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호 태풍 나크리가 북상중인 2일 오후 집채만한 파도가 서귀포시 법환포구 민가를 덮치고 있다. 뉴스1
서해상으로 북상하고 있는 제12호 태풍 '나크리(NAKRI)'의 직접영향권에 든 제주와 전라남도에서 야구장 지붕이 날아가고 수천세대가 정전되는 등 강풍과 폭우로 인한 피해가 잇따랐다.
제주도를 할퀸 나크리는 제주도에서는 점차 멀어지고 세력이 점차 약화하고 있지만 2일 밤 전남을 시작으로 3일 낮에는 전라북도, 3일 밤에는 충청남도 서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 4일에는 나크리가 열대저압부로 약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소멸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증기 등 영향으로 서울·경기도 지역에 많은 비가 내릴 수도 있다.
◇야구장 지붕 날아가고 수천세대 정전…제주·전남 피해 속출2일 오후 6시 현재 제주 서귀포 서쪽 약 180㎞ 부근 해상에 머무르고 있는 중심기압 980hPa, 최대풍속 25㎧, 강풍반경 320㎞인 중간 강도의 중형 태풍인 나크리는 이날 하루 동안 제주 일부 산간지역에 강풍을 동반한 최고 1000㎜ 남짓의 비를 뿌렸다.
제주 지역에서는 이날 오후 7시까지 윗세오름 995.5㎜, 진달래밭 697㎜, 어리목 540㎜, 성판악 379㎜, 아라 327㎜, 서귀포 145㎜ 등의 비가 내렸다. 폭우뿐만 아니라 이날 최대순간풍속은 지귀도 41.9㎧, 윗세오름 33.3㎧ 등에 달했다.
폭우와 강풍으로 인해 제주도에서는 총 오전 총 1350여 가구의 전기 공급이 중단되는 정전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또 불어난 물 때문에 제주시 오라2동의 캠핑장에 야영객이 고립됐다 119에 구조되기도 했고 서귀포시 안덕면 일주서로 도로에 세워진 가로수가 쓰러지기도 했다.
이 밖에도 주택 창문 파손 등 이날 오후 2시까지 30여건의 피해 신고가 119에 접수됐고 제주를 오가는 하늘길과 바닷길은 전면 통제됐다.
태풍이 서해상으로 진입함에 따라 이날 오후부터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들기 시작한 전라남도 지역에서도 피해가 태풍으로 인한 피해가 속출했다.
오후 1시쯤 광주 북구 임동 야구장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지붕 패널 10여장이 강풍을 이기지 못하고 주변 도로로 날아갔다. 앞서 오전 8시10분에는 광주시 남구 사동 한 조립식건물 지붕 덮개가 훼손되기도 했다.
또 오전 11시40분에는 서구 치평동 한 업소 간판이 떨어지는 등 광주시소방본부에 이날 오후 5시30분까지 강풍 관련 피해신고가 약 60건 접수됐다. 전남도소방본부에도 같은 시간 동안 강풍 피해 신고 80여건이 접수돼 소방당국이 현장에 출동해 조치했다.
이날 오후 7시까지 전남지방에서는 고흥 245.5㎜, 보성 215㎜, 강진 185㎜, 장흥 177㎜, 순천 177㎜, 여수 평도 157㎜, 광주 광산 19㎜ 등의 비가 내렸다.
나크리가 점차 북상함에 따라 기상청은 전남지방 피해를 우려해 이날 오후 4시를 기해 광주·전남지방에 태풍주의보를 발령했고 오후 6시30분에는 전남 남부 14개 시군에 내려져 있던 태풍주의보를 태풍경보로 대치했다.
오후 6시 현재 ▲흑산도·홍도, 제주도, 서해남부전해상, 남해서부전해상, 제주도전해상, 전남 남부에는 태풍경보가 ▲전라남도(경보 지역 제외), 광주광역시, 남해동부먼바다에는 태풍주의보가 발효된 상태다.
2일 태풍 나크리의 영향으로 시간당 60mm의 폭우가 쏟아지는 등 제주 전역에 많은 비가 내렸다. 뉴스1 ◇제주 3일 오전 영향권 벗어나…전남 2일 밤, 전북 3일 낮, 충북 3일 밤 영향제주도는 태풍이 접근했다 점차 멀어지고 있어 3일 오전에는 태풍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겠지만 전라남북도와 충청남도 서부는 태풍이 접근함에 따라 2일 밤부터 본격적인 태풍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후 늦게부터 점차 태풍의 직접 영향을 받고 있는 전남에서는 2일 밤~3일 새벽 태풍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동경로를 따라 3일 낮부터는 전라북도가, 3일 밤부터는 충청남도가 본격적으로 나크리의 직접영향을 받을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나크리는 태풍의 세력이 가장 발달하는 시기인 '최성기'를 지나 약화하는 단계에 있기는 하지만 태풍이 근접함에 따라 해당 지역에서는 강풍과 폭우로 인한 피해를 입을 수 있으니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2일 오후 5시부터 4일까지 예상강수량은 ▲남부지방(경상북도 제외), 제주도 50~100㎜(많은 곳 전라남도, 경상남도, 제주도산간, 지리산부근 150㎜ 이상) ▲중부지방, 경상북도, 북한 30~80㎜(많은 곳 충청남도, 경북내륙 100㎜ 이상) ▲울릉도·독도(3일까지), 서해5도(3일부터) 10~40㎜다.
기상청 태풍센터 관계자는 "나크리가 약화단계에 접어들기는 했지만 태풍이 가깝게 다가가면 해당 지역에서는 태풍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다"며 "2~4일 직·간접 영향으로 제주도와 전라남도, 경남남해안, 지리산부근을 중심으로 최고 25㎧ 이상의 강풍이 불고 시간당 40㎜ 이상의 강한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으니 산사태, 축대붕괴 등 비 피해가 없도록 철저히 대비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나크리는 4일 이른 오후 소멸될 것으로 보여 서울과 경기 지역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소멸하며 발생하는 수증기 등이 이 지역으로 유입돼 많은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다.
◇서울 낮 35.8도 등 중부지방에는 폭염…내일부터 한풀 꺾여제주도와 남부지방에서는 태풍의 영향을 받아 강풍이 불고 폭우가 내렸지만 2일 오후 중부지방은 한낮 '찜통더위'가 이어졌다.
특히 인천 강화도에서는 이날 낮 기온이 35.8도까지 올라 기상관측 사상 해당 지역 최고 기온을 갈아치웠다. 서울에서도 낮 수은주가 35.8도까지 올라 올해 들어 가장 더운 날씨를 보였다.
강화와 서울 외에도 폭염주의보가 발효 중인 서울·경기도와 강원서부에서는 이날 낮 동두천 36.3도, 파주 35.8도, 인천 35.3도, 철원 35.3도, 원주 34.7도, 수원 34.3도, 춘천 34.0도, 충주 33.3도, 청주 33.1도 등까지 낮 기온이 올랐다.
기상청 관계자는 "북상하는 태풍의 영향으로 고온다습한 남쪽의 공기가 중부지방으로 유입됐고 낮 동안 강한 일사에 의해 서울 등 낮 기온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연일 이어졌던 중부지방 무더위는 3일 낮 기온이 서울 28도, 인천·원주 29도 등으로 예상되는 등 이날부터 한풀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제주·광주=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