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와 김택진. 이 두 가지를 제외하고 한국 온라인게임을 논하기는 쉽지 않다. 지난해 11월 엔씨소프트가 5년 만에 내놓은 야심작 ‘아이온’은 베일을 벗자마자 파죽지세의 인기몰이를 계속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마저도 예상치 못한 결과다. 아이온은 리니지 이후 주목할 만한 흥행작이 없었던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의 중흥을 불러오고 있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게임의 승패는 개발자의 손에 달려있다는 점에서 김택진 사장에게도 화려한 조명이 비춰지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역사가 온라인게임의 역사라는 공식은 아이온과 김택진 사장을 통해 계속되고 있다.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에 엔씨소프트의 ‘아이온’ 돌풍이 불고 있다. 아이온이 일으킨 바람은 돌풍을 넘어 폭풍 수준이다. 아이온은 기존에 ‘리니지’를 즐기던 게이머들의 요구에 ‘바로 이 게임이야’라는 해답을 제시해주는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이온은 현재 동시접속자 수 23만 명을 유지하면서 지난 3분기에만 790억원을 벌어 들였다.
지난해 11월 출시되자마자 국내 게임 시장을 평정한 이후 PC방 점유율 1위 자리도 내주지 않고 있다. 아이온은 북미·유럽 사전예약판매에서 45만 장을 기록했고 지난 10월 100만 장을 돌파했다. 한국 게임으로 서양권에서 판매량 100만 장을 넘긴 것은 아이온이 처음이다. 아이온이 한국이 온라인게임 종주국이라는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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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매출이 절반 이상…국내 기업 이미지 벗어
아이온은 엔씨소프트가 최대 히트작인 ‘리니지 2’ 이후 5년 만에 선보인 블록버스터급의 온라인게임이다. 개발기간 5년에 순수 개발비용만 230억원이 투입됐다. 탄생하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개발을 총괄하는 책임자가 스트레스로 건강이 악화되면서 두 번이나 바뀌었고, 공시를 번복하면서까지 출시일정도 수차례 연기됐다.
사실 아이온 오픈 전까지만 해도 엔씨소프트에는 위기의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2003년 ‘리니지 2’ 이후 오픈한 모든 게임이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 특히 2007년 말 런칭한 비장의 카드 ‘타뷸라라사’가 흥행에 참패하며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절박한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상황이었다.
몇 번의 실패가 약이 됐을까. 아이온은 센세이션 그 자체였다. 유명 재일교포 음악가인 양방언씨가 74인조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한 게임음악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또 화려한 그래픽과 공중에서 전투하는 비행 시스템은 아이온의 최고 흥행요소로 떠올랐다.
아이온은 출시되면서 각종 기록을 갈아치웠다. 2008년 11월11일 아이온 오픈베타 시작 7시간 만에 동시접속자 수 10만 돌파, 11월17일 20만 돌파, 52주 연속 PC방 점유율 1위, 북미·유럽·중국·일본 등 전 세계 62개국 수출, 북미·유럽 시장 패키지 판매 100만 장 돌파, 북미 판매율 1위. 아이온은 국내외에서 각종 기록을 세우며 순항하고 있다. 지난해 12월15일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리니지, 리니지 2에 이어 엔씨소프트에 세 번째 대상을 안겨주기도 했다.
아이온이 흥행몰이를 하면서 엔씨소프트의 실적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3분기까지 2008년 전체 매출액(3466억원)을 훨씬 상회하는 4375억원을 달성했다. 아이온 매출이 본격화하면서 처음으로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 비중을 넘어섰다. 전체 매출 중 해외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52%에 달했다.
엔씨소프트는 아이온으로 체질개선에도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 동안 엔씨소프트는 글로벌 기업으로 이미지 변신을 꾀했지만 국내 매출의 비중이 높았고 아시아권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아이온으로 인해 해외 매출이 크게 상승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굳히게 된 것이다. 아이온은 지난 1년 동안 엔씨소프트의 단일제품 사상 최대 매출(1889억원)을 올리면서 리니지 시리즈로 수익을 올리는 국내 기업이라는 이미지에서도 벗어나게 됐다.
엔씨소프트가 아이온의 글로벌 런칭에 힘을 쏟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아이온은 기획단계에서부터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개발이 진행됐다. 개발은 한국에서 주도했지만 미국, 유럽의 개발팀과 수시로 의사소통이 이뤄졌다. 출시 이후에도 현지화 전략에 신경을 썼다. 일본에서는 PC방을 중심으로 마니아층을 확보했고, 북미 시장에서는 아이온 만화를 먼저 펴내 입소문이 게임으로 이어지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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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북미 지역에서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인 트위터를 이용한 마케팅이 주효했다. 현재 북미 지역의 아이온 트위터는 약 5만 명의 추종자(Follower)를 보유하고 있다. 트위터는 서버 상황 등 최신 정보를 실시간으로 게임 이용자들에게 전파한 것은 물론 게임에 대한 전반적인 의사소통 창구로 활용됐다. 아이온은 현재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영어, 독일어, 불어, 러시아어 등 7개 언어로 현지화 됐다.
김 사장 성공신화는 젊은이들의 희망
아이온이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자 엔씨소프트는 연초 5000억원으로 잡았던 매출목표를 5860억원으로 상향조정했다. 뛰어난 흥행성적으로 엔씨소프트의 주가도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지난해 아이온을 출시한 11월11일 4만4400원에 불과했던 주가는 지난 11월11일 14만5000원으로 세 배 이상 급등했다. 지난 6월에는 20만1200원의 최고점을 찍으면서 시가총액 3조원을 훌쩍 뛰어 넘기도 했다.
덩달아 김 사장의 주식가치도 급증했다. 김택진 사장은 당시 보유자산 1조원을 넘겨 대한민국 10대 주식 갑부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맨주먹’으로 12년 만에 대기업 총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급성장한 것이다. 이 때문에 그의 성공신화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표본이자 희망이 되고 있다.
엔씨소프트와 김택진 사장의 도전은 계속된다. 김 사장은 “아이온을 시작으로 매년 블록버스터급 게임을 하나씩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에는 ‘블레이드앤소울’과 ‘길드워 2’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모두 해외 사이트에서 기대작으로 꼽히는 예비 히트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