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등과 중년상처 노년빈곤
(2024. 5. 17. 장석률)
인생의 3대 불행은 청년 시절에 출세(등과)하는 것, 중년기에 배우자를 잃는 것, 노년에 빈곤하게 사는 것이라고 율곡 이이 선생이 한 말이다. 물론 이 말이 모든 사람에게 맞는 말은 아니다. 어린 나이에 출세하고도 인생을 잘 사는 사람이 있고, 배우자가 없지만 흔들림 없이 사는가 하면, 노년에 빈곤해도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자신만의 가치관을 정립하고 잘 사는 노인이 있다.
이 말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이러한 처지에 닥쳤을 때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도록 마음을 다지고 경계하라는 의미에서 한 말이 아닐까?
청년등과(靑年登科)
요즘같이 청년 취업이 어려울 때 어린 나이에 시험에 합격하고 일찍 출세하면 좋은 일인데도 불구하고 청년등과가 불행하다고 한 이유는 무엇일까?
살면서 주위를 둘러보면 장래가 촉망되는 청년이 어느날 갑자기 추락하는 경우를 적지 않게 본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대부분 본인 스스로에게 문제가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젊은 시절에 성공하고 인생의 쓴맛을 본 경험이 없으니 건방지기가 이를 데 없다. 남의 말을 듣지 않고 독불장군으로 행세하니 실패는 예정된 수순이다.
둘째로, 성공은 본인의 능력과 더불어 운이나 배경 덕분일 수도 있는데 오로지 저 잘난 덕에 성공한 것으로 착각한다.
셋째, 뼈를 깎는 노력으로 한푼 두푼 모아 부를 축적하고 말단사원부터 기어본 경험이 있어야 세상을 이해하는데 그런 경험이 없으니 이해와 배려를 모른다.
넷째, 젊어서부터 잘나가면 주위에서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현실은 모두 자기 앞에 엎드리니 겸손함을 알 수 없다.
다섯째,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다는 이치를 모르고 제가 최고인 줄 알고 더 이상 자기 계발 노력이 없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갈 때 청년등과와 관계없이 뭘 좀 안다고 건방지게 처신해서는 안 되고, 자신의 성공이 오로지 자기 능력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란 것도 이해하고, 항상 주변 사람을 배려하는 삶을 살아야 하며 끊임없이 갈고 닦아야 한다.
중년상처(中年喪妻)
인간은 우연한 계기로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남녀가 부부의 연을 맺는다. 이후, 아이를 출산하고 양육하면서 부부 관계는 끊을 수 없는 가족이라는 둥지를 틀게 된다. 부부는 기꺼이 희생과 헌신을 아끼지 않으면서 가족은 성장하고 성숙하게 된다.
그런데, 가족의 핵심인 부부 중 한 사람이 인생의 중년기에 사망하게 된다면 가족이라는 둥지는 더 이상 성숙하지 못하게 된다.
인생을 가장 왕성하게 활동해야 할 시기에 배우자를 잃으면 가족을 돌봐야 할 부담을 오로지 홀로 떠안게 된다. 경제적인 여유가 넉넉하지 못하다면 더더욱 고난은 불 보듯 뻔하다.
험한 세상에 홀로 서야 하는 두려움과 허전함이 가슴 속에 응어리 맺혔는데 인간관계를 제대로 유지하기 어렵다.
배우자의 적당한 통제가 없으니 술독에 빠질 수 있고 무기력과 게으름에 거지꼴을 면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배우자의 사망으로 공들여 쌓은 탑이 일순간에 무너지기 십상이다.
인생의 3대 불행이 중년상처인 이유가 어디 이뿐이겠는가? 셀 수 없이 많을 것이다.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를 어찌 막을 수 있을까? 아무리 중요한 배우자라도 피할 수 없는 문제다. 다만, 운명의 신이 내 편이 되어주길 바랄 뿐이다.
평소에 배우자에게 조금만 더 위로와 격려가 필요하다. 내 아내를 내가 아끼고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내 아내를 존중해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하며 살아야 한다.
노년빈곤(老年貧困)
인생 백세시대가 되었다. 의료 기술이 발달하고 주거 환경이 쾌적하며 먹거리가 넘쳐나는 시대가 되었으니 인간의 장수는 필연적인 결과일지 모른다. 인류 역사 중 가장 놀라운 사건 중의 하나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장수를 마냥 반가워할 수 없는 문제는 미처 준비되지 못한 긴 노후 기간이다. 돈 얘기를 하는 건 치사하지만 돈이 없는 노후는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하소연한다.
가장 이상적인 노후 조건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요약하면 경제적으로 여유를 누리면서 건강하게 장수하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수명은 긴데 병약하거나(유병장수), 빈곤에 시달린다면 참혹한 노후가 될 것이다.
인생이 내 의지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노후빈곤이나 유병장수에 시달리지 않도록 준비가 필요한다. 어느 선배의 싯구처럼 수산화나트륨이 필요한 삶으로 마감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