밉지않은 짠순이 친구 부부가 있습니다.
사실 대학친구도 동네친구도 아닌,
대학졸업후 잠깐 있던 회사에서 만난 친구인데도
지금은 여느 친척보다 가까이 지내다보니
어느땐 가족보다 더 친밀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취미도 비슷하여
문화재나 사찰 등 답사형의 여행을
자주 함께 다니곤 하는데
지난주말 내리 3일을 쉬는터라
함께 이른 남도여행을 제안했는데
퇴짜 맞았지요.
그렇게 자주 여행다니다 언제 돈모으냐고
또 한소리 들었습니다^^
대신 자신이 돈아끼게 해준다며
오산콘도로 놀러오라는군요.
(친구집이 오산이라 그렇게 부릅니다)
그렇게 해서 금요일 오전근무마치고
남편휴가 내서 함께 오산콘도로 놀러갔습니다.
3박4일간 그곳에 머무르며
(친구네는 우리집에 일주일 머무른적이 있으니 우린 양호함^^)
절약의 진수를 보고 배워왔답니다.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알 수 없지만)
1. 돈드는 운동은 하지않습니다
---친구네는 식사후 꼭 에너지를 소진시키는 일을 합니다.
그것이 그들만의 운동입니다. 농구, 산책, 달리기,
시도 때도 없이 산 오르기
(우리도 3일내내 아침 잔뜩 먹고 등산을 했습니다.)
집안 일을 운동으로 알고 하기(특히 친구 신랑)
운동량이 부족하다 여길 땐
집안 일을(주로 걸레질과 손빨래 이불 욕조에 넣고 직접 빨기)
과하다 싶을 만큼 한답니다.
친구딸은 4살인데 투정 안부리고 산을 혼자서도 아주 잘 오르며
식사후엔 산책을 가자고 조른답니다.
그만큼 교육이 철저히 이루어졌지요.
2.돈 드는 시설은 이용하지 않습니다.
--오산인근엔 수목원이니 세마대니 청소년수련원이니 하는
문화유적지나 둘러볼 만한 곳들이 꽤 있습니다.
친구네는 돈 안들이고 유익하게 놀 수 있는 모든 곳을 섭렵하고 있습니다.
사실 몇번 따라다녀보니
입장료 내고 사람들 바글거리는 곳보다 훨씬 좋더군요.
날씨 따뜻할땐 수목원이 그들의 정원이자 놀이터입니다.
그곳에서 꽃씨도 받아서 봄이 되면 집 화분에 심고는 하더군요.
(화초사랑이 각별하며 별명이 식물도감입니다)
이틀째에는 청소년수련원 극기훈련장에서
우리 두 가족 신나게 놀았답니다.
돈 한푼도 안들이고...
친구 딸은 물론이고 우리 딸도 어찌나 좋아하던지...
어른이고 아이고 할것없이 옷이 온통 새까맣게 되도록
나뒹굴고 놀았답니다
3. 여행을 가더라도 가급적 하루코스로 갑니다.
--숙박을 하는 것과 안하는 것은
경비가 천양지차라는 친구 말에 동의합니다.
4. 등산이든 나들이든 가벼운 여행이든
어디를 가든 간단한 주식과 간식거리를 꼭 챙겨가지고 다닙니다.
--친구네는 딸 아이를 위한 과자 몇개를 제외하곤
여행중 일절 돈 쓰는 법이 없습니다.
또한 여행중 우리처럼 사먹는 법이 없습니다.
(우린 남편이 현지 음식을 좋아해서 자주 사먹곤하는데..)
대신 친구네 차엔 늘 코펠과 라면이 있고
고구마등 간식거리, 삶은 달걀, 과일 등과
커피, 녹차티백, 보온병의 뜨거운 물을
출발 전에 챙겨둠을 절대 잊지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친구네와 여행할때 우리는
시골학교 운동장만 보면 라면이 먹고 싶어집니다.
가끔 거기서 끓여먹거든요, 그맛이 일품입니다^^)
5. 그닥 위생적이지않고 조미료가 든 돈드는 외식은 하지 않습니다.
--전 자주 외식을 이용하는 편인데
친구네는 전혀 외식을 하지 않습니다.
하더라도 한달에 5~6천원짜리 한번 정도..
그래도 4일간 친구집에 머무르며
정말이지 훌륭한 식사를 했습니다.(아래-만찬위주)
-첫날은 미나리 전에 돼지고기 김치보쌈, 소주 세병
(남편들이 술을 좋아해서)
돼지고기를 집에서 삶았더군요.
커피와 된장을 조금넣고 삶았다는데 냄새가 하나도 나지않고
아주 담백했습니다.
-둘째날 점심은 돼지고기 김치찜에 소주 한병
(고기는 전날 남은 것..소주값외엔 돈 하나도 안듦)
-최고의 만찬일이었던 둘쨋날 저녁은
내가 돈을 아주 조금 썼습니다(1만2천원)
근처에 유명한 추어탕집이 있다며 집에서 먹게 2인분만
사달라고 하더군요.
어른이 넷인데 2인분갖고 되느냐고 4인분사가자고 하니
그집은 포장으로하면 반찬과 밥이 포함되지 않는다며
2인분을 4인분량 이상으로 준다고 하더군요.
정말이지 2인분 사서
집에서 냄비에 넣으니 5인분은 족히 되더군요.
(사실 이부분, 많이 놀랬습니다.저희 같아선
산행후 귀찮아서라도 돈 더내고 추어탕집에서 직접 먹고 왔을텐데
친구네는 꼭 외식이 하고 싶으면
3인분 분량의 1인분을 사들고 집에와서 먹는다는군요)
어찌되었든 그래서 추어탕과 전날 남은 보쌈,
그리고 안주가 너무 좋다고 해서 또 소주 세병으로
둘쨋날 최고의 만찬을 즐겼습니다.
-셋쨋날은 우리 두가족이 등산후 두어시간 걸쳐
마치나 체험학습처럼 재미지고 맛나게 캐낸 봄나물인
냉이된장국과 김치찜(전날 내가 한 요리인데 인기가 좋아 한번더 함)
,그리고 또 소주 두병으로
그 어떤 외식보다 훌륭한 저녁식사를 마쳤습니다.
6. 양념은 집에서 손수 만든 천연 양념만 씁니다.
--친구가 셋째날
만찬후 숙제를 주더군요.
일명 '멸치 똥따기'-
남편과 나 친구남편 우리딸과 이렇게 넷이서
정말이지 엄청안 양의 멸치의 내장을
떼어냈답니다.
친구는 그렇게 내장을 떼어낸 멸치를 기름없이 마르게 볶은후
곱게 갈더군요.
그리고 버섯말린 것도 곱게 갈아 담더니
한달분 양념이라는 군요.
직접간 멸치가루와 버섯가루--
그게 바로 친구네 된장국이나 기타 음식의 깊고 담백한 맛의 비밀이었습니다
(우리에게도 반씩 나누어주었답니다^^)
저는 유기농 매장에서 액상조미액을 사다먹는데,
훨씬 경제적이고 맛과 영양도 최고인듯 합니다.
보통 집에서 멸치를 우린후 버리는데
이건 멸치를 통째로 갈아먹으니 뼈에도 좋겠더군요.
친구네는 라면에도 이 멸치가루와 버섯가루를 넣어먹는다는군요.
실제 친구가 준 걸로 오늘 해보니
국물을 따로 내지않아도 되니 요리시간이 훨씬 단축되고
요리에 대한 부담이 없어지더군요.
그리고 우선 국물맛이 깊고 풍부하더군요.
7. 행주 하나도 허투루 사는 적이 없습니다.
--뽀얗게 삶은 흰행주가 서랍하나에 가득해서
이거 어디서 샀느냐고 물으니
천으로 손수 만들어서 자주자주
옥시넣고 삶아준다는군요.
(조금 더러워지면 버리고 또사곤 했던 나자신 깊이 반성)
8.친구네는 집에 tv가 없습니다
--하여 절대로 앉아서 멍하니
tv보며 시간 보내는 일이 없습니다
대신 서재뿐 아니라 거실 tv자리에도 책이 가득합니다
언제든 뽑아볼수 있어 아이도 어른도 뒹굴거리다 책을 봅니다.
(이건 우리집과 비슷^^)
9.친구네는 헌책이 많습니다.(특히 딸의 책이나 소설책, 시리즈물)
--친구 부부가 자주 헌책방을 돌며 유익한 책들을 사모읍니다.
그리고 도서관을 자주 이용해서 대출한 책도 언제나 많습니다.
대신 유익하고 오래 소장할 가치있는 책들은
주저없이 삽니다.
주로 값비싼 한학관련 전공서적이나
식물.곤충.새.나무도감, 생활사박물관등
화보집 위주로...
(이것도 우리집과 거의 비슷^^)
3박4일간의 오산콘도로의 여행...
이틀에 걸친 등산과
봄나물 캐기, 푸짐한 만찬 등
아주 유쾌하고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경비는 고작 4만원 들었습니다.
올 때는 완도산 다시마와 친구가 손수 만든
멸치가루 버섯가루 등 천연양념과
친구가 깨끗이 손질한,
우리 두가족이 찬바람 맞으며 열심히 캐낸 냉이한아름까지
들고 왔으니 4만원 그 이상의 값어치가 있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가슴에 소중한 친구가족에 대한 느낌하나 가지고 왔습니다.
콩당콩당 지지고 볶고 다투다가도 이내 기쁨에 넘쳐나는
소박한 행복이 있는 친구네 가족...
매번 우리만 돈쓰는 듯 해서
짠순이 친구라고 내심 놀리기도 했었는데
역시 가까이서 본 그녀는 소박하지만 위대합니다.
그래서 행복한가여?전 반드시 아껴야 행복하다고 생각하지않거든요~전 그런 친구들은 좀 지나치다싶은 생각에 좋게 안보이던데.예를 들면 여행가서 현지음식먹는거 그게 낭비인가여?과연 어떻게 사는게 인생을 즐겁게 사는건지..전 이런글 무조건 찬성하는쪽이 아니라 ^^;; 그렇다고 무조건 낭비하는 사람은 더욱 싫구요^^
Noblesse님/버섯은 주로 바싹 말린 표고를 쿼터기에 곱게 간답니다^^//건강님/새우도 괜찮겠군요^^ 그리고 달링님/사실 전 그렇게 못해서 그런지 그런 친구보면 부럽고 반성하게 되고 조금씩 닮아가고 싶더군요. 친구부부는 맛없는 외식하면 입만 버리고 스트레스 받는다네요^^.원체 친구가 요리가 수준급이기도 하고요^^
첫댓글 우앙 정말 좋은 친구를 두셨네여...방금 든 생각이 나도 멸치가루 갈아서, 버섯 갈아서 먹어야지 입니다..당직 서는 비몽사몽간에도 잘읽었습니다..꾸벅...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하더니...과연 시심님의 친구답습니다.
친구분이 실천하시고 계시는 건.. 단지 절약만이 아니라.. 삶의 지혜를 아시는 분 같아요.. 원글님도 그러실 것 같구.. 많이 배웁니다.~`
돼지고기 삶아 먹는것 저도 자주 애용하는데. 목살 5천원어치 사면 반으로 잘라 두번정도 해먹을 수 있지요. 된장 넣고 삶으면 연하고 맛있어서 신랑은 밖에서 파는 보쌈은 정말 맛없어 해요.^^
저희 엄마는 오래전부터 멸치하고 버섯갈아놓고 먹었는데..ㅋㅋ..제가 멸치는 안먹걸랑요...^^...그 친구분도 혹 친정엄마에게 배운건 아닐까....
정말 좋은 친구분 두셨네요...*^^* 마니 배우고 가염~ㅋㅋ
대단하십니다.. 놀러갔다지만 마눌 친구집에 3일 있기란.. 쩝.. 시심님의 남편분이 정말 대단하십니다..^^
3개월차 접어드는 새색시인데용..저두 조미료는 아예안써용...국물을 내는편인데...천연조미료 (버섯)은 어떤버섯으로 만들어야하는지...궁굼해용.ㅋㅋㅋㅋㅋㅋ
정말 감동이에요.. 이쁘고 알뜰하게 사시는 모습에 감동받아갑니다.. 너무 좋은 글 감사해요..
정말 대단한 친구네요. 멸치가루에 하나더 첨가하면 마른새우도 괜찮아요. 전 멸치와 새우를 갈아 함께 사용하거든요.버섯은 제같은경우 표고버섯 사용해요. 바짝 말려서 믹서기에 갈아서..산행후 피곤해 왠만해선 그냥 사먹을꺼 같은데 친구분 대단하다님도 그런좋은 친구둔걸보면, 그친구에게도 님은 좋은친구겠네요
그래서 행복한가여?전 반드시 아껴야 행복하다고 생각하지않거든요~전 그런 친구들은 좀 지나치다싶은 생각에 좋게 안보이던데.예를 들면 여행가서 현지음식먹는거 그게 낭비인가여?과연 어떻게 사는게 인생을 즐겁게 사는건지..전 이런글 무조건 찬성하는쪽이 아니라 ^^;; 그렇다고 무조건 낭비하는 사람은 더욱 싫구요^^
와우,,찬사가 그냥 나옵니다.반성 또 반성 하고 갑니다~^^*
Noblesse님/버섯은 주로 바싹 말린 표고를 쿼터기에 곱게 간답니다^^//건강님/새우도 괜찮겠군요^^ 그리고 달링님/사실 전 그렇게 못해서 그런지 그런 친구보면 부럽고 반성하게 되고 조금씩 닮아가고 싶더군요. 친구부부는 맛없는 외식하면 입만 버리고 스트레스 받는다네요^^.원체 친구가 요리가 수준급이기도 하고요^^
많이 배우고 갑니다.
시심님 지성한데, 쿼터기가 머여여??? 도깨비 방망이 같은건가요???
이글 프린트해서 벽에 냉장고 벽에 붙여놓을랍니다...좋은 친구분 두셨네영..
친구분의 지혜가 돋보이는거같아요..덩달아 글쓴님도 아주 좋은분 같네요..
친구분 참 좋네요..맞벌이 안하면 저도 저렇게 살고 싶어요..
멋지네요. 집사람한테 보여줘야겠습니다.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훌륭하네요.~ 전 이제 초보 주부인데.. 하나라도 실천해 보도록 노력해야겠어요. ^^
정말 멋진 친구를 두셨군요.. 부럽네요*^^*
원본 게시글에 꼬리말 인사를 남깁니다.
저는 오산에 있는데, 4인분같은 2인분 추어탕 집이 어딘지 너무 궁금합니다. ㅋㅋ 사러 가고 싶어요~~~