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스포츠 행정이 근시안적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포항시 체육계에서는 체육인(용인대 졸) 출신의 박승호 시장이 취임하면서 스포츠 인프라 확충에 대한 기대감이 컸으나 3년 재임기간 동안 제대로 된 마스터플랜조차 마련하지 못한 채 임시방편식 행정으로 일관해 체육인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있다.
포항시는 인구 51만으로 '경북 제1도시'라는 자존심만을 강조하고 있지만 체육 시설면에선 구미, 김천, 경산, 경주, 영천 등 타 도시들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낙후돼 '스포츠 후진도시'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적어도 스포츠 시설면에선 포항시는 경북의 2류도시라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포항시 남구 대도동 일대에 위치한 포항종합경기장은 건립된 지 20년이 넘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지만 시는 수십년째 예산타령만 하면서 경기장 현대화 종합계획 수립에 손을 놓고 있다. 그러면서도 시 체육회장인 박 시장은 도민체전 우승에 사활을 거는 치적성 성과 지상주의의 함정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시민들의 참여도가 극히 낮은 요트대회 등 특정 동호인들만의 잔치를 매년 개최해 '홍보성 스포츠 이벤트'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비판이 따르고 있다.
포항종합경기장 육상트랙은 맨 바닥이나 다름 없어 이곳에서 훈련 중인 학생선수들과 시민들이 늘 부상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시와 체육회는 수수방관하고 있다.
특히 실내수영장은 지난 2006년 정밀안전진단 결과 D급판정을 받아 시민들의 안전을 심각히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시 관계자는 "D급판정은 안전에 위협을 주는 정도로 보수보강만 하면 사용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다"는 안전불감증에 빠진 듯한 태도를 취했다. 수영장은 올 9월말로 3년 임대계약이 끝나면서 내년 2월께 입찰을 통해 민간위탁으로 계속 운영할 계획이다. 시가 시민들의 안전을 경시하고 돈벌이에만 급급하고 있다는 비난을 사기에 충분하다.
실내체육관 역시 땜질식 보수로 유도, 태권도, 씨름대회 등을 치르고는 있지만 시설과 규격이 협소해 배구나 농구, 핸드볼 등 구기종목 개최는 꿈도 꾸지 못하는 실정이다.
1만석 규모로 건립될 포항야구장도 180억원에 달하는 추가 예산확보 계획이 불투명해 협회 관계자들을 애타게 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포항시 체육지원과는 예산부족을 핑계로 스포츠시설 현대화에 대한 구상을 외면한 채 무책임한 행정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나 시세나 예산 등이 포항시보다 훨씬 적은 경산시의 경우 1천억원의 예산을 들여 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 등 현대식 스포츠타운을 조성해 지난해 도민체전을 성공적으로 치른 바 있다. 경산시의 사례에서 스포츠 인프라 확충은 결국 자치 단체장의 의지와 추진력에 달려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문제는 내년도 도민체전이 포항시에서 열린다는 점. 시는 추경예산에 포항종합경기장 보수예산을 편성해 육상트랙 등에 대한 보수공사를 할 계획이지만 기본시설이 낡아 체육인들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최근 중국 상해시 스포츠인프라를 견학하고 온 이칠구 포항시의회 총무경제위원장은 "스포츠시설과 호텔이 결합된 상해스포츠파크호텔은 포항종합경기장 대안으로 적용가능한 모델이었다"며 "체육시설에 대한 인식변화와 고정관념을 깨면 해법이 보인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