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권수진-
세상을 향해 귀를 열면 내 주위에는 온통
그러나가 판을 친다
무언가를 해보려고 시도할 때마다
늘 내 발목을 붙잡는 그러나
그러나가 있는 곳엔 언제나 논쟁뿐이다
그러나, 넌 안돼
그러나, 아마 힘들 거야
그러나, 이럴 수 있어
불타는 청춘에게 찬물을 끼얹는 그러나가
신중을 기하라고 말한다
그러나를 피해서 그러나가 없는 곳으로
잠시 여행을 가면 그곳엔 여지없이
또 다른 그러나가 있다
그러나가 그러나를 불러 술을 마신다
그러나를 앞에 두고 진지하게
그러나가 아닌 그러나를 말해 보지만
그러나는 역시 그러나로 귀결된다
언제부턴가 케이크 자르기에 실패한 우리는
그러나에 의지한 채 살아간다
그래서도 아니고 그런데도 아니고
그러나만 남아서 그러나를 외치고 있다
비판만 있고 대안은 없는
이 세상엔 그러나가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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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人의 추천詩
그러나/권수진
양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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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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