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 만끽한 논산 탑정호 트레킹... 출렁다리도 건너

[미리내]

2024년 3월 27일은 CJ수요산악회 29번째 산행으로 충남 논산시 부적면 신풍리 탑정호(塔亭湖) 둘레길 트레킹을 하는 날이다.

‘탑정’(塔亭)이라는 지명은 후삼국 시대 왕건이 이곳에 어린사(漁鱗寺)란 절을 세우면서 정자(亭子) 모양의 탑(塔)을 만든 데서 유래했다는 말이 전해 온다.

탑정호는 일본 강점기 때인 1941년 착공한 지 3년 만인 1944년에 준공했으며, 충남 도내에서는 예당 저수지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로 둘레만 24km에 이른다.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호수는 하류 논산평야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는데, 특히 이 지역에서는 당도가 높고 우수한 품질의 딸기를 많이 생산해 전국적으로 명성이 높다.

이곳에는 지난 2021년 길이 600m(아시아에서 최장), 폭 2.2m, 주탑 높이 46.5m의 출렁다리(현수교)를 만들면서 관광객들이 몰려들자 이듬해 3월부터 3,000원의 입장료를 받았다. 유료화 이후 관광객이 크게 줄자 논산시는 2023년부터 다시 무료화로 전환했고, 최근 다녀간 관광객은 200만 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시는 이에 그치지 않고 탑정호 일대를 종합관광지로 개발한다는 계획에 따라 42만여㎡의 습지 정원과 수상 카페를 조성하고, 리조트와 수목원을 유치하는 등 충남의 대표 관광지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전날 봄을 재촉하는 비로 대지는 촉촉해졌고, 버들가지와 벚나무 등 나무들은 꽃망울을 금방이라도 터트릴 듯 물을 잔뜩 머금었다. 34명의 회원을 태우고 청주에서 출발한 지 1시간 반 만인 오전 9시쯤 논산 수변 생태공원 주차장에 버스가 도착하고, 단체 사진 촬영에 이어 트레킹에 나선다.

딸기향 농촌 테마공원을 지나 오른쪽에 솟은 대명산(해발 182m)을 향해 오른다. 오솔길 곳곳에 깔아놓은 야자 매트는 푹신했고, 산책로 옆 양 숲에서 소나무와 숲이 뿜어내는 그윽한 향과 피톤치드는 코끝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정상 표지목에서 기념사진을 남긴 뒤 잇따른 두 개의 전망대에 섰다. 정면에는 우리가 4월 24일 갈 대둔산 줄기가 희뿌연 안개 속에서도 저 멀리 모습을 드러낸다.

이윽고 출렁다리 북문에 닿은 우리는 우뚝 솟은 두 개의 현수교 교각과 길게 뻗은 출렁다리를 보고 그 웅장함에 놀라고 만다.

출렁다리에 올라서니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은 아찔한 기분이 들고 유리와 쇠로 만든 구조물을 설치한 다리 아래 호수에는 바람에 일렁이는 은빛 물결이 보인다. 출렁다리가 많이 흔들릴 것이라는 애초 생각보다는 흔들림이 덜 하다.

다리를 건너오면서 남문에 이르기까지 600m 구간에서 회원들에게 많은 사진을 선사한다.

개나리는 피었지만, 대부분의 벚나무는 꽃망울을 맺고 있다. 음악 분수대에 이르기 전 벚나무 한 그루는 성질이 급한 듯 꽃을 피운 채 우리 일행을 맞는다.

음악 분수대 옆 계백 장군 형상을 한 조형물에서도 사진을 남긴 뒤 11시 20분쯤 따뜻한 데크 위에 삼삼오오 둘러앉아 이른 점심을 먹는다. 이어 저수지 둑과 북문을 거쳐 수변에 설치한 데크로드를 따라 수변 생태공원으로 돌아온 시간은 1시 30분쯤.

그 사이 산악대장 등 선두팀은 수락산 정상(167m)을 거쳐 황산벌 전적지에 세운 백제군사박물관과 계백 장군 유적 전승지 등까지 돌아 주차장에 도착한다.

B팀으로 출발한 필자 일행은 모처럼 시간에 쫓기지 않은 채 포근한 날씨 속에 여유만만, 유유자적하게 트레킹을 하면서 새싹이 움트는, 봄이 오는 분위기를 만끽했다.

2시쯤 탑정호 주차장을 출발한 버스는 고속도로로 접어든 지 10여 분 만에 하이패스 나들목으로 빠져 도로변 한쪽에 자리를 잡고 상을 펼친다. 오늘 하산 안주는 지난 2월 21일 시산제 때 쓴 돼지머리 2개를 냉동해 놓았다가 만든 편육이다.

사랑초 총무와 수국 운영위원이 가마솥에 온종일 돼지머리를 삶은 뒤 기름기 제거를 위해 누르고 굳혀서 알맞은 크기로 자른 것으로, 고소하면서도 씹는 맛이 일품이다. 아니, 그들의 정성을 가득 담아낸 것이기에 맛이 더욱 좋았으리라.

[사랑초]

지기님 산행후기 잘읽었습니다 그날에여유롭게 힐링이 너무좋아서요 돼지머리수육 만드느라 수국님 가마솥 불때느라 고생많으셔서요

[미리내]

감사합니다.
시간에 쫓기지 않으면서 정말 힐링 제대로 하고 왔네요.
수국과 총무 모두 불 때랴, 양념하랴, 식혀서 모양 내고 자르랴, 고생한 것 다 보입니다.
처음 만든 것이라 해도 정성이 그만큼 들어갔으니 맛이 일품일 수밖에요.
돼지 머릿고기 전문점 하나 낼 생각은 없어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