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3년 째 구체적 활용방안 제시 안돼 ‘불만’
대학들이 대학기관평가인증(이하 평가인증) 러시를 이루고 있다. 20일 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에 따르면 현재 평가인증에 신청한 대학은 총 100개교다. 1·2차년도인 지난 2011년과 2012년 각각 30, 31개교가 인증을 신청한 것에 비하면 3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대학들의 신청이 몰린 까닭은 내년부터 재정지원 등의 평가지표로 이 평가인증이 활용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까지 평가인증을 획득하지 못하면 내년도 정부의 행·재정적 지원을 기대하기 힘들다. 교육역량강화사업 등 국책사업에 신청조차 못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
그러나 시행 3년이 지난 현재까지 구체적 활용 방안조차 제시되지 않아 일각에선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재정지원 활용을 명시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 재정지원 못 받을까 ‘발등에 불’ = 평가인증은 ∆대학교육의 질 보증·개선 ∆대학 자율성 확대에 따른 대학의 책무성 제고 ∆대학교육 질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 충족 ∆대학교육의 국제적 통용성 증대를 위해 지난 2011년 첫 시행됐다.
하지만 인증 도입 취지와 달리 대학들의 초점은 재정지원에 맞춰져 있다. 교육부가 평가인증의 결과를 교육역량강화사업과 학자금 대출 등 정부 행·재정적 사업 등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고 사업 초기부터 공표했기 때문이다. 올해 평가인증을 신청한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당장 올해 인증을 받지 못하면 내년 재정지원 사업에 신청조차 할 수 없기 때문에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신청했다”고 밝혔다.
197개의 4년제 대학 가운데 현재 평가인증을 받았거나 진행 중인 대학은 총 161개 대학이다. 일부 신학대나 정부의 재정지원을 기대하기 힘든 중·소 대학을 제외한 대부분의 대학이 평가인증을 신청한 것이다.
올해 신청대학 가운데는 필수평가준거를 충족하지 못하는 등 인증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지만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져 일단 신청하고 보자는 대학들도 상당수다.
대교협 한국대학평가원 전혜정 평가기획팀장은 “1·2차 년도에는 자체평가 결과 확신이 있는 대학들이 신청해 1곳을 제외한 모든 대학이 인증을 획득했다”며 “하지만 재정지원과의 연계를 앞둔 올해 신청한 대학 중에는 지표를 완벽히 충족하지 못한 대학들도 포함돼 1·2차년도에 비해 인증률이 다소 하락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준비에 만전…교사확보율·평가 비용 부담 = 올해 신청이 유난히 몰린 까닭은 지표 향상에 만전을 기한 탓도 크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우리 대학의 경우 다른 지표는 문제가 없지만 기숙사 확보율을 충족하지 못해 지난 2년간 민자 기숙사를 유치하는 등 인증을 위해 준비했다”고 밝혔다.
인증을 받는데 필요한 지표는 모두 54개로 이 가운데 △전임교원 확보율 △교사(校舍)확보율 △정원 내 신입생 충원율 △정원 내 재학생 충원율 △교육비 환원율 △장학금 비율 등 6가지는 필수평가 준거다.
이 가운데 대학들이 가장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지표는 교사확보율이다. 대학의 특성을 고려해 다른 지표로 대체가 가능한 일반 준거와 달리 필수평가 준거인 교사확보율을 충족하지 못하면 인증을 받을 수 없다. 특히 그린벨트 등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증축이 불가능한 수도권 대학들의 불만이 높다.
안양대 한 관계자는 “평가지표 가운데 교사 확보율의 경우 단시간 내에 확보하기 불가능한 것은 물론 교육보다 시설에 과잉 투자하는 등 낭비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상명대도 “우리 대학의 경우 근처 토지가 그린벨트 등 개발제한 구역으로 묶여 있어 현재 건물을 5층 이상 올릴 수 없다”며 “대학의 특수성을 좀 더 배려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 팀장은 “대학들이 교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알고 있지만 교사 확보율의 경우 대학 설립의 기본 요건”이라며 “필수평가준거의 경우 80%이상이 충족되고 질적 요소 평가 결과가 탁월한 경우 평가위원간의 합의를 통해 충족으로 판단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수 천 만원에 이르는 인증 비용도 부담이다. 평가인증에 소요되는 비용은 대학 규모에 따라 최고 2582만원이다. 지방의 한 대학 관계자는 “규모가 큰 대학은 몰라도 우리처럼 중소규모의 대학에서는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교육부는 갑이고 대학은 을이니 따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평가 사전 준비 등에 지출되는 부수적 비용을 합치면 대학의 부담은 더욱 늘어난다.
전 팀장은 인증 비용에 관해서는 “철저히 실비로 책정된다”며 “대학들의 부담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대학 규모에 따라 차등을 두고, 국고 지원 대부분을 수수료를 낮추는 데 사용해 한 학교당 300만 원 이상 절감했다”고 밝혔다.
■ 도입 3년, 구체적 활용 방안 없어 ‘답답’ = 대부분의 대학들이 내년부터 재정지원에 활용될 것을 예상하고 인증을 신청한 반면, 교육부에서는 시행 3년이 지난 현재까지 구체적 활용 방안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수도권 한 대학 관계자는 “내년부터 활용된다고 해서 일단 신청은 했지만 어떤 지표가 어떻게 활용되는 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어 답답한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대학 관계자도 “활용방안이 정확히 제시되진 않았지만 어떻게 될지 몰라 우선 인증 받고 보자는 마음”이라며 “심지어 참여율이 저조할 것을 우려해 재정지원에 반영한다고 해 놓은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돌았다”고 말했다.
정작 교육부는 내년부터 활용될 지도 미지수라는 입장이다. 교육부 한 관계자는 “현재 인증 받은 대학만 사업에 신청할 수 있게 할 지, 평가 수치만 반영할 것인 지 등 구체적인 사안을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당초 2014년부터 재정지원 사업에 평가인증을 활용할 방침이었지만 확실하지 않은 상태”라며 “시기가 더 미뤄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대학신문 2013.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