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이제 그만 자고 일어나! 지금 8시야. 빨리 일어나서 아침먹고 바로 학교 가야지!!!
아빠 좋은 아침! 그런데 오늘은 귀찮은데 학교 안 가면 안 되나요?
그게 말이 되는 소리니!! 학교란 게 너 안 가고 싶다고 맘대로 안 가는 곳인줄 알아? 내가 너 이런 소리 하는 거 들으려고 뼈빠지게 피아노 치면서 국장주에게 머리 숙이는 줄 알아?
엘리제, 잘 들으렴. 이 애비는 네 나이때 학교에 가고 싶어도 네 할아버지 때문에 제대로 못 다녔단다. 너, 학교 제대로 안 나가서 이 애비처럼 구구단도 제대로 못 외우고 계산도 못해서 사람들에게 무식하다며 놀림받고 이 애비처럼 살고 싶니! 자 그러니까 똑똑한 우리 공주님은 책가방을 들어야지?
예 예 갑니다 가요. 아이는 아버지의 잔소리를 피해 책가방을 들었습니다. 빨리 책가방을 챙기지 않으면, 아버지가 펑펑 울고 있을 게 뻔하니까요!
오늘도 X같은(?) 월요일이 왔어요! 월요일 X까. 최고로 X까.... 난 매일매일이 X같지.... 그래도 초등학생의 신분으로서 열심히 수업을 들을꺼에요!
자, 제임스가 사과 10개를 사서 친구에게 5개를 주고 2개를 먹었죠. 제임스의 엄마가 그 뒤에 사탕 12개를 샀고 동생과 정확히 절반씩을 가졌습니다. 제임스가 가진 사과와 사탕은 각각 몇개씩인가요?
엘리제는 머릿속에 쥐가 날만큼 머리를 굴렸습니다. 답을 맞췄어! 엘리제는 열심히 수학을 배워 언젠가 아버지에게 수학 계산하는 법을 잘 가르쳐 주고 싶다는 소원이 생겼습니다.
자, 노래 한 곡을 들려줄테니 이 노래의 제목을 한 번 맞혀보세요!
엘리제는 귀를 귀울였습니다. 저거 분명 물고기랑 관련된 곡이었는데.... 음.... 그래 알았다! 정답은 베토벤의 붕어!
엘리제는 오늘 음악시험에서 20점을 맞았습니다.
내가 너 이러라고 비싼 돈 들여서 학교 보내는 줄 알아? 당장 그 휴대폰 게임 끄고 수업에 집중해!
어디선가 아빠의 목소리가 환청으로 들려오는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엘리제에게 수업시간 몰래 하는 몰폰의 참맛은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답니다!
오늘, 친구가 사정이 생겼다며 나에게 학교 일일교사 자리를 해보겠냐는 제안을 했다. 전생의 끔찍한 초딩 러시를 떠올리며 거절하려 했으나 선입금의 달콤한 유혹은 거절할 수 없지, 그렇고 말고!
안녕하세요! 오늘 하루 일일 음악 이론 수업 교사를 맡게 된 프란츠 페터 슈베르트라고 합니다. 다들 잘 부탁드려요!
슈베르트 선생님! X까고 선생님 첫사랑 이야기 해 주세요!, 어쩌다가 첫사랑이랑 헤어졌나요?, 사랑나누기 해 보셨나요? 아기는 어떻게 만들어요?, 선생님은 어른인데 왜 뚱뚱하고 키가 작아요? 선생님도 채소랑 우유 안 먹고 많이 남겼나요?
이래서 난 초딩들이 싫어.... 교사 노릇도 싫어!! 하지만 선입금을 받았어.... 액수가 꽤 컷지. 새 기타나 바이올린을 한 대 살수 있어....
좋아요, 그렇게 궁금하다면 너희들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는 지 하나부터 끝까지 다 알려주마. 일단 독한 포도주를 들고....
내 사랑나누기 이야기를 듣던 학생들이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그만 이야기하고 수업을 시작하자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음.... 그럼 이제 책을 펴세요! 가곡 들장미를 같이 불러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어요!
엘리제는 음악실에 올 때마다 마주하는 초상화가 어쩐지 집의 가족들과 꼭 닮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치 가운데 초상화는 아버지와 꼭 닮아서 마치 자신을 감시한다는 기분이 들었다. 어쩜 저렇게 똑같은 거지? 아빠 조상님인가?
피아노를 열심히 연습해서 언젠가 방과 후 오케스트라 활동에 지원할꺼에요! 만약 뽑혀서 공연을 한다면, 그때는 아빠가 자신의 연주를 듣고 웃어줬으면 좋겠어요!
안녕 제임스 어서와! 살리에리 아저씨가 오늘 애플파이랑 프렌치 토스트 도시락을 만들어주셨어! 너도 같이 먹을래?
오늘 과학시간에는 간단한 감정 물약을 만들어보도록 하겠어요! 간단한 실험이지만, 약품들은 위험할 수 있으니 항상 조심 또 조심! 알겠죠?
플레옐 학생! 아무리 안전하더라도 약품 연기를 직접 맡는 건 위험한 행동입니다. 조심하세요!!
실험 후에 나눠 준 노트에 오늘 사용한 재료, 실험과정, 무었이 만들어졌는 지 각자 작성해보도록 하세요! 수업 후에 노트를 검사할 예정이니 딴짓은 하지 말고 실험에 집중히세요!
앗 이런! 녹색 가루가 아니라 황색 가루를 넣었네. 만들어진 물약에서 어딘지 아빠의 지독한 방귀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이거 물약으로 만들어서 아빠에게 선물로 주면 어떻게 되는 걸까??
물약이 성공적으로 만들어졌다! 물약에서는 달콤한 이온음료 맛이 나는 것 같다. 생명의 에너지가 가득!
선생님이 나눠 준 슬라이드 관찰 실험을 했다. 슬라이드 속에서 초록색의 발 달린 조그만 생물체가 꿈틀거리는 모습이 매우 귀여웠다. 바이러스??
오늘 미술시간에는 여러분의 엄마와 아빠에게 드리고 싶은 선물을 그림으로 만들어보도록 하겠어요! 각자 앞에 놓은 반짝이 가루나 마카로니, 싸인펜등으로 선물을 예쁘게 꾸며서 드리면 더 좋아하시겠죠?
엘리제, 넌 뭘 만들꺼야? 난 멋진 왕과 기사를 그려서 아빠에게 줄꺼야!
엘리제 판 베토벤, 도서관 공용컴퓨터는 독서 시간에 몰래 게임을 깔고 놀라고 설치한 것이 아닐텐데요? 당장 자리로 돌아가서 독후감용 책을 고르고 읽으세요!
엘리제, 우리 수업 끝나고 공원에서 놀다가 가지 않을래? 포장마차가 새로 생겼대. 거기서 우리 떡볶이 먹고 가자!
오늘은 엘리제와 체육시간에 농구를 배웠다. 농구공을 골대에 넣는 것도 좋았지만, 손가락으로 공을 굴리며 노는 것이 더 재밌었다! 하지만, 농구는 별로 재미없는 걸요? 그냥 공을 바구니에 넣는 것. 그 뿐 이잖아요? 좀 더 창의적으로 노는 게 더 재밌어요!
친구들과 스케이트를 빌려서 스케이트장에서 스케이트를 타고 놀았다. 몇번씩 타도 이 바퀴 신발에는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는다. 으아아악!!!
방과 후 수영교실에 참석한 여러분들 반갑습니다! 오늘은 물에 뜨는 방법과 앞으로 나가는 방법을 배워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물에서는 장난을 치지 마시고....
좋아요, 팔을 앞으로 쭉 뻗고! 물을 찬다는 느김으로 몸을 쭉 뻗는거에요! 일단 수영장 한 바퀴를 도는 걸로 연습을 하도록 하죠!
제임스: 엘리제, 우리 누가 저 수영장 부표 끝까지 먼저 도착해서 다시 되돌아오는 지 시합할래? 진 사람이 떡볶이 사 주기!
엘리제: 물론 좋지! 난 이래보여도 술라니 사람, 수영은 자신있어! 바다는 내 친구고 말이지.
어머, 제임스 방심했구나? 내 물대포를 받아라 이얍!
어느 더운 여름, 시원한 수영장에서 웃고 떠드는 아이들의 천진한 모습이 참 좋다.
해가 뉘엿뉘엿 산 너머로 넘어가는 순간, 집에 가서 숙제를 해야 한다는 사실은 잠시 제쳐두고 놀이터에서 그네를 탑니다. 마음이 맞는 친구와 저녁놀을 바라보며, 어린 시절에만 누릴 수 있는 추억이죠!
얘들아 너희 떡볶이 먹고 가지 않을래? 달콤한 호떡이랑 고소한 어묵도 있단다! 귀여운 꼬마들이니까 한 접시 무료로 주마!
집에 도착했다. 아빠는 하루에 두 시간씩 꼭 나에게 피아노를 가르쳐주신다. 하기 싫은 날도 있지만, 투정을 부리면 아빠가 화를 내고 실망하기에 오늘도 피아노에 앉았다. 피아노를 치는 건 너무 어려워!
엘리제, 거기 아니야! 계이름을 틀렸구나. 그 부분은 좀 느리게, 그렇지 이제 좀 늘었군. 이 아빠가 너를 때리지 않는 걸 감사하게 여기렴! 다른 아이였다면 진작에 사랑을 담아 팔을 깨물어줬지!
피아노를 치는 건 재밌다. 건반을 누르는 것에 따라 예쁜 노래가 내 손에서 나오니까! 하지만, 가끔은 지루하다. 음 하나를 틀리면 아빠는 마치 괴물마냥 눈을 부릅뜨고 날 째려보니까! 하루만이라도 피아노 말고 아빠랑 놀고 싶은데....
네 할아버지는 나보다 더 했단다. 잠이라도 재워주는 걸 고맙게 알렴! 농담삼아 웃는 말도 가끔은 싫다.
오늘은 아빠에게서 엘리제를 위하여를 배웠다. 피아노 치는 손의 자세를 배웠고 속도 조절하는 법도 배웠다. 하지만 하루는 쉬고 싶다. 아빠랑 떡볶이도 먹고 싶고 레스토랑도 가고 싶다. 화내는 아빠보다 아빠의 웃는 모습을 보고 싶다. 아빠는 나보다 피아노가 좋은가봐. 그래도 열심히 연습해서 언젠가는 교향곡 하나를 완전하게 연주하고 아빠가 박수를 쳐 주는 모습을 볼 수 있겠지?
사랑하는 우리 딸, 오늘은 피아노 연습 하루 쉴까? 공원 포장마차가 새로 생겼다는데, 우리 딸 떡볶이 좋아하니?
아빠 어때요? 호떡 맛있죠! 난 아빠랑 여기 오니까 너무 좋아요!!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내 새끼에게 사랑을 담아 쪽!
아이는 밥만 먹이면 자동으로 크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까다롭고 어려운 일이군. 아이에게 사랑이라는 걸 주고 싶었는데. 사랑을 받는 법만 알지 주는 법을 모르겠다....
아빠 좋아요, 이제 모래를 부을께요. 안 무너지게 아빠가 잘 다듬어주셔야 해요. 알았죠? 멋진 공룡을 만들어요!
우와 공룡이 만들어졌다 야호! 아빠 우리 같이 축하의 의미로 박수쳐요 박수!
우리 엘리제, 뭘 먹어야 맛있다고 소문이날까? 그나저나 우리 엘리제는 그림 잘 그리네! 나중에 멋진 화가가 되는 것도 좋겠는걸?
여기, 소고기 스테이크랑, 볼케이노 파스타 주시오! 아 사이다랑 포도주....아니 내 껀 포도주스로 주시오!
아니 베토벤 선생이 웬일이시오? 맨날 점심 반주로 포도주를 시키던 양반이, 세상 망하려나? 놀리던 주인에게 남자는 그저 미소를 빙긋 지었다. 애한테 하나뿐인 아비를 알코올중독자로 기억에 남길 수는 없잖소?
엘리제, 내가 선물 줄까? 짠! 고구마 방귀!! 어때 냄새가 아주 기막히지 않니?
으악 냄새!!! 저리 가! 아빠, 정말 이럴꺼에요? 아빠는 나에게 그런 더러운 장난 치는 게 그렇게 좋아요?
전생의 조카녀석이나 지금 눈 앞의 딸이나. 역시 아이들이 화내는 모습은 귀여워서 웃음이 난단 말이지!
부모가 가장 행복한 순간. 내 새끼가 맛있게 먹으면 그걸로 행복하지!
사랑하는 우리 딸 오늘은 이 아빠랑 같이 잘까? 많이 피곤했나보구나. 꿈에서라도 들어주렴. 사랑한다 나의 하나뿐인 공주님!
눈 앞에 잠들어 있는 천사. 굽슬거리는 갈색 머리는 그 녀석을 닮았고. 어딘지 꾹 다문 녹색 눈동자와 미소는 날 닮았지. 나와 성별이 같은 조카를 돌보는 것도 꽤나 어려웠는데. 나와 성별이 다른 여자아이는 도대체 어떻게 잘 이해할 수 있을까? 아마 더 크면 이제는 내가 더 이해하기 힘들겠지. 하지만.... 할수만 있다면 최선을 다해 나만의 방식으로 아이를 사랑해주고 싶다. 아이에게 부모로서 더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사랑표현을 해주고....
첫댓글 엘리제...! 너무 사랑스럽네요... 착장이랑 인테리어까지 알록달록 사랑스러워서 후딱 읽었습니다... 신경외과님 플레이를 보니 사즈도 구미가 당기는 기분... ㅋㅋㅋ 정성스러운 장문의 글까지 너무 잘 봤습니다 ^-^(고생 많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