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100을 향하여

[人山 이희순]

원자력발전은 상대적으로 발전단가가 저렴한 데다 에너지 효율이 높고 발전과정에서 온실가스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보았듯이 불의의 사고나 재난으로 원전이 파손되어 방사능이 누출되면 상상을 초월하는 피해가 발생할뿐더러 오염지역은 거의 영구적으로 사람이 살 수 없는 폐허가 되고 만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지진에 의한 방사능 누출이라는 점에서 우리 원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우리 정부는 핵발전소를 감축하거나 아예 없애려는 세계적 추세와는 달리 원자력발전 비중을 더 늘려잡고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 원전이 당면한 문제는 사용 후 핵연료를 저장할 고준위 방사성 폐기시설을 단 한 군데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고준위 핵폐기물은 연간 750톤이 배출되는데 발전소마다 냉각 수조에 임시 보관하고 있다. 이제는 임시저장시설마저 거의 포화상태에 이르러 10년 전후에는 더 이상 저장할 곳이 없다.

고준위 핵폐기물의 대부분은 사용 후 핵연료인데 이를 안전하게 폐기하려면 섭씨 800도의 사용 후 핵연료봉을 5년 이상 냉각 수조에서 100도 이하로 낮춘 다음,  3중 4중으로 밀봉하여 지하 500~1,000미터 암반층에 밀폐해야 한다. 그러나 그마저도 완벽한 처리방법이 아니다. 자칫 온도가 상승하여 밀폐용기를 녹이고 외부로 누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참으로 처치곤란한 기물이다. 그럼에도 일부 언론이나 정치인들은 원전의 신,증설을 강변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처럼 핵발전을 선호하는 국가도 있지만 현재 원전을 운영하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러시아, 스웨덴, 캐나다 등 33개 국가에서 총 196기의 원전을 영구정지 시켰는데 독일의 경우 지난 4월15일을 기해 핵발전을 완전히 중지했다. 독일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은 무려 45%에 달한다. 한편, 최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프랑스를 중심으로 다시 원전 확대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원자력발전보다 재생에너지 발전비용이 훨씬 저렴하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원자력을 친환경 에너지라고 오해하고 있다.

이쯤에서 ‘탄소중립’을 말해야겠다.

탄소중립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낮추기 위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한편 대기 중에 배출되는 탄소를 제거, 흡수하여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이다. 다 아는 사실이지만 온실가스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다. 지난 120년 동안 지구의 평균온도는 섭씨 1.2도 상승했다. 평균온도가 섭씨 2도 이상 상승하면 기후 재앙이 닥칠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세계 11위이다.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메탄, 이산화질소, 수소불화탄소, 과불화탄소, 육불화황 등 6종의 온실가스로 인하여 위기를 맞고 있는 인류는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발전 관행에서 벗어나 태양광, 풍력, 조력 등의 재생에너지로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2021년 말 기준 우리나라의 태양광, 풍력발전은 전체 발전량의 4.3%로 이는 OECD 회원국 평균의 1/4에 불과하다. 우리의 형편이 어떻든 신재생에너지는 벌써 무역장벽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8년 대비 2030년까지 온실가스 40% 감축을 목표로 삼았다. 탄소배출권은 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 발급하며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다. 정부는 2015년 이래 온실가스 의무 감축 대상기업에 매년 배출량을 할당하며 할당량의 3%는 유상할당이다. 기업별 할당량이 곧 온실가스 배출권이 되는 셈이다. 가령 어느 기업이 온실가스 저감 시설에 투자하여 할당받은 배출량보다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했다면 여분의 할당량을 판매할 수 있다. 반대로, 할당량을 초과하여 온실가스를 배출한 기업에서는 초과 배출량만큼의 배출권을 구매하여 충당한다. 이러한 배출권은 한국거래소를 통하여 거래되고 있다. 만약 할당량을 초과하여 온실가스를 배출한 기업이 배출권을 채우지 못하면 시장가격의 3배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2023년 12월 기준 탄소배출권 선물시장의 시세는 톤당 87.73원이다. 참고로,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관리 대상업체 기준은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5만 톤 이상인 업체와 1만5천 톤 이상인 사업장이며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를 할 수 있는 대상은 최근 3년간 연평균 배출량 2만5천 톤 이상의 사업장과 12만 5천 톤 이상의 업체 그리고 자발적으로 지정 신청한 업체이다. 의무업체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업체의 연간 연료 사용량으로 산정하거나 계측장치를 굴뚝에 달아 측정한다.

온실가스 배출권과 유사한 제도가 바로 RPS제도이다.

RPS란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 제도이다. 다시 말하면, 전기공급 의무자에게 발전량의 일정량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화한 제도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전기공급 의무자는 25개사로 한전의 발전 자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 남동발전, 동서발전 등 6개사, 지역난방공사와 수자원공사 등 공공기관 2개사, 포스코 인터내셔널 등 민간 발전사업자 17개사이다.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 비율은 2023년14.5%, 2026년 이후 25%이다. 전기공급 의무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을 마련하거나 공급인증서를 구입하여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 비율을 채워야 한다.

RPS운영 메카니즘을 간단히 설명하면,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신청하면 한국에너지공단이 공급인증서를 발급해준다. 이 공급인증서를 전력거래소를 통해 주식처럼 거래하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는 전력시장을 통해 발전한 전력을 파는 한편 에너지공단으로부터 별도의 공급인증서(REC)를 발급받아 REC 거래시장에서 판매하는 것이다.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를 부연 설명하면, 태양광,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를 이용하여 전력을 공급한 사실을 증명하는 인증을 말한다. 가령, 어느 발전사업자가 신재생에너지 1Mwh(1,000Kwh)를 생산했다면 1REC를 인증받게 된다. 요즈음 1REC당 7만여 원에 거래되고 있다. 언뜻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어느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신재생에너지를 발전하여 판매했더라도 발전량만큼 온실가스 저감에 기여한 것이므로 기여분에 대한 공급인증을 받아 별도로 거래를 하는 것이다.

‘RE100’이란 어느 기업이 필요한 전력량의 100%를 태양광이나 풍력 등의 친환경 에너지로만 충당하겠다는 자발적인 이니셔티브이다. 대상기업은 연간 전력소비량이 100Gwh 이상인 기업이거나 Fortune 100대 기업과 같은 글로벌기업이며 2050년까지 목표를 100% 달성해야 한다. 구글은 이미 RE100을 이행하고 있으며 각국의 협력업체 등에 재생에너지 이용을 요구하고 있다. 세계 278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으며 30개 기업은 이미 RE100을 달성했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최근 삼성전자도 2050년까지 RE100을 달성키로 선언했다. 이는 국제사회에 대한 엄중한 약속이다. 카카오그룹, 신한금융그룹, 네이버, KT, 기아, 현대차,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 등 국내 30여 기업이 다투어 2030~2050년 목표로 신재생에너지 100% 사용 즉 RE100을 천명했다. 향후 30년 안에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지 않은 기업은 설 자리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도 언급했듯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한심한 수준이어서 지금부터라도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획기적으로 늘리지 않으면 기업들은 도저히 RE100을 달성할 수 없다. 국내에서 신재생에너지를 얻지 못한 기업은 생존을 위해 신재생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해외로 생산설비를 옮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상상하기도 싫은 끔찍한 현상이다.

흔히, 태양광, 풍력발전 등을 가리켜 신재생에너지라고 부르지만 엄밀히 말하면 재생에너지이다. 신에너지는 수소에너지, 연료전지, 석탄을 액화하거나 가스화한 연료 등을 가리킨다. 햇빛이나 물, 풍력, 지열 등은 한 번 사용하더라도 자연적으로 재생되기 때문에 재생에너지라고 한다.

요즈음 수소연료가 눈부신 조명을 받고 있다. 그러나 수소는 무한 에너지원이지만 이를 연료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메탄을 고온의 수증기에 반응시키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수소연료 1톤을 얻는 과정에서 10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이것이 그레이수소이다. 다량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며 생산된 수소를 블루수소라고 부른다. 이산화탄소 발생 없는 청정수소를 생산하려면 결국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하여 물을 전기분해하는 방법이 최선책이다. 이렇게 생산되는 수소연료가 바로 그린수소이다. 저렴한 그린수소를 생산하여 수소연료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풍력, 태양광, 조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를 풍부하게 생산하여 잉여 전력으로 물을 전기분해해야 하는바 신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일각에서는 지하에 분포되어있는 천연수소 채굴을 모색하고 있지만 갈 길이 먼 듯하다.

100Kwh 발전 용량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려면 400평(1,300㎡)의 땅이 필요하다. 시간당 100킬로와트의 전력을 생산하므로 하루 8시간만 생산하면 800킬로와트이고 한달 30일이면 24,000킬로와트(24Mw)의 전력을 생산할 것 같지만 우리나라 1일 태양광 발전시간은 3.5시간에 지나지 않는다. 눈 오고 비 내리는 날, 구름 낀 날, 해가 짧은 겨울철 등을 겪어야 하므로 통계적으로 발전시간은 1일 3.5시간이다. 따라서 100Kwh 발전 용량의 시설이라면 1일 350킬로와트, 한 달 10,500킬로와트(10.5Mwh)의 전력을 생산하게 된다. 이 발전량을 킬로와트당 200원에 판매한다면 한 달에 201만원의 판매수입을 올릴 수 있다. 이와 별도로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을 받아 이를 REC시장에서 거래하여 1REC(=1Mwh)당 7만원에 팔면 10.5REC이므로 73만 5천원을 받게 된다. 이 두 가지를 더한 274만 5천 원이 한 달 동안의 재생에너지 발전 수익이다. 태양광 패널의 내구연한은 약20년이다. 

[청석 임병식]

좋은 정보를 담은 글 잘 읽었습니다.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 온도가 상승하고 있어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탄소저감운동이 많이 더딘것 같습니다.
2050년이면 머지 않았는데 그때는 목표치를 채우지 못하면 생산품을
수출하지도 못할 것입니다.
각고의 노력이 필요할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세계는 원자력발전소를 줄이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거꾸로
증설에 나서고 있으니 문제가 아닌가 합니다.
멀리 바라보고 정책을 펴는 헤안이 요구됩니다.

[人山 이희순]

핵발전의 문제점. 탄소중립. 온실가스 할당과 배출권. 배출권 거래.신재생에너지와 신재셍에너지 공급인증과 거래. 태양광 발전과 판매 등 일반국민에게 다소 생소한 분야에 대해 소개해 보고자 두서없이 적었습니다 제가 조그만 태양광발전소를 운영하며 생산한 전력을 매월 한전에 판매하고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를 거래해보기도 하기에 관심있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인제 김권섭]

RE100을 향하여 참으로 시의 적절한 글 정치인들이 필독해야할 내용이라 생각합니다.
7~80년대 독재와 싸워 감옥에 몇 번 다녀오고 대학에서 학생회장한 경력으로 정치에 투신한 정치인들이 꼭 읽어야할 글입니다.
공부를 안 했으니 뭣을 알겠습니다. 독재정치를 향한 투쟁에서 민주화는 이루었졌지만 이제는 지구촌 가족으로 살아야할 때입니다.
능력이 없어 전정부 잘한 정책마저 호도하여 국민을 속이는 이 엉터리 현 정권의 무능한 행태가 몸서리 쳐집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