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교수가 아무래도 나라에 망조가 든 기분이 든다, 라는 심정을 피력했는데...
사실,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부분은 망조가 들면서 곧 나타날 무서운 병리현상이다.
곧 나타날 무서운 병리현상은 우리나라와 엇비슷한 곡로를 그려간 일본에서 찾을 수 있다.
솔직히 일본은 근대기 출발부터가 한국에 비해 빨라서
세대적 특성도 한 세대 빠르게 나타난 징후들이 보인다. 물론 산업화의 진행과정 때문이다.
일본에는 우리나라의 486세대에 해당하는 ‘단카이 세대’가 있었다.
어떤 정신적, 경제적 격변을 겪는 세대들이 가지는 전형적인 특질이 있어
(1968년 전 세계적인 학생혁명의 격변기 즈음으로 해석한다고 보고..)
이들도 민주항쟁시절을 관통한 486세대처럼 뜨겁고 집단적인 경향을 띄었고
확장적 사고, 관점의 다변화 등의 ..한 마디로 일본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진취적이자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 세대로 일컫는다.
그 단카이 세대 때 일본의 경제 발전이 급속도로 이뤄지기도 한다.
여하튼
단카이 세대을 이어,
시라케 세대가 이어졌는데, 이 시라케라는 뜻은 동사 시라케루의 명사형으로
시라케루, 빛바래다, 흥이 깨져 뭐가 머쓱하다, 무력하다, 시들하다 정도로 해석될 수 있다.
학생운동이 시들해진 시기에 성인이 되어 정치적으로 무관심한 세대라는 비판이 있었다.
하지만 '오타쿠'라는 전문가적 개인주의를 발로한 세대이기도 하다.
이 시라케 세대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거치면서 상당한 곤란을 겪게 된다.
점점 취업도 어려워지고 개인주의적 성향이 짙어 상호간 연대, 점성도 떨어져
차츰차츰 사회 부적응 사례들의 주인공으로 떠오른다.
그들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그들도 무기력함과 허탈이 장기화 되자 방어기제의 작동으로
차라리 그들 자신이 사회 시스템에 ‘수용되는’것을 망설이고 거부한 것이다.
사회 자체가 목적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참으로 무서운 병리현상이 아주 구체적이고 노골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발을 디디고 있는 자신의 공동체를 파괴하는 목적을 지니는 행위,
테러의 발생이다.
1995년,
일본 도쿄 지하철에서 13명이 사린 가스에 의해 사망하고 수천 명이 부상당한
사건.
옴진리교 사건!
(옴진리교의 아사하라 쇼코는 가까운 장래에 닥칠 아마겟돈의 도래를 예언했고, 그렇기 때문에 교단은 무장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일본과 미국과 프리메이슨을 가상의 적으로 삼았다. 그들이 그들을 무기력하게 만든 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난 요사이,
20대 개XX론이라든지, 청년백수의 대량 속출, 2,30대의 지나친 정치무관심,
우린 윗세대에게 강탈당하고 있다, 라는 피해의식의 토로,
등의 취지의 신문 기사를 거의 상투적으로 보고 있다.
우리가 밀고나갈 대한민국의 방향을 상실한 이 시점,
일본과 너무나 유사하기에, 때론 가슴이 철렁한 것이다.
더군다나
꼭 본격적인 사회병리현상이 터지기 전에 무기력의 징후가 나타나는 데,
난 그것이 바로 세월호 사태라고 단정한다.
세월호 사태를 통해 한국 사회의 누적된 무기력이 확인된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두려운 바다.
난,
진정코 앞으로의 추이가 정말이지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