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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가 선택한 맑은 가난은 넘치는 부보다 훨씬 값지고 고귀한 것이다.”(『산에는 꽃이 피네』중)
세간출세간에 무소유 가르침을 남긴 법정 스님의 49재가 엄수됐다.
승보종찰 송광사(주지 영조)가 4월 28일 오전 11시 대웅보전에서 1만 2000여 사부대중이 동참한 가운데 ‘법정 대종사의 49재’를 엄수했다. 쏟아지는 빗속에 열린 49재는 명종, 개식, 거불, 병법, 헌향, 헌대, 대중삼배, 추모영상 등으로 진행됐다.
법좌에 오른 조계종 전 총무원장 지관 스님은 “법정 대종사는 부처님처럼 살겠다 서원하고 79년 동안 차를 타고 세상에 온 후 차가 낡아 버린 것 뿐”이라며 “그 차를 보내고 더 자유롭게 시방세계에 소요자재하신 스님은 우리의 정신 속에 오롯이 남을 것”라고 법정 스님을 추모했다. 이어 지관 스님은 “법정 스님의 무소유 가르침은 본래 없는 것에 대한 탐심을 갖지 말라는 것”이라며 “설사 많은 재물을 소유하고 있더라도 크게 나누라는 의미임을 되새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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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법정 스님의 무소유 가르침을 기리고자 길상사 합창단이 평소 법정 스님이 좋아하던 ‘청산은 나를 보고’ 등 2곡의 추모가를 공양했다. 또 조계종을 대표해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과 중앙종회의장 보선 스님 등 내외빈의 헌화로 49재가 계속됐다.
송광사 주지 영조 스님은 “법정 스님은 평소 무소유를 말씀하신 것처럼 맑고 향기롭게 살다 가셨다”며 “불편한 것은 갖지 않는 것이 무소유란 말씀은 복잡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다시 한 번 새겨야 할 가르침”이라고 말했다.
49재를 회향한 후 법정 스님 상좌 스님들은 불일암으로 향했다. 작은 상자에 담긴 법정 스님 유골이 상좌 스님들에 의해 불일암 인근 후박나무 아래에 뿌려졌다. 고운 모래와 흙이 덮였다. 법정 스님은 스님이 18년 간 머물던 불일암에서 직접 심고 기른 후박나무 아래 자리한 것이다. 빗속에 수목장으로 치러진 법정 스님 산골 의식은 10여 분만에 끝났다. 가벼웠다. 그렇게 법정 스님 49재 모두 회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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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1954년 통영 미래사로 입산 출가한 법정 스님은 1956년 송광사에서 효봉 스님을 은사로 사미계를, 1959년 통도사 금강계단에서 자운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했다. 1967년 동국역경원 역경위원으로 『불교사전』편찬에 동참하고 1975년 봉은사 다래헌을 떠나 송광사 불일암을 짓고 주석했다. 스님은 대표적인 저서 『무소유』를 1976년 발간하고 1992년 강원도 산골 오두막으로 거처를 옮기고 1993년 순수 시민운동 ‘맑고 향기롭게’를 시작했다. 이후 2010년 3월 11일 맑고 향기롭게 근본도량 서울 길상사 행지실에서 세수 79세 법랍 56세로 입적했다.
송광사=최호승 기자 sshoutoo@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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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7호 [2010년 04월 28일 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