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촌 일기-축복 받은 날
2024년 3월 25일 월요일인 바로 어제 일이다.
아침밥상 물리기 바쁘게 아내와 함께 나들이를 했다.
우선 카니발 우리 차를 몰아 70여리 길 문경시내로 달려가 산림조합을 들렀다.
대추나무에 단감나무에 체리나무 해서, 묘목 열댓 그루를 샀다.
모두 다 아내가 좋아하는 수종들이었다.
그리고 다시 문경읍내로 돌아와 ‘햇비농원’ 우리들 텃밭을 올랐다.
사온 묘목들을 심어야 했고, 또 따로 지을 농사도 있어서였다.
따로 지을 농사는, 퇴비를 텃밭 곳곳에 옮겨서 흩뿌려 갈아엎을 준비를 하는 것과 지난해에 고추와 가지와 토마토 등 채소류들을 수확하고 난 뒤에 그대로 밭에 방치해놨던 쓰레기들을 불태우는 일이었다.
특히 쓰레기들을 불태우는 것은 이날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었다.
그 쓰레기들은 올해 초부터 내게 있어 골칫거리였었다.
바싹 마른 쓰레기들을 그냥 둔 채로 농사를 지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 어떻게든 불태워 없애야 했다.
그러나 쓰레기만 바싹 마른 것이 아니라, 인근의 산에 쌓인 낙엽들도 바싹 말라 있어서, 자칫 산불로 번질 위험성 때문에 불을 놓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산불 감시요원들이 수시로 돌아다니면서, 누가 불을 놓나 하고 감시를 하고 있어서, 그 감시의 눈길을 피할 수도 없었다.
올 들어 폭설이 내린 날들이 있어, 그런 날에는 불을 놓을 수는 있었으나, 마침 그때는 아내를 동반해서 해외여행을 하던 참이라. 아쉽게도 그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이제는 봄비 오는 날을 기다려야 했다.
그래서 하매나 하매나 하면서 봄비 올 날을 기다렸다.
기도 하는 마음으로 그랬다.
내 그 기도가 받아들여졌다.
그 날이 바로 어제였다.
오후에 봄비가 예보되고 있었다.
예보는 오후였지만, 이른 아침부터 혹 봄비가 안 오면 어쩌나 하면서 노심초사했다.
텃밭에 활짝 핀 매화꽃의 그 순박한 아름다움에 빠져들면서도, 생각 한 쪽은 언제 봄비가 내릴까 하는 걱정이었다.
오후 3시쯤 되어서 살살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가랑비만으로 불을 놓을 수는 없었다.
불을 놓았는데, 내리던 가랑비가 그치기라도 하면, 자칫 산불 감시요원에게 치도곤으로 혼날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빗줄기가 좀 더 굵어지기를 바라면서 또 기도했다.
그렇다고 시간을 오래 끌게 되면, 이제는 애써 모아놓은 쓰레기가 먼저 젖어버릴 것이어서, 그 또한 내 마음을 애태웠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기회 포착을 잘할 수 있었다.
30여 분을 기다렸을 때에 빗줄기가 조금 더 굵어지기 시작했고, 하늘을 덮은 구름이 좀 더 짙어진다 싶었다.
봄비가 계속 될 것 같았다.
이때다 하고, 불을 놓았다.
활활 타들어 가는 그 불길을 보면서, 내 입에서 찬양곡 한 곡이 저절로 튀어 나오고 있었다.
축복 받은 날이다 싶어서 그랬다.
곧 이 찬송이었다.
‘내 주여 뜻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