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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문화 산책-그랜드 오페라 갈라쇼
그것은 횡재(橫財)였다.
물질적 횡재에, 문화적 횡재였다.
바로 엊그제인 2019년 10월 1일 화요일 오후 7시 30분, 천호공원 야외특설무대에서 펼쳐진 ‘그랜드 오페라 갈라쇼’가 그랬다.
일반 극장에서 그런 공연을 볼라치면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야 할 것이었지만 이 공연은 야외무대로 아예 공짜였으니 물질적 횡재일 수밖에 없었고, 보통의 공연은 한 편의 오페라로 무대를 꾸미거나 여러 오페라에서 엑기스 아리아만 골라서 무대에 올린다 하더라도 10여 곡 남짓이 한계인데 이날 공연에서는, ‘유혹’과 ‘고통’과 ‘사랑’과 ‘위풍당당’해서 오페라 스토리의 핵심을 4개편으로 나누어 각 편마다 6곡 내지 7곡의 아리아를 편성함으로써 거의 30곡 가까운 곡을 연주했으니 문화적 횡재일 수밖에 없었다.
‘들어보면 다 아는 참 쉬운 오페라’
그렇게 내건 캐치프레이즈대로, 연주되는 곡들은 하나 같이 내 귀에 익은 곡들이었다.
그 하루 전날의 일이다.
SNS에서의 내 글쓰기 공간인 페이스북 친구 714명 중의 하나인 김선국제오페라단의 김선 단장이 서초동으로 나를 만나러 왔다.
이태리 출신으로 세계적 명성의 남편인 카를로 팔레스키도 동행해서였다.
“어쩌다 신랑하고 서초동을 지나치다보니 문득 법무사님 생각이 났어요. 가까이 계시면 술 한 잔 같이 하고 싶어서요.”
김 단장으로부터 그렇게 초저녁 뜬금없는 전화를 받았었다.
“좋아여.”
내 대뜸 그리 답했다.
누가 됐건, 오겠다는 사람 손사래 쳐 막지 않고, 가겠다는 사람 소매 잡고 늘어지지 않는 내 성미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내 그 순간을 맹하게 보내고 있었던 것도 아니다.
30년 인연의 임창진 변호사님과 이형복 사장과 같이 서초동 단골집인 ‘남도찌게’에서 대구매운탕에 홍어찜을 안주 삼아 권커니 잣거니 술잔을 주고받으면서, 인생사 세상사를 털어내고 있던 중이었다.
더군다나 임 변호사님과 이 사장은 김 단장과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그래도 일단 그렇게 답을 했다.
새로운 인연을 엮을 요량을 해서였다.
간신히 설득을 했다.
그래서 만난 것이, 역시 단골집인 ‘럼보트’였다.
김 단장은 이태리 출신의 세계적 지휘자인 남편 카를로 팔레스키를 동반했고, 나는 마침 가까운 곳에서 우리들 Daum카페 ‘아침이슬 그리고 햇비’ 회원인 김옥련 여사와 따로 저녁을 하고 있던 아내를 불러서 자리를 함께 했다.
분위기가 화기애애할 수밖에 없었다.
김 단장이나 카를로 팔레스키와는 초면인 임 변호사님과 이 사장도, 그 만남을 흥겨워하는 듯했다.
“잠깐!”
판 끝쯤에, 김 단장이 그렇게 우리들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었다.
그러고 하는 말이 이랬다.
“우리 남편 팔레스키를 먼저 들여보내야겠어요. 내일 중요한 음악회가 있거든요. 그 준비를 해야 해요. 그러고 나서 우리끼리 따로 한 잔 더 해요.”
2019년 10월 1일 화요일인 바로 오늘 오후 7시 30분에, 천호공원 야외 특설무대에 올려지는 ‘그랜드 오페라 갈라쇼’가 그 음악회라고 했다.
Sop. 김순영 Sop. 강혜명 Sop. 오신영 M Sop. 김선정 Ten. 박기천 Ten. 김동원 Ten. 이동명 Bar. 박정민 등, 8인의 국내정상급 성악가들이 출연해서,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카르멘>, <리골레토>, <라보엠>, <토스카>의 주옥같은 아리아와 중창곡을 연주할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언뜻 들은 프로그램만으로도 벅찬 무대가 되겠다 싶었다.
더 고마운 것은 공짜초대라고 했다.
“좋아요. 갈게요.”
내 그렇게 답을 했다.
그렇게 발걸음 하게 된 공연장이었다.
물질적 횡재였고, 문화적 횡재였다.
거기에 더해서 감동적 횡재이기도 했다.
한 곡 한 곡 그 모든 곡이, 들어보니 다 아는 참 쉬운 오페라 곡으로, 그때마다 가슴에 뭉클한 감동이 한 소쿠리씩 담겨들어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