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쌓은 신뢰가 권리금"…LA한인타운 일식당 '어원' 전·현 사장간에 '사고 팔고' 18년 만에 첫 주인이 인수 실내 재단장 2일 다시 오픈
LA한인타운 버몬트 길의 일식당 '어원'이 전·현 사장 간의 인연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18년간 운영했던 최영준(오른쪽) 전 사장과 다시 인수한 정윤재 현 사장. 김상진 기자
"세상 모든 일은 '기브 앤 테이크'라고 생각해요. 인간관계도 내 이익만을 위해 행동하기 보다 진심으로 상대를 대할 때 진정한 믿음과 신뢰가 생기는 거죠."
사회에서 만난 인연은 오래가기 어렵다고들 한다. 그만큼 서로의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만남이 이어지다 보니 코흘리개 친구 같은 깊은 신뢰를 쌓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예외도 있는 법. LA 한인타운의 일식당 '어원'의 최영준·정윤재 '전·현 사장'은 사회에서 만난 인연이지만 한 식당을 서로 믿고 사고 팔 정도의 두터운 신뢰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어원'의 주인은 정윤재 사장이다. 정 사장은 약 20년 전 지금의 어원을 오픈한 초대 사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당시 부동산 사업을 활발히 하면서 다른 레스토랑도 여러 개 운영했던 정 사장은 2년 만에 '어원'을 내놓게 됐고, 최영준 사장이 이를 인수했다.그렇게 최 사장이 어원을 운영한 기간은 약 18년. 그런데 한 달여 전, 전 주인인 정 사장이 다시 어원을 인수했다.
놀라운 건 이 뿐만이 아니다. 18년이나 운영하다 팔았으니 필시 사연이 있겠거니 싶었지만 최 사장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그냥 인테리어를 좀 새로 해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자문을 얻기 위해 정 사장에게 전화를 했다가 어원에 관심 있어 하기에 넘겨주기로 했어요. 통화 시간은 20분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평소에도 정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여러가지 자문을 구한다는 최 사장. 그래도 18년 간 정이 깃든 업소를 어떻게 20분 만에 팔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냥 정 사장이 더 잘 할 것 같아서. 가장 믿음이 가는 사람이니까"라고 대답했다.
사실 두 사람의 인연은 '어원' 훨씬 전부터 시작됐다. 30여 년 전 부동산 투자가 활발했던 시절 정 사장은 대형 리커 스토어를 운영하던 최 사장과 부동산 브로커와 손님의 관계로 처음 만났다. 어렵다는 부동산 거래도 마음만 먹으면 척척 해 내는 정 사장의 도움을 받으며 최 사장은 그 때부터 고민이 생기면 가장 의지하는 동료이자 친구로 정 사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돈독하게 인연을 다져 갔고, 최 사장이 수 년 간 살다 내놓은 집을 정 사장이 구입해 신혼살림을 차렸을 정도로 둘 간에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들도 많다.
"형제만큼, 혹은 그 누구보다 친하다고 말하기 보다는 매 순간 진실된 마음으로 서로를 대했어요. 그 속에서 탄탄한 신뢰가 쌓인 거죠."
최 사장은 정 사장에게 어원을 넘길 때 일주일 간 손해 보지 않고 장사를 할 수 있도록 재료부터 모든 부분을 다 갖춰주고 나왔다.
최 사장은 현재는 북가주 샌호세 인근 '산칼로스' 지역에서 '가야'라는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지만 정 사장과 종종 만나며 인연을 유지해 오고 있다.
약 한 달간의 실내 공사를 마치고 내일(2일) 재 오픈을 앞둔 '어원'. 또 다른 새로운 시작 앞에 두 사람은 오늘도 끈끈한 정을 나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