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을 감사하며, 3월의 일기, 우정의 서산 나들이
어느 날 문득 생각했다.
국민학교 중학교 친구들에 대한 생각이었다.
고향땅에서 학창시절을 함께 했던 친구들이어서, 유달리 깨복쟁이 우정이 각별해서였다.
그 중에서도 좀 외롭다 싶을 친구들의 면면을 떠올렸다.
그 우정을 챙기고 싶었다.
문득 떠올린 얼굴이 고향땅 문경 점촌에서 ‘통일이용소’라는 간판을 걸고 평생 이발사를 해온 최연호 친구였고, 호된 시집살이를 하면서 평생을 살아온 강금순 친구였다.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내 검찰수사관으로 현직에 있을 때만 해도, 그 이름도 얼굴도 모르고 살았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고향땅 문경에 자그마한 밭떼기 몇 평을 사들여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고향땅 지킴이 같은 친구들과 간간이 어울리게 됐고, 그 친구들 중에 그 두 친구와의 만남도 있었다.
처음에는 그 이름이 익숙하지 않아서, 얼굴을 대면하고도 ‘연호야’ ‘금순아’ 그렇게 이름을 불러 인사 하지를 못하고, 그저 말없이 웃어주는 낯빛에 손잡아 주는 것으로만 인사를 하고는 했었다.
그럴 때마다 답답했던 아내가, 내 옆구리를 꾹 찌르면서 ‘연호씨예요.’ ‘금순씨예요,’라고 그 이름을 가르쳐주고는 했었다.
내 그렇게 소홀했음에도, 그 친구들은 나를 탓하거나 떠나가지를 않았다.
충분히 이해를 한다 했다.
그리고 웬만하면 나와 함께 있어주려고 해줬다.
바로 그 애써 다가옴이 고마웠다.
그래서 문득 문득 그 친구들을 생각의 세계 속에 떠올려 놓고, 어떻게 내 감사의 마음을 전할까 궁리를 하고는 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그랬다.
그러나 전과는 좀 달랐다.
고맙다고 생각만 할 것이 아니라, 더 늙어가기 전에 어떻게든 당장 현실에서 보답을 해야겠다는 생각까지 이어진 것이다.
그 생각 끝에 작정한 것이 여행이었다.
그 두 친구 모두, 지난날 살아온 형편이 포시랍지를 않아서, 비록 국내라고 하더라도 어디 변변한 곳 여행을 다녀본 적이 없다는 고백을 들었던 것을, 내 기억해 냈다.
‘좋다. 어디 여행을 좀 데려가야겠다.’
내 그렇게 작정을 한 것이다.
그러나 내 그 작정을 실행하려면, 현실적으로 뜻을 같이 하는 또 다른 동행이 있어야 했다.
그 동행은 곧바로 떠올랐다.
같은 국민학교를 다니고, 나와는 중학교까지 동기동창이면서 나보다 10여 년 먼저 고향땅 문경 반곡으로 일찌감치 귀향해서 자신의 아호인 ‘만촌’(晩村)이라는 이름을 붙여 농원을 일구어가고 있는 안휘덕 친구가 제격이었다.
평소에 최연호 강금순 그 두 친구와 이미 두터운 친분으로 지내온 사이인데다가, 만촌의 부인인 유미순 여사까지도 격의 없이 지내고 있어서, 그 친구부부와 동행하면 딱 이겠다 싶었다.
그래서 상의를 했고, 흔쾌한 답을 얻었다.
문제는 어느 날에 어디로 갈 것인지, 그 날짜와 여행지를 정하는 것이었다.
일단 날짜는 이발사인 최연호 친구가 일주일에 딱 하루 쉬는 화요일이어야 했고, 공공근로에 나서고 있는 강금순 친구가 근로를 하지 않는 날이어야 했다.
그 모든 점들을 요모조모 고려해서 정한 날짜가, 2024년 3월 26일 화요일인 바로 어제였다.
목적지는 충남 서산으로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다.
만촌은 서산이라면 중학교 동기동창인 김재국 이명희 그 두 친구가 사는 곳으로 오랫동안 만남이 없었던 그 친구들을 만나보고 싶다 했고, 이번의 그 여정에 당연히 동행이 될 수밖에 없는 아내는 마침 그곳 ‘유기방가옥’이라는 곳에서 수선화 축제가 열리고 있다고 하면서, 그 축제 구경을 하고 싶다고 해서 정해진 목적지였다.
또 최연호 강금순 그 두 친구에게도 적격의 목적지였다.
망팔(望八)의 나이까지 살아온 지금껏, 서해안 쪽으로는 단 한 번도 여행을 해본 적이 없었다는 것이 그랬다.
그러나 아쉽게도 비가 예보되고 있었다.
의견이 분분했다.
날짜를 다음으로 미루자는 의견도 나왔고, 멀리 가지 말고 가까운 곳에서 족발이나 삶아먹으면서 그 하루를 때우자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나 내가 반대했다.
내 그 반대로, 결국 이날로 서선까지 달려가게 됐고, 모처럼 만난 김재국 이명희 친구들과 우정을 나눴고, 서산의 명산인 ‘산아구집’을 들러 아구찜으로 점심을 때웠고, ‘유기방가옥’에서 수선화 풍경에 푹 빠져 봤고, 우리 시절의 듀엣 수와진의 노래도 들어봤다.
내 반대의 변, 곧 이랬다.
“날씨 탓 하다보면, 못 간다. 옛날에 우리 결혼할 때 주례한데 들은 말이 있잖아.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거나 눈보라가 치거나, 서로 변함없이 사랑하라고 당부하던 그 말, 우리 그때 뭐라고 답했어. 그러겠다고 했잖아. 우정도 그런 거야. 날씨는 하나님의 은총에 맡겨 두고, 우린 그냥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