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킴이 일기-7
학교 교문과 아파트 출입구가 같은 방향에 있어 등·하굣길은 매우 혼잡하다.
가끔 아파트 경비원이 나와 함께 등교지도를 해줄 때는 정말 고맙기만 하다.
전에 계시던 지킴이 선생님이 도와달라고 하여 도와주고 있다고 하신다.
그런데 며칠을 지내보니 경비원 두 분 중에 한 분만 도와주고 계셨다.
여러 가지 추측을 하며 궁금해 하던 차에 마침 오늘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학생들이 등교를 마치고 교실로 다 들어간 후에 낯선 경비원이
교문 쪽으로 걸어와서 교문 앞에 있는 길가에 주차하지 말라고 세워 둔
갓돌(경계석)을 옮기며 슬며시 말을 건넨다.
“애들이 지나다니는 통로라서 여기다 차를 대면 안 되는데.”
“제가 어제 바로 놓았는데 오늘 보니 누가 치우고 또 차를 댔네요.”
내가 말을 받아주자 나를 흘금 쳐다보더니
“지킴이 선생님이 바뀌셨네요.” 한다.
“네, 이번 달부터 출근했습니다.”
“먼저는 여자 분이었는데.”
“네, 얘기 들었습니다. 애들한테 잘해주셨다고요.”
“나는 그분하고 사이가 좀 좋지 않았어요.”
“아니, 왜요?”
“어느 날 학교 복도에 있는 정수기에서 물을 한 병 받아 오는데
그 분이 나를 째려보더니 ‘왜 여기서 물을 받아 가시는 거예요?’하며
퉁명스럽게 말을 하는 거예요.”
“물 한 병 받아 가는데 그렇게 까지 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하고
내가 말을 받아주자 “‘다시는 여기 들어오지 마세요.’ 하는 거 아니겠어요?”
“별 것도 아닌 것을 조금씩 이해하며 서로 도우면서 살면 좋을 텐데
조금 심하셨네요.”
“나도 괘씸해서 차량 요일부제 날 아파트 주변에 세워 둔 선생님들 차량에
모두 주차금지 딱지를 붙였지.”
“그래서 서로 감정이 많이 상했겠어요?”
“서로 얼굴 안 보고 지냈지, 뭐.”
이야기를 들어 보면 아무것도 아니다.
아파트 경비원은 마실 물이 필요해서 학교 급수대에서 정수기 물을 한 병
받은 것뿐이고, 책임감이 넘치는 학교 지킴이 선생님은 학교 복도까지
외부인이 들어 와서 자기 입장도 있으니 경고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조금 지나친 말을 하지 않았을까?
아니면 그 이전에 두 사람 간에 또 다른 감정싸움이 있었는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아무튼 작은 일인데 서로 조금만 이해하고 부드러운 말과
웃는 얼굴로 대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도 처음 며칠 동안은 인사를 해도 받지 않는 일부 선생님들과
학부모들로 인해 속상해 하면서도 매일 한결같이 웃으며 인사를 하니
이제는 그 사람들이 먼저 인사를 하는 것을 보며 웃는 얼굴이
얼마나 많은 것을 바꿀 수 있으며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지
조금씩 깨달아 가는 요즘이다.
오랜 군대 생활로 인해 몸에 배어버린 딱딱함과 경직된 얼굴이
이제 서서히 바뀌어 가고 있는 그 가운데에는
밝고 맑기만 한 아이들이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2013. 3. 18. 오전
첫댓글 아이들로 인해 자네도 맘이 맑아질 수 있으니 행복이란 바로 그런겨 ... ^^&
그래서 요즘 행복 만땅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