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명작감상]
영원으로 가는 긴 산책
(Long Walk To Forever)
커트 보네거트[미국]
커트 보네거트(Kurt Vonnegut) 미국 작가
(November-11, 1922 – April 11, 2007)
그들은 들판과 숲 그리고 과수원이 근접해 있고, 맹인들을 위한 학교의 아름다운 종탑이 한 눈에 들어오는 도시 외곽의 마을에서 이웃사촌으로 자라났다.
이제 그들은 스무 살이 되었고, 근 1년간 서로를 만나보지 못했었다. 그들 사이엔 늘 즐겁고, 편안하고 따스한 감정이 흐르고 있었었지만 결코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의 이름은 Newt이다. 그녀의 이름은 Catharine. 어느 이른 오후, Newt는 Catharine의 집 문을 두드렸다.
Catharine이 문을 열었다. 그녀는 읽고 있던 두껍고 광택이 나는 잡지를 그대로 들고 나왔다. 그 잡지는 결혼을 앞둔 신부들을 위한 잡지였다. "Newt!" 그녀가 말했다. 그녀는 그를 보고 매우 놀라워했다.
"산책 좀 할 수 있을까?" 그가 말했다. 그는 수줍음이 많은 사람으로, Catharine과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그러한 수줍음을 어눌한 말투를 구사함으로서 숨기려 했다. 마치 그가 진짜로 고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마치 자신이 멋있으면서도 험난한, 그리고 한편으론 불길한 임무를 맡고 있는 중에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있는 비밀요원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산책이라고?" Catharine이 말했다.
"한 쪽 발을 다른 쪽 발 앞에 내 딛는 것 말이야." Newt가 말했다. "나뭇잎 사이로, 다리를 건너서 "
"난 네가 마을에 있는 줄 몰랐어." 그녀가 말했다.
"지금 막 도착했어." 그가 말했다.
"아직 군대에 있는 거로구나, 알았어." 그녀가 말했다.
"아직 7개월 더 있어야 해." 그가 말했다. 그는 포병대의 일등병이었다. 그의 군복은 구겨져 있었다. 그의 신발은 먼지투성이였다. 그는 면도도 해야 했다. 그는 잡지책으로 손을 뻗었다. "그 예쁘게 생긴 책 좀 보자." 그가 말했다.
그녀는 책을 그에게 건네었다. "나 결혼해, Newt." 그녀가 말했다. "결혼식까지 1주일 남았어."
"만약 같이 산책을 나간다면," 그가 말했다. "너는 장밋빛이 될 텐데. 장밋빛 신부 말이야." 그는 잡지의 책장을 넘겼다. "여기 있는 이 아름다운 장밋빛 신부처럼 이 신부처럼 이 신부처럼." 그는 아름다운 신부 사진을 보여주며 그녀에게 말했다.
Catharine은 그 아름다운 신부를 상상하며 얼굴이 장밋빛으로 물들었다.
"그게 내가 Henry Stewart Chasens에게 주는 선물이 될 거야." Newt가 말했다. "너랑 산책 하는 것이, 그에게 아름다운 신부를 선사하는 길이야."
"그 사람 이름을 알고 있구나?" Catharine이 말했다.
"엄마가 편지로 알려주셨다." 그가 말했다. "피츠버그에서 온 사람이라고?"
"응." 그녀가 답했다. "너도 그 사람 맘에 들어할 거야."
"아마도." 그가 말했다.
"저기 저, 결혼식에 참석해 줄 수 있겠니, Newt?" 그녀가 말했다.
"그건 잘 모르겠다." 그가 말했다.
"휴가가 그때까지 안 되는 거니?" 그녀가 말했다.
"휴가라고?" Newt가 말했다. 그는 두 쪽에 걸쳐 실려 있는 은제 식기류 광고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난 휴가 나온 게 아니다." 그가 말했다.
"응?" 그녀가 말했다.
"난 뭐랄까, 소위 '탈영병'이라고 불린다고나 할까." Newt가 말했다.
"오, Newt! 그럴 리가." 그녀가 말했다.
"맞아." 그는 계속 잡지를 보면서 말했다.
"왜 그런 거야, Newt?" 그녀가 말했다.
"네가 맘에 들어할 은장식이 뭔지 알아야 되겠는데?" 그가 말했다. 그는 잡지에 나온 은장식 종류의 이름을 읽기 시작했다. "엘브말(albemarle) 문양? 히스(Heather)꽃 문양?" 그는 말했다. "전설 문양? 아니면 넝쿨장미?" 그는 그녀를 쳐다보며 미소지었다. "네 남편 될 사람에겐 수저세트를 선물할 생각이야." 그가 말했다.
"Newt, Newt 정말이지, 제대로 말해봐." 그녀는 말했다.
"난 산책을 하고 싶어." 그가 말했다.
그녀는 딱하고 괴로운 나머지 손을 꽉 쥐었다. "오, Newt 탈영병이라는 말, 나를 놀리려고 하는 말이지?" 그녀가 말했다.
Newt는 눈썹을 살짝 올리며 경찰차 사이렌 음을 작은 소리로 흉내 내었다.
"어디서 어디서 그런 거야?" 그녀가 물었다.
"포트 브래그." 그가 말했다.
"노스캐롤라이나 말이야?" 그녀가 말했다.
"맞았어." 그가 말했다. "페이트빌 근처지. 스칼렛 오하라가 학교를 다닌 곳 말이야."
"여기 까지 어떻게 온 거야, Newt?" 그녀가 말했다.
그는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히치하이크 동작을 해보였다. "이틀 걸렸어." 그가 말했다.
"어머니께선 아시니?" 그녀가 말했다.
"난 어머니를 보려고 여기 온 게 아니야." 그는 그녀에게 말했다.
"그럼 누굴 보러 온 거야?" 그녀가 물었다.
"너." 그가 말했다.
"왜 나를?" 그녀가 말했다.
"왜냐하면, 난 너를 사랑하니까." 그가 말했다. "이제는 좀 걸을 수 있을까?" 그가 말했다. "한 발 앞에 다른 발을 내딛는 거 말이야. 나뭇잎 사이로, 다리를 건너."
그들은 지금 갈색 낙엽이 바닥을 이룬 숲 속을 산책을 하고 있다.
Catharine은 화가 나고 흥분해 있으며 울기 직전이었다. "Newt." 그녀가 말했다. "이건 정말이지 미친 짓이야."
"왜 그렇지?" Newt가 말했다.
"이런 때에 나한테 사랑한다고 말하다니 말도 안돼." 그녀가 말했다. "예전엔 결코 그렇게 말한 적 없었잖아." 그녀는 걸음을 멈추었다.
"계속 걷기나 하자." 그가 말했다.
"싫어." 그녀가 말했다. "너무 멀리 왔어. 더 이상은 안돼. 너랑 같이 나오는 것이 아니었는데," 그녀가 말했다.
"나왔잖아." 그가 말했다.
"널 집 밖으로 데리고 나오기 위해서였어." 그녀가 말했다. "만약 누가 들어와서 네가 그런 말 하는 것을 듣기라도 했다면, 그것도 결혼식 1주일 전에 말이야."
"그걸 뭐 어떻게 생각한다는 건데?" 그가 말했다.
"널 보고 미쳤다고 할 거야." 그녀가 말했다.
"왜 그렇지?" 그가 말했다.
Catharine은 잠시 깊게 심호흡 한 뒤 말을 이었다. "네가 한 이 말도 안되는 일에 대해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하고는 있어." 그녀는 말했다. "네가 탈영병이라는 말은 못 믿겠어. 하지만 진짜 그럴 수도 있지만 말이야. 날 사랑하는 말도 믿지 못하겠어. 하지만 정말 그럴 수도 있지. 그렇지만..."
"정말이야." Newt가 말했다.
"저기,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해." Catharine이 말했다. "그리고 난 너를 친구로서 정말 좋아해, Newt. 매우 좋아해. 하지만 너무 늦었어." 그는 그에게서 한 발짝 물러섰다. "나한테 키스도 한 적 없잖아." 그녀는 말했다. 그리고는 곧 양 손으로 자신을 가로 막았다. "지금 그러라는 뜻이 아니야. 그냥 단지 이 모든 것이 너무 갑작스러워.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도무지 생각이 안 난다."
"그냥 좀 더 걷자." 그가 말했다. "그냥 편하게 있어."
그들은 다시 걷기 시작했다.
"내가 어떻게 반응할 것이라고 생각했어?" 그녀가 말했다.
"내가 뭘 기대할 수 있을지 내가 어떻게 알겠어?" 그가 말했다. "나도 이런 일을 해 본적이 없단 말이야."
"내가 너의 품 안에 훌쩍 안기기라도 할 거라고 생각했어?"
그녀가 말했다.
"그럴지도."
"실망시켜서 미안하네." 그녀가 말했다.
"난 실망하지 않았는걸." 그가 말했다. "이제 뭘 해야 할지 아니?" 그녀가 말했다.
"아니." 그가 말했다.
"악수 하자." 그녀가 말했다.
"악수 한 뒤, 친구로서 헤어지는 거야." 그녀가 말했다.
"그게 이제 우리가 해야할 일이야."
Newt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가 말했다.
"가끔 날 기억해줘. 내가 널 얼마나 사랑했는지도 기억해줘."
자신도 모르게 Catharine은 눈물을 왈칵 쏟았다. 그녀는 Newt에게서 등을 돌린 채, 숲 길가의 무한히 뻗어있는 가로수 들을 바라보고 섰다.
"무슨 뜻이지?" Newt가 말했다.
"화가나!" Catharine이 말했다. 그녀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네가 이럴 권리는 없어."
"무슨 말인지 알아야겠어." 그가 말했다.
"내가 널 사랑했었다면," 그녀가 말했다. "나는 이렇게 되기 전에 너에게 알렸을 거야."
"그랬을 거라고?" 그가 말했다.
"그래." 그녀가 말했다.
그녀는 그를 향해 돌아서서,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꽤나 벌겋게 되어있었다.
"너는 알 수 있었을 거야." 그녀가 말했다.
"어떻게?" 그가 말했다.
"눈에 보였을 테니까." 그녀가 말했다. "여자들은 감정을 숨기는데 그다지 영리하지 못하거든."
Newt는 Catharine의 얼굴을 가까이서 바라보고 있다. 그녀는 깜짝 놀랐고, 자신이 여자는 사랑하는 감정을 숨기지 못한다고 한 그 말이 사실임을 개달았다.
Newt는 지금 사랑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가 했어야 될 일을 했다. 그는 그녀에게 키스 했다.
"이러지마. 저리가!" Newt가 그녀를 놓아주자 그녀가 말했다.
"왜 그래?" Newt가 말했다.
"넌 이러지 말아야 했어." 그녀가 말했다.
"싫었어?" 그가 말했다.
"뭘 기대한거야," 그녀가 말했다. "열광적이고, 내키는 대로 하는 열정?"
"내가 계속 말했잖아." 그가 말했다. "난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전혀 알 수 없어."
"우린 작별인사를 할 거야." 그녀가 말했다.
그는 약간 얼굴을 찌푸렸다. "알았어." 그가 말했다.
그녀는 말을 이었다. "난 우리가 키스한 것에 전혀 불쾌하지 않아." 그녀가 말했다. "참 좋았어. 우리가 예전에 훨씬 가까웠을 때 했어야 하는 건데. 널 늘 기억하고 있을 거야, Newt. 행운을 빌어."
"너도." 그가 말했다.
"고마워 Newt." 그녀가 말했다.
"30일이야." 그가 말했다.
"뭐라고?" 그녀가 말했다.
"영창에서 30일 이라고." 그가 말했다. "키스 한 번의 대가가 그것이지."
"미 미안해."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내가 탈영하라고 시킨 것이 아니야."
"알고 있어." 그가 말했다.
"그런 바보 같은 일로는 분명 다른 영웅들 같은 보상을 받진 못할 테지." 그녀가 말했다.
"영웅이 되려면 좋은 사람이어야겠군." Newt가 말했다. "Henry Stewart Chasen은 영웅이니?"
"그럴 기회만 있다면, 그럴 사람이야." Catharine이 말했다. 그녀는 그들이 다시 걷기 시작했다는 것을 약간 거북하게 느꼈다. 작별인사는 이미 잊혀졌다.
"그 사람을 정말로 사랑하니?" 그가 말했다.
"물론 사랑하고말고!" 그녀가 소리쳤다.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결혼하지도 않을 거야!"
"그 사람 어디가 좋은 거야?" Newt가 말했다.
"정말이지!" 그녀는 다시 걸음을 멈추고 소리쳤다. "지금 네가 얼마나 공격적인지 알고는 있니? Henry에겐 아주, 아주, 아주 많은 장점이 있어! 그래!" 그녀가 말했다. "그리고 아마도 아주, 아주, 아주 많은 단점도 있겠지. 하지만 그건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야. 난 Henry를 사랑해, 너와 그의 장점에 대해 논쟁하고 싶지 않아!"
"미안해." Newt가 말했다.
"정말이지!"
Newt는 그녀에게 다시 키스하였다. 그녀가 원했기 때문에 그는 다시 키스를 하였다.
그들은 큰 과수원에 다다랐다.
"언제 이렇게까지 집에서 멀리 왔을까, Newt?" Catharine이 말했다.
"한 발을 다른 발 앞에 딛고 낙엽들을 지나, 다리를 건너서지." Newt가 말했다.
근처에 있는 맹인 학교에의 종탑에서 종이 울렸다.
"맹인 학교야." Newt가 말했다.
"맹인 학교라." Catharine이 말했다. 그녀는 약간 졸린 것 같아 고개를 흔들었다.
"돌아가야겠다." 그녀가 말했다.
"작별 인사 하자." Newt가 말했다.
"내가 지금 껏 그럴 때마다," Catharine이 말했다. "키스를 당한 것 같은데."
Newt는 사과나무 아래 바짝 깎인 잔디위에 앉았다. "앉아." 그가 말했다.
"싫어." 그녀가 말했다.
"건드리지 않을게." 그가 말했다.
"못 믿겠는걸." 그녀가 말했다.
그녀는 그와 20피트 정도 떨어진 다른 나무 아래에 앉았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Henry Stewart Chasens 꿈을 꾸렴." 그가 말했다.
"뭐라고?" 그녀가 말했다.
"네 멋진 남편이 될 사람에 관한 꿈을 꾸라고." 그가 말했다.
"알았어. 그럴게." 그녀가 말했다.
그녀는 자신의 남편이 될 사람의 모습을 떠올리며 눈을 꼭 감았다.
Newt는 하품을 했다.
벌들은 나무 사이에서 윙윙대었고, Catharine은 거의 잠들었다.
그녀가 눈을 떴을 때, 그녀는 완전히 잠들어 버린 Newt를 보았다.
그는 얕게 코를 골기 시작했다.
Catharine은 Newt가 1시간가량 그대로 자게 놔두었고, 그가 자고 있는 동안 그녀는 진심으로 그를 좋게 바라보았다.
사과나무의 그늘이 동쪽으로 서서히 기울었다. 맹인 학교의 종탑에서는 다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치커디-디-디" 박새가 날아갔다.
저 멀리 어디선가 자동차 시동이 걸렸다, 실패하고, 걸었다, 실패하고 곧 조용해 진 소리가 들려왔다.
Catharine은 나무 아래서 일어나, Newt의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Newt?" 그녀가 말했다.
"흐음?" 그가 말했다. 그는 눈을 떴다.
"늦었어." 그녀가 말했다.
"안녕, Catharine." 그가 말했다.
"안녕, Newt." 그녀가 말했다.
"사랑해." 그가 말했다.
"알아." 그녀가 말했다.
"너무 늦었다." 그가 말했다.
"너무 늦었어." 그녀가 말했다.
그는 일어나 소리 내어 기지개를 폈다.
"매우 즐거운 산책이었어." 그가 말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녀가 말했다.
"여기서 헤어질까?" 그가 말했다.
"넌 어디로 갈 생각이야?" 그녀가 물었다.
"마을 까지 차를 얻어 타고 가서, 잠자리에 들 거야." 그가 말했다.
"행운을 빌어." 그녀가 말했다.
"너 역시." 그가 말했다. "나랑 결혼해줘, Catharine."
"안돼." 그녀가 말했다.
그는 살짝 미소지어 보이고는, 그녀를 잠시 바라보곤, 저 멀리로 빠르게 걸어갔다.
Catharine은 저 멀리 그림자와 나무 사이로 점점 작아지는 그를 바라보며, 만약 지금에라도 그가 멈추어 서서, 그녀를 부르면, 그녀는 그에게로 달려갈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녀도 어쩔 수 없었다.
Newt는 정말로 멈추어 섰다. 그리고 정말로 돌아섰다. 그리고 정말로 불렀다.
"Catharine."
그녀는 그에게로 달려가, 그를 두 팔로 안았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19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