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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영광군 염산면 상계리 남계마을에서 한 어르신이 노인정 앞에 부착된 도로명 주소를 지팡이로 가리키며 주소체계에서 ‘리’ 명칭이 사라진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현하고 있다. 영광=임현우 기자
내년 1월1일부터 지번주소 대신 도로명주소가 전면 사용되지만, 농촌 주민들은 벌써부터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새로 시행되는 도로명주소에는 100년 가까이 주소에 사용돼 온 마을이름인 ‘리’ 표시가 없어지고 도로명만 표시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20여일 후면 전면 시행되는 도로명주소는 도시지역의 경우 주소 다음에 괄호로 기존 ‘동’이름을 병기하지만, 농촌지역은 면단위까지만 표시되고 ‘리’는 표시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강원 춘천시 후평동 527―4는 ‘춘천시 삭주로 89―7(후평동)’로 표시되지만, 같은 도시여도 농촌지역인 신동면 중리 933―4는 ‘신동면 김유정로 1418’로만 표시된다. 주소에서 ‘리’ 명칭이 아예 사라지는 것이다.
새해부터는 이 같은 표기방식의 도로명주소가 법정주소가 된다. 따라서 공공기관에 전입ㆍ출생ㆍ혼인신고 등 각종 신청이나 서류를 제출할 때에는 반드시 도로명주소를 사용해야 한다. 다만 재산권 행사를 위한 부동산표시에는 기존 주소에서 쓰던 지번을 계속 사용하게 된다.
농촌 주민들은 안전행정부가 내년 도로명주소 전격 시행을 앞두고 최근 홍보에 본격 나서자 시큰둥한 반응과 함께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주소에서 ‘리’ 명칭이 없어지다보니 서로 다른 마을이 같은 도로명으로 표기되고, 자신들도 모르는 지명이 주소로 표시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실제 전남 고흥군 대서면 송강리를 ‘도로명주소 안내시스템’을 통해 조회하면 ‘대서면 돈산정길1’과 ‘대서면 돈산정길2’로 2곳이 검색된다. 하지만 이들 도로명은 지역민들도 잘 모르는 데다, ‘돈산정길1’과 ‘돈산정길2’는 서로 4㎞ 정도 떨어져 있는 전혀 다른 마을이다.
경북 울진군 북면농협 장현준 과장은 “농협에 와서 신규 거래를 하는데 새로운 주소를 모르고 번거롭다며 아예 거래를 안하겠다는 어르신도 계셨다”고 소개했고, 김영자씨(59ㆍ여ㆍ전남 영광군 염산면 상계리)는 “법정주소에서 ‘리’가 없어지면 심리적인 상실감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전통적인 공동체문화마져 사라질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경북 영양군 영양읍 화천1리 우일정 이장은 “당장 내년부터 도로명 주소만 쓰게 되면 청첩장을 보낸다 해도 일일이 확인해야 하고, 확인한다 해도 과연 상대방이 알수나 있을지 의문이다”고 걱정했다.
전남 영광 염산농협 강병원 조합장은 “도로명주소 시행 취지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농촌지역에서 ‘리’를 없애는 것은 농촌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의 결과라고 본다”면서 “이제라도 농촌지역 주소도 도시처럼 도로명주소 뒤에 리단위 주소를 병행해 사용하도록 제도를 개선해 혼란을 최소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안행부 주소정책과 이재영 사무관은 “전국 16만여개의 도로명 가운데 90% 이상이 지역민의 의견을 반영하고 평소 자주 쓰는 명칭”이라면서 “앞으로도 해당지역과 동떨어진 도로명주소는 보완하겠지만, 농촌지역 도로명주소 다음에 ‘리’ 명칭을 병기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출처:농민신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