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는 바쁘게 편의점에서 사온 이력서를 대략 작성하고 최일용을 만나기 위해 집에서 나갔다.
“강군아, 이력서 갖고 왔니? 사진이랑.” “예, 그런데 뭐라고 써야 합니까?” “아무렇게 적당히 써라. 학교는 그냥 고등학교 졸업이라고만 써라. 학력이 높아도 안 좋다. 글고, 낮아도 안 좋응거다.”
최씨는 영구가 어느 학교를 다녔는지도 모른다. 이력서에는 뭐 별로 내세울 이력이 없는지라, 생년월일 그리고 자영업 했던 것만 간단하게 쓸 수밖에 없었다.
“형님, 봐 보세요. 뭐라고 쓸 것이 없네요.” “됐다. 니는 나하고는 이종이나 외종사촌 형님 된다고 해라.”
초전 버스종점이 있는 큰 도로에서 공사현장에 들어서니 덤프트럭에 흙을 실은 행렬이 장사진을 이루고 대형화물차와 승용차들이 계속해서 드나들었다. 아파트 공사현장은 차량들이 무조건 세륜장을 통해서 나가게 했다. 만약에 영구가 일하게 되면 차량들의 바퀴를 씻어서 내보내는 일과 덤프트럭들이 주택단지에 흙이나 모래를 싣고 들어오면 확인 도장을 찍어 주는 일이라고 최씨가 말했다.
세륜기는 덜커덩 덜커덩 대형화물차의 바퀴를 돌리고 있으며 양쪽에서 내뿜는 물줄기들은 타이어에 부딪혀 물방울이 되어 공중까지 치솟고 있었다. 최일용은 성큼성큼 앞에서 걷더니 컨테이너 문을 열고 들어선다.
“영구야, 들어오니라. 여기 전반장이다. 인사해라.” “안녕하십니까? 강영구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전창진입니다. 반갑습니다.” “전반장, 내가 말하던 동생이네.” 전창진 반장이 이력서를 가져 왔는지 묻는다. “강 선생님, 이력서는 갖고 왔습니까?” “예, 여기 있습니다.”
이력서를 받아 본 전반장은 영구를 쳐다보면서 반갑다는 표정이었다.
“나하고 동갑이네요. 그런데 이런 일을 해보지 않은 것 같은데 할 수 있겠습니까?” “예, 할 수 있습니다. 시켜만 주시면 잘하겠습니다.” 전반장은 영구의 이력에 대한 것은 묻지도 않고 오늘부터 일을 할 수 있는가 묻는다. “강선생님, 오늘부터 일을 할 수 있습니까?”
영구는 좀 당황스러웠지만 내일부터 할 수 있다고 말을 할까 하다가 곧바로 오늘부터 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전 반장은 경비원작업복과 안전화 모자를 내놓고 갈아입으라고 했다. 이렇게 해서 영구는 면접을 마쳤다. 실로 1, 2분 만에 공사현장 경비직으로 첫 근무가 시작된 것이다.
“강선생님, 이 옷으로 갈아입으십시오. 전에 일하던 사람이 입던 옷인데 체격이 강선생님과 비슷해서 맞을 것입니다.”
최씨가 컨테이너 사무실 문을 열고 나가면서 전반장에게 악수를 청했다. 시간 나는 대로 놀러 오겠다며 영구에게도 일요일 쉬는 날 한번 만나자며 나갔다.
“강샘님, 따라오십시오.”
전반장은 이때부터 영구에게 강선생님에서 강샘님으로 바꾸어 불렀다. 그의 뒤를 따라 나가니 물웅덩이를 막 지나 나오는 화물차의 바퀴를 세륜기의 롤러 부분하고 맞추기 위해 한 근무자가 손짓하며 오라이 오라이 외치고 있었다. “조금만 더 앞으로 나오세요. 스톱!” 큰소리로 외치더니 영구와 전창진반장을 쳐다본다.
“이샘님, 오늘부터 일하기로 한 강샘님입니다. 인사하십시오.” “이영식입니다.”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선글라스를 꼈으며, 목에서 코에까지 올라온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이 이영식이라며, 악수를 하자며 손을 내미는데 영구와 친한 형님이다.
“강영구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전창진 반장이 영구에게 일하는 방법과 요령을 설명했다.
“강샘님, 오늘은 여기 이샘님하고 근무를 하고 내일은 다른 분하고 근무하고요. 세륜기위에 롤러를 차바퀴가 눌러 줘야 롤러가 돌아가며 물이 나오면서 차들의 바퀴에 흙을 씻어 줍니다. 그리고 롤러와 양옆에 물 나오는 구멍들이 막히지 않게 잘 뚫어 줘야 하고요. 일로 와보세요. 차량들 바퀴를 세척할 때 나오는 흙들이 쌓이는 곳입니다. 이 흙들이 넘치지 않게 자주 긁어내 주어야 합니다. 이쪽에 꼭지가 웅덩이 물을 조정하는 스위치고요. 저쪽 밸브는 세륜기에 물을 조정하는 밸브고요. 그리고 이것은 바닥에 오염물을 씻어 내리는 물 분사기 스위치입니다. 강샘님 이해가 됩니까? 모르면 물어보세요.” “예, 알겠습니다.”
영구는 전 반장의 긴 설명이 어리둥절했지만 일단은 대답이나 해 두고 봐야겠다고 내다 봤다. 흙을 싣고 들어 왔던 덤프트럭들이 계속해서 줄을 이어 들어오고 세륜장을 거쳐 나가고 있다. 물웅덩이에서 앞으로 한두 번 왔다 갔다 하면서 대충 흙을 씻어 내고 세륜기가 돌아가면서 바퀴에 묻은 흙을 씻고 나면 덤프트럭 기사들이 내미는 전표에 도장을 찍어서 확인을 해주는 일이었다.
“강샘님, 전표 한 장은 떼어서 우리가 갖고 나머지 한 장에는 필히 날짜와 시간이 정확한지 확인해야 합니다. 자, 한번 직접 해보세요.”
반장은 컨테이너 초소 안으로 들어가 버리고 이영식과 마주치게 되었다.
카페--씨엔디자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