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삼 먹어도 체열 상승 없다
한국산 ‘고려인삼’이 홍콩 싱가포르 등 세계 최대 인삼시장에서 비틀거리고 있다. 세계 최고 품질을 자랑하는 고려인삼의 시장 경쟁력이 미국 캐나다산 인삼에 갈수록 밀려나고 있다.
이같은 무역전쟁 속에 고려인삼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자는 활동이 한의학자와 농협 등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다. 미국 캐나다 중국산 판매업자들은 “성질이 따뜻한 고려인삼을 복용하면 몸의 열을 올려 좋지 않다”는 흑색선전을 확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농림부의 의뢰를 받은 대구한의대 한상원(韓相源·40·사진) 교수팀은 한국산 인삼(고려삼·高麗蔘)과 미국 캐나다산 화기삼(花旗蔘)의 체온 상승 효과에 관해 비교 시험을 한 결과를 지난주 홍콩에서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연구팀은 지난해 5월부터 3개월 동안 한국인 160명 중국인 160명 등 320명을 대상으로 두 가지 인삼의 체온 상승 효과를 직접 시험했다. 하루 3g씩 4주간 복용한 결과 고려삼이든 화기삼이든 체온을 특별히 올리거나 내리지는 않았다는 것. 한국인과 중국인을 대상으로 동시에 비교 시험을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책임자인 한 교수는 “고려삼은 기본 성질이 따뜻함(온·溫)이고 화기삼은 서늘함(凉)이지만 1년 이상 장기 복용하거나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체열 변화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도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지의 인삼 판매상들이 고려삼에 대한 체열을 강조하는 것은 한국 인삼을 깎아내리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홍콩의 화기삼 수입량은 99년 3064t, 지난해 2779t 이었지만 고려삼은 99년 135t에서 갈수록 줄어 지난해는 83t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가격(600g당)은 화기삼이 31달러인데 비해 한국산은 155달러로 5배 가량 높았다.▶표 참조
이같은 현상은 고려삼이 화기삼보다 훨씬 비싼데다 “고려인삼은 체온을 올리므로 겨울에만 복용하거나 열이 많은 사람에게는 좋지 않다”는 흑색선전 때문인 것으로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고려삼이 비싼 이유에 대해 한국인삼학회 최광태(崔光泰) 회장은 “인삼의 주성분인 사포닌(진세노사이드)이 고려삼에는 34종이나 화기삼은 13종”이라며 “각각의 사포닌이 서로 다른 약리작용을 하므로 고려삼의 효능이 월등히 높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산 인삼에 대한 그릇된 상식을 바로 잡는 것과 함께 명칭통일도 시급하다.
한 교수는 “한의학계에서는 한국 인삼을 ‘고려삼(Korean Ginseng)’으로 표기하지만 홍콩 싱가포르 등지에서 판매되는 고려삼 표기는 제각각이어서 외국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며 “한자로는 ‘高麗蔘’ ‘高麗人蔘’ ‘韓蔘’ 등을 섞어 사용하고 영문 표기도 ‘Korea INSAM’ ‘Korea Ginseng’ ‘Korean Ginseng’ 등으로 혼용돼 명칭을 통일해 고려인삼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농수산물유통공사와 농협중앙회는 대구한의대 연구팀과 함께 중국 상하이(9월)와 대만 타이페이(10월)에서도 이번 시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대구=이권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