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1949년 수세(守歲)하는 날 承宣 蘭石 朴昌壽 어르신의 1889년 守歲韻에 삼가 화답하다
〔己丑守歲日奉和朴承宣蘭石丈己丑守歲韻〕
惜老多心自謂蒙 석로다심자위몽
障流无奈水無窮 장류무내수무궁
終歲薦禋從漢臘 종세천인종한랍
先農遺業詠豳風 선농유업영빈풍
椒栢一樽須擧白 초백일준수거백
槐柳二火各焚紅 괴류이화각분홍
暮柝晨鍾惺鎖錀 모탁신종성쇄륜
閉開誰是抱關翁 폐개수시포관옹
늙어감이 애석하다고 마음을 많이 쓰는 것은 스스로 어리석다고 말하지만
세월의 흐름 막는 것을 어찌하지 못하지만〔无奈〕 물의 흐름은 끝이 없다네.
한(漢)나라 납(臘/12월)에 따르면 한해를 마치는 종년(終年)에 제사를 올리고
선농(先農)께서 남긴 사업을 《시경》 〈빈풍(豳風)〉에서처럼 읊네.
초백주(椒栢酒) 한 잔을 모름지기 가득 마시면
홰나무, 버드나무처럼 음양오행의 두 번째가 화(火)이기에 제각기 불에 붉게 타네.
저물녘 탁타기 소리와 새벽 종소리가 자물쇠 되는 이치를 깨달았지만
어느 누가 이 포관(抱關) 늙은이처럼 열고 닫겠는가?
●朴承宣 蘭石 : 承宣 蘭石 朴昌壽(1817-1897)이다. 자(字) 단숙(丹叔), 호(號) 난석(蘭石)
1861년(철종 12) 신유(辛酉) 식년시(式年試) 병과(丙科) 32위로 문과에 급제하였고, 이후 승문원부정자(承文院副正字)를 시작으로 벼슬길에 올랐다. 승정원주서(承政院注書), 성균관전적(成均館典籍), 사간원정언(司諫院正言) 등을 거쳐, 홍문관부교리(弘文館副校理), 사헌부장령(司憲府掌令), 홍문관부응교(弘文館副應敎), 예조참의(禮曹參議), 승정원동부승지(承政院同副承旨), 병조참의(兵曹參議) 등을 두루 역임하였다.
그의 문집으로 『난석선생문집(蘭石先生文集)』이 전해진다.
●원문 无奈로 탈초한 것이다. 그러나 竞奈로 탈초 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는 “물은 무궁한데 흐름을 막으면 어찌 뒤쫓아 흐르겠는가?”로 풀어야 맞다,
●漢臘 : 한나라 12월을 말한다.
12월을 夏나라 때는 嘉平, 殷나라 때는 淸祀, 주나라 때는 大蜡, 漢나라 때는 臘이라 하였다.
●선농(先農) : 처음으로 농업을 가르친 중국 상고(上古) 시대의 신(神).
선농단(先農壇)은 신농씨(神農氏)와 후직씨(后稷氏)에게 풍년 들기를 기원하며 제사 드리던 제단이다. 경칩 후 첫 해일(亥日)에 향사하였으며, 동대문 밖에 있었다.
●초백주(椒柏酒) : 음력 정월 초하루에 마시는 축하 술이다.
●음양오행의 두 번째 화(火) : 一水,二火,三木,四金,五土처럼 음양오행의 두 번째가 火이다.
●포관(抱關) : 문지기
◯ 시의 음미
詩語도 어렵고 시의 내면에 담긴 뜻도 그 깊이를 잴 수없을 정도로 어렵다.
승선 박창수는 저자 나병관보다 60여 년 전의 인물이다.
나병관이 1949년 섣달 그믐날 밤을 지세우면서 1889년 승전 박창수의 守歲 韻을 우연히
발견하고 차운 시를 지은 것 같다. 그러나 박창수의 원운시는 《유재사고》 외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守歲란 섣달 그믐날 밤을 불 밝히고 잠을 자지 않고 새해를 맞이하는 것을 말한다.
섣달 그믐날을 보내면 나이를 먹는다. 나이를 먹으면 늙어 간다.
누구나 늙어가는 것이 애석하다고 마음을 쓰지만, 세월의 흐름은 어찌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세월의 흐름은 물 흐름처럼 끝이 없기 때문이다.
세월의 문을 지키는 것은 마치 나주읍성처럼 성문을 지키는 것과 같다.
성문은 저녁에는 탁타가를 쳐서 시간을 알리면서 성문을 닫고 새벽에 종을 쳐서 시간을 알기고 성문을 연다.
성문을 열고 닫는 자물쇠의 원리이다.
그러나 세월의 흐름을 닫고 여는 섣달 그믐날 밤에는 탁타기를 치든, 종소리를 울리던 것과 관계없이 스스로 세월의 문을 직접 닫았다가 다음날 세월의 열어야 한다.
세월의 문을 열고 닫지 않아도 세월은 간다.
그러나 섣달 그믐날 밤 守歲하는 날에서 스스로 세월의 문을 닫고, 다음날 세월의 문을 열라고 저자는 웅변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