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구름은 늑골이 무거워 지평선이 조금 휘었다
바람의 구두를 훔친 사내가
먹빛 구름 떼 위에 걸터앉아서 휘파람을 분다
우기의 목초들은 바람에 눕는데
사쪽 창가에 낡은 의자라도 내놓고
아주 조금만 쉬고 싶었던 사내는
아직 갈 길이 먼데
아쩐지 오늘은 다 온 것 같아서
낯익은 바람을 따라 나선다
둔중한 먹구름의 무리들 함께
눈가는 쉽사리 세상과 말 놓지 못해서
늘 눅눅하고
책들은 너무 무거워서 아무도 읽지 않는다
지평선 가장자리 노을이
종종 내리던 먼 길 집 한 채
황무지의 끝에 그가 남긴 주저 흔하나
무거운 기억들을 잠시 놓고
쉽사리 가벼워진 사내는
바람의 구두를 훔쳐 신고
마음이 먼저 달려간다
곧 그 성마른 사내는 아디에도 보이지 않고
양철지붕 위에 낡은 한 켤레 구두가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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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바람의 구두를 훔친 사내/ 홍애니
시너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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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29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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