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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일지 - 8 (5/100) | |
산 행 지 |
동두천 소요산 (해발 587m) |
산행일자 |
2010. 08. 01 |
산행코스 |
일주문 -> 자재암 -> 하백운대 -> 중백운대 -> 상백운대 -> 칼바위 -> 나한대 -> 의상대 -> 공주봉 -> 구절터 -> 일주문 |
산행거리 |
약 8.2km |
소요시간 |
4시간 30분 |
산행인원 |
단독산행 |
내일로 여행을 첫날! 경기도 동두천의 소요산에 올랐다. 경기도 지역 산행은 처음이라 기대감에 부풀어 용산역에서 소요산역으로 가는 전철에 올랐다. 하늘이 잔뜩 흐려있어 멋진 경치를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수도권에 위치한 산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았다. 매표소에서 입장료를 지불하고 일주문을 지나 산행을 시작했다.
자재암으로 오르는 길은 어려움이 없었다. 널찍한 길과 오른쪽으로 흐르는 계곡이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어 주었다. 자재암에 오르기 전 폭포를 발견했다. 폭포 옆에는 피서를 온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폭포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부터가 진짜 산행이 시작되었다. 가파른 계단이 이어지는 코스로써 이전과 다르게 40kg에 육박하는 배낭을 메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힘들게 느껴졌다.
하백운대에 오른 후 부터는 평탄하다 싶을 정도의 쉬운 코스가 이어졌다. 중간 중간에 미끄러운 바위들을 지나는 코스가 있었지만 그리 힘들지 않았고 상백운대까지 무난한 코스였다. 중백운대와 상백운대는 소요산의 멋진 경치를 볼 수 있을 것 같았지만, 흐린 날씨 때문에 그러지는 못했다.
상백운대에서 나한대까지 가는 코스는 뾰족뾰족한 바위들 때문에 속도를 낼 수 없었다. 아마도 칼바위를 지나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칼바위라고 해서 큰 칼 모양을 한 바위하나가 떡 하니 서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칼바위 구간을 내려와 나한대와 의상대로 오르는 코스는 무척이나 가팔랐다. 게다가 잠시 내린 비로 길이 미끄러워진 상태라 더욱 힘들었다. 어려움을 겪어 의상대에 올랐다. 의상대에서는 동두천이 한 눈에 들어왔고 공주봉과 상백운대, 중백운대를 볼 수 있었다. 해발 고도가 그리 높지는 않았지만 주위를 내려 볼 수 있어서 참 멋진 정상이었다.
의상대에서 공주봉은 그리 멀지 않았다. 공주봉 정상은 매우 넓었고, 꼭 공원에 온 듯 잘 가꾸어져 있었다. 공주봉에서 다시 일주문으로 내려오는 길은 가파른데다가 평지 코스가 거의 없어 무릎이 많이 아팠다. 또 주위를 시원하게 바라 볼 수 없는 코스라 지루했다. 약 한 시간을 걸어 다시 일주문을 통과하며 4시간이 조금 넘는 소요산 산행을 마무리했다.
흐린 날씨 때문에 시원한 경치를 감상하지 못해 아쉬운 산행이었다. 하지만 경기도권 첫 산행이라 기억에 남을만한 산행이었다.
산행일지 - 9 (006/100) | |
산 행 지 |
공주 계룡산 |
산행일자 |
2010. 08. 02 |
산행코스 |
동학사 -> 남매탑 -> 삼불봉 -> 관음봉 -> 연천봉 -> 갑사 |
산행거리 |
10.2km |
소요시간 |
약 5시간 |
산행인원 |
단독산행 |
동학사 야영장에서 취침을 하고 5시 30분에 기상을 했다. 아침을 준비하며 텐트를 걷었고, 텐트를 걷는데 이게 뭐람! 갑자기 비가 떨어졌다. 허겁지겁 짐을 싸서는 동학사 입구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락가락하는 날씨가 분명했다. 오늘도 멋진 경치들을 감상할 수는 없을 것 같아 힘이 빠진상태에서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일주문에서 동학사까지는 아스팔트 길이 아주 잘 나있었다. 옆으로 흐르는 계곡물이 만들어내는 소리와 매미소리가 조화를 이루어 뜨거운 하루를 시작하는 나를 반겨주었다. 동학사 갈림길에서 나는 우측으로 나있는 남매탑 등산로를 이용했다. 남매탑으로 오르는 길은 90%가 돌계단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경사는 그리 급하지 않았고, 돌계단의 간격도 적당해 힘들지 않은 코스였다. 하지만 매번 그렇듯 나는 산행초반이 가장 힘든 것 같다. 결국 쉬운 코스였지만 배낭을 내려놓고 바위에 누워 여러 번 쉬어갔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맞으며 몸에 한기가 느껴질 때 까지 쉬고는 다시 오르고, 또다시 쉬고 오르고를 반복하여 1시간 30분이나 걸려 남매탑에 도착했다.
이전에 계룡산을 와 본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때는 동학사에서 관음봉을 거쳐 남매탑으로 내려오는 코스였는데 삼불봉에서 남매탑까지 내려오는 길이 무척이나 어려웠던 것이 생각났다. 한숨이 나왔다. 이제부터 정말 힘든 코스일 텐데 벌써 많이 지쳐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분 좋게 시작한 산행 이였으니 끝까지 기분 좋게 마치고 싶었다. 크게 숨을 쉬고는 다시 힘을 내서 삼불봉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삼불봉에 오르니 뿌연 안개 때문에 채 10m 앞을 분간하기 힘들었다. 내가 정상에 서 있다는 것만 알뿐 주위는 온통 뿌연 안개뿐이었다. 꼭 구름 속에 둥둥 떠 있는 느낌이었다. 셀카를 찍으려 했으나 다행히도 두명의 등산객이 곧 올라와 사진을 부탁했다. 그분들은 정말 친절하게 사진을 찍어주셨다.
삼불봉에서 관음봉으로 가는 구간은 약간 위험한 길이 있었지만 날씨만 좋았다면 최고의 경치를 볼 수 있는 구간이었다. 다시 한번 하늘을 원망했다.
한시간을 걸어 관음봉에 올랐다. 관음봉에는 반대편에서 올라온 등산객이 많았다. 대부분이 30~40대로 보이는 부부단위 등산객이었다. 부러웠다. 나도 결혼하면 부인과 함께 등산을 다니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관음봉에 위치한 정자에서 한참동안 휴식을 취했다.
관음봉 정자에서 쉬는 동안 재미있는 학생들을 봤다. 먼저 한 남학생이 관음봉 비석에 올라가서는 “나는 충남대 법대에서 이번학기 과탑할거다”, “나는 건강하다” 이렇게 외치며 계속 소리를 질렀다. 자신의 포부를 소리치는 참 재미있는 학생이었다. 그 뒤를 이어 일행같아 보이지는 않는 한 여학생이 또 소리치기 시작했다. “나는 최고가 될거야”, “OO야 빨리 돌아와” 이렇게 외쳤다. 아마도 헤어진 남자친구이거나, 혹은 군대 간 애인인 것 같다. 참 재미있는 학생들이었다. 옆에 쉬고있던 부부한쌍중 남편이 혼잣말로 “어휴, 각오는 혼자다지는거지. 뭘 저렇게 산에올라와서 말하냐”라고 비아냥대자 “뭐 저렇게 다 하는거지”라며 부인은 맞받아쳤고, 약간의 실갱이를 펼치는 귀여운 부부도 불수 있었다.
관음봉을 내려와 연천봉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연천봉은 관음봉보다 높이가 낮지만 왠지 더 힘들었다. 이번 고개만 넘으면...이번 고개만 넘으면...이라는 생각을 몇 번하면서 연천봉에 올랐다. 연천봉은 낙조가 유명하고, 불교신도들의 성지라고 한다. 연천봉에서도 흐린 날씨 때문에 멋진 경치를 볼 수는 없었다.
연천봉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바로 갑사로 하산하는 코스를 밟았다. 갑사코스는 구간의 절반이 가파른 돌계단 이었다. 만약 갑사코스로 산행을 시작했다면 정말 힘들었을 것 같았다. 급경사를 한참이나 내려가서야 계곡 옆으로 나있는 완만한 등산로를 밟을 수 있었다. 계곡에서 잠시 땀을 식히고 물병에 물을 채웠다. 계곡물은 언제나 시원하고 깨끗한 것 같다. 계곡에 끼어있는 이끼들이 왜 그렇게 아름다워 보였는지...
갑사가 눈에 들어왔고 오늘 계룡산 산행은 이렇게 끝났다. 갑사에 도착 한 후에 본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해가 쨍쨍했다. 다시 한번 흐렸던 하늘을 원망하며 대전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산행일지 - 10 (007/100) | |
산 행 지 |
정읍 내장산 (해발 763m) |
산행일자 |
2010. 08. 03 |
산행코스 |
내장사 일주문 -> 연자봉 -> 신선봉 -> 까치봉 -> 소둥근재 -> 대가마을 |
산행거리 |
약 8.5km |
소요시간 |
6시간 |
산행인원 |
단독산행 |
내장지구 야영장에 그 전날 도착했다. 텐트를 치고 아직 어두워지지 않아 뭐할까 고민하다 야영장 옆에 있는 계곡물에 들어갔다. 무릎까지 오는 물에서 꼬마아이들은 물장구를 치고 놀고 있었고, 부모들 역시 아이들과 함께 재미있게 놀고 있었다. 나는 혼자 물에 들어가 앉아서 하루 동안 뜨거워진 몸을 식혔다. 10분 정도 몸을 담갔을 뿐인데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물에서 나와 샤워를 마치고는 저녁을 해먹었다. 저녁은 다름없이 전투식량과 라면이었다. 물놀이를 한 다음이라 그런지 더욱 맛있는 저녁이었다.
하루를 묵은 후 아침 7시 30분경에 내장산에 오르기 위해 야영장에서 나왔다. 밤에 모기 때문에 제대로 잠을 못 이룬 상태라 매우 피곤했다. 야영장에서 내장사 입구까지는 약 1km떨어져 있었다. 내장산 입구에서 바로 내장산 산행이 시작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내장산 입구에서 내장사까지는 2km. 결국 산행은 8시 30분이 되어서야 시작할 수 있었다.
우화정에서 보인 전망대를 지나 연자봉에 오르는 코스를 탔다. 한 번 와봤던 만큼 내장산의 빼어난 경치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매우 기대에 찬 가슴으로 산행을 시작했다. 하지만 오늘도 역시 날이 좋지 않았다. 폭염경보가 내려진 상태에서 시계가 좋지 않아 반대쪽 능선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전망대까지 오르는 코스는 0.6km. 길지 않은 코스에다가 그리 힘들지 않고 오를 수 있도록 잘 정리된 돌계단을 따라 전망대에 올랐다. 전망대에서 잠시 우화정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있었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연자봉으로 올랐다. 연자봉으로 오르는 구간이 내장산 산행에서 가장 힘들었다. 아마도 산행 초반 한 시간을 가장 힘들어하는 내 징크스 같은 것 같다. 연자봉에 올라 시계를 보니 10시. 계획보다 늦은 시각이었지만 오늘만큼은 여유 있게 산행하리라 마음먹었으므로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연자봉에서 신선봉으로 가는 도중 오늘 산행에서 처음으로 사람과 마주쳤다. 그 분 역시 오늘 처음으로 사람과 마주쳤다며 반갑게 인사해 주셨다. 신선봉에 오르니 해가 너무 뜨거워 앉아 쉴 수가 없었다. 결국 신선봉에서 약 20m를 내려와 돗자리를 깔고 누웠다. 너무 더웠다. 옷을 벗어서 땀으로 젖은 옷을 짜고는 나무에 걸어뒀다. 이렇게 많은 땀을 흘린 적이 있었나 싶었다. 전투식량에 물을 붓고 맥주 한 캔을 들이켰다. 차갑지 않은 맥주지만 정상을 본 후인지라 세상 어느 맥주보다 시원했다. 점심을 해결 한 후 한 시간 동안이나 돗자리에 누워 하늘을 바라봤다. 평화로웠다. 참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다시 짐을 꾸리고 까치봉으로 향했다. 끼치봉과 순창새재 갈림길에 도착한 후 휴식을 하며 고민했다. 까치봉까지의 거리는 불과 0.3km지만 까치봉에 들렸다 가면 오늘 산행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이왕 온 김에 가보자는 심정으로 까치봉에 올랐다. 갈림길에서 까치봉까지의 구간은 오늘 최대의 난코스였다. 가파른 내리막과 또 가파른 오르막을 바로 올라야 했다. 힘든 코스인 만큼 올라섰을 때 주는 쾌감은 최고봉인 신선봉 못지않았다. 오르지 않았다면 후회 할 뻔한 경치를 볼 수 있었다.
까치봉에서 다시 갈림길로 돌아와 오늘 산행일정을 조정했다. 상왕봉까지만 간 후 갈림길에서 백양사로 하산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순창새재로 향했다. 순창새재 전에 소둥근재에서 휴식을 취했다. 휴대폰은 꺼지고 시계가 고장 난 상태라 현재 시간을 알 수 없었다. 해가 있는 방향을 보니 2~3시쯤 된 것 같았다. 이대로 순창새재와 상왕봉을 밟으면 기차시간을 맞추지 못 할 것이라 생각하고 지도에 표시된 길을 찾았다. 지도상으로 보는 길은 거리가 얼마 되지 않아보였다. 좁게 나있는 발자국을 따라 걷다보니 입산통제 표지판과 함께 울타리가 쳐져있었다. 내가 걸어온 구역은 ‘자연휴식년제’에 의해 입산금지구역으로 정해졌던 곳이었다. 다시 돌아가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생각에 울타리를 넘어 한참을 걸었다. 비포장도로를 따라 한시간쯤 걸으니 포장도로와 짐 몇 채가 보였다. ‘대가’라는 마을이었는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지금은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작은 마을이었다. 지나가는 차가 한 대도 없는 상태라 무작정 도로를 따라 걸었다. 난감했다. 도로로만 나오면 버스를 탈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게 화근이었다. 이렇게 내장산 산행은 끝이 났다. 너무 여유를 부리며 산행을 하고, 또 지도만 너무 믿고 사전 정보 없이 등산로를 이탈한 게 오늘 산행 실패의 문제였다.
일단 너무 지쳐있었기에 잠시 쉬고 있었는데 차 한 대가 지나갔다. 차를 세우고 백양사 쪽으로 가는 길을 물어보니 일단 타라고 하셨다. 차로 한 15분을 달렸더니 백양사로 들어가는 표지판이 보였다. 걸어서 왔다면 하루 종일 걸었을 것이다. 참 다행이었다. 아저씨 옆에 타신 아주머니께서 여행에 관심을 보이시며 이번 여행과 산행에 대해 이것저것 물으셨다. 중학생, 고등학생 아이들이 있는 두 부부셨다. 나에게 대학에 관한 것도 이것저것 물어보시고, 여행에 대한 조언도 해주시며 나를 장성역까지 태워 주셨다. 원래 백양사 입구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백양사역으로 갈 계획 이였지만, 내 일정을 들으시더니 어차피 광주로 가는 길이니 장성역에서 내려주시겠단 것이었다. 참 고마우신 분들이었다. 장성역에 도착해 직접 내리셔서 배낭을 꺼내주시고, 좋은 여행 되라고 덕담까지 해주셨다. 언젠가 꼭 은혜를 보답하고 싶은 분들이었다. 아직 세상은 살만하다는 것을 깨달은 산행이었다.
산행일지 - 11 (008/100) | |
산 행 지 |
부산 금정산 (해발 801.5m) |
산행일자 |
2010. 08.04 ~ 08. 05 |
산행코스 |
금성동사무소 -> 동문 -> 서문 -> 망미봉 -> 상계봉 -> 파리봉 -> 서문 -> 암문 -> 미륵암 -> 낙타봉 -> 고당봉 -> 원효봉 -> 의상봉 -> 동문 -> 금성동사무소 |
산행거리 |
약 20km |
소요시간 |
약 20시간 (취침 6시간 포함) |
산행인원 |
단독산행 |
내일로 여행 4일차. 간밤에 피부병 때문에 고생을 해서 광양의 백운산 산행을 포기하고 순천에서 피부과 병원까지 들러 주사를 맞고 부산으로 향했다. 화명역에 도착하자 눈앞에 딱 보이는 산이 금정산임을 직감하고는 걸어서 가보기로 했다. 물어물어 산성 길을 찾아 따라 올라갔다. 먼저 산에서 하룻밤을 묵는 것을 감안해 생수 2L짜리 두병과 라면, 참치 등을 사서 배낭에 추가했다. 생수 두병이 들어갔는데 무게는 두 배로 무거워진 느낌이었다. 화명역에서 산성마을로 가는 길에는 인도가 잘 갖추어져 안전하게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먼 줄 알았더라면 버스를 타고 갔을 것이다. 약 2시간을 걸어 금성동 사무소가 있는 산성마을에 도착했다. 금정산막걸리가 유명하다는 소리를 들은 터라 슈퍼에 들러 막걸리 한 병을 사들고 동문으로 향했다. 마을에서 동문은 약 20분이 걸렸다. 동문에 도착한 시각이 18:30. 해가 점점 붉어지는 게 곧 넘어갈 것 같았다. 북문방향으로 갈까 남문방향으로 갈까 고민을 하다가 남문방향에서 보는 야경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남문으로 향했다.
남문으로 가는 도중 등산로에서 벗어나 시간을 좀 지체했고 결국 일몰을 바라보지 못한 상태에서 남문에 도착했다. 또 길을 잘못 들어 대륭봉을 그냥 지나쳐왔다. 어둠이 깔린 상태에서 남문에 도착을 했고, 망미봉이 그리 멀지 않아 망미봉 아래에서 취침하기로 마음먹고 일단 망미봉으로 올랐다. 망미봉을 밟은 시각 19:45. 망미봉에서는 부산 광안리가 보이고, 화명동도 얼핏 보였다. 더 늦기 전에 텐트를 치기위해 야경감상을 미루고 망미봉에서 약 20m내려와 평평한 곳에 텐트를 쳤다.
텐트를 완성하고 저녁으로 라면과 함께 전투식량을 먹었다. 바람이 세게 불어오기 시작했다. 하늘도 먹구름이 덮이고 있었다. 비가 올까 걱정이 되어 친구에게 전화해 날씨를 물어보려 했으나 휴대폰이 먹통이다. 우리나라 제 2도시인 부산에서 휴대전화가 먹통이라니. 참 재미있는 순간이었다. 물티슈로 샤워(?)를 마치고, 맛있는 저녁식사를 마쳤다. 그 후에 텐트 안으로 들어가 일기를 썼다. 거센 바람 때문에 고요한 밤은 아니었지만 아무도 없는 산속에서 혼자 쓰는 일기는 왠지 특별했다. 텐트의 방향을 잘 잡은 덕택에 바람이 잘 들어와 덥지 않았다. 이틀 동안의 야영에서는 바람이 잘 불지도 않고, 폭염 때문에 더운 밤을 지냈는데 오늘은 편안한 밤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누워서 잠을 청하려는데 제대로 감상하지 못한 야경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다시 망미봉 정상의 바위에 올라가 마시다 남은 막걸리와 함께 부산 야경을 바라보았다. 밤하늘의 별들이 멋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만들어낸 인공적인 불빛들 역시 멋졌다. 사진기의 성능이 내 눈을 따라가지 못하는 게 어찌나 아쉬운 밤이었는지 모른다. 22:10. 그렇게 금정산에서의 하룻밤은 끝이 났다.
04:30 기상을 했다. 다행히도 비는 오지 않았다. 하지만 안개가 자욱한 게 일출을 볼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아쉬운 맘으로 텐트를 접고 아침을 준비했다. 어제 먹다 남은 참치를 전투식량에 넣어 비벼먹었는데 꿀맛이다. 역시 참치는 어디에 넣어도 맛있다. 06:30. 산행을 시작했다. 망미봉에서 상계봉으로 가는 길은 완만한 경사와 시원한 경치를 볼 수 있어 즐겁게 산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중간에 부산아시안게임을 펼쳤단 경기장도 볼 수 있었다. 구름이 걸친 상계봉이 눈앞에 들어왔다. 흰 바위들과 짙은 녹색의 나무들의 조화가 한 폭의 수채화 같았다.
07:00. 상계봉에 올랐다. 상계봉에 구름이 걷히고, 아침 햇살이 들어와 멋진 풍경들을 만들어 냈다. 상계봉의 기암괴석들과, 망미봉쪽에서 올라오는 안개, 반대편으로 보이는 파란 하늘과 빼곡히 들어선 아파트들. 이 모든 것이 감동을 안겨주었다.
상계봉에서 한참동안 사진을 찍으면서 시간을 보낸 후 파리봉으로 이동했다. 파리봉으로 가는 길 역시 그리 힘들지 않았다. 날씨까지 좋으니 더욱 힘이 났다. 파리봉 역시 시원한 경치를 보여주고 있었고, 비교적 넓은 바위들이 있어 휴식하기 안성맞춤이었다. 파리봉에서는 상계봉과 고당봉, 낙타봉이 보였는데 정말 멋졌다. 파리봉에서 내려오는 길이 금정산 산행에서 가장 힘들었는데 약 10m정도 되는 거리를 10분 정도에 걸쳐 내려온 것 같다. 바위사이를 오가고 로프에 의지해 내려와야 했기때문이었다. 결국 배낭을 벗어서 바위 아래로 던져놓고 바위에서 내려오기도 하고, 참 위험한 코스였다. 그렇게 파리봉에서 내려와 서문으로 이동했다. 서문으로 가는 길은 표지판도 없고 길도 좁아 약간 불안한 마음으로 산행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약 40여분을 걸어 화명동에서 산성마을로 들어가는 도로를 발견 할 수 있었다. 어제 이 길을 걸으면서 서문이 그곳에 위치해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덜 고생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서문을 찾아 나섰다. 서문은 도로에서 샛길을 통해 갈 수 있었다. 그냥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는 샛길이었는데 잘 찾아서 다행이었다.
서문을 지나 북문으로 가려는데 길을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사람 발자국이 난 좁은 길을 찾아 또 야산을 올랐다. 결국 마을을 발견했고, 어르신께 길을 여쭈어 북문으로 향하는 길을 찾을 수 있었다. 암문을 통과해 조금 걸으니 북문으로 향하는 도로가 나왔다. 이제 지도에 표시되어 있는 길을 찾을 수가 있어 안심이 되었다. 북문길을 따라 걸으며 앞에 보이는 낙타봉과 고당봉이 너무나 아름다워 보였다. 뒤로는 파란하늘이, 옆으로는 구름이 나란히 하고 있는 모습이 어찌나 아름다웠는지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미륵암와 북문 갈림길에서 미륵암 방향으로 빠져 낙타봉으로 올랐다. 지도에는 이름 없는 봉우리였는데 산에 오르는 한 아저씨께서 “저기가 낙타봉이이야”라고 말씀하셨다. 미륵암은 낙타봉 아래에 위치해 있었는데 빼어난 경관을 볼 수 있는 자리에 위치해 있었다. 또 뒤로는 큰 바위들이, 앞으로는 시원하게 뚫려있으니 절터로는 최고인 것 같았다. 미륵암에서 잠시 기도를 하고 바로 낙타봉으로 올랐다. 낙타봉에서는 북문이 보였고, 북문으로 향하는 성곽길이 보이기도 했다.
낙타봉에서 고당봉으로 오르는 코스는 그리 힘들지 않았다. 약 20분을 걸어 고당 정상을 밟았다. 고당봉은 금정산 최고봉답게 멋진 경관을 내게 선물 했다. 점심 물을 부어 놓고서는 고당봉 이곳저곳에서 사진을 찍었다. 사방을 내려다 볼 수 있었다. 이게 산행의 묘미 아니겠는가. 바다와 넓은 논밭, 빼곡이 들어선 건물들을 바라볼 수 있는 참 멋진 고당봉이었다.
고당봉에서 동문까지는 4.3km였다. 생각보다 긴 거리였지만 중간 중간에 서있는 기암들과 원효봉, 의상봉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지친 내게 위로를 해주었다. 특히 의상봉에서 거센 바람을 맞으며 앉아 있을때는 꼭 신선이 된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4.3km의 길을 걸어 다시 동문으로 복귀했다. 어제 저녁과 달리 동문 소나무숲 아래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모두들 돗자리를 펴놓고 평상위에 누워 낮잠을 자거나, 어르신들은 화투를 즐기시고 계셨다. 뜨거운 태양을 피해 소나무숲에서 즐기는 한가한 오후는 정말 행복해 보였다.
동문에서 마지막 사진을 끝으로 금정산 1박 2일 일주는 끝이 났다. 산에서 혼자 자 본것은 처음이었고, 이렇게 긴 산행을 한 것은 처음이었다. 처음인 만큼 기억에 많이 남을 만한 산행이었다. 또 하늘까지 나를 도와 날씨까지 좋았으니 정말 축복받은 산행이었던 것 같다.
산행일지 - 12 (009/100) | |
산 행 지 |
영주 소백산 ( 해발 1439.5m) |
산행일자 |
2010. 08. 07 |
산행코스 |
희방사 입구 -> 희방폭포 -> 희방사 -> 연화봉 -> 제 1연화봉 -> 비로봉 -> 삼가 |
산행거리 |
약 14.5km |
소요시간 |
7시간 40분 |
산행인원 |
단독산행 |
아름다운 일몰을 바라보며 부산에서 영주까지 달려왔다. 영주역에 있는 열차객실에서 하룻밤을 묵고 여행 마지막날인 7일 아침 05시 30분에 기상해서 바로 영주여객으로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영주여객에서 06시 15분 희방사행 시내버스를 타고 희방사 입구로 향했다. 희방사 입구에 도착하니 안개가 자욱하개 깔리고, 하늘도 검은걸 봐서 오늘 역시 푸르른 산을 감상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희방사 입구에서 희방사 매표소까지는 2km.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올라가다가 탐방로를 발견하고 탐방로를 따라 걸었다. 희방폭포에서 내려오는 계곡물은 너무나 깨끗해 바닥의 모래알까지 다 보일정도였다. 매표소에는 아직 직원이 나오지 않았는지 아무도 없어 입장료 없이 소백산 산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매표소에서 약 10분을 걸어 금방 희방폭포에 도착했다. 시원하게 떨어지는 물줄기와 떨어지는 물줄기에서 튀어나온 작은 물방울들이 내 얼굴에 닿아 상쾌함을 더해주었다. 희방폭포에서 희방사까지 이어지는 0.2km의 탐방로가 있었지만 낙석위험 구간이라 하여 통제된 상태였다. 결국 희방폭포를 뒤로하고 다시 걸어나와 임시 등산로를 이용했다. 시멘트로 포장된 길이었는데 꼬불꼬불한 길이 꼭 나의 어릴적 초등학교 올라가던 길을 연상시켰다. 희방사를 거의 50m정도 앞둔 마지막 고개에서 어지러움이 나타났다. 속이 메스껍고 어지러워 서있을 수가 없었다. 그 자리에 주저앉아 배낭을 벗은 채로 한참을 누워있었다. 아마도 어제 절구형과 만나 과음을 한데다가 아침도 먹지 않고 급하게 출발했던게 이유인 듯 했다. 게다가 물 한모금도 안마신 상태라 더욱 몸 상태가 안좋았던 것 같다. 한참을 쉬다보니 몸이 조금 괜찮아 진 듯 했다. 다시 일어나 희방사로 들어갔다. 희방사 내에있는 계곡물로 세수를 하고 목을 축였다. 또 물병에 물을 채우고는 힘내서 산행하리라 굳게 다짐했다.
희방사에서 연화봉으로 오르는 구간은 가장 힘들었던 코스였다. 지도상에도 0.2km에 불과한데 소요시간이 65분으로 표시된 걸 보니 나에게만 힘든 코스는 아닌 것 같다. 깔딱고개라고 표시된 이 구간은 돌계단과 철계단으로 이루어진 가파른 경사 구간이었다. 이 고개를 오르는 데만 벌써 물을 한 병 반이나 마셨다. 오늘 산행에 총 두병을 준비한 건데 벌써 다 마셔버렸으니 큰일이었다. 또 어지러움과 메스꺼움으로 고생을 하며 연화봉까지 오르는데 3시간이나 소비해 버렸다. 원래 계획이라면 2시간에 올랐어야 했는데, 너무나 많은 시간을 허비해서 국망봉을 포기해야 할 것 같았다. 더 큰문제는 국망봉 포기가 아니었다. 연화봉을 밟았을 때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상태였고, 물도 없으며, 몸 상태도 좋지 않아 비로봉까지 포기하고 다시 왔던길을 내려갈까 하는 고민까지 했다. 너무 지쳐있는 상태라 이슬비를 맞으며 누워서는 한참을 고민했다. 이번 여행 마지막 산행인 만큼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비로봉까지 가보리라 마음을 굳게 먹고 다시 일어났다.
연화봉에서부터 비로봉까지는 쉬운 코스였다. 능선길이라 그리 급한 경사도 없었고, 등산로가 좁기는 했지만 대부분이 흙길이라 발에 무리도 없었다. 또 초목지대가 나타날때면 그것을 감상하느라 힘든지도 모르고 걸을 수 있었다. 비가 그쳤고, 몸상태도 회복되어 가벼운 발걸음을 할 수 있었다.
비로봉에 올랐을때는 안개에 둘러쌓여 주위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니 해가 쨍쨍하게 나타났고, 또 조금있으니 다시 안개가 자욱하게 깔렸다. 또 반대편에서 올라온 등산객이 꽤 많이 있었다. 모두들 점심을 먹고 있었는데 나는 뜨거운물을 준비해 오지 않아 굶은 상태로 하산하기로 했다. 한 아저씨께 부탁해 사진을 찍었다. 아저씨께서는 짐을 보더니 무겁겠다는 말과 함께 역시 젊음이 좋다는 말을 하셨다. 전국일주 중이라는 말을 들으시고는 조심히 여행 잘 마치라는 덕담까지 해주셨다.
국망봉을 거쳐 초암사로 내려오는 처음 계획을 수정해 비로봉에서 바로 삼가리로 내려가는 코스를 밟았다. 약 2시간 30분을 걸어내려와 삼가주차장에 도착했다. 삼가코스는 경사가 급하고, 주위가 수풀로 막혀있어 오르는데는 힘이 많이 들것 같은 코스였다. 가끔 만나는 등산객들은 비로봉이 멀었냐는 질문을 꼭 했고, 얼마정도 남았다는 대답에 모두들 한숨을 쉬어댔다. 삼가주차장 옆에는 삼가야영장이 있었는데 시원한 계곡 옆에 모두들 텐트를 치고 여름을 즐기고 있었다. 나도 가족이 생기면 여름에는 꼭 시간을 내서 야영장에서 하루를 묵으며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리라 다짐했다.
날씨탓에 멋진 풍경은 보지는 못했지만 연화봉에서 비로봉까지의 능선은 소백산만의 멋진 매력임을 알 수 있었다.
다시한번 찾고 싶은 소백산. 산행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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