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뭉치` 그러나 미워할수없는 신부
여고생 아내-교생 남편 결혼이야기
性없는 신혼생활 관객 호기심 자극
로맨틱 코미디의 생존 전략은 남녀의 성적 차이를 극대화한 뒤 다시 그것을 결합함으로써 갈등을 치유하고 정서적 화해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이것은 가부장제 사회질서 안에서 대중에 심리적 안정성을 부여하고, 체제 유지의 확고한 틀을 확인시켜 주는 보수주의적 태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어린 신부` 의 무게중심은 제목처럼 16세 고등학교 1학년 어린 신부 서보은(문근영 분)에 있다.
그녀가 결혼하는 이유는 임종을 앞둔 (그렇게 위장된) 할아버지의 엄격한 명령 때문이다.
가부장제 사회의 확고한 권력 중심인 할아버지가 이들의 결혼을 기획하고 실천했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출발점이 어디에 있는지 명확하게 보여 준다.
사건을 일으키는 것은 항상 신부다.
신혼여행을 떠나면서 화장실에 간다고 비행기를 놓치는 것도, 결혼한 뒤 다른 남자를 만나며 도덕적 경계를 자극하는 것도 신부다.
영화의 전반부는 자발적 의사로 결혼한 것이 아닌, 신랑과 신부의 차이를 벌려 놓는 데 온 힘을 집중한다.
특히 어린 신부가 24세 미대 졸업반으로 이미 성인인 신랑과의 성관계를 배제한 채 신혼생활을 지속하게 함으로써 영화 외적으로는 미성년자의 성관계라는 청소년 단체의 도덕적 시비를 피해 나가고, 영화 내적으로는 그들이 합법적 부부이기 때문에 언젠가 있을지도 모르는 성관계에 대한 긴장감을 증폭시킨다.
신부는 자신의 결혼사실을 숨긴 채 야구선수와 사귀기로 합의하고 김밥을 싸가지고 응원도 가지만 신랑은 교생실습을 나갔다가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는 김샘(안선영 분)이 육탄 공세를 퍼부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는 같은 과 선배인 지수를 좋아하지만 항상 자신이 유부남인 것을 강조한다.
이런 성적 대비는 여성해방 혹은 여성권익의 강조를 위해 마련된 것이 절대 아니다.
자, 이렇게 외형만 보면 자신의 위치는 아랑곳하지 않고 천방지축 뛰어다니는 어린 신부에 내러티브의 초점이 맞춰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모든 풍파를 묵묵히 견디고 결국 어린 신부를 가정(할아버지를 중심으로 형성된 혈연사회의 수직적 질서)으로 돌아오게 하는 것은 신랑이다.
그는 신부의 실수로 신혼여행을 함께 가지 못한 것도 집안 어른들에게 비밀로 하고, 신부가 힘들어하는 학교축제의 무대배경 그림을 친구들과 함께 몰래 그려주며, 결정적으로 신부가 사귀는 야구선수를 찾아가서도 이름만 확인하고 돌아선다.
더구나 그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의 군대시절 유일하게 면회온 그녀였다는 것을 은밀하게 고백한다.
즉, 이들의 사랑은 당초 각본처럼 할아버지의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시기만 일렀을 뿐 예정돼 있었다는 사실을 드러냄으로써 구질서(남성 위주의 가부장제 사회에 만족하는 기성세대)와 신질서(여성의 사회적 활동과 주체성을 강조하는 신세대)를 모두 만족시키려 한다.
이렇게 `어린 신부` 의 내러티브는 위장적이다.
보수적 남성 위주의 세계관에서 철저하게 벗어나지 못한다.
어린 신부가 마음껏 뛰어놀아도 그것은 부처님 손바닥이다.
`어린 신부` 가 만약 여성의 변화된 사회적 위치를 그리는 것처럼 보인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문근영의 호연 때문이다.
그녀는 미워할 수 없는 다양한 표정연기와 귀여움으로 엉성하고 비논리적인 극적 구조와 연결신에서 동작의 불일치를 자주 드러내는 초보 감독의 미숙한 테크닉까지도 눈에 보이지 않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