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전 리폼! 평범한 트렌치 코트에 반짝이는 생명력을 주다 |
|
|
|
|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tfile.nate.com%2Fdownload.asp%3FFileID%3D34642064) |
|
|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tfile.nate.com%2Fdownload.asp%3FFileID%3D34642065) |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tfile.nate.com%2Fdownload.asp%3FFileID%3D34642066) |
여자들이 옷장 속에 꼭 갖추어야 할 기본 아이템이 있다. 트위드 재킷, 트렌치, 진주 목걸이 등…. 그 중에서도 디자이너들이 가장 사랑하는 기본 아이템이 있으니 주인공은 바로 트렌치코트다! 클래식한 트렌치가 진가를 발휘하는 순간은 아이러니하게도 트렌디한 아이템과 만났을 때. 변덕스러운 유행의 물결에 흔들리지 않으면서도 변화무쌍한 패션 신을 만들어내는 트렌치는 젊고 감각적이며, 가장 동시대적이면서도 역동적인 패션 아이콘이다. 한순간 추억의 클래식으로 영국 신사와 마를린 디트리히를 떠올리게 하다 | 가도 다음 순간 멋쟁이 파리지엔, 에너제틱한 뉴요커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니까. 또 벨트를 힘주어 조이거나 쁘띠 스카프를 살짝 걸치기만 해도, 혹은 칼라 깃만 세워도 얼마든지 패셔너블하게 변신하는 재주꾼이기도 하다.
많은 트렌치 애호가들이 입을 모아 조언하는 트렌치를 즐기는 가장 쉽고도 이상적인 방법은 베이식한 디자인에 투자하라는 것. 언제나 기본에 충실한 디자인이 가장 멋스러운 법이니까. 하지만 어깨가 커지고 소매가 짧아진 낡고 평범한 트렌치를 오드리 헵번이나 샤를로트 갱스부르처럼 시크하게 소화하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그렇다면 올 가을 베이식한 트렌치를 근사해 변신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를테면 클래식에 짓눌리지 않으면서도 그것에 경의를 표하는 여성스럽고 감각적인 실루엣, 혹은 아름다운 플랩이나 지퍼 같은 것으로 몸의 프로포션을 바꾸어 놓는 체계적이고 명민한 접근 방식 같은 것. 바로 ‘리폼’ 말이다. 이렇게 낡고 평범한 트렌치에 새로운 ‘색깔’을 입히기로 결심한 나는 얼마전 옷장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오래된 버버리 트렌치와 사촌동생으로부터 조달받은 일본 구제 코트, 수술을 의뢰 받은 후배의 보세 트렌치를 들고 정욱준, 김소연, 송자인의 작업실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일주일 후,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새로운 트렌치 세 벌이 탄생했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tfile.nate.com%2Fdownload.asp%3FFileID%3D34642067) ‘스몰 프렌즈’의 디자이너 김소연의 손을 거치자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한 매니시하고 스트리트적인 감각이 잘 녹아 있는 독특한 실루엣의 트렌치가 완성되었다. 가위로 쓱삭쓱삭 자른 듯한 입체적인 재단과 손 맛이 드러나는 구조적인 디테일이 트렌치의 강한 개성을 드러내고 있었다. “어머니의 버버리 트렌치를 통해 클래식의 멋을 알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엄마의 트렌치와 가장 비슷한 디자인 중에서 골랐어요.” 에디터가 보낸 빈티지 트렌치 대신 보물과도 같은 자신의 트렌치를 리폼하기로 결심한 후 그녀는 먼저 소재와 디테일 분석에 들어갔단다. “처음엔 소매를 떼어볼까, 아니면 겉과 속을 뒤집을까 고민했어요. 베이지톤의 코트 컬러도 고급스러웠지만 골드빛이 도는 안감 안쪽의 매끄러운 컬러가 너무 예쁘더라구요. 그래서 안감을 활용해보기로 했죠. 여기 보이는 칼라와 등 뒤 플랩은 안감으로 덧댄 것이에요. 덕분에 단조로운 컬러가 지루하지 않게 됐죠.” 패브릭 by 패브릭, 구조의 더하기와 빼기란 공식을 대입시킨 김소연표 트렌치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입체적인 드레이핑 디테일! “마네킹에 걸어 놓고 손으로 한 단 한 단 주름을 잡은 후 안감과 같이 박았어요. 다트와 주름의 균형을 맞추면서 특정한 한 부분의 실루엣을 강조한 것이 포인트죠.” ‘믹스 앤 매치’를 제안하는 스몰 프렌즈의 의상답게 소매와 기장이 짧은 ‘볼륨 트렌치’는 펑키한 레이어드 룩에 ‘딱’일 것 같다. “트렌치를 재킷 위에 입는 코트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아요. 그 때문에 어깨와 품이 넉넉한 트렌치를 선호해 왔고요. 그래서 유럽 사람들처럼 맵시 나는 실루엣이 연출되기가 좀처럼 쉽지 않았죠. 트렌치는 의외로 디너나 파티에 잘 어울리는 의상입니다. 페미닌한 원피스나 롱 드레스에 트렌치를 입으세요. 앞섶은 열고 벨트로 정리해주면 특별한 룩이 연출되지요.” 그녀가 공개하는 리폼 노하우. “한국인은 허리가 길고 엉덩이가 납작하잖아요. 체형에 맞게 리폼하는 것이 중요해요. 벨트는 허리선보다 살짝 위로 달면 롱 실루엣 효과를 볼 수 있죠. 부드러운 가죽이나 메탈릭한 소재를 패치워크 해보는 방법도 추천할 만한데, 초보자에겐 너무 어렵겠죠?”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tfile.nate.com%2Fdownload.asp%3FFileID%3D34642068) 송자인이 디자인하는 ‘제인 바이 제인 송’의 의상들에는 언제나 형식과 고정 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과 감성적인 여성스러움이 묻어 있다. 리폼을 마친 트렌치에도 송자인 고유의 특징들이 있었다. 부드러운 마무리, 진한 네이비 컬러 코트에 핑크 스트라이프 코튼으로 포인트를 준 암홀, 그리고 심플하면서도 여성스러운 실루엣. “버버리 특유의 클래식한 체크 패턴 안감이나 동그란 골드 단추가 예쁘더군요. 이런 고유의 요소들을 되도록이면 그대로 남겨두려고 했어요.” 결국 두꺼운 패드가 들어간 어깨와 소매를 칼라 바로 아래부터 도려내고 영국풍 체크가 강한 개성을 실어줄 수 있도록 코트의 겉면과 안감을 아예 뒤집어버렸다. “라벨이 작았다면 떼어버렸을 텐데 오히려 큼지막한 라벨이 멋진 것 같아 그대로 두었죠. 클래식한 아이콘이기도 하잖아요.” 그녀가 리폼 과정에서 의상에 담고자 했던 ‘위트’와 ‘클래식’도 바로 이런 식의 더하기와 뺄셈이 아니었을까? “네이비는 남성적인 컬러예요. 가능하면 여성스럽고 키치한 요소들을 반영하고 싶었죠. 그렇다고 해서 남성성을 아예 배제한 것은 아니에요. 남자 셔츠처럼 미니멀한 실루엣을 유지하고 있으니까요. 커다란 골드 단추 역시 미니멀한 느낌을 주죠. 심플한 이너웨어에 굽이 낮은 롱 부츠를 매치하면 멋질 것 같아요.” 그녀가 공개하는 리폼 노하우 하나. 예쁜 부분은 살리고 그렇지 못한 부분은 과감하게 버리는 것. 그리고 기본에 충실할수록 실패할 확률도 낮아진단다. 그녀의 말대로 뉴 트렌치는 다시 뒤집어 입어도 될 정도로 양면이 깔끔하고 단정했는데, 두껍지 않은 테일러드 재킷과 박시한 티셔츠를 매치하니 아주 시크한 트렌치 룩이 완성되었다. 겉감에 붙은 기사(Knight) 로고가 주는 특별한 프리미엄과 함께!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tfile.nate.com%2Fdownload.asp%3FFileID%3D34642069) 신기하게도 분명히 남자용이었던 트렌치가 맞춤이라도 한 듯 내 몸에 꼭 맞았다. 그리고 눈에 확 들어오는 반짝이는 골드 장식과 분리되는 소매! “피팅이 갈수록 강조되고 있어요. 피트되는 디자인이든 루스한 실루엣이든 체형에 잘 맞는 트렌치는 뚜렷한 존재감을 줍니다.” 트렌치코트를 변형시킨 의상들로 이번 파리 컬렉션에서 현지 언론의 뜨거운 반응을 얻어낸 정욱준은 자신의 장기인 풍부한 테크닉과 에지 있는 테일러링을 통해 아주 감각적인 트렌치를 탄생시켰다. “원래는 트렌치의 정석을 고루 갖추고 있는 클래식한 옷이었죠. 이질적인 느낌을 믹스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라이딩 재킷의 요소들을 믹스했지요.” 그는 여밈과 솔기 같은 봉제선을 모두 풀어내고 소매 역시 뜯어냈다. 이미 만들어진 옷은 시접이 별로 없기 때문에 난이도 높은 봉제 기술이 필요한데, 짧은 시접에 맞춰 지퍼를 다는 것이 어려웠단다. 그리고 벨트의 구멍까지 모두 골드 버클과 징을 박아 통일감을 주었다. “실크에서부터 최첨단 패브릭까지 트렌치의 소재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어요. 하지만 전 전통적인 원단을 좋아합니다. 추억의 흑백 영화를 떠올리게 하거든요. 여기에 펑키한 느낌을 주는 거죠. 요즘 선호되는 프레피한 애티튜드도 바로 이런 것 아닐까요?” 패션 피플들이 그의 의상에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이런 식의 위트가 아닐까. “소매 지퍼를 느슨하게 열고, 허리는 꼿꼿이 세우고 손은 주머니에 꽂은 채 당당하게 걸어보세요. 로맨틱한 가을 바람을 만끽하면서요.” 그의 말대로 ‘by 정욱준’의 뉴 트렌치를 입고 가을 바람을 느낄 수 있는 9월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