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패도 번지수도 없는 주막에
궂은비 내리는 이 밤이 애절쿠려
능수버들 재질 하는 창살에 기대어
어느 날짜 오시겠소 울던 사람아
석유등 불빛 아래 마주 앉아서
따르는 이별주에 밤 비도 처량쿠려
새끼손을 걸어놓고 맹세도 했건만
못 믿겠소 못 믿겠소 울던 사람아
아주까리 그늘 아래 가슴 조이며
속삭이던 그 사연은 불같은 정의였소
풍지를 악물며 밤비도 우는 구려
그립구려 그리워요
정녕 그리워
『번지 없는 주막』
(박영호 작사, 이재호 작곡)은
1940년 발표한 「백년설」의 노래로
"나라를 잃은 헐벗고 굶주리던
우리 동포들의 통한(痛恨)을
담은 것"이었습니다.
나라가 없는데
어찌 주거할 집이 있겠는가?
그래서
주막에 문패도 번지수도 없었지요.
일제강점기(日帝強占期)치하
'태평 레코드'에서
「백년설」(1915~1980)의
앨범을 출시할 때에는
애초에 '산팔자 물팔자' 와
'눈물의 백년화' 라는 곡이
수록될 예정이었으나,
'눈물의 백년화' 가
조선 총독부의 검열에 걸려
발매가 불가능 해졌습니다.
그렇게 『번지 없는 주막』 을
황급히 대체 수록 해서
재 발매를 할 수 있었습니다.
『번지 없는 주막』은
여러 선배 가수들의 리메이크를 거치면서
3절 이었던 노래를
2절과 3절을 섞어서
2절까지로 부르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가 되었습니다.
* 작사가 박영호는 월북하였기에,
본명 대신 '처녀림'으로 통용
되고 있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