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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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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QST지의 발견과 나의 Amateur Radio의 시작
나의 본적은 경남 김해군 대저면으로 우리 피난의 종착지다. 여기에 도착한 것이 1950년 12월 말경이었다. 김해에 오니 전쟁을 더 실감할 수 있었다. 미군 공병대가 비행장 K2를 짓고 있었고, 밤낮으로 불도저가 작업을 하고 다이너마이트로 산을 깎아 활주로를 만들고 있어 칠점산이라고 불리는 작은 산들의 모양이 달라지고 있었다.  할아버지 환갑때 내 땅이라고 한 곳도 비행장이 되고 있었다.  여기가 오늘의 김해비행장인 것이다.
일부 완성된 활주로를 이용하여 전투기가 출격을 하고 있었는데, 우리 집은 이 비행장에 바로 붙어 있어 밤이면 전기불이 달밤 같이 종이 창문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사랑채는 방이 3개 있고 큰 곳간과 소가 자는 소 침실(?) 겸 지푸라기 창고가 붙어 있었다. 전에는 체격이 좋은 머슴이 있어서 아침에는 소를 밖에 내고 소죽을 끓이고 있었는데, 군대에 입대하여 조그마한 체격의 판돌이가 모든 일을 떠맡았다고 했다.
 
1951년이 됐다.  미군 통역관으로 다니는 김 선생이 사랑방에 하숙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가끔 놀러가서 식사도 같이 하곤 했는데, 더운밥에 부대에서 나온 마가린, 베이콘 썰은 것, 양파 말린 것, 달걀가루 등을 섞어서 비벼 먹으면 그 맛도 일품이었다. 김 선생은 미군부대에서 버리는 잡지 등을 모아서 일주일에 한번 씩 부산에 가져다 팔고 있었는데, 하루는 판돌이가 나를 나오라고 하더니, 김 선생님 방에 좋은 책이 많다고 같이 가보자고 했다. 그것은 PLAYBOY 잡지 같은 것들이었다. 판돌이는 학교는 안 갔지만 나보다 2년쯤 아래(중2)의 나이였다.
 나는 여기에서 QST지를 발견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판돌이를 시켜서 PLAYBOY지와 QST지를 빼내도록 하였다. PLAYBOY지는 내가 감출 곳이 없어 판돌이에게 주고,  QST지는 내가 가지고 왔다. 미국 군대에는 많은 HAM국이 MARS라고 하며 활동하고 있었다.
 
이 QST지의 발견이 나의 Amateur Radio의 시작이 된 것이다. QST지는 무선잡지인 것만은 확실한데, 별로 볼 것이 없었다. 그리고 영어책이라서 이해도 힘들었다. 나의 영어실력의 한계를 또 한번 느꼈다. 이해할 만한 기사는 열심히 콘사이스(영어사전)와 싸우면서 읽었다. 김 선생이 영어 선생인데도, 나는 QST지를 훔쳤기 때문에 그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다. 여러 약어들이 사전에도 나와 있지 않아서, 나는 사전이 너무 골동품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김 선생은 얼마 안가서 부산으로 떠나버려서, 영어를 배울 좋은 기회를 놓쳐버린 것이다. QST지에 있는 광고도 새로운 기기나 회사 이름을 배우는 좋은 재료였다. Hallicrafters, Collins, National 등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었다.

                                              
미국 아마추어무선연맹 ARRL 월간지                  ARRL 에서 만든 Handbook, 나의BIBLE

서울이 부산으로 옮겨왔고, 1951년 여름, 나도 부산으로 갔다, 처음에는 보수동 일가 집에 끼어들었는데. 집도 좁았지만, 수돗물이 거의 안 나오는 상태라서 밥 짓는 외에는 물을 쓸 수가 없었다. 세수도 수건을 적셔서 닦는 정도로 끝냈다. 그래서 여기서는 잠만 자고, 낮에는 밖에 나와 있었다.
  몇몇 친구들이 광복동에 있는 일식집 2층에 매일 모였다. 이홍구, 조남욱, 이응선 그리고 내가 주 멤버였다. 하루에 두 번씩 광복동을 지나게 되니, 서울에서 청계천을 거쳐서 집으로 돌아오던 것과 같은 일과였다. 이 광복동에 노점상들이 들어서 있었는데, 청계천은 주로 일제시대의 고물들 이었으나, 광복동은 최신 미제나 일제들이어서 새로운 것을 볼 수 있었고, 잡지만을 전문으로 하는 노점이 많았다.
 나는 여기에서 ARRL Amateur Radio Handbook을 발견한 것이다. 이것은 나에게 매우 중요한 바이블(Bible)이 되었다. QST지에서 몰랐던 것들이 여기에 다 있는 것이었다. 이 책 덕분에 영어실력도 많이 늘었다. 
 
 부산 대신동에 피난 천막학교가 열렸다. 1952년 초, 나의 친구 김승순의 형 김승세가 부산역 앞 창고 2층 방에서 송신기를 제작해서 전파를 낸 것이다. 송신기라기보다는 자그마한 진공관 발진기였는데, 1km떨어진 곳에서 이 전파를 수신하고는 둘이 다 같이 흥분을 하였다.
  내가 처음 경기중학에 입학을 했을 때, 제일 먼저 과외반을 모집한 것이 미술반이었다. 그래서 나는 여기에 들어가 몇 년 동안 열심히 그림을 그렸고 미술전시회에 출품도 했다. 그런데 그 때 무선반이라는 것이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부산에 가서야 알았다.
  이 무선반은 조요한씨가 설립한 것으로 김승세 형은 경기중학 무선반 출신이었던 것이다.
나보다 4~5학년 위여서 내가 입학할 때 졸업을 하신 것 같다. 조요한씨는 무선과학 이라는 radio에 관한 책을 출판했는데   한글로 된 무선에 관한 출판물로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나왔다. 고등학교 학생으로 과학서적을 그 혼란 중에 출판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업적이다.

  1952년 새학기에 나는 부산의 천막학교에서 물리반을 차렸다. 신입생 모집에 친구 정한모의 동생 정근모가 신입생으로 들어왔던 기억이 난다.  또 나의 후배로 배명승, 박대선을 부산에서 만났는데, 그들에게 HAM 바람을 불어 넣었고, 곧 그들은 HAM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박대선이는 집이 원래 부산이어서 우리들 피난민과는 달리 모든 것에 여유가 있었다. 집도 상당히 큰 2층집이어서, 나와 배명승은 자주 박대선이네 집에 놀러갔다.
  나는 땜용 도구나 HAM들이 좋아하는 통신기 등을 모아 들였으며, 전에는 보지도 못한 군용 장비들을 가지고 놀 수가 있어 피난시에도 매우 중요한 실기를 할 수가 있었다.
  7Mc의 HAM BAND는 UC 세상이었고, 일본은 HAM 개방 직전이었다고 생각된다. 박대선 이네 집 2층은 HAM을 위한 전초기지가 되었다. 또한 김승세 형의 전파발사는 나에게 큰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제는 "부러움"에서 "나도 할 수 있다."로 발전했다.

2-3 서울 환도
우리나라는 이제 완전히 폐허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나라라는 이름만 있었지, 세금을 걷고 예산을 집행하는 그런 상태가 아니었다. 미국 군대의 보급물자는 포탄을 제외하고는 그 절반이 시중에 흘러나와 국민의 의식주을 해결시켜 주고 있었다. 내가 입고 있는 것도 미군복을 물들인 것이고, 신고 있는 신발도 미군화였다. 많은 구제품이 정부를 통해서 그리고 교회를 통해서 전달되고 있었다. 그 대부분은 시장에서 유통되어 그 당시 많은 정부 관계자, 교회 목사와 간부들이 재정적으로 재미를 보고 있었다. 폐허가 된 동네는 하꼬방(판자집)촌으로 재생되고 깡통(can이 깡이 됨)을 잘라 이어서 만든 평판은 지붕의 건축 재료였다. 또한 식기로도 많이 사용하였다. 제일 큰 깡통은 음식 저장으로, 바가지 대용으로 집에서 이용되었고, 특히 거지들이 구걸용으로 큰 깡통을 들고 다녀서 '깡통 찬다'는 단어도 생겼다.
 
1953년 8월 15일 정부가 정식으로 환도했다. 우리학교도 신공덕동에 있는 공과대학 본교사로 이사를 갔는데, 거기에 있던 미군부대는 다른 곳으로 나갔다. 급한 일이 생겨 변소를 찾았다. 모두 수세식 변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놀란 것은 앉는 자리에 모두 배설물로 덮여 있는 것이었다. 변기를 사용할 줄을 몰라서 앉는 자리에 발을 올리거나, 앉지 않고 변을 보아서 앉아야 할 자리 위에는 모두 배설물로 덮여 있었던 것이었다. 종이도 없어서 신문, 잡지 등이 찢어져 널려 있었다. 수세식 변기는 당장 철거되고 옛날로 돌아갔다.
  우리도 언젠가는 수세식 변기를 사용할 것인데, 우리에게 주어진 것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철거해 버렸다. 우리나라 최고학부에서, 그것도 전국에서 엘리트들이 모인 공과대학에서 일어난 일이다. 누군가 수세식 변기 사용법을 설명한 메모 한 장을 전교생에게 보내면 해결될 수 있었던 일이다. 그리고 청소부가 변기 사용법을 몰라 더렵혀진 좌석을 깨끗하게 씻어서 유지했더라면 한국에서 처음(?)으로 공공장소의 수세식 변소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나는 1958년에 한국을 떠났다. 언제 '변소'가 '화장실'로 되었는지, 나는 화장실을 모르고 있었다. 나에게는 '화장실'이란 '얼굴 단장하는 곳'으로 해석되어서, 남자 화장실은 연극배우나 사진을 찍기 위해서 특별히 만든 방으로 생각했다. 누가 만들어서 사용하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새로운 단어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국민이면 수세식 변소도 쉽게 받아들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청계천 상점들도 옛날과는 아주 달랐다. 많은 집들이 폭탄에 없어졌지만, 노점 가게에 진열한 물건이 이젠 대부분이 미군용 장비에서 나온 것이었다. 전쟁터에서 가까워서인지, 내가 모르는 미군 통신장비들이 많이 숨겨져서 거래되고 있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수신기는 GRC-9 수신부였다. 부산에서 샀는지, 청계천에서 샀는지 기억이 확실치 않다. 이 수신기는 배터리로 동작이 되어서 항상 7Mc대에 맞추어 켜놓고 있었다. Tester도 Tube Checker도 구했다. 전기인두(인두의 일본말)도 미제로 좋은 것을 마련했다.
 이제는 청계천을 뒤지는 데도 그 목표가 확실해 졌다. 송신기를 만드는 것이다. 일제 비행기에 사용했던 송신기의 AM증폭기로 절반정도가 부서지고, 진공관도 없었지만, 변조 트랜스는 쓸 수가 있을 것 같아서 사왔다. 이제는 이런 것을 봐도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전에는 상인들이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내가 더 많이 알고 있었다. 자신이 생겼다. 
 
2-4 공과대학과 나의 실망
1953년 4월, 나는 남다른 기대를 가지고,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에 입학을 하였다. 국민학교에서 경기중학에 입학하여 새로운 세계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공과대학에는 비슷한 계통인데도 전기과와 통신과가 따로 있었다. 전기과는 강전(强電)이라 했고, 통신과는 약전(弱電)이라고 구별했다. 나는 통신과에 가려고 했는데, 친구들이 모두 전기과에 지망을 하여, 나도 전기과에 지원서를 냈다. 이유는 간단했다. 통신과는 졸업을 해도 갈 데가 없다는 것이었다. 통신과는 전국에서 통신을 전공하겠다고 모여든 곳이어서 HAM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을 많이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하고 있었다.
  이런 나의 기대와는 반대로 상당수가 지방 출신으로 HAM과는 거리가 먼 학생들이었다. 부산 피난시절에 송신기를 만들기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내가 모르는 기술적인 문제는 공대 통신과 교수들이 해답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크게 기대를 하고 있었다. 송신기 회로를 베끼고 다시 그리고 또 들여다보는 것이 나의 일과이기도 하였다.

첫째 의문은 일본의 수신기 제작 기사들을 보면 코일들을 직경 약 3cm 정도의 원통에 감아서 만드는데, 미제 통신기는 그렇게 큰 것은 쓰지 않는 것이었다. 나는 모든 것을 미국식으로 만들고 싶었다. 크기도 작지만 미국식이 더 발달된 것 같았다. 수신기용으로 미군용 통신기에서 코일들을 많이 뜯어서 모아놓았었다. 처음 통신과 교수에게 내가 설계한 안테나 입력측에 쓰는 동조회로에 대하여 물어보았다. 나의 질문은 우선 미국식과 일본식이 다른 것을 확인시키는 것이었다. 통신과 교수는 미국식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지도 못하고 있었다.
  또 한 번은 송신기와 안테나의 matching문제였다. 내 안테나는 longwire로 한쪽 끝이 송신기까지 와 있었다. Feed line을 없애버렸다. 송신기에 만들어진 전력을 안테나로 옮기려면 Impedance matching이 중요하다. 이 매칭이 잘 되지 않는 것이다. 통신과 교수에게 내 문제를 가지고 갔으나, 내 문제를 이해시키지도 못하였다. 결국 나는 혼자서 π Network로 해결을 하였다. 거액의 등록금을 내고 있는 것이 너무나 아까웠다. 공과대학 교육에 매우 부정적인 태도를 갖게 되었다.

2-5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실험국
나는 서울 공대에 입학하여 당장 학교의 배경으로 '실험국'을 내려고 했었다. 개인국은 힘들어도 단체 실험국은 체신부에서 허가가 쉽게 나올 것 같은 눈치를 챘기 때문이다. 그래서 먼저 전기과의 우형주 주임교수와 상의를 하였으나, "그것은 통신과에서 해야지 전기과에서는 좀 곤란하다."는 것이었다. 통신과로 학적을 옮기려고도 생각을 해보았으나, 오라고 끌어주는 사람도 없는 과에 갈 마음이 나지 않았다. 더우기 통신과 주임교수는 이재곤이라는 성함만 알았지 얼굴도 모르고 만나볼 수도 없었다. 통신과에 Ham을 아는 사람도 없고 관심을 갖는 사람도 없어서 배명승에게 "공대는 싹이 노라니, 속히 문리대에서 허가를 내라."고 하였다. 서울문리대 물리학과의 권영대 과주임은 공과대학 교수들과는 대조적으로 배명승이의 실험국 개설을 적극 도와주었다. 배명승이가 낸 실험국이 우리나라에서 처음 생긴 학교 HAM국(?) HL2AA가 되었다.
 
나는 통신과와는 관계없이 학교의 배경으로 실험국 개설을 궁리해 보았다. 그 당시 '학생운영위원회'라는 학생단체가 있었다. 학교에서 예산이 나와 학생들의 자치활동을 지원하는 제도였다. 학생활동으로 무선국도 가능하다고 생각되어 운영위원장을 만났다. 매우 활동적인 인물이었으나 나를 멀리 하려고 했고, 몇 번 만났는데, 만날수록 인상이 좋지가 않았다. 자기네들의 활동이 학생자치활동인데, 활동내용을 나에게는 공개하지 않으려고 했다. 어떤 친구들은 나에게 그들과 상대하지 말라는 충고도 하였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학교에서 배정받은 예산을 저희들끼리 착복을 했다는 것이었다. 나의 공과대학을 배경으로 한 무선국 개설의 또 하나의 시도였으며, 그 후 다른 대학에서 실험국이 여러 개 탄생하였다. 

2-6 전파 발사
SWL 생활을 하면서 알게 된 일본의 SWL이 있었는데, 서로 없는 것을 보내고 받곤 하면서 물물 교환에 재미를 붙였다. 내가 보내는 것은 주로 값비싼 미제 진공관이었고, 일본으로부터 보내오는 것은 송신기 제작에 필요한 부품이었는데, 3주일이면 일본으로부터 물건이 도착을 하였다.
  나는 1953년 봄, 부산에서부터 송신기 설계를 해두었던 것을 토대로, 종단에 807로 설계를 하여, 내가 가지고 있는 전원부의 전압이 그다지 높지 않고 2E26가 값이 좋아서 우선 2E26으로 만들기로 하였다. 변조는 plate변조로 여러 번 진공관을 갈다가 6V6 pp로 정착을 했다. 초단에 6SJ7을 써서 pp용 Input Trans로 6V6 pp를 Drive했다. 6SJ7은 5극관이어서 고출력 X-tal mic.로 충분한 전압 증폭이 되었다.
  나는 Dip meter를 사용하지 않고 Neon관을 사용하였다. 안테나 입력에 매단 Neon관이 mic에 '아' '아' 할 때마다 더 밝게 켜졌다. 출력이 변조되고 있었다. 동생보고 '아' '아'하고 있으라고 해놓고 나는 라디오를 가지고 송신기에서 멀리 떨어진 집구석에 가서 RF gain을 푹 죽이고 들어보았다. 분명히 '아' '아'하는 소리가 제대로 들렸다. 성공이다.
  추운 봄날이었다고 생각된다. 추워서 몸을 움츠리고 찬바람이 들어오는데, 안테나 선 때문에 문을 완전히 닫지 못하고 '아' '아' 하던 기억이 난다. 고생했던 안테나 matching도 잘 되는 것 같았다. 송-수신 스위치, 마이크 등을 재정리하고 전파가 정말 나가는지 초조하기도 하고 흥분도 되었다. 7Mc대를 들어보니 여전히 UC들이 많이 나오고 있었다.
  나는 송신기의 전원 스위치를 넣었다. "CQ, CQ 고찌라와(여기는) HBC"를 몇 번 반복하고 standby 하였다. 그런데, "HBC, HBC ○○○"라고 불러 오는 것이었다. 나는 놀랍기도 하고 당황하기도 하였으나, 곧 응답을 하고 'RS59'을 보냈다. 잘 들렸기에 좋은 Report를 보내 준 것이다. "TX는 2E26 10W"라고 하고, "RX는 GRC-9"이라고 했다. 받은 RS도 59이었다. 얼떨결에 TX-RX 교대하는 안테나 스위치를 잘못 조작하여 2번째 QSO는 중간에서 중단되었다.
  그러나 하여튼 대성공이었다. 전파가 일본까지 날아간 것이다. 상대도 UC국이어서 정확한 QTH 확인은 되지 않았으나, 일본 남쪽 Kyushu였을 것이다. 나의 Call sign "HBC"라고 한 것이 '한국방송'이라는 의미에서 만든 것이었다. 조작이 미숙한데다 흥분이 되어서 송신/수신 standby switch가 잘못되었다. 좀 더 Automatic으로 고쳐야겠다. 임시로 급한 마음에 Ant. switch는 수동으로 하고 있었다. 안테나 선 때문에 창문을 닫지 못하던 것도 고쳤다.
 그 다음날 비슷한 시간에 다시 on the air를 하였다. "HBC가 Hokkaido냐?"고 물어서 "그렇다"고 했으며, UC국만 상대를 하였다. 2E26의 TX와 GRC-9의 RX는 이들 일본인들에게는 이상하게 들렸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그 다음부터는 나의 정체가 드러날 것도 같아, TX는 807이고, RX는 보통 슈퍼라디오에 7Mc converter를 붙여서 만든 것이라고 설명을 하였다. 
 우리나라에서 외국하고 이렇게 쉽게 통화가 되는 것이 나 자신 매우 신기하였다. 밖에 나가 안테나를 쳐다보았으나, 별것 아닌 전기줄인데, 여기서 전파가 일본까지 퍼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내가 발사한 전파가 불법이므로 남에게는 이 기적과 같은 QSO를 말할 수가 없었지만, 혼자서 마냥 즐겁기만 하였다. 며칠을 계속 on the air를 하다가 보니까, 몇 국과 친해지게 되었다. 그러나 한국이라고는 못하고, 계속 Hokkaido(북해도)라고 하였다.

2-7 치안국 특수정보과의  비밀활동
첫 on the air에서의 QSO 감격도 이젠 어느 정도 가라앉았을 때쯤인데, 집에 돌아오니 누가 기다리고 있었다. 집의 옆문은 도장을 찍은 딱지로 봉함이 되어 있다. 첫 마디로 경찰서 형사 같기도 하였지만, 치안국에서 나왔다고 하면서 우선 집을 보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나의 SHACK(?), 책상, 전기 물건 모아 놓은 것 등 모두를 보고는 나를 보고 같이 가자고 하였다.
  나는 내무부 치안국 특수정보과 중앙분실로 갔다. 그 당시 내무부 치안국이 을지로 입구에 있었는데,  특수정보과는 지금의 중앙정보부였고, 중앙분실은 대이북 업무 담당이었다. 거기에서 나는 이틀 동안 조사를 받았는데, 내가 빨갱이들을 그렇게 미워하는데 내가 빨갱이로 몰리는 것이 제일 억울하였다.
 
결국에는 나의 모든 혐의가 풀렸으며, 그들에게 '아마추어무선'이라는 것도 어느 정도 인식시켜 주었다. 이젠 반대로 자기네들을 도와달라고 하였다. 대이북 관계에서 많은 공작원이 침투되어 있고, 휴전이 되었다고 해도 도리어 스파이 전쟁은 더 강화가 되었다고 했다. 많은 정보와 자금이 일본을 통해서 오고 간다는 것이다. 단파 통신도 많이 쓰고 있는데, 자기네들은 이런 통신 분야는 손댈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전파감시는 체신부에 전담부서가 있지만, 이것과는 성격이 다르고, 때로는 나라의 존망까지도 좌우되는 심각한 사례가 지난 2차 대전 때 있었다고, 도리어 내가 그 중요성의 설명을 들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같이 일을 하기로 하였다. 간첩을 잡기 위해서는 나도 전파를 내고 교신을 해야 정체나 위치를 알아낼 수 있다고 했더니, 모두 OK라는 것이었다. 쉽게 말하면, 주파수, 호출번호, 출력 장비 무제한으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무선국 허가를 받은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것도 나라를 위해서다. 다만, 남에게 말만은 할 수 없었다.
 
내가 잡힌 단서는 UC국을 운용한 것이 원인이 아니라, 일본과의 서신 연락과 통신장비 부품 등이 일본으로부터 우편으로 전달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우리 집에 와서 무선국이 있는 것을 처음 알게 된 것이다. 국내로 들어오는 우편물은 전부 정보계통에서 검열을 하고 있었고, 나 역시 여기에 걸려들었지만, 아마추어무선에 관한 모든 서신이 이젠 나의 손을 거쳐 갔다.
  서울 서대문구 중림동 230번지의 HL1AA(흐리아)로 오는 QSL이 내 손에 들어와서, 이 집을 찾아 갔다. 안테나만 쳐다보면서 찾았지만, 안테나는 보이지 않고 조그마한 옛날 초가집이 있었다. 할머니가 나오셨다. 주소는 맞는데 무선국은 없었다, 실망하고 돌아섰다.
  그 후에 HL1AA 정혜선씨를 일본 Ham을 통해서 만났는데, 광주 통신학교 교관으로 있을 때, BC-191로 HAM BAND에서 CW로 전파를 냈다는 것이다. VFO가 불안정하여 신호음이 삐욱 삐욱 한 것이 특징이었다고 JA HAM들의 평을 후일에 들은 기억이 난다. 그 후 정혜선씨는 제대하고 서울에 있는 동국무선고등학교서 교편을 잡게 되었다
  외국으로부터 온 많은 QSL 등이 나에게 전달되었다. 내가 검열을 하는 것이다. 조동인, 이동호 등, 내가 아는 사람 것은 따로 빼내서 직접 전달을 하기도 하였다.

2-8 HL1TA
일본 HAM에게 개인국이 허가되었고, 수백 국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UC국으로 7Mc에서 나간 지도 오래되었고, 나도 남들 같이 CQ를 내는 것이 소원이었다. 그래서 나는 'HL1TA'로 나가서 JA들과도 정식으로 QSO를 하기로 하였다. QSL도 준비하고, 사서함도 있어야 하겠다. 주소는 복잡하지만, UC같이 보이지 않으려고 QSL에 집주소를 넣기도 하였다. 다른 나라들은 QSL을 연맹이나 클럽이 취급해 주고 있는데, 나에게는 그런 것이 없다. 서울우체국에 가서 사서함도 샀다. 서울중앙우체국 사서함 162호를 받았다.(현재 KARL이 사용하고 있다)

 1954년 여름 (공대 2학년)부터 나는 HL1TA라는 Call Sign으로 on the air를 시작하였다. 여기에서 'TA'는 'Temporary'에서 온 것으로 '임시국'이라고 했다. 주파수는 FT243 X-tal을 써서 7,050으로 고정을 하였으며, VFO를 가지고 있지 않았으나 QRM을 피할 필요를 느끼지도 않았다. CQ를 내면 많은 국이 몰려드는데, 나의 RX는 선택도가 나빠서 ±10kc 내에 있는 무선국들은 모두 들렸다. 그 중에서 가장 강한 신호만을 회답하게 되니까, 도리어 선택도가 좋은 RX로 Dial을 돌려서 수신하는 것보다 편리하였다.

  QSL을 발행하니까, JA들이 의문이 생겼다. 진짜냐? 가짜냐? 논란이 일어났다. 또한 공식으로는 한국은 교신 금지국으로 되어 있었다. 7Mc대에서 A3로 나오니까, 모두가 일본 말이다. 내가 영어로 해도 일본말로 대답을 한다. 내가 일본말도 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7Mc에서 나오는 2급 JA HAM들에게는 유일한 Oversea STN으로 대인기였다. Ragchew는 거의 없었다. 우리말로 QSO도 하고 싶었다. 그 많은 HAM국 중에 한국은 하나도 없으니, 서글프기도 하고 국력(?)의 차이를 절실히 느꼈다.
 한 때는 3 element Yagi beam Ant.도 구상해 보았다. 이젠 나도 남과 같이 전 세계로 정식으로 CQ를 내보내고 싶었다. 욕심이란 한이 없는 것이다. 혹시 HL1TA를 체신부에서 알고, 개인국을 안 주겠다면 뭐라고 해명을 해야 되나, 걱정도 해보았다. 그러나 나는 나라의 보안의 일원으로 간첩 잡는데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체신부가 무섭지 않다. 체신부가 할 일을 내가 하고 있다. 체신부가 나에게 감사장을 줘야 된다고도 생각하였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HL1TA SHACK 와  QSL CARD
　　　　　　　　　　　　
 

        
     

                                         HL1TA 와 교신한  일본국 들    

2.9 육군 제3 범죄 수사대
청계천에서 미군 통신기 하나를 샀는데, 그것은 거의 새것으로 찦차에 싣고 다니는 신형 통신기였다. 대개 이런 것은 불법으로 훔쳐서 나오기 때문에 나오자마자 해체하여 부품으로 팔고 껍데기는 부셔버리고 있었다. 때때로 미군 MP와 한국 헌병의 합동 조사도 있었다.
   이 날은 보슬비가 와서 우비를 입고 있었다. 상당히 무거워서 단거리라도 버스를 이용했다. 버스는 사람이 많지 않아 타고 나서 무전기를 우비로 가리고 있었다. 나는 버스를 내려서 집까지 비를 맞으면서 우비로 무전기를 싸서 들고 몇 번을 쉬면서 집까지 왔다. 나는 힘이 들어서 다른 것에 신경을 쓸 수가 없었는데, 누군가가 내 뒤를 따라 온 것이다. 무엇인가 보자는 것이다. 집에 들어와서 다른 무선 장치도 보았다.
  그는 큰 간첩을 잡았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군복은 입었는데 계급장은 보지를 못하였다. 그 때가 저녁때였는데, 얼마 있더니 그는 나를 보고 같이 가자는 것이다.  바로그때 수도극장 뒤에 사는 유태준이가 놀러 왔다가 내가 어떤 군인하고 같이 가는 것은 보았는데 내가 잡혀가는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유태준이는 돌아가고 나는  찝차에 실려서 간 곳이 남대문에 있는 서울시 경찰국 지하실 육군 제3범죄수사대라는 조그만 간판이 붙어 있는 곳이었다. ○○○대위가 나와서 조사가 시작되었다. 나는 숨기거나 거짓말을 할 것도 없었다. UC활동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특수정보과 프로젝트여서 이야기를 하지 않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다음날 아침에 매우 바쁜 일이 생겼는지 심문은 안하고 나를 딴 곳으로 옮기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큰 건수라 상부 부서로 보내려는 것 같았다. 큰일 났다. 쥐도 새도 모르게 다른 곳으로 옮겨가게 되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날 이승만 대통령이 반공포로 석방명령을 내렸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날이 1953년 6월 18일이였다.
 
 나는  ○○○대위에게 전화를 한번 쓰자고 부탁을 하였으나 전화가 없다고 하였다. 내가 책상위에 있는 전화를 가리키니까, "이것은 경비 전화야!" 라고 하는 것이다. 경비 전화는 경찰과 정보계통에만 특별히 설치되어 있는 특수전화로 일반 전화와는 별개였다. 나는 경비 전화가 뭔지를 잘 알고 있었다. 경비전화면 더 좋다고 했더니, '네가 뭔데' 하는 눈치로 한번 써보라는 것이다. 내가 전화 수화기를 드니까 서울시 경찰국 교환이 나왔다. '치안국'이라고 했다. 치안국은 서울시 경찰국의 상부 관청인 것이다. 곧 치안국 교환과 연결이 되어, 특수정보과는 빼고 곧장 "중앙분실"이라고 말했더니, 귀에 익은 김 경위가 나왔다. 김 경위는 우리 집에서 살고 있는 분이었다. 내가 강기동이라고 말하고 방 주임을 바꿔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방 주임은 대개 오후에는 자리에 없으나 마침 아침이라 그는 자리에 있었다. 방필주 주임은 "왜 그래?"라고 물어 왔다. 내가 잡혀왔다고 했더니, 어디냐고 묻는 것이었다. 나는 시경지하실이라고 했다. ○○○대위는 이상하다고 듣고 있었다. 방 주임이 "누가 거기 있으면 전화를 바꿔 달라."고 하였다. 방 주임과 ○○대위가 한참 이야기를 하고나서, 전화가 끝났다.
 
 나는 무척 초조했다. 약 1시간이 지나서 ○○○대위가 나를 부르더니 조사실에서 다른 방으로 옮겼다. 아마도 ○○○대위의 방인 것 같았으며, 그는 서류를 만들고 있었는데 나는 뭔지는 모르지만, 이름을 적으라고 하였다. 그 때 방 주임이 도착을 하였다. 한참동안이나 밖에서 뭔가를 이야기한 후 방 주임이 들어와서는 나를 보고 "가자"고 하였다. ○○○대위는 보이지 않고 방 주임과 나는 지하실에서 밖으로 나왔다. 방 주임은 나를 보고 "집에 돌아가!"라고 말하고는 자기 갈대로 가고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치안국에서 강기동의 신병을 인도받은 것이었다. 이때가 치안국 특수정보과 연행되어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후에 "그 때 잘 못 했으면, 큰일 날 뻔 했다."는 말을 들었다. 즉 끌려가서 간첩으로 고문 받는다는 뜻이었다. 생각만 해도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이었다. 천만다행이다. 
 하여튼 나는 큰 간첩도 빼내줄 수 있는 막강한 빽이 있다는 것을 실감하였다.
 
 2-10  나와 체신부    
서울로 올라온 후로는 아마추어무선을 허가해 달라고 체신부를 자주 찾았다. 특히, 희망자가 많다고 여러 번 찾아가서 졸랐다. 무선자격증을 취득하라는 것이었다. 전파관리법 책자도 빌려왔다. 그래서 나는 자격시험을 치기로 하였다. 일본이 7Mc대는 2급으로, CW는 몰라도 A3로 가능했는데, 우리도 같은 식으로 CW를 몰라도 되었다.
  나는 체신부에 사진하고 신청서를 제출하였다. ○월○일이 시험일이라고 오라고 하여 갔다. 그런데 시험 시작 시간이 되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오지 않아서 혼자서 시험을 쳤다. 매우 멋쩍었다. 나는 시험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오는 입학시험만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얼마 후인 1953년 10월 말경에 무선통신사 자격증이 전달되었다.

 
      한국최초의 아마추어 무선통신사 면허증-아26001 (1953년 10월 6일) 
      혼자서 시험치고 혼자서 합격했다

체신부 전파관리과에는 직원이 5명 정도 있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젊어 보이는 사람이 나에게 매우 친절하였다. 개인국은 신원문제가 제일 큰 걸림돌이지만, 신원만 확실하면 무선국 허가를 못내 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나는 신이 났다. 체신부 앞을 지나가게 되면, 전파관리과 젊은 사무관에게 들려 혹시나 좋은 소식이 없나 물어 보곤 하였다. 이 젊은 사무관의 자리는 들어가는 문 바로 옆에 있었고, 특별한 용건이 있어서 들린 것이 아니므로 몇 마디 이야기하고는 곧 나오곤 하였다.
  제 3자가 나에게 좋지 않은 이야기를 전하여 주었는데, "강기동이 건방지다."고 이야기 하는 것을 체신부에서 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개인국 허가는 당분간 안 될 거라고 하였다. 나와 체신부와의 접촉은 문간에 앉아 있는 사무관 외에는 없었다. 이 사무관은 나를 나쁘게 이야기 할 사람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이 그런 말을 한 것 같았다. 그 후에 어떤 일이 있어서 체신부에 들렸다. 이번에는 멀리 있는 사람에게도 인사를 하였다. 그랬더니, 일어나서 문간으로 와서는 나와 젊은 사무관 앞에서 한마디 하였다. 처음에는 칭찬 비슷하게 말을 꺼내더니, '나라 정책은 어느 개인이 하라, 말라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의를 들었다. 이 사건(?)이 KARL창설의 동기였다.
 지금(2005년)에 와서 생각을 해보니, 내가 잘 못한 것 같다. 내 생각, 내 주장만 했지, 관청의 생리를 몰랐다. 나는 그 때 모든 것을 같은 Level에서 이야기 했는데, 사실은 그들이 나이로나 직위로나 나보다는 한참이나 위인 것이다. 부탁하는 입장이니 점심도 사고, 선물도 했어야 했다. 가장 큰 잘못은 면허증을 땄을 때, 과 직원들에게 최소한의 고마움은 표시했어야 하는데, 차 한잔 사지를 않았다. 도리어 체신 행정이 느리다는 불평만 한 것 같다. 그들은 강 기동의 말만 믿고 법규를 만들고, 아마추어무선사 시험까지 치렀는데, 알고 보니 강기동이 하나뿐이었다. 쉽게 표현하면, 강 기동의 장단에 체신부가 놀아난 것이다.

2-11 HL9AA/P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에서 문희성이가 학생회 운영위원장이 되고, 내가 공작부장이 되었다. 서울공대 산악반은 워낙 관록이 있어서 많은 활동을 해왔다. 같은 전기과의 김형실이가 산악반 반장이 되고, 문희성, 이동호, 김동주, 강기동 모두가 산악반의 활발한 멤버였다. 우리는 주말이면 서울 주변의 산에 올랐고, 겨울에는 동기 등반, 또 스키 타러 대관령도 갔다. 한국스키연맹 제1회 대회에 선수로 나간 기억이 난다. 잘 타지도 못했지만 경사가 급한 직활강 코스에서 binding이 자꾸 풀려서 많이 넘어지고 그래도 기권을 안 하고 내려와서 꼴찌를 했다. 여름에는 태백산을 타고, 평창, 정선을 거쳐 강릉으로 넘어가서, 친구 최돈웅이네 집에 머물기도 하였다. 울릉도, 독도 원정도 갔었다.
  우리는 공대 산악반 행사로 지리산 등반을 하기로 하고 지리산 등반대에 특별이동무선국 운용을 계획하였다. 정식으로 CQ를 낼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1955년 가을, 공과대학 학장 황영모 명의로 이동국 HL9AA의 허가가 나왔다. HAM BAND에서 운용을 허가하는 실험국이었다. 얼마 전만 해도 지리산은 빨치산(총을 가진 골수 빨갱이 돌격대)의 소굴이었다. 우리의 등반은 정부가 지리산에 치안이 확보된 것을 홍보하는 좋은 기회도 되는 것이다. 지리산 지구 경찰에게 협조공문도 보냈다. 우리가 지리산 Base Camp에 도착했을 때, 지리산지구 전투경찰대 대장이 우리를 마중 나와 주었다. 
          

          전투경찰대대장 (가운데) 과 같이                               HL9AA  BASE CAMP       
 

  송수신기 장비는 공대 3층에 있던 공작부실에서 만들었고, 안테나는 14Mc대 전용 2 element Yagi를 설계해서 조립식으로 학교 지하에 있는 기계공작실에 부탁을 해서 여러 parts들을 선반으로 깎아서 만들었다. 현지에서 휴대용 발전기와 Yagi 안테나 main pole이 시원치 않아 Longwire 안테나로 Base Camp에서 14Mc CW로 CQ를 냈다. HL9AA/P Call Sign으로 상당히 많은 외국의  HAM국과 교신을 하였다. 
 그 당시 유명했던 LU4DMG도 QSO LIST에 끼어 있었다. 서울로 돌아와서 HL9AA/P의 QSL CARD를 만들어서 교신 상대에게 보냈다.  지리산 등반계획은 KARL 창립전에 시작했으나 실제등반은 거의 일년 후가 되었다.

     

    

   

                                             HL9AA 와 교신한  DX stations
    

                                   
                              이상열 OM 의 HL9AA 를수신한 SWL Card 

                                        

                  부산의 조병주 OM ( HL5AP) 의 HL9AA를 수신한 SWL Card

 3-0 한국 아마추어 무선연맹  KARL의 창립
사실, 개인국은 체신부 사무관의 말대로 신원이 확실한 사람에게는 허가 할 수 있는 것이다. 우선 HAM을 하겠다는 사람이 많아야 하겠고, 체신부와 동등한 위치에서 교섭을 할 수 있어야겠다. 그래서 아마추어무선 단체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미국도 ARRL이라는 단체가 있고, 일본도 JARL이 있다. 그러나 내가 동원할 수 있는 사람들은 정혜선씨를 빼고는 모두 나보다 나이가 아래인 학생들인 것이다. 그것도 열손가락으로 세면 몇이 남는다.
  나보다 위인 정혜선 씨는 HAM QSO의 경험이 있는 사회인으로 유일한 친구가 되었다. 밤이면 조그마한 송신기로 CW를 배우기도 했다. 또 생전 처음 통신형 단파수신기 Hallicrafters사의 SX-28을 중림동 정혜선씨 집에서 구경을 하였다.
  사실, 그 당시 단체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 것은 나 혼자였다. 정혜선씨는 개인사정으로 개인국을 낼 입장이 되지 못하였고, 그 다음이 배명승인데, 서울대 문리대에서 시험국 개설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였다. 배명승 역시 학생의 신분으로 사회단체의 구성에 경험이 있을 수 없다. 몇몇 SWL에게 단체의 필요성을 강조해 보았으나, 설득하기에는 너무도 역부족이었다. 그렇다고 도와주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먹고 사는 것도 힘든 때이기도 하였지만, 나와 마찬가지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되는지 모르는 것이었다.
  나는 정혜선 씨와 KARL 창립을 상의하였다.
  높으신 분의 이름만 빌리고 일은 우리가 하는 조직을 생각하였다. 그 당시 한국에서 약전 분야라면 방송국 밖에 없었는데, 마침 기독교 방송국이 생겨서 나는 기독교 방송국을 찾아갔다. 거기에서 기술책임자인 이덕빈씨를 만났다.  또 이덕빈씨의 소개로 KEMCO의 김규한 사장, KBS서울방송국의 이인관 기감 등을 만나 취지를 설명하였더니 모두들 도와주시겠다고 하였다.
  이인관 씨는 우리 약전계의 원로이어서 이사장으로 모시기로 하였고, 우리 집에서 여러 번 KARL 창립 계획을 짰다. 우리가 잘 모른 문제는 이덕빈 씨와 김규한 씨의 도움을 받았는데, 종로2가 기독교 방송국 밑에 있던 '시온다방'이 모임 장소였다.
  단체의 명칭은 '한국아마츄어무선연맹'으로 하고, 'KARL'이라고 영어로 부르기로 하였다.
  정관은 일본 HAM 친구에게 부탁을 하여 JARL의 정관을 입수하여, 이것을 참고로 우리 정관을 만들었다.
  KARL 마크도 일본 무선연맹(JARL)과 미국 무선연맹(ARRL)의 마크를 참고로 하여 디자인을 하였다.
  창립총회 일자도 잡고, 아는 사람은 다 오라고 하였다. 창립총회의 장소는 정혜선씨의 주선으로 동국무선 강당을 빌렸고 총회 당일, 빈자리는 동국무선 학생으로 채웠다.
 창립총회에서 이인관씨를 우리의 이사장으로 모시고, 간단히 총회가 끝났다. 동국무선 학생들과 회의에 수고하신 분들을 우리 집으로 모셔 와서 어머니의 수고로 식사를 대접하였다. 이 날이 1955년 4월 20일 이었고, 내가 자격증을 받은 지 햇수로 벌써 2년이 지난 뒤였다.
 

                     

                    이인관 KARL 초대 이사장 (오른편-당시 KBS 방송국 기감)과
                    김규한 KARL 이사 (왼편-당시 Kemco 사장)
                    이분들의 도움 없이는 연맹 창설은 불가능 했습니다,
                    50년후인 2005년에 찍은 사진입니다.

KARL의 창설로 일단 형식적인 조직은 생겼다. 창립총회에 모였던 사람들은 모두 자기가 왔던 곳으로 다 돌아갔다. 사실상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었다. 일할 사람이 생긴 것도 아니고 모여 앉을 장소가 생긴 것도 아니었다. 연맹을 유지하려면 회원을 모집하고 회비를 거두어서 새 살림을 시작해야 한다. 앞뒤가 바뀌어져 있는 것이다. 회원 될 사람, 즉 뜻이 같은 사람들이 모여서 조직을 만드는 것이 정상인데, 나는 KARL이라는 조직을 먼저 만들어 놓고 회원 모집을 하게 되었다. 그것도 회원 될 사람 교육을 먼저 해야 되게 되었다. 나의 할 일이 더 많아 졌다. 우선 연맹지가 발간되어야겠다. KARL창설 이후의 이야기는 주제를 바꾸어서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한다.

3-1 아마추어무선과 나의 주위 사람들
제일 먼저 꼽아야할 사람이 내가 김해에서 피난 생활을 할 때, 일꾼으로 있던 판돌이다. 판돌이는 내게 QST지를 훔쳐다 준 것이다. 그 다음이 역시 피난 시절 부산 천막교사에서 만난경기고 2년 후배인 배명승, 박대선 이다. 부산에서 박대선이네 집이 HAM 아지트였다.
  서울로 환도해서 이동호, 김동주가 같은 전기과이어서 SWL로 활발히 활동을 하였고, 내가 아는 종로3가의 삼영사에서 R-388 통신형 수신기를 김동주에게 구해주었다. R-388은 그 당시 최신형 Collins제 통신장비였다. 김동주, 이동호는 경기고 무선반 출신으로 항상 학교에서 만났고, 주말이면 같이 등산을 하였다. 배명승도 검정시험으로 1년을 월반하여 서울 문리대 물리과에 입학한 경기고의 수재로 서울로 와서도 우리 집에 자주 왔었다. 배명승의 부친이 대법관이어서 때때로 늘씬한 DODGE (우리가 '도두게'라고 불렀다.) 세단차가 우리 집과 자기 집 사이를 무거운 통신장비 운반에 이용되었던 기억은 지금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내가 치안국 특수정보과에 걸려들어, 결과적으로 UC의 무제한 면허(?)를 받아 무서운 것이 없어졌다. 이 때 정혜선씨를 만났고, KARL창립을 전후해서 경기고 후배인 임일명, 조요성, 이상열 OM 등 여러 명이 우리 집에 자주 놀러 왔다. 조동인 OM을 만난 것도 이때였던 것 같다. 내가 미국으로 떠날 때 내 HAM 장비는 조동인에게 주었다 얼마 후에 윤은상, 조찬길 등도 알게 되었다.
  나의 활동은 물론 학생의 신분임에도 학교 공부는 뒷전으로 하고 통신기 설계 제작이 주였고, 주말이면 등산, 시간이 나면 부속을 모으려고 청계천 훑기, 집에 놀러온 HAM FAN들과의 잡담, 정기적으로 치안국 특수정보과 출입 또 한 번씩 생각나면 체신부 방문이었다.
 
 그 외에 공과대학 공작반 활동으로, 1주일에 한 번씩 학생들에게 영화상영도 하고 음악 감상회도 열었었다. 음악감상회에 쓴 장비는 박대선이가 제공한 12인치 speaker unit를 사용한 자작 cabinet와 송신기 변조회로로 만든 6V6 PP Amp를 썼다. 
 
  영화 필름을 싸게 빌려오기가 매우 힘이 들었다. 한번은 문산까지 시외버스를 타고 갔다 온 일도 있다. 영화상영 중에 정전이 되면, 강신규가 3층에서 지하실까지 오르락 내리락 했었다. 나보다 1년 아래였고, 명쾌하고 아주 성실한 친구였다.
  또 음악 감상회는 곡 해설에 서정욱의 도움이 컸다. 서정욱은 서울공대 전기과에 입학해서 알게 된 같은 반 친구로, 매우 가깝게 지냈다. 학교 다닐 때는 HAM 활동을 하지 않았으나 졸업 후 HAM이 되었다고 들었다.
 
정태범씨 이야기가 빠졌다. 내가 처음 무선 기술을 배운 선생(?)이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정태범씨는 무척 가난하게 자라서 학교도 못가고 일제시대 일본인 전자상의 심부름 아이로 들어갔고, 아버지는 술꾼으로 집에서 돈만 생기면 술을 사서 마시는 분이어서 어머니가 억지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었다. 외아들인 정태범씨는 6.25 때 인민군에 끌려가서 미군과 맞대고 전투도 했고 포로로 잡히지도 못하고 죽을 것 같아서 도망을 쳐서 국군에 잡혀서 도망병으로 오인되어, 국군에 입대, 또다시 일선에 배치되어 인민군/중공군과 싸우다가 발목에 총알을 맞아 제대를 하였다. 다리를 쩔룩거리며 우리 집에 한번 왔다는데, 나는 만나지 못하고 어머니만 만났다고 하였다. 얼마 후에 비오는 날 전선주에 올라가서 작업을 하다가 감전으로 떨어져서 죽었다고 들었다. 내가 부러워했던 분이었다.

                  
    불암산을 배경으로 서정욱 OM과                      KARL 창립공로자들 왼쪽으로부터 
    필자 강기동. 서울공대 옥상에서                      이동호, 이덕빈, 정혜선, 강기동

3-2 미국 유학 그리고 삼성반도체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으로 떠나던 1958년까지도 개인국의 허가는 나지 않고 있었다. on the air의 소원은 달성하지 못하였지만,  KARL과의 인연으로 많은 분들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그 당시 외국 유학을 가기 위해서는 병역을 마치고 신원조사가 끝나야 된다. 나는 국민학교 때 오른팔을 다쳐서 팔목의 관절이 변형되어 방향이 30°정도 꾸부러지고 힘을 쓰지 못하게 되었다. 팔을 꾸부리고 있으면 외부에서 보면 정상으로 보인다. 신체검사에서 병종을 받아 병역이 면제되어 있었다. 신원조사가 6개월에서 1년도 걸린다는 것이다. 미국유학이 결정되어서 치안국 특수정보과에 인사차 들렸다. 신원조사 이야기를 했더니, 방필주 주임이 "2층 외사과에 가봐. ○○○가 지금 외사과장이야"라고 하는 것이다. 유학생 신원조사는 치안국 외사과 담당이었다. 나는 전에 중앙분실에서 조사를 이틀이나 받아서 그 조서만 해도 책으로 2권이나 될 것이다.
  나는 방 주임의 말대로 2층 외사과를 찾았더니 ○○○씨가 반가이 맞아주었다. 그 당시 나의 조사관이었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게 되어서 신원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더니, "그래, 그것 내가 하는 거야"라고 하며, 그 자리에서 당장 담당관에게 지시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여 수일 내로 신원조사가 끝이 났다. 그 때는 병역도 안마치고 신원조사도 안 받고, 외국유학 간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것이었다. 나를 아는 사람들이 상당히 이상하게 생각을 하였다. 나는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
  사실, 내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KARL 창설까지 열심히 쫓아 다닐 수 있었던 것은 치안국의 방필주 주임의 뒷받침이 크게 작용을 하였다. 내가 간첩으로 오인되어 제3 육군범죄수사대에 잡혔을 때도 그가 빼내주었다. KARL창립의 숨은 공로자이다. 그 후에 방필주씨는 KBS 대이북 방송에서 일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때 중앙분실 책임자가 김임전(?)씨였던 것 같다. 이 분도 치안국에서 상당히 책임있는 자리에 계셨던 것 같다.  모두 한번 찾아보고 고맙다고 하고 싶다.
 
치안국 특수정보과와 연관된 일들이 나에게 좋은 추억을 더 많이 주었으며, 큰소리치고 나의 HAM 아닌 HAM생활을 하게 해주었다. 그러나 내가 이들에게 해준 것이라곤 아무 것도 없다. 있다면, 갓 결혼한 중앙분실에 근무하는 직원이 갈 곳이 없다기에 우리 집에서 한참동안 같이 살도록 주선한 것뿐이었다.
 KARL을 창설하기 위하여 외부에서 여러분을 모셔왔다. 그 중에서 이덕빈씨와 김규한씨는 나의 앞길을 잡아 주신 분들이다. 이덕빈 씨는 나보다 1년 앞서 미국으로 오셨고, 내가 Ohio State University로 오도록 주선해 주셨다. 여기서 반도체를 전공하게 되어서 나의 앞길이 잡혔다. 
 또 김규한씨는 한국반도체주식회사 설립에 자금을 대신 분으로 1972년 미국 Silicon Valley의 중심 도시인 Sunnyvale El Camio Real에 있는 한 motel에서 1주일동안 저와 함께 반도체 사업계획의 마무리 작업을 하였다. 곧이어 경기도 부천에 공장이 설립 되었고, CMOS LSI칩이 양산됨으로써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시작된 것이다.  한국반도체 주식회사는 얼마 후에 삼성이 인수하여 삼성반도체로 이름이 바뀌었다.
 
 KARL의 인연으로 이덕빈씨와 김규한씨와의 만남이 없었다면 한국반도체 주식회사는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한국의 "한강의 기적"도 틀림없이 달라졌을 것이다
 
        
    1963년 경기도 부천에 설립한 한국최초의 반도체소자 생산공장인 한국반도체주식회사   

                                  2005년 3월 미국 Silicon Valley 에서  KARL 창립 50 주년을 맞으면서
                                                      강기동        kdkang@gmail.com               

* iKARL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7-11-11 16:01)

[(나그네)]

전파라는 매개로 온 인류가 편리함과 먹고사는데 아주 큰 기여를 하였읍니다. 앞으로도 더크게 발전 될거라 생각 합니다
그 기초적인것을 아마추어 무선사들의 피나는 연구와 봉사로 이루었졌다는것을 알리고 싶었읍니다. 아주 미래에는 전파의 속도로 이동하는 공간이라는 개념이 없어지지 않을까 생각 합니다

[매너신사]

그네님 테그닉컬 하시네요 ^^ 부럽삼입니다 근데 우리 언제뵙죠???

[(나그네)]

도루목님이 잘 알고 계시네요, 외국어나 해외 여행때 최고의 파트너를 만들수 있죠, 많은 분야의 친한 친구를 만들수가 있어 더 없이 좋치요
무선사는 무조건 우호적 이니까요, 요즘은 페러,헹글라이더, 요트, 산악등산,방범,환경감시,
지역행사홍보, 등등 그리고 내년에는 베이찡에서 동남아 시네트 행사가 열립니다.

[(나그네)]

죄송합니다 실수하여 도루목님 뎃글이 삭제 되였네요

[도루묵]

허걱....--;;;

[도루묵]

저도 제일허접한 자격증은 가지고 있어요..단체국에서 TS-520으로 하다가 언제 형편되면 하다못해 2M라도 해볼까했는데 그냥저냥 흘러가네요. 어느동이신가 한번 옥상탐방해봐야겠어요..^^

[(나그네)]

우리 13단지 에는 몇명의 무선사 있지요 9동에 HL2AK OT님 계셔서 영광이지요 식사 대접 받은적이 있읍니다, 광명시 전역에는 500명 가까이 되는것을 알고 있읍니다.

[(나그네)]

국가고시 합격하여 정부로부터 받은 자격증만이라도 영광이지요 허접하다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