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을 사랑하는 미니멀리스트의 단독주택과 오피스

[wksjsjfkr노자군자순]

주택의 재활용 ❹-3

발길 닿는 곳마다 작은 정원을 만나게 되는 특별한 일터. 공간 디자인을 업으로 하는 부부는 새하얀 바탕과 간결한 선 위에 그동안 품었던 꿈을 마음껏 펼쳐놓았다.

Family 김진국(42), 김지양(39), 김주하(8)      
Job 인테리어 회사 Design J3 운영(남편은 소장, 아내는 디자인 실장)      
House 1988년에 지어진 2층 조적조 주택      
Process 공사기간 2개월 반, 사무실 용도로 건물 전체 리노베이션     
Cost 주택 매입 550,000,000원, 리모델링 150,000,000원

오래된 집의 화양연화(花樣年華)

“좋아하는 디자인과 원하는 공간을 마음껏 그려볼 수 있기를 꿈꿔왔죠. 그러다 어릴 적 살던 동네에서 적당한 단독주택 한 채를 발견했어요.”

부산 수영구 망미동, 한적한 도심 골목에 자리한 ‘Design J3(디자인 제이삼)’. 김진국, 김지양 씨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인테리어&가드닝 회사의 새 오피스다. 연애 시절부터 12년 넘게 같이 일해 온 부부는 지난겨울, 그토록 갈망해왔던 ‘우리만의 사무실’을 실현했다. 유년시절, 진국 씨가 구석구석 누비던 동네에 꿈을 담은 공간이 생긴 것이다. 1980년대 건축된 낡은 이층집을 두 사람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하며, 늘 해오던 것처럼 남편은 건축 설계와 현장을 진두지휘하고 아내는 남다른 감각으로 인테리어와 가드닝을 도맡았다.

BEFORE - 전형적인 1980년대 2층 양옥집으로, 그 당시 한 건축업자가 옆집과 뒷집, 그 옆집까지 4채를 한꺼번에 지어서 판매한 쌍둥이 주택이다. 이웃 건물이 방향만 다른 형태인 데다 매입 당시 모두 빈집이어서 이웃 간 분쟁의 소지는 거의 없었다.

“신축도 고려했지만, 층수는 높일 수 있어도 각 층의 면적이 너무 좁아지겠더라고요. 결국, 용도에 맞게 리모델링하기로 했죠.”

집을 고치면서 진국 씨가 가장 신경 썼던 건 ‘안전성’이다. 노후한 조적조 건물은 지진에 취약한지라 내진 설계와 구조 보강이 필수였다. 그는 “경주 지진이 발생했을 때, 부산에서도 느낄 수 있었던 진동과 불안이 아직 생생하다”며 “가족은 물론 방문하는 손님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건물을 만들기 위해 자체적인 추가 보강까지 충실히 했다”고 전한다.

부부가 수많은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고민해 탄생한 오피스는 박스 형태의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예전 모습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다. 1층 3가구의 임대 세대, 2층 주인 세대로 분리되어 있던 집은 근린생활시설로 용도 변경하고 벽을 트고 내부 계단을 새로 만드는 등 공간을 재구성했다. 안으로 들어가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마감과 인테리어 디자인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컬러풀한 소품으로 위트와 생동감을 더한 센스가 예사롭지 않다. 1층은 리빙 소품과 가구 등을 전시·판매하는 편집숍과 비밀스러운 개인 작업실로, 벽을 터서 하나의 공간으로 구성한 2층은 주요 업무와 미팅이 이루어지는 오피스로 꾸몄다.

빈티지 가구와 감각적인 리빙 소품을 만날 수 있는 1층 스토어. 2세대로 나뉘어 있던 공간을 연결해 꾸민 곳으로, 엄마이자 아내, Design J3의 실장인 지양 씨의 안목이 고스란히 담겼다.

1층의 이끼 깔린 작은 후정은 액자에 담긴 그림 같다. 도심 속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장소가 되길 바라며 만든 공간이다.

1F STORE     
출입문 : 태양 자동문  /  바닥재 : TEKA(오크)       
계단재 : 구로철판 + 우레탄 도장  /  벽체 : 벤자민 무어 도장       
수전&언더볼 : 아메리칸스탠다드  /  주방 가구 : LG하우시스 화이트 대리석      
조명 : 필립스, 아르테미데(Artemide), LED 제작 티 램프

옥상에는 모임과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정원을 두고, 아들 주하에게 작은 다락방을 만들어 주었다. 한창 놀고 싶을 나이의 아이에게 아파트에서 뛰지 말라고 잔소리하게 되는 것이 늘 마음 쓰였던 터였다. 엄마아빠가 선물한 나만의 아지트를 보고 주하가 뛸 듯이 기뻐한 건 말할 것도 없다.

1층부터 옥상까지 마주치는 작은 정원과 식물 화분이 도심 속 숨통을 트여주는 작은 쉼터이자 사랑스러운 오피스. 부부는 이곳에서 매일 풍부한 상상과 영감을 주고받으며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미닫이문을 열면 계단 아래 공간을 활용한 창고가 나타난다.

진열대 역시 미니멀하게 자체 제작했다. 한쪽에는 주방용품을 위한 작은 싱크대를 연출했다.

POINT _ 주방 상판으로 사용된 LG하우시스 Z:IN의 인테리어 대리석 ’하이막스‘

왼쪽부터 마르모 에데사(M501),  마르모 페라라(M503),  마르모 페라라(M203)

천연석의 컬러와 패턴을 살리고 단점은 보완한 고품격 인테리어 대리석. 3차원 열성형이 가능해 다채로운 형태로 표현이 가능하며, 높은 내오염성으로 세균 번식이 어려워 일반 가정의 주방용 상판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주거 공간은 물론, 레스토랑이나 카페 등 상업공간에서도 각광받고 있다.

창턱에 걸터앉아 책을 보는 주하. 잔디밭이 보이는 2층 창의 풍경은 비 오는 날이면 더욱 청량하게 느껴진다.

내부 계단을 만들어 1, 2층을 연결했다. 딱 떨어지는 선을 구현한 완벽한 마감 디테일이 인상적이다.

2층으로 바로 출입 가능한 외부 계단은 그대로 살렸다.  /  업무 공간에 선 진국 씨. 천장에 길게 난 일자 구멍은 냉난방기 바람이 나오는 통로다. 미니멀한 공간에 맞게 커버를 직접 디자인, 제작했다.

HOUSE PLAN

대지위치 ▶ 부산광역시 수영구 좌수영로 161-24   |  대지면적 ▶ 149.64㎡(45.27평)  |  건물규모 ▶ 지상 2층  |  건축면적 ▶ 88.94㎡(26.90평)  |  연면적 ▶ 164.15㎡m2(49.66평)  |  건폐율 ▶ 59.45%  |  용적률 ▶ 109.73%  |  주차대수 ▶ 2대  |  최고높이 ▶ 7m

구조 ▶ 기초 - 철근콘크리트 줄기초 / 벽 – 시멘트벽돌 조적조  |  단열재 ▶ 그라스울 32K  |  외부마감재 ▶ 경량 스틸 패널, 에나멜 조색 도장, 에나멜 투명 도장   |   창호재 ▶ 픽스창(강화유리 12mm, 페어유리 22mm), 시스템창호  |  에너지원 ▶ 태양광

조경·그린 디스플레이 ▶ Design J3  |  구조 설계·인허가 ▶ 준우 건축사사무소  |  설계·시공·인테리어 ▶ Design J3 010-9238-8667, www.instagram.com/designj3

복도와 오픈 세면대 및 화장실에는 출입문, 잉고마우러의 조명, 화분, 비누 받침 등으로 컬러 포인트를 주었다.

널찍하게 구성한 2층 오피스 공간에서는 주로 미팅이 이루어진다. 아기자기한 소품과 식물이 생동감을 더한다.

2F OFFICE      
바닥재 : 아크리트  /  도어 : 주문 제작 + 벤자민 무어  /  욕실 타일 : Azul 타일(부산 윤현상재)    
욕실 수전&언더 볼 : 아메리칸스탠다드  /  붙박이 수납장 : 주문 제작 가구  /  테이블 : 이튼알렌(Ethan Allen) 
의자 : 카르텔(Kartell)  /  조명 : 필립스, 잉고 마우러(Ingo Maurer)

AFTER

건축주 인터뷰 / JINGOOK & JUHA & JIYANG

지난겨울, 부산에서도 보기 드문 강추위 때문에 양생에 어려움이 있었고 공사가 많이 지연됐지요. 어쩔 수 없는 상황만 아니라면 한겨울이나 장마철 공사는 가능한 피하시길 바랍니다.   

또, 노후주택은 지진에 약한 조적조로 지은 사례가 많으므로 반드시 구조 진단을 받기를 권합니다. 내진 설계와 구조 보강은 거주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절대 가볍게 여기면 안 됩니다. 특히 건축물 대수선 신고를 하지 않고 암암리에 구조 변경을 하는 집도 적지 않은데, 이는 매우 위험천만한 일이에요. 

철거, 증축 등 구조 변경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지는 대수선의 경우, 업체를 선정할 때 유사한 작업 경험이 많고 해당 분야에 대한 정보(시공과정, 방법, 자재 등)를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곳인지 따져봐야 합니다. 공사 기간의 관리는 비용 절감과 효율성 측면에서 중요하므로 납기나 미팅, 준공 등 시간 약정에 철저한가도 꼼꼼히 살펴보세요.

옥상정원과 아들 주하를 위한 작은 아지트. 옥탑방은 태양광 패널을 지붕 삼아 만든 것이다.

나지막한 다락 느낌의 옥탑방은 내부 전체를 합판으로 마감하고 세모 창을 내어 재미를 주었다.

ROORFTOP KID’S ROOM   
내벽 마감재 및 수납장 : 합판 15mm  |  외벽 마감재 : 테라코트 슈퍼화인

공사일지                                                                 블러그구경가기

D-77｜10월 11일~17일 본격적인 철거가 시작되었다. 내부 계단을 만들기 위해 2층 바닥 슬래브 일부도 잘라내었다. 폐기물량이 예상보다 더 어마어마하다. 

D-70｜10월 18일~26일 근린생활시설로 용도변경 후 구조 진단을 했다. 건축용도에 따른 법적 의무이기도 했지만, 구조 안전에 대한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철저한 내진 설계 후 기초와 골조 보강을 꼼꼼하게 진행했다. 

D-61｜10월 27일~11월 3일 기존 정화조를 철거하고 신설했다. 수도 배관도 모두 새로 깔았다. 

D-42｜11월 15일 추가 보강 작업, 구조 변경 등을 마치고 외관 공사에 돌입했다. 외벽 전체에 금속 패널을 둘러 예전 모습을 완전히 버리고 박스형의 심플한 입면을 만들 계획. 이것이 어마어마한 대장정의 시작일 줄 그땐 몰랐지. 

D-41｜11월 16일 외관 금속 작업과 동시에 내부 공사가 시작되었다. 내부 계단은 구로철판으로 제작했다. 

D-39｜11월 18일 온돌 대신 천장에 냉난방설비를 설계, 시공했다. 기성품 디자인은 미니멀한 천장 마감을 해치는 면이 있어 커버를 공간에 맞게 직접 디자인, 제작했다. 아파트였다면 층고가 낮아 불가능했을 일이다. 

D-37｜11월 20일 내부 도장을 먼저 끝냈다. 아직 바닥재 시공과 디테일 마감, 조명과 창호 설치 등이 남았다. 

D-26｜12월 1일 에너지원이 되어줄 태양광 패널 설치 완료. 옥탑방의 지붕을 겸한다. 

D-21｜12월 6일 아이를 위한 작은 옥탑방 공사를 시작했다. 야외 가구와 화분을 놓아 옥상정원도 꾸밀 예정이다. 

D-1｜12월 26일 외관의 도색과 전기 작업까지 모두 마쳤다. 드디어 정식 입주만 남았다!

취재_ 조고은   |  사진_ 변종석

ⓒ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18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