당신이 명예와 이익을 위한다고 말합니다. 이런 말을 듣고서도 당신은 마음속으로 얼음과자를 먹은 것처럼 편안해 해야 합니다. 남이야 오해를 해도 좋지만 나는 상관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늘 남의 수고를 떠맡기는 쉽지만 남의 원망을 떠맡기는 어렵다고 말합니다. 그 누군가가 당신에게 도와달라며 하루 수고해달라고 하면 피곤해 죽을 지경이라도 하고자 합니다. 만약 당신이 어떤 일을 도와주었는데 도와준 것이 아니라 망쳐놓았다는 소리를 들으면 그 때에는 당신은 견딜 수가 없습니다. 두들겨 패주지 않으면 안 될 겁니다. 수고를 떠맡기는 쉽지만 원망을 떠맡기는 어렵습니다. 보살도를 행하려면 수고를 떠맡고 원망을 떠맡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보현보살은 어떻게 해낼 수 있을까요? 그런 원망을 하든 아부를 하든 일체가 꿈과 같고 허깨비와 같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런 속임을 당하지 않습니다. 나를 욕하고 오해하더라도 나는 화를 내지 않습니다. 나를 찬미하고 아부하더라도 또한 기뻐하지 않습니다. 이런 모든 것들은 꿈과 같고 허깨비와 같습니다.
(남회근 <원각경 강의> 송찬문 번역본에서 발췌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