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당으로 소문 나 기운 받으려는 묘 많아
곡성 곤방산困芳山(715m)은 섬진강에 접해 있다. 산세가 특별히 뛰어나거나 눈길을 사로잡는 바위가 거의 없는 후덕한 육산이다. 하지만 고려 명장 신숭겸 장군을 모신 덕양서원德陽書院과 효녀 심청을 테마로 하는 심청한옥마을이 있다.
곤방산은 약초꾼들 사이에서는 존재감 높은 산이다. 무주, 진안, 영동의 고산지대에서 많이 난다는 능이버섯이 자생한다. 귀하다는 송이버섯도 발견된다. 싸리버섯, 영지버섯도 어렵지 않게 보인다. 이것은 참나무와 소나무가 울창하다는 의미도 된다.
구전에 의하면 8명의 재상과 장군, 3명의 왕후가 태어날 장군대좌將軍臺座의 명당이 곤방산에 있다고 한다. 범인凡人이 보기에도 좋은 터에는 어김없이 묘가 있다. 특히 곤방산 정상에는 많은 묘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들머리는 크게 2곳이다. 오지리 코스는 팔각정(오봉대) 너머로 ‘깃대봉 활공장’을 만들기 위한 임도 공사 중으로 피하는 것이 좋다. 덕산리에서 출발하면 완계정사浣溪精舍와 전라남도 문화재자료 제53호 덕양서원을 경유할 수 있다. 덕산리 입구 도로변에 ‘德陽書院’ 표지석이 있다.
마을 안쪽 청색 지붕을 따라 100m쯤 가면 ‘浣溪精舍’ 표지석에서 갈림길이다. 좌우 어느 쪽으로 가더라도 ‘덕양서원’과 만난다. ‘완계정사’는 왼쪽으로 오른다. 계곡 옆 사방댐에 ‘초당골’ 표석이 보인다. 완계정사가 예전에는 초가로 지어져서 그러한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한학자 분암 안훈 선생과 구한말 의병장 면우 곽종석을 기리기 위한 사당이다. 후손들이 기거하고 있어 정숙히 관람해야 한다. 경남 산청에도 같은 이름의 완계서원浣溪書院이 있다.
덕양서원은 곡성 출신 신숭겸申崇謙 장군을 추모하기 위한 서원이다. 신숭겸 장군은 충절의 상징으로 불린다. 고려 왕건 군대는 후백제군과의 공산성 전투에서 수세에 몰려 포위되었다. 전멸의 위기에서 신숭겸 장군은 왕건과 갑옷을 바꿔 입고 싸우다 장렬히 전사했다. 덕분에 왕건은 무사히 탈출해 첫 통일국가 대업을 이루었다.
덕양서원 오른쪽 담벼락 끝에 스테인리스 재질 이정표가 있다. ‘곤방산 5.8km’를 가리킨다. 시멘트 길을 따라 4분 거리 언덕에 있는 등산로 초입을 찾기가 쉽지 않다. 산행 표지기를 잘 살펴야 한다.
감춰 놓은 듯 애매한 입구는 30분 정도 숲을 걸으면 이해하게 된다. 거의 사유지이며 좌우로 송이버섯이 자라고 있는 지역이다. 나무 사이로 줄을 쳐 놓아서 경계를 표시하고 있다. 약초꾼들이나 다닐 법한 좁은 길이지만 오래 묵은 나무계단 흔적이 있고 길은 선명하다.
두 번째 이정표에서 5분만 더 가면 울창한 소나무가 하늘을 뒤 덮고 있다. ‘출입금지’ 팻말이 있고 계속 경계를 넘지 말라는 표시줄이 있다. 5분 더 가면 작은 창고를 만난다. ‘경고문’이 있다. 이곳은 송이버섯 조성지이며, 경계선 내부지역은 연중 입산을 통제한다는 내용이다. 등산로를 벗어나서 불필요한 오해를 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전남산림조합연구소에 의하면 곤방산 일대는 참나무류가 서식하기에 적합한 조건을 지녔다고 한다. 특히 높이가 20~30m에 달하는 서어나무, 노각나무, 고로쇠나무 노거수들이 많다. 또한 초피나무, 오갈피, 두릅, 음나무 등 약용식물이 자생하는 산림자원의 보고다.
곤방산 정상으로 가는 길은 급한 곳이 없다. 느긋하고 길게 올라가고 완만하게 내려간다. 오르내리기를 30여 분 반복하면 ‘천덕산’ 이정표가 있다. 팔각정에서 오르는 곳과 합류하는 지점이다. 조망 없는 작은 갈림길에 불과한 곳이 천덕산이란 이름을 얻은 것이 의아하다. 5만 분의 1 축척 지도를 보면 천덕산天德山(673.7m)은 통명지맥 통명재 인근에 위치하며 보성강을 바라보는 남쪽에 있다.
지리산과 무등산 보이는 큰봉 헬기장
우측으로 하늘을 찌를 듯한 소나무 숲이 계속 이어진다. 바닥은 쿠션 좋은 양탄자를 밟는 것처럼 부드럽다. 큰봉에 있는 헬기장까지 1시간가량 미로 같은 숲의 바다를 걷는다. 곳곳에 있는 표지기가 등대 구실을 한다.
고도가 높아지며 참나무로 수종이 바뀐다. 능이버섯은 재배가 되지 않는 귀한 버섯이다. 참나무 아래 햇볕이 적당히 드는 북서 방향 기슭에서 많이 발견된다. 헬기장은 사방으로 탁 트여 있다. 지리산 만복대 능선과 노고단, 남원 고리봉, 화순 백아산, 무등산까지 두루 조망된다. 헬기장 옆에 있는 큰봉(727m)은 GPS상으로 곤방산 정상보다는 높지만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잡목에 가려서 특별한 조망은 없다.
큰봉에서 정상까지는 1.3km, 잠시 급하게 내려가지만 금방 완경사 오름이 이어진다. 40분 정도면 서어나무 군락지를 지난다. 외돌개 같은 두개골 바위가 있고 커다란 암봉을 만난다. 우회길도 안전을 위한 로프나 난간은 전혀 없다.
특이한 묘가 있다. 널따란 바위에 향나무가 식재되어 있고 석물石物이 잘 갖추어진 광산김씨묘가 지리산을 바라보고 있다. 5분만 더 가면 곤방산 정상이다. 두 가지 감정이 교차한다. 높은 곳까지 묘가 많은 것에 대한 의아함과, 왠지 평화로워지는 기분이다. 장수 장안산과 지리산 주능선, 광양 백운산이 너울 파도처럼 보인다. 초원처럼 넓은 곳에 있는 수 십 기의 묘들은 한결같이 지리산 천왕봉(1,915m)을 향하고 있다.
정상에서 심청한옥마을까지는 2.3km 거리이며, 계속 내리막이다. 정상에서 왼쪽으로 나무터널을 통과하면 10분 정도 수평에 가까운 능선길이다. 심청한옥마을로 내려가는 갈림길에는 이정표가 없지만 많은 표지기가 방향을 안내한다. 10분 후면 급경사 지대다. 곤방산에서 유일하게 로프가 설치된 곳이다.
5분 더 내려가면 시야가 크게 뚫린 조망터와 예외 없이 잘 정돈된 묘들이 섬진강을 내려다보고 있다. ‘심청마을 0.3km’ 이정표를 지나면서부터 산길이 2차선 도로처럼 넓다. 곧이어 심청한옥마을을 만나며 산행이 끝난다.
곡성을 효녀 심청의 고향으로 추정하는 것은 인근에 있는 백제시대 고찰 ‘관음사 연기설화 원홍장 이야기’가 전하기 때문이다. 내용이 ‘심청전’과 비슷하다. 심청한옥마을은 관광공사에서 지정한 한옥 스테이마을이다. 20여 동의 건물엔 2인실부터 12인실까지 숙박이 가능하다. 곤방산은 심청한옥마을 건너편 섬진강변 따라 조성된 자전거 라이딩과 래프팅까지 즐길 수 있는 남도의 유일한 곳이다.
산행길잡이
완계정사~덕양서원~창고~천덕산 갈림길~헬기장~큰봉~두개골바위~광산김씨묘~정상~갈림길~조망터~심청마을 <10km, 휴식 시간 포함 6시간 소요>
교통
용산역에서 곡성 가는 무궁화호와 새마을호가 있다. KTX는 용산역에서 출발(07:45)하며 3시간 걸린다. 요금은 3만8,600원. 수서역에서도 출발하는 열차가 있다.
강남 센트럴버스터미널에서 곡성으로 직행하는 고속버스는 오후 3시 하루 1회 운행된다. 3시간 10분 걸리며 요금은 일반 1만8,900원.
곡성버스터미널에서는 송정 방향 군내버스 이용하면 된다. 요금은 1,000원.
먹을거리(지역번호 061)
섬진강과 보성강이 만나는 압록유원지 인근에는 은어가 많이 잡힌다. 특히 참게를 넣은 매운탕은 맛의 깊이가 있다. 별천지가든(362-8746)은 참게탕이 유명하고, 압록유원지 입구의 용궁산장(362-8346)은 은어를 왕소금에 찍어 먹는 은어구이가 유명하다.
볼거리(지역번호 061)
섬진강가에 볼거리가 많다. 기차마을과 심청마을이 있다. 그 건너편에 있는 곡성청소년 수련관에서는 자전거와 래프팅(363-8778)도 즐길 수 있다. 또한 천문대와 도깨비마을(363-2953)이 인근에 있어서 가족단위 휴식공간으로 인기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