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20일>
2018년 계획을 세울 당시에는 '강정대(합미산성) → 광대봉 → 고금당 → 비룡대 → 봉두봉 → 암마이봉 → 탑사 → 남부 주차장' 5시간 30분의 코스를 탐방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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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산[馬耳山]
높이: 680m
위치: 전북 진안군 진안읍
마이산(馬耳山)은 두 암봉이 나란히 솟은 형상이 말의 귀와 흡사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서 동쪽 봉우리가 숫마이봉, 서쪽 봉우리가 암마이봉이다.
중생대 말기인 백악기 때 지층이 갈라지면서 두 봉우리가 솟은 것이라고 한다. 숫마이봉과 암마이봉 사이의 448 층계를 오르면 숫마이봉 중턱의 화암굴에서 약수가 솟는다.
또한 두 암봉 사이에 낀 마루턱에서 반대쪽으로 내려가면 탑사에 닿는다. 세찬 바람에도 흔들릴지언정 무너지지는 않는 돌탑들이 신기하다.
신비하게 생긴 바위산에 자연경관이 아름다워 도민 휴양지로 지정되었으며 이갑룡 처사가 평생 쌓았다는 80여 무더기의 석탑과 함께 마이탑사가 유명하다. 탑사, 은수사, 금당사, 북수사, 이산묘 등의 문화재가 있다.
마이산은 계절에 따라 그 모습이 달리보여 봄에는 돛대봉, 여름에는 용각봉, 가을에는 마이봉, 겨울에는 문필봉이라고 불리며 사계절 아름답다.
봄이면 마이산 남부의 이산묘와 탑사를 잇는 1.5km의 길에 벚꽃이 만발하고 마이산 벛꽂축제가 열린다. 오가는 길에 전주-군산 47㎞ 도로변이 벚꽃 터널을 이룬다. 가을이면 억새가 물결을 이루고, 가을이면 단풍이 붉게 물든다.
인기 명산[13위]
말의 귀와 흡사하게 두 개의 암봉이 우뚝 솟은 마이산은 벚꽃산행지와 탑사 나들이로 마이산 남부의 이산묘와 탑사를 잇는 1.5km의 길에 벚꽃이 만발하는 4월에 가장 많이 찾으며 가을 산행, 여름 산행 순으로 인기 있다.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
특이한 지형을 이루고 있으며, 섬진강과 금강(錦江) 발원지이고 도립공원(1979년)으로 지정된 점 등을 고려하여 선정되었다.
중생대 백악기에 습곡운동을 받아 융기된 역암이 침식작용에 의하여 형성된 산으로 산의 형상이 마치 말의 귀를 닮았다 하여 마이산으로 불짐. 암마이산 남쪽 절벽 밑에 있는 80여 개의 크고 작은 돌탑이 있는 탑사(塔寺)와 금당사(金塘寺)가 유명하다. - 한국의 산하
당일 산행지 중 산악회가 아니면 접근할 수 없는 산을 다니고 있는 요즘 시기가 상춘철이라 거의 모든 산악회가 특정 지역으로 몰리고 있다. 그래서 봄이 일찍 시작하는 남해에서 시작해 북상하고 있고, 다른 지역은 아예 고려의 대상도 대지 못하고 있다. 조용한 산을 원하지만, 현실적으로 그게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가능하면 조용한 산을 찾기 위해 산악회 카페를 드나들다 보니 특정한 주에 상춘객이 몰리는 산도 그 전주나 후주에 가는 산악회가 하나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런 산행은 봄을 알리는 만개한 꽃이 절정기를 지났거나 절정기 전의 산이라 아쉬움은 있지만, 조용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그 아쉬움을 상쇄하고도 남는 산행이랄 수 있다.
해서 남들이 화악산과 영취산을 갈 때 칠갑산을 갔고, 마이산을 갈 때 황악산을, 이번 주 고려산이나 비슬산을 갈 때 마이산을 갈 예정이었다. 내가 각 산악회 카페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번 주에 두 개 산악회가 마이산을 가는 것으로 되어 있어 아무 의심 없이 교통비를 입금하고 자리를 배정받았다. 그리고 수요일에 다시 확인하자 네 개 산악회가 가는 것으로 나왔다. 이러면 실팬데! 이미 입금한 이상 되돌리기도 힘들고 성원 미달로 취소되기만 바라는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는데, 내가 입금한 산악회는 목요일 성원을 넘어섰기 때문에 나는 마이산을 간다!
마이산은 말로만 많이 들었지 실제 멀리서라도 그 모습을 본 것은 2014년 6월 친구 몇과 친구의 외가인 함양 일두고택 1박 2일 여행을 다녀오다 멀리서 본 것이 다다. 그때 저기도 가봐야겠다라는 생각과 저 두 산이 바위덩이로 보이는데 올라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었다. 그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가기 위해 여러 방안으로 계산을 해보았으나 당일 산행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주위 다른 산과 연계해 1박 2일 산행을 할까도 했었다. 당시만 해도 산악회를 이용한 산행은 아예 염두에 두지도 않았었다.
지난주 황악산 산행이 오랜만에 10km가 넘고 2.9km/h 이상의 속도로 달려 거의 일주일 내내 다리에서 올라오는 고통을 기분 좋게 즐기고 있었다[산행기]. 내가 마이산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가 합미산성에서 출발해 남부터미널로 내려오는 코스가 산악회 기준 11km가량 되고 이번에도 단독 산행이 될 확률이 높아 지난주에 이은 10km가 넘는 코스를 마음껏 달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다. 그리고 단독 산행인 만큼 비상용 디팩과 빨갱이만 조금 챙겨가기로 했다. 그리고 그동안 가지고 다니던 라이카 대신 이번에 산 소니를 들고 가기로 했다.
지난 설악산 등산 시 눈 쌓인 쓰러진 고목을 밟았다가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었다[산행기]. 그때 목에 메고 있던 카메라 렌즈가 눈 덮인 바위에 그대로 부딪혀 상처가 났었다. AS를 맡겨야 했지만, 귀찮아서 무시하고 사용했었는데 더는 도저히 안 될 거 같아 AS를 맡기기로 했다. AS할 동안 사용할 카메라를 하나 구하기로 하고 몇 년 전부터 장안의 화제라 나도 궁금해했던 미러리스 풀 프레임 카메라를 장만하기로 했다. 최신 제품은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이라 구형 중에서. 미러리스라 디카와 크기와 무게가 큰 차이가 없다는 말만 믿고 소니 알파 2를 번들 렌즈와 함께 샀다. 그리고 며칠 후 물건을 받아 보고 내가 뭔 짓을 했는지 후회막급이었다. 크기와 무게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나갔다. 렌즈를 장착하니 1kg이 넘었다.
어쨌든 샀으니 그동안 들고 다니던 삼각대가 버텨줄 건지부터 이것저것 테스트해 보았다. 생각보다 삼각대는 잘 버텨주었다. 일단 이번 마이산 산행에 들고 가서 사용해 보고 계속 쓸 건지 말 건지 판단하기로 했다. 물론 어떻게 하면 사진이 잘 찍히는지는 모른다. 매뉴얼도 읽다가 던져버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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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새벽 전날 미리 싸둔 배낭을 메고 등산인의 메카 신사역을 향해 출발했다. 신사역은 출구별로 각 산악회가 선점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같이 갈 산악회는 6번 출구를 거점으로 하고 있었다. 6번 출구로 나오니 산악회 버스 예닐곱 대가 출발 준비를 하고 있었다. 5번 출구 라인도 출발을 기다리는 버스로 가득차 있었다. 배낭에서 카메라를 꺼내 목에 걸고 패드와 이어폰은 주머니에 넣고 버스에 탔다. 버스 총 좌석 40석 중 35석가량을 채워 혼자서 쓸 수 있는 빈자리는 없었고 내 옆자리는 이미 등산객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내가 예약 시 선택을 한 것이 아니라 인솔자가 지정해 주다 보니 자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7시 10분 정시에 출발한 버스는 중간에 죽전에 들려 등산객을 마저 태우고 목적지를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잠이 든 거 같다. 깨어보니 버스는 가다 서기를 반복하며 간신이 앞으로 나가고 있었다. 역시 상춘차량으로 고속도로인지 주차장인지 구분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이미 예상했던 일이라 패드를 꺼내 음악을 들으며 "북유럽 신화"를 마저 읽었다. 게임에 관심이 없어 몰랐지만, 끊임없이 나오는 광고에 알게 모르게 머리에 박혀있던 '라그나로크'가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된 책이다. 마블의 영화가 어떻게 나왔는지도.
그렇게 달리던 버스는 밀리는 차에 힘겹게 정안 휴게소로 접어들었다. 그게 9시 5분이다. 휴게소는 계속 들어오는 차의 주차 공간 확보를 위한 전쟁터였다. 우리가 탄 버스도 몇 번의 시도 끝에 주차할 수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 스트레칭 후 옆에 있는 차를 보니 앞 유리창에 "연세 85 삼토회"라는 글이 붙어 있었다. 연세 85?! 그리고 화장실로 볼 일을 보러 갔는데 간단한 소변을 보기 위해서도 줄이 장난이 아니었다. 남자 화장실이 이러니 여자 화장실이야.
다시 버스에 타고 출발을 기다리고 있는데 인솔자가 지도를 나누어 준 후 이번 산행에 대해 소개를 했다. 애초 각 산악회는 지난주가 마이산 벚꽃이 절정일 거라는 정보에 대거 몰렸지만, 아직 만개하기 전이라 이번 주에 다시 몰렸다고. 이번 산행계획을 세울 때와 이후의 산악회 움직임 달랐던 이유를 알았다. 그리고 지도를 보라고하며, 애초 내가 끌렸던 이유인 합미산성을 들머리로 한 A 코스가 아니라 남부 주차장 환종주의 B 코스로 간다고 했다. 아니 이게 뭔 소리야? 인솔자의 설명은 산불 통제 기간으로 5월 15일까지 합미산성은 출입금지라 들어갈 수 없다는 얘기였다. 그때 여기저기서 그게 뭔 소리냐고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고 인솔자는 산행 안내에 공지된 내용이라고 했다. 그러자 다들 수긍하는 분위기로 진압되었다. 다만, 응? 나는 그런 내용을 본 적이 없는데, 그걸 봤으면 내가 왜 이 마이산에 오냐고? 해서 이 글을 쓰며 다시 확인해보니 한쪽 귀퉁이에 통제에 대한 얘기가 있기는 있었다. 그걸 못 본 내 죄가 크다.
어쨌든 이번 산행은 시작부터 실패다. 생각지도 못한 엄청나 인파, 4km 넘게 잘린 코스! 모든 걸 포기하고 달리는 버스 안에서 패드로 뉴스를 보고 있는데 옆에 특이한 모습이 보여 눈을 들어 창밖을 보니 저 멀리 말의 귀가. 그 시각이 10시 30분. 이후 20분가량을 더 달려 이번 산행의 들머리이자 날머리인 마이산 남부 주차장에 도착했다. 주차장에 진입하는 데만 10여 분 걸린 듯했다. 버스에서 내리기 전 인솔자가 마감 시간과 주의 사항에 대해 안내를 했는데, 마감 시간은 오후 4시 정각, 인솔자도 했던 얘기지만 5시간 10분이면 코스에 비해 시간이 충분했다. 결국 먹고 마시는데 시간을 다 쓸 거로 보였지만. 그리고 입장료라고 3,000원씩 걷기 시작했다. 시주라고 생각하고 기쁘게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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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내려 먼저 주변의 벚꽃에 놀라고 다음 끝이 보이지 않는 주차된 차량에 놀랐다. 인파는 말할 필요도 없고. 물론 인파의 90%이상은 상춘객이라 산행 중 만날 일은 거의 없어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문제는 이 엄청난 상춘객도 암마이봉 정도는 오를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같은 버스를 타고 온 일행은 이미 출발했지만, 처음 가져간 카메라 세팅을 하고 산행 준비를 하며 천천히 출발했다. 인솔자도 했던 얘기지만, 이 인파에 오늘 어디서도 인증 찍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얘기에 전적으로 동의해 서둘러봐야 의미가 없다는 생각에 여유롭게 오르기로 했다. 내 본능이 따라줄지는 모르지만.
비처럼 날리는 꽃잎과 벚꽃 터널에 감탄해 영상을 찍고 있는데 주차 안내를 하던 노인장이 조금 늦었다고 했다. 뭔 말씀인가 했는데 2~3일 전이 절정이었고, 지금은 떨어지는 시기라고 했다. 그런데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떨어지는 꽃잎이 눈이 되어 내리는 것이 더 좋았다. 뒤에 처져 일행을 쫓아 금당사 옆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고금당을 향해 오르기 시작했다.
앞서갔던 같이 온 일행이 줄을 서서 올라가고 있었는데 본능이 뒤에 따라가게 두지 않아 추월하기 시작해 지붕을 비롯해 모든 걸 온통 금칠한 고금당에 도착했을 때는 거의 다 추월해 아주 앞선 서너 명만 내 앞에 있었다. 고금당에서 앞에 보이는 마이봉과 그곳으로 향하는 벚꽃 터널을 감상하고 사진을 찍었다. 물론 본존불인 아미타불에게 모자를 벗고 묵례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11시 19분에 고금당을 떠나 다음 목적지인 비룡대로 향했다. 결과적으로 10시 54분 남부 주차장에서 산행시작 후 22분만에 고금당에 올랐다.
비룡대 또는 전망대라 불리는 것으로 봐서 앞에 보이는 봉우리 정상의 정자가 비룡대로 보였다. 이정표의 거리상으로는 고금당에서 700미터에 불과했다. 비룡대를 향하는 길 좌우에는 진달래와 벚꽃 나만 이름을 모르는 꽃들이 만개해 있었다. 滿山紅葉이 아니라 滿山白花였다. 코스가 짧아지고 인파에 밀려 올라와 짜증 났던 산행에 많은 위로가 되었다. 거기다 날씨도 좋아 능선 오른쪽으로는 산의 바다가 왼쪽으로는 진안읍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덤으로 진안 쪽에서 들려오는 상춘객이 부르는 커다란 노랫소리까지. Rome In Rome! 상춘지에서는 상춘객이 되어야!
자잘한 자갈이 아니라 큰 돌을 모아 콘크리트를 만든 거처럼 보이는 역암 - 지리 조 감수 - 으로 이루어진 바위 봉우리를 오르니 정자가 있었다. 정자가 '비룡대' 봉우리는 '나봉암(527m)'이다. 정자는 "행복한 여행"이라는 팀이 빈틈없이 차지하고 있어 사진 찍을 공간도 나오지 않아 정자에서 내려와 나봉암 정상석에서 마이봉을 배경으로 한 장, 정상석을 배경으로 한 장 찍고 다음 목적지이자 점심 먹을 삿갓봉을 향해 갔다.
정규코스에 없는 삿갓봉으로 향하는 이유는 전날 봉 감독이 삿갓봉이 두 마이봉이 한눈에 들어오는 위치라고 얘기한 거로 이해하고 능선 위에서 그럴만한 봉우리를 찾기 시작했다. 산악회에서 준 지도상에서 보면 무덤에서 갈라지는 것으로 나온다. 그런데 그 위치에서는 마이봉의 두 봉우리가 겹쳐 보이기 때문에 봉 감독이 추천하고 내가 원했던 그림이 아니라는 판단에 다른 봉우리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위치상으로는 두 마이봉 앞에 보이는 언덕? 봉우리가 적당해 보였다.
산악회에서 준 지도나 앱상의 지도로는 그곳으로 갈 길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포기할 내가 아니라 봉두봉으로 가는 길 위에서 좌측을 유심히 살피며 가다 옛길의 흔적을 발견해 다른 등산객이 보면 안 되니 빠르게 그 길로 들어갔다. 100여 미터를 가자 길의 흔적은 사라졌다. 어쨌든 건너편으로 가기 위해 들개 산행을 하다 리본이 달린 나무와 길을 발견했다. 몇몇 산악회도 불법을 마다하지 않는 걸 알고 있었으니 나와 비슷한 목적을 가진 산악회의 리본이라 생각했다. 그 길을 따라가니 앞에 거대한 암마이봉이 나타나고 옆으로는 작은 계곡에 물이 졸졸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암마이봉 쪽에서 등산객이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길을 제대로 찾은 거 같았다. 등산객이 쉽게 올 수 없는 비법정 탐방로에 물도 있고. 점심 먹기에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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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세팅하고 자리를 잡고 앉아 라면이 끓는 동안 한잔하고 있는데, 산꾼이 나타나 '방해해서 미안하다.'고 하면 지나갔다. 그리고 좀 있더니 초보 등산객으로 보이는 사람이 나타나 암마이봉 가는 길을 물어보았다. 그래서 친절히 앞에 보이는 게 암마이봉이라고 일러주었다. 그렇게 일러주는 순간 나도 깨달았다. 내가 내려온 길이 내가 가고자 했던 두 마이봉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위치가 아니라 암마이봉을 가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어쨌든 가져간 반찬과 라면, 찬밥에 빨갱이를 반주로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유감이라면 술을 남긴 거.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는 모든 증거를 없애고 다시 산행을 시작한 시각이 1시 9분이다. 12시 30분경 자리를 잡았으니 대략 35분 정도 점심을 먹은 거 같다. 역시 티타늄 코펠이 최고다! 마이산의 정규 탐방코스는 비룡대에서 봉두봉을 거쳐 암마이봉으로 오르는데 나는 삿갓봉(이라고 내가 생각한)을 찾아 헤매다 결과적으로 봉두봉을 거치지 않는 지름길로 암마이봉으로 오르는 길을 택한 결과가 됐다. 봉두봉을 갔다 와도 충분한 시간이었음에도. 해서 암마이봉을 올랐다 상황을 봐서 봉두봉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도 고려했다.
등산객, 상춘객 너나 할 거 없이 몰린 인파에 암마이봉을 좌로 돌아 정상을 오르는 들머리까지 가는 길은 말 그대로 줄을 서서 가야 했다. 그렇지만, 속도를 요구하는 본능을 무시하지 못해 앞서가는 사람 대부분을 추월해 암마이봉 감시 초소 앞에 도착한 시각이 1시 52분이다. 대부분 등산객이 배낭을 벗어 초소 앞에 두고 오르기 시작했지만, 배낭 벗고 카메라 들고 오르는 게 더 귀찮아 그대로 오르기 시작했다. 얼마나 인파가 몰리는지 암마이봉은 등산로와 하산로가 구분되어 서로 방해받지 않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좌로 보이는 수마이봉과 그 바윗덩어리에서 붉게 빛나는 진달래에 감탄하며 1시 52분에 오르기 시작한 암마이봉 정상(686m)에 2시 12분에 도착했다.
초소에서 정상까지 대략 700여 미터를 20분이 걸려서 올라갔다. 한 번쯤은 올라야 할 산이 틀림없었다. 예상대로 정상에는 인증을 찍기 위해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그리고 아이스크림 장사가 호객하고 있었다. 놀라운 것은 까만 소 신자는 의외로 적었다. 열에 하나둘? 그런데도 같은 팀도 각자 단독 사진을 찍고 단체 사진도 찍었다. 물론 독 사진이든 단체 사진이든 아주 다양한 포즈로. 내가 그동안 까만 소 신자를 오해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건을 들었던 아니던 현대인은 다양한 포즈의 단독 인증이 중요한 거 같았다. 남이야 기다리든 말든. 이런 걸 보면 우리는 과거를 사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줄 서서 기다리는 건 체질에 안 맞아 옆으로 돌아가 삼각대에 카메라를 거치하고 사진을 찍은 후 주변 경치를 감상했다. 그런데 암마이봉 정상에서 의외의 동물을 보고 놀랐다. 흑염소가 바위
정상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내가 아는 흑염소가 있는 산 정상이 세 개로 늘어난 순간이다. 북한산의 상장, 황악산, 암마이봉! 인간으로부터 도망친 탈출 염소가 아닐까 생각된다. 정상에서 건너편
수마이봉을 자세히 관찰하니 암벽을 오르기는 어렵지 않아 보였고 하산도 역시. 한번 올라볼까 하는 욕심이
생겼다. 언젠가는...
그리고 정상에서 봉 감독이 얘기한 삿갓봉(내가 그렇게 믿은)을 보니 울창한 숲이 우거져 있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봉이 헛소리할 친구가 아닌데 하며 그가 보낸 메시지를 다시 확인하니 “그곳이 암마이봉 수마이봉이 겹치는 앵글이 절묘..”였다. 늙어서 그런지 알코올 때문인지 요즘 글을 봐도 멋대로 해석해버리는 일이 가끔 발생하는데 이번도 마찬가지다. 봉이 말한 삿갓봉은 지도상에 보이는 그 삿갓봉이 맞다.
2시 19분 암마이봉을 내려와 암·수마이봉이 만나는 지점에 도착한 시각이 2시 35분이다. 이미 인파는 명동을 초월하고 있어 사람들 사이를 빠져나가기가 쉽지 않았다. 내 앞은 '4060'팀이 가로막고 있었다. 어쨌든 2시 39분에 은수사에 도착해 천연기념물 청실배나무를 구경하고 먼지 앉아 더러워 보이는 약수에서 물을 떠서 목을 축였다. 가져간 물이 있었지만, 은수사의 물이 마시고 싶었다. 내가 물을 떠서 마시는 모습이 아주 시원하게 보였는지 여성이 다가오면 물맛이 어떠냐고 물어보았다. 아주 맛있고 시원하다고 답해주었다. 그러자 그 여성이 물을 마시기 위해 약수로 가니 일행으로 보이는 남자가 물이 더럽다고 마시지 말라고 소리쳤다. 그 여자 왈 '어떤 남자가 아주 맛있게 먹어 괜찮은 줄 알았다.' 속으로 '그래, 스님과 나는 아무거나 잘 먹는다.'라 한마디하고 탑사를 향해 내려갔다.
2시 47분 탑사에 도착해 구경 후 다시 길을 가 벚꽃 터널을 지나 오리배가 방황하고 있는 자그마한 호수에 도착했다. 호수에서 벚꽃과 호수에 떨어진 꽃잎을 구경 후 이번 산행의 사실상 들머리이자 날머리라고 할 수 있는 금당사에 3시 10분에 도착했다. 이번 산행이 끝난 시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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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당사에서 남부 주차장에 이르는 벚꽃 터널 주변 식당은 최대의 호황을 맞아 정신이 없어 보였다. 그 식당에 혼자 들어가 막걸리 달라고 할 용기가 나지 않아 계속 밑으로 내려갔다. 인간의 속성상 가까운 곳을 갈 거라는 근거 없는 믿음이 주차장에 가까운 식당은 그나마 한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예상대로 주차장에 가까운 식당은 그나마 빈자리가 보였다. 그중 하나에 혼자라는 것을 밝히니 앉으라고 했다. 달랑 막걸리만 시키기 뭐해 파전도 같이 시켰다. 물론 그 파전의 대부분은 남겨져 음식물 쓰레기가 될 것을 알지만.
냉천 막걸리 - 꽤 맛이 좋았다. - 한 병을 깍두기, 오이지와 비우고, 파전은 예의상 조금 먹은 후 계산을 하고 식당을 나온 시각이 3시 45분이다. 수많은 버스 사이에서 내가 타고 온 버스를 찾는 데 10분가량 걸렸다. 물론 오랜 시간, 차 타는 것을 고려해 볼일도 보고. 탈 때와 같이 카메라와 패드, 이어폰을 빼고 배낭을 버스 짐칸에 넣은 후 자리에 가 앉았다. 그 시각이 3시 55분. 마감 시간보다 5분이 빨랐다. 같이 온 일행이 속속 타기 시작해 3시 59분에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했다.
올 때와 같이 차가 출발하자마자 잠이 들었던 거 같았다. 버스의 실내등이 켜져 잠을 깨니 버스가 정안 휴게소로 들어가고 있었다. 남부 산행에서 상·하행 동일한 휴게소를 갔던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게 5시 25분이다. 역시 상행하는 차량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다시 서울을 향해 출발한 버스는 죽전을 거쳐 신사역에 7시 25분경 도착했다. 3시간 25분 정도 걸렸다. 진안도 가까운 곳은 아니다. 그리고 집에 도착한 시각이 8시 20분이다.
결과적으로 "남부 주차장 → 금당사 → 고금당 → 비룡대 → 무덤 → 암마이봉 → 은수사 → 탑사 → 금당사 → 남부 주차장" 7.6km(트랭글 기준), 4시간 동안 꽃과 상춘객의 화려함을 즐겼다. 거리에 비해 시간이 많이 걸린 이유는 들개가 되어 헤매고 다니느라.
상춘지로서 마이산은 국내 몇 손가락 안에 든다는 게 내 생각이고, 인파만 감당된다면 해마다 가고 싶은 장소다.
산행지로의 마이산은 남부 주차장을 기준으로 하는 환종주라면 한번이면 족하다.
봉 감독이 추천한 삿갓봉과 정규 코스에 있는 봉두봉을 가지 못해 아쉬운 산행이었다.
막상 들고 다녀 보니 소니도 생각보다 무겁지는 않았다. 당분간 더 들고 다녀보고 판단!
지난 황악산부터 새삼 깨달았지만, 내 체질에는 이런 산행이 맞다!
첫댓글 동무없이 다닐만 해?
같이 가게?
난 토에 족구
이번 토 운악산이 가벼우면서 절경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